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정교섭’ 성사되면 구조조정 중단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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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취임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이성호 지회장. 사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편집자 설명] 현대중공업은 지난 16일부터 10년 이상 근무한 사무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2015년, 2016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구조조정이고, 조선업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무색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정규직이 희망퇴직에 직면하였다면 하청노동자의 상황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의 단결투쟁으로 현중 자본의 구조조정을 막아내는 게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을 만들기보다는,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가자 조선업종을 비롯한 각급 노동조합들에서 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자본의 구조조정 칼바람을 모면하자는 생각들이 강해지고 있다. 한국지엠에서도 정부와의 노정교섭 요구가 제기되고 있고, 구조조정이 심각하게 들어오고 있는 조선업에서도 노정교섭 요구가 유행처럼 돌고 있다. 여기에는 투쟁의 동력이 마땅찮은 조건에서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은 기존 정권보다는 나을 것이리라는 잘못된 기대가 깔려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에 대해서는 그나마 비판여론이 존재하지만, 각급 업종별로 나오고 있는 노정교섭 요구에 대해서는 그와 비슷한 비판 목소리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단 자본주의에서 국가란 애초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자본의 구조조정을 적극 추동하고 심지어 구조조정의 주체로 나서고 있는 게 바로 정부라는 점에서 노정교섭이 얼마나 잘못된 요구인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종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노정교섭 주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어보는 인터뷰 기회를 만들었다. 인터뷰에는 2월 새로 선출된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 이성호 동지가 응해주었다.

Q1. 조선업종에서 나오고 있는 요구인 노정교섭 역시 소위 ‘사회적 대화’라 불리는 노사정담합의 일종이 아닌가?

노동자와 자본가가 동등한가? 그렇지 않다. 정부는 최소한 중립적인가? 이 또한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노사정위원회라는 것은 사회적 대화 기구가 아니라, 자본가가 구조조정을 하는데 정부가 노동자를 들러리로 세우려는 것일 뿐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는, 최근 현대중공업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에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희망퇴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박근태 현대중공업 지부장을 최근 방문해서 “노사정이 함께 모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정작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사측은 만나보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구조조정하려는 자본가는 정부의 중재(?) 노력조차 무시해버린다. 즉 사측이 진짜로 구조조정하려고 하면, 노사정이 아무리 모여 봤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거의 노사정위원회나 현재의 노사정대표자회의만 노사정담합 기구인 것이 아니다. 최근 나오고 있는 ‘노정교섭’ 역시 노사정위와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의 경우, 대의원대회에서 이를 반대하는 수정동의안이 상정됐고 약1/3이 반대 의사표시를 했다. 즉 내부 비판이라도 존재한다. 하지만 금속노조에서는 조선업종의 ‘노정교섭’ 요구가 노골적으로 나오는데도 내부 비판이 실종되어 굉장히 우려스럽다.

Q2. 현실에서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겠지만, 만약 노정교섭이 성사된다면 구조조정 그 자체를 중단시킬 수 있겠는가?

구조조정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노정교섭을 요구한다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그 자체로 짜증난다. 구조조정을 하려는 자본가에 대해, 노동자는 단결해서 투쟁하는 것밖에 없다. 정부와 대화하면 사측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재벌들한테는 씨알도 안 먹힌다. 공장을 세워야 구조조정을 저지시킬 수 있다. 생산을 멈춰야 협상도 된다. 노동자는 무조건 싸워야한다. 정부가 해결할 수 없다. 지엠, 현중처럼 구조조정하는 자본가가 정부를 무시하거나, STX처럼 정부가 직접 구조조정의 주체인데, 정부와의 대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게다가 자본가 정부인 문재인 정권이, 자본주의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노동자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대량해고, 임금삭감, 하청폐업, 해외매각 등의 자본가의 구조조정에 대해서 문재인 정권이 제시할 수 있는 노동자적 해법은 없다. 오히려 노사정위나 노정교섭 보다 노동자가 단결하고 연대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정부가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노동자가 단결하지 못하게 하는, 헌법엔 이미 보장되어있지만, 현실에서는 재벌 사측이 부정하는, 비정규직들의 노동3권부터 보장하는 것이다. 그래야 조직이 되서 싸우기라도 할 것 아닌가!

Q3.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최근, 금속노조에서 노정교섭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권과 다르다는 생각 아니겠는가?

박근혜와 문재인이 다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문재인은 노동존중이라면서 뒤에 시퍼런 칼날을 숨기고 있다. 박근혜는 대놓고 죽이는 것이라면, 문재인은 안심시켜놓고 죽이는 것이다. 일종의 명분 쌓기일 뿐이다.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엔 결코 평화란 없다. 그리고 국가는 절대 계급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 게다가 노동존중이라고 말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범죄자들인 재벌들과 ‘호프 회동’을 한다는 건 그 진정성조차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자유주의 정권에 노동자의 생존권을 청원하려는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정당들의 행태는 심히 우려스럽다. 문재인 정권에 절대로 의존하거나 기대하지 말자!

[4월 17일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구조조정 저지를 주장하며 단식 중인 현중지부 위원장을 만나 “노·사·정을 통해 노조와 회사가 이 문제를 원만하게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사측으로부터 문전박대 당하고 돌아갔다. 사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Q4.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이라고 기만하면서, 또다시 구조조정을 시행한다. 어떻게 투쟁해야하겠는가?

현중자본은 희망퇴직 안내를 명분으로 사실상 정리해고를 실시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현중 민주노조를 말살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힘을 무력화시켜서 직영을 내쫓고 그 자리에 하청을 채워 이윤을 극대화하고, 재벌 경영 세습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직영 희망퇴직 안내 그 이면에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있다. 하청은 폐업으로 대량해고됐거나 월급봉투마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언론에 보도가 잘 되지 않아서 그렇지, 구조조정으로 고용과 임금이 아작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하청노동자들이다. 따라서 이 정리해고,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원·하청 단결이 중요하다. “구조조정 분쇄! 총고용 보장!”이라는 요구는 원·하청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로만 쟁취할 수 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이 2015년에 1차 구조조정을, 2016년 2차 구조조정을 했고, 2018년 3차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원·하청 공동투쟁이 성사됐던 2015년에는 구조조정을 중단했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1사1조직 특별위원회를 통해서 하청노동자를 조직하고,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1사1조직을 완성하는 것만이 정리해고, 구조조정 칼바람을 막아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원·하청 1사1조직 완성하여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다 같이 만들어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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