독자가 말하는 『사회주의자』와 나: 김대영 동지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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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 김대영 동지는 『사회주의자』 애독자이다. 위 사진은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김대영 동지 명의로 걸린 현수막 사진이다]

[편집자 설명] 김대영 동지는 지난 2012년부터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한국지엠의 사내하청업체인 ‘유니온’이라는 업체에 취직해 자동차 범퍼를 조립하는 곳에서 일을 했다. 공장 근무하기 전에는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신문 읽기를 좋아하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지 않는 것에 문제의식을 많이 가지고 생활해왔다.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업체 내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다 2016년경 비정규직지회에 가입했다. 안타깝게도 2017년 7월경 뇌출혈로 쓰러졌고, 수술 이후 재활병원에서 2년 가까이 치료를 하고 있다. 힘들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정말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인터뷰를 해주신 김대영 동지께 감사드린다.

Q. 한국지엠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김대영: 제가 지엠에 입사하기 전에 15년 동안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하다가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힘든 일을 할 수가 없어 건설 일을 포기하고 차선으로 들어온 곳이 지엠이었습니다. 마침 동서가 그곳에 근무하고 있어서 소개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지엠 2차 하청 자동차 범퍼라인에서 일했습니다. 안개등, 커버 등을 조립하는 일을 했죠. 건설현장 일보다는 훨씬 수월했지만, 제가 15년간 건설현장에서 자유스럽게 일하던 습관이 있어서 조직적인 직장 생활이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급여 역시도 비정규직이다 보니 적게 받았어요.

Q. 오랫동안 노동자로서 생활해 왔는데, 지엠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됐나요?

김대영: 지엠에 들어와서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물론 뉴스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내용을 보긴 했지만 내 일이 아니니까 관심이 없었죠.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는 단지 큰 회사, 작은 회사의 차이일 뿐 차별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 적응해보니 지엠에서 작업지시를 받고 같은 공장, 같은 라인에서 일을 해 오면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차별이 있다고 느끼기보다는 원래 비정규직은 이런 거구나 했어요. 월급이 적어도 공장노동자들 임금이 이 정도구나 하고 불만 없이 일을 했죠. 월급 받는 노동자로 공장생활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런데 계속 일하다보니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이 눈에 보이는 거예요. 사측의 차별도 차별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차별도 심하게 느꼈어요.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에 대해 자기들 방패막이나 자기들보다 밑에 있는 사람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을 느꼈고, 물론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비정규직들 역시 정규직을 부러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조심스럽고 눈치를 보는 듯 했습니다. 아무튼 같은 동료인데, 왜 그럴까 생각했죠.

그러면서도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저런 생각 없이 당당하게 지내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다른 동료들처럼 해야 하나 고민도 들게 되고, 비정규직들이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한 모습에 의문점도 생기더라고요. 동료들은 정규직과의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도 급여 차이가 나는 것에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차별과 부당한 처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죠.

Q. 비정규직지회에 가입하는 것이 참 힘든데, 어떻게 비정규직지회에 가입하게 되었나요?

김대영: 처음에 아는 정규직 형님에게 노동조합 가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는데,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려면 가족을 포기해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살짝 고민은 했지만, 내가 노동조합 가입을 해서 부당한 일이나 탄압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조합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동료 중에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과 친분이 있던 분이 어느 날 술 한 잔 하자고 해서 갔더니 조합원들을 소개시켜 줬어요. 그러고 나서 노동조합 가입권유를 받았어요. 당시 제가 일하면서 사측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보다도 함께 일하던 팀장의 괴롭힘이 더 힘들었어요. 저와 동료들을 그렇게 힘들게 하더라고요. 팀장급의 부당한 대우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조합원이 돼야겠다 생각을 하고 가입하게 되었어요.

