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투쟁으로 노동기본권 쟁취와 노동운동의 전진을 만들어내야: 전교조 해고자 이영주 동지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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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편집자 설명] 지난 10월 24일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6년을 맞는 날이었다. 박근혜 시절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는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절반을 지난 지금까지도 법외노조 상태이다. 10월 24일 전후로 전교조 해고자들은 법외노조 철회와 노동삼권 쟁취, 노동개악 저지를 외치며 서울 고용노동청을 점거하기도 했다. 『사회주의자』는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투쟁의 내용과 의의를 알아보고자 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이자 법외노조 관련 해고자인 이영주 동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11월 7일 오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에서 진행되었다. 

Q1.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히 근황을 묻고자 합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 민주노총 사무총장으로 투쟁에 앞장서오다가 수배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 후 2017년 12월 30일 구속되었다가 2018년 6월 14일 1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었습니다. 그 사이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수배·구속을 합쳐서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되었죠. 긴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동지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애정을 보내주셔서 힘든 시간이라기보다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작년 여름 1심으로 나온 후에, 2심에서 구속될 가능성이 많다고 봤어요. 그래서 재구속에 대비해서 치과, 정형외과 등 치료가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았어요. 올해 1월에 집유가 확정이 되면서, 사실상의 자유로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교육연구소 연구분과로 조합원 교육분과가 있는데, 저는 주로 간부 대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계속 계급적으로 성장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조합원들은 또는 노동조합은 전체적으로 우경화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대안 중의 하나로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노동조합이 팽창하는 시기라 지금 교육을 놓치고 나면, 민주노총 전반의 우경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작년부터 이민숙, 박옥주, 안성민, 김진 동지 등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던 조합원 교육분과의 기본교육은 1강 노동조합, 2강 전교조 역사, 3강 교권과 학생인권, 4강 분회 운영 등으로 짜여 있어요. 저는 정세적으로 현재는 간부교육이 급하다는 생각에서 현장에서 부르면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각 지부, 지회, 위원회 등에서 요청을 하면 조합원 교육의 기본내용과 해당 조직의 현재적 고민에 맞춰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사, 노동조합의 의미, 전교조의 역사, 단체교섭, 최근 투쟁 평가와 전략 투쟁 기획 등의 교육을 맞춤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된 후 처음으로 교육을 받아 본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너무나 지쳐 있었는데 다시 투쟁해야겠다는 생각이 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이 있습니다. 당분간은 이런 교육을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럼에도 올해 제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연구분야는 노동교육분과입니다. 사무총장을 하면서, 임기를 마치고 나면 노동조합에 필요한 교육자료나 학생용 노동교육 자료를 만들겠다고 미리 생각했던 작업입니다. 비정규직 문제나 노동개악 문제가 학생들의 미래와 직결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작년 말 김용균 동지의 죽음을 보면서, 이것은 교사들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더 늦추면 안 되겠다 싶어서, 2심 재판으로 집유가 확정되자마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초등노동교육연구팀을 구성했습니다. 초등노동교육연구분과는 올해 공동연구하고 작업한 결과로 내년 1월 참교육실천대회에서 전국분과를 개설하여 이후 전국적인 소통과 공유로 실제 현장의 일상적인 노동교육을 실천하려 합니다. 올해 참교육연구소에는 초등노동교육분과와 중등노동교육분과가 만들어졌습니다.

Q2. 지난 10월 21일 전교조 해고자들이 고용노동부장관 면담과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서 서울 고용노동청을 점거, 농성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10월 29일 경찰에 의해 농성하던 해고자들이 강제 연행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전교조 해고자들은 총 몇 분이나 되고, 어떻게 해서 해고자들이 생겨나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고용노동청 농성을 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현재 전교조 해고자는 총 38명입니다.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 해고자는 34명인데, 한 분은 복직을 못하고 정년으로 퇴임하셔서 현재 33명입니다. 이외 사학민주화투쟁 해고자, 교육자치선거 관련 해고자, 교육민주화선언 등 해고자를 포함 전체적으로 38명이 올해 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해고자원복투)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교조 역사가 30년이나 되었지만 해고자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올해 처음입니다. 9명의 해고자를 버릴 수 없다고 시작한 싸움인데, 해고자가 38명으로 더 늘어났습니다.