Q. 정규직 노조, 비정규직 노조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데,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김대영: 제일 확실한 것은 비정규직을 없애는 거죠. 노동조합조차도 정규직, 비정규직 나뉘어져 투쟁 내용도 다른데 어떻게 함께 싸우겠어요. 비정규직은 비정규직 철폐, 해고자 복직투쟁 밖에 못해요. 단체협약을 할 때 협상테이블에 앉지도 못해요. 어쩌다 정규직 지부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사측에 요구해도 사측에서 거부하면 정규직 지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협상을 합니다. 그러면서 정규직 지부 선거 때만 되면 항상 비정규직 문제를 공약으로 내걸죠. 정치판하고 똑같아요. 작은 정치판. 그래서 어떨 때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비정규직의 조합원 수가 적으니까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합니다.

현재 지엠 부평공장 1,000여명의 비정규직 중에 노동조합에 가입된 조합원 수가 50여명이예요. 가입률이 너무 적습니다. 조합원 수가 적으니까 파업을 해도 사측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고, 사측은 “너네들 파업해라 결근해라” 조롱합니다. 비정규직들 스스로도 잘리면 다른 곳에 취직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차별과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서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규직 지부 역시 선거 때만 비정규직 문제를 거론하지 말고 같은 노동자로써 함께 투쟁하는 것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이제 『사회주의자』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사회주의자』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김대영: 노동조합 가입 후 이영수 동지(『사회주의자』 편집위원장)가 권유를 해서 흔쾌히 구독자가 되었어요. 제가 중학교 때 전교조 선생님을 만났어요. 그 선생님 영향이 컸어요. 전교조가 막 생겼을 때였는데, 그 선생님을 통해 사회문제 등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제철소에 다니던 매형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더라고요. 주변 환경이 그래서인지 전혀 이질감이 안 생겼어요. 또 제 성향도 약간 반골 기질이 있어서 부당한 일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전에 일하던 건설현장에서도 부당한 일이 있으면 꼭 짚고 넘어갔어요. 그래서 『사회주의자』를 거부감 없이 구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자』 매체를 접하면서 내가 지금 답답하게 느끼는 문제의 돌파구가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한 것도 많아지고 혼자서 사회주의에 대한 사전적 의미도 찾아보고 그랬어요. ‘자본주의’, ‘사회주의’가 제게는 정말 낯선 단어들이었거든요.

[사진: 사회주의자]

Q. 사회주의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까? 사회주의에 대한 주변의 분위기는 어떤 것 같나요?

김대영: 처음엔 사회주의 하니까 북한이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아마 대부분이 다 그럴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뒤에서 쉬쉬 하는구나. 그런데 『사회주의자』는 그렇지 않았고 저 역시도 그다지 거부감이 안 들었어요. 『사회주의자』 매체도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어요. 처음에 『사회주의자』 잡지를 현장에서 볼 때 따로 표지를 덮어 놓고 보다가 내가 이럴 필요가 뭐있나 하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쉬는 시간마다 보았어요. 동료 중에 조합 활동을 하면 학습시키고 하니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 병원에 있으면 페이스북 등 여러 소통공간에서 노동자들도 공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고 사회주의에 관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느꼈어요. 더 많이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사회주의자』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기사는 무엇입니까? 『사회주의자』 기사를 꼼꼼히 보는 걸로 들었는데, 『사회주의자』 기사들을 접하고 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대영: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왜 우리는 저렇게 못할까? 문제는 심각한데 촛불투쟁 때처럼 많은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서 우리 주장과 요구를 걸고 싸워야하는데, 87년 노동자 대투쟁처럼 한번 확 뒤집어 세상을 바꿔야 하는데, 너무 타협만 하려는 것이 아닌가? 사실 우리들 삶은 너무 힘들고 답답한데, 꼭 그렇게 사회적 대화나 운운하면서 제대로 한판 붙어 보지도 않고 양보할 생각부터 하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납니다.

비정규직 문제나 최저임금제, 탄력근로제 등, 노동자들이 절대 타협하지 않고 싸워야 하는 것이 있잖아요. 그런데 말로는 투쟁하면서 뒤에서는 사회적 대화 운운하고. 정부나 자본가랑 적당한 선에서 합의보는 것밖에는 안 되는 거죠. 자본가들은 자기 것을 절대 안 빼앗기려고 하고 자기들이 정한 선을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사생결단을 하잖아요. 근데 정말 아무것도 없는 노동자들은 어느 정도 던져주면 타협을 하죠. 왜 그럴까요?