전교조 해고자들에게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이 많아요. 박근혜 정권 시기에 전교조 조직 자체가 박근혜 정권퇴진 투쟁의 최전선에 섰습니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법외노조, 두 번째는 세월호, 그 다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와 노동개악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전교조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교조 법외노조 해고자들의 경우 해고가 되었으니 복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철회시키면서 원직 복직되어야 하는데, 이때는 2013년으로 단순히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6년 투쟁을 통해서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노동운동의 역사적 전진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전교조 노동삼권 쟁취, 현재의 노동개악 저지까지를 구호로 내걸고 고용노동청 점거 농성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전교조 문제가 하반기 ILO 협약 비준과 관련하여 국회 안에서의 거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투쟁이 박근혜의 노동개악, 노조파괴에 맞서면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전교조가 다른 노동자들의 노동개악과 거래되는 식으로 합법화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해고자에게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우리의 복직이 우리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농성에 들어가서 3-4일을 계속 밤을 새며 계속 토론했습니다. 우리의 구호는 정확하게 법외노조 철회와 함께 노동개악 저지이고, 우리의 목소리로 노동개악 저지 투쟁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합의를 만들었습니다. 점거농성은 경찰의 폭력적 연행으로 종료가 됐지만, 이후의 투쟁도 이러한 결의로 계속 이어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선전을 담당하는 박세영 동지가 웹자보에 쓴 표현이 있는데, “우리는, 노동기본권 없이 학교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노동개악 속에서 전교조만 합법화될 수 없습니다!”였습니다. 해고자의 고민과 희망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입니다.

[사진: 사회주의자]

Q3. 문재인 정권은 집권 전에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집권 절반이 지나는 지금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 상태입니다. 문재인 정권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어떤 입장을 취해왔나요?

많은 사람들이 촛불투쟁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행정부가 즉각적인 행정조치로 취할 수 있는 수많은 적폐청산이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촛불투쟁 직후 여러 조치들이 취해졌고 행정조치로 취해진 것들 중에 긍정적인 것도 상당히 있었습니다.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문제도 즉각적 행정조치로 가능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는 자기들이 할 수 있다, 없다를 행정조치가 법적으로 보장되느냐가 아닌 본인들의 판단기준으로 결정한 것 같아요.

2017년 1월, 당시 후보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창익 전교조위원장을 만나,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는 임기 초반 조기에 해결할 것이라고 확답을 했습니다. 그 정도의 발언이면 정말 의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전교조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법외노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았죠. 2018년 6월 19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교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 날인 20일에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입장을 밝혀요. 전교조 법외노조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직권취소는 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이죠. 작년 8월에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전교조 직권취소를 하고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을 삭제하라는 권고를 내립니다. 이에 대해 김영주 장관이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바로 밝혔지요.

그 이후 지금까지의 상황은, 약간의 표현 변화만 있을 뿐, 우리는 직권취소는 할 수 없고 법 개정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만남을 통해 나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가령 올 초 청와대와 전교조 집행부의 만남에서 나온 ‘올해 교사대회는 합법대회로 치르셔야 하는데요’라는 말 때문에 조합원들은 5월 초에 합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많은 말장난 속에서 조합원들은 끊임없이 실망을 하면서도 아직 기대를 놓지 못하며 매달려 왔습니다. 그러나 10월 24일 법외노조 통보 6년을 맞으며, 자연스럽게 정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조합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고 분노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왜’ 전교조 법외노조를 철회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겁니다. 이 질문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하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할 정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서 ‘왜’라는 질문을 더 이상 하지 말고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안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Q4. 현재 문재인 정권은 법외노조를 포함한 교사·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를 ILO 협약 비준과 연계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노동개악의 기회로 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전교조 합법화가 합의되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표명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오늘의 밥그릇을 내일의 희망과 바꾼다.’ 당시 저는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너무나 가슴 아프고 부끄러웠습니다. 아마 많은 조합원들의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 이후 수많은 동지들이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며 정리해고를 당하는 상황에서, 전교조는 합법화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죠.