지금 노동운동은 조합 간부들만의 활동인 거 같아요. 현장에서 보면 조합 가입을 의무적으로만 진행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조합원들이 뭉쳐서 의견을 모아 자본가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집행부에서 내용을 제시하면 마지못해 찬성표 던져 주고 그리고 실패하면 뒤에서 욕하는 데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간부들도 늘 그렇듯이 관성적으로 일하는 듯 하고요. 이제 노동자들도 자본가 논리에 젖어서 서로 경쟁하고 임금 더 받는 것만 관심 두지 말고 계급의식을 갖고 단결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진짜 투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주의자』를 접하고 난 후 가장 달라진 점은 공부의 필요성을 알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와 다른 관점에서 보려면 내가 먼저 알아야 되겠다, 공부를 안 하니까 시야가 너무 좁다는 것을 느꼈어요. 초기에 『사회주의자』 기사를 맹신 아닌 맹신을 했어요. 자본가 입장에서 쓴 기사와 『사회주의자』 기사를 비교해 보니, 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 『사회주의자』 기사가 맞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무조건적인 맹신보다는 내가 더 정확히 알아야 노동자로서 나의 생각도 정립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의욕이 생겼어요. 그래서 재미를 붙여 공부를 하던 중에 이렇게 사고가 난거죠. 너무 속상합니다.

Q. 노동자들이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김대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데, 먼저 자본주의 병폐부터 설명해야 하고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주의가 어떻다는 것에 앞서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데 그 현실(자본주의) 자체를 구체적으로 알아야지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사회주의에 대해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자본주의가 왜 문제냐 물어보면 막상 설명을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자본주의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태어나자마자 그렇게 배워왔고 접해왔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못하는 거죠. 지금 우리가 이렇게 고통 받고 불행한 것이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죠. 모든 것을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사회주의는 북한, 자본주의는 좋은 것이라 여기며 아무리 사회주의를 외쳐도 귀를 꽉 막고 있으면 소용 없어요. 현실의 고통이 자본주의로부터 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하고 그 속에서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Q. 『사회주의자』에 바라는 점은?

김대영: 한 가지 『사회주의자』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기사가 조금 쉽게 동화처럼 읽혔으면 좋겠어요. 예전부터 사회주의에 대해 공부하거나 접한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처음 접하는 사람은 좀 어려워요. 분석 기사는 재밌어요. 신기하게도 이슈화 된 내용에 대해서 그것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기사를 보면, 특히 정세분석 기사를 보면 현안문제가 딱 들어맞더라고요. 재밌고 좋았습니다. 기자들이 글 잘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구나 싶고 머릿속에 상상이 되더라고요. 방대한 자료들을 가지고 고심, 고심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애쓰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고생한다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재활치료를 하면서 느낀 점도 한마디 해 주세요.

김대영: 크게 아파 보니까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그나마 잘되어 있다고 느끼긴 하는데, 문제는 1차 병원에서 큰 수술을 하면은 다 비급여에요. 비급여가 엄청 많아요. 그게 큰 돈을 차지하거든요. 1차 수술 할 때는 보험혜택을 거의 못 본다고 보면 돼요. 거의 개인보험에 의존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병원들은(특히 재활병원) 환자들을 돈으로 봐요. 장기치료 환자들은 기간이 경과됨에 따라 치료횟수가 줄어들어요.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보험공단에 전화하니까 공단에서는 심평원에, 심평원에서는 병원에 서로 책임을 돌리더라고요. 한참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직접적인 치료는 하루 30분. 차상위 계층 복지도 마찬가지로 빛 좋은 개살구죠.

그렇지만 제가 지금 가장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것은 일을 못해서 금전적으로 힘든 것보다 적게 벌어도 좋은데 노동자로서 드디어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못하게 된 일입니다. 돈이야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되죠. 정말 노동조합, 사회주의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활동하고 싶었거든요. 그게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었어요. 이렇게 재미있게 관심 가져 본 것이. 진짜 답답한 것은, 말하고 설명해야 하는데 생각이 머릿속에만 있고 표현이 안 되는 거예요. 하지만 열심히 재활치료 받고 있고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먼 곳까지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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