2013년 집행부로서 법외노조 투쟁을 시작할 때, 1998년 노사정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죄책감을 씻어낼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지들에 대한 과거의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투쟁으로 갚아야겠다는 것이 2013년의 절박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현장을 다니며 활동가들을 만나보면, 1998년과 동일한 이런 고민이 많으세요. 올해 하반기 전교조 활동가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99년과 같은 합법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2013년으로 돌아가는 합법화여서도 안 되고, 1999년으로 돌아가는 합법화여서도 안 됩니다. 지금 해고자들이 노동개악 중단을 핵심 구호로 내놓으면서 법외노조 직권취소 투쟁을 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인 것이죠. 하반기 혹은 내년 초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노조파괴법과 ILO협약 비준이 동시에 처리되고, 이 상황에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전교조가 합법화 되는 거라면, 우리는 합법화를 거부하면서라도 노동개악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고민과 절박함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미래를 저당 잡히면서 전교조의 합법화를 따내는 것은 지난 6년의 투쟁을 다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 우리 투쟁은 노동개악을 저지하면서 교사와 공무원의 실질적인 노동삼권을 쟁취하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으로 나가는 교두보를 만들어야 됩니다. 그래서 단순히 법외노조 직권취소가 아닌 노동삼권 쟁취로 투쟁의 중심이 이동해야 한다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Q5.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전교조 조합원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것으로 아는데, 10월 24일 전교조 행진과 집회, 29일 저녁 문화제에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전교조 조합원들의 실망감과 분노가 높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국을 수호하는 만큼 노동자를 수호해봐라’거나 ‘박근혜의 구적폐에 이어 문재인이 적폐를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고 파탄으로 가고 있다’는 발언을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법외노조 투쟁의 시작이 해고자를 지키겠다는 것이었잖아요? 전교조 조합원들은 해고자를 지키고 복직을 시키겠다는 마음은 하나입니다. 해고자들의 점거농성을 보며, 우리 해고자 동지들에게 이런 투쟁까지 하게 해야 하나하는 미안한 마음이 모였던 것 같아요. ‘해고자들이 해고를 각오하면서까지 투쟁해왔는데 나는 해고자들 투쟁 뒤에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성의 글과 함께 투쟁에 나서겠다는 결의의 글들이 곳곳의 텔방에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을 보면서 해고자들이 많이 힘을 받았죠.

지난주에 한 지역 교육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는데, 한 분이 구호로 ‘법외노조’를 선창하면 다같이 ‘직권취소’를 외치자고 하니까, 다른 조합원이 ‘안 됩니다’라고 반대를 하는 거예요. ‘노동삼권 쟁취, 노동개악 중단’을 구호로 하자는 것이었어요. 이것이 현장에서부터 서서히 불이 붙기 시작하는 우리의 투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조합원 전반이 이러한 정세인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저는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탓하거나 조합원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적극적으로 조합원들과 계급적 투쟁을 해갈 것인가 고민을 하고 그 계획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새 저는 주변 분들께 힘을 주기보다, 오히려 해고자 동지들이나 현장 조합원들에게 많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사진: 사회주의자]

Q6. 이영주 동지는 민주노총 사무총장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에 앞장서서 촛불투쟁이 촉발되는데 기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촛불민중의 투쟁에 기대어 집권하게 된 문재인 정권은 촛불요구를 외면하고 친자본의 길을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재인 정권에 대해 나름 느끼는 바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많은 분들이 ‘촛불 정권’이라는 표현을 쓰시더라고요. 저는 표현을 명확히 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해방 이후 들어선 이승만 정권을 ‘해방 정권’이라고 부르지는 않거든요. 4.19 혁명 이후 정권을 ‘혁명 정권’이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촛불 이후에 집권한 정권’을 ‘촛불 정권’이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큰 왜곡을 만들어 냅니다. 이 용어 때문에 우리가 기대와 환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우리가 역사적 평가를 언젠가 하게 될 텐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촛불의 의미를 퇴색, 훼손시킨 정권이라는 점과 한국 사회의 변혁 가능성을 좌초시킨 정권이라는 점입니다. 한국 사회 전반의 변화 욕구를 단지 정권의 이기적 권력욕으로 집중시키고 변질시켰다는 점에서 엄중한 평가를 받아야 할 정권입니다.

저는 문재인 정권에 호소하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냐’고 비난하는 방식의 투쟁은 지양했으면 해요. 그것 자체가 문재인 정권을 촛불정권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투쟁방식들이거든요. 문재인 정권은 자본가정권이고 반민주적인 정권임을, 이미 행보를 통해 그 정체성을 보여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왜 그러니’라고 호소하는 것은 구차합니다. 지금은 우리는 어떤 투쟁으로 문재인을 강제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우리 투쟁을 계획할 때입니다.

애초 6개월의 촛불로 이 사회에 혁명이 일어나리라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입니다. 역사적으로 대중적 운동이 벌어지고 나면 바로 노동자들의 진출이 있잖아요. 4.19혁명 이후 노동조합들의 진출도 그러했고, 6월 항쟁 이후 7·8·9노동자대투쟁이 그러했지요. 준법성이라는 한계는 분명히 있었지만 2016~17년 촛불투쟁을 통해 한국사회 시민의식의 전반적 성장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이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노동자계급은 어떠한 준비와 진출을 할 것이냐가 우리의 과제입니다.

6월 항쟁이 시민이 주도하는 운동이었다면, 지난 촛불은 노동자계급이 마중물이자 심지였던 시민항쟁이었습니다. 다음의 역사의 봄은 노동자가 주도하고 노동자가 장악하면서 벌어지는 사회 변혁 운동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을 그 준비시기로 보고, 노동자계급의 운동을 상상하며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한국의 적폐청산은 정권교체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준 것입니다. 정권교체를 넘어 이제 체제의 변화다! 이것이 문재인에게 호소하는 것보다 오히려 훨씬 빠를 것이고, 그것이 운동적으로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우리의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Q7. 지금 여러 투쟁 사안이 있는데,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노동시간 축소, 노동개악 등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계급성과 위선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안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 싸움이 진행되어야 할지 묻고자 합니다.

2016년경에 ILO 실무 담당자와 민주노총에서 간담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 법외노조, 교원/공무원의 행동권 제한 등 한국의 노동기본권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분이 제 이야기를 듣다가 ‘노동삼권이 뭡니까’라는 질문을 했어요. ILO에서 온 사람이 노동삼권을 모를 거라고는 예상 못해서, 저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노동1권은 단결권이고, 노동2권은 교섭권이고, 노동3권은 단체행동권이라 설명하며 얼굴을 보니, 이번에는 그가 당황하고 있었어요. 그 순간 제가 확 깨달았어요. ILO에서는 ‘결사의 자유’가 하나지 세 개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구나 하고요. 그런데 우리는 학교에서 배울 때부터 삼권으로 배우기 때문에, 하나만 주워져도 기만적으로 권리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죠. 그러나 행동할 수 없다면, 교섭할 수 없다면, 그건 단결권이 아닌 거지요. 우리는 무엇보다 결사의 자유는 하나의 권리임을 명심해야 할 거 같습니다.

노동삼권 순서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단결권을 허락받고 나야 교섭을 하고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건데, 실제 노동자 투쟁의 역사는 행동해서 교섭을 끌어내고 그를 통해서 단결권을 확보하는 것이었잖아요. 자본의 입장에서는 1권(단결권), 2권(단체교섭권), 3권(단체행동권)이 유리하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3권, 2권, 1권이 맞습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투쟁은 사실 단결권을 달라는 호소거든요. 이 투쟁은 결국 문재인 정권을 비롯해서 차기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권에게 호소하고 허락을 받아야 획득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투쟁이 이미 한국에서 해 볼 만큼 해봤고 끝이 난 상황이라고 봅니다. 지금부터 해야 될 투쟁은 3권에서, 2권, 1권으로 쟁취해나가는 투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파업을 통해 교섭을 끌어내고 거기서 단결권을 획득해야 합니다. 이런 것 없이 법외노조 취소를 받아보았자 1권과 2권을 받는 데 머물 것이고, 그것은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6년 전으로의 후퇴이거나 20년 전으로의 후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전략 투쟁의 상이 무엇일까? 저는 그것이 학교총파업이라고 생각해요. 학교 비정규직 동지들도, 교사들도, 학생들도 각자의 요구를 각자의 투쟁만으로 쟁취하기는 요원합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의 주체들이 함께 연대하고 단결해서 학교 총파업을 만들어내고, 이것을 통해 공동의 요구를 쟁취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교육부문 노동운동의 전환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새로운 상상’을 합니다. 요즘 제가 만나는 동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몇몇 동지들이 ‘가슴이 뛴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가슴이 뛰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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