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중 하청노동자가 직접 말하다, “우리는 왜 고공농성에 돌입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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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중하청지회 제공]

철컹 철컹 끼이익. 짙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비는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고, 바닷가 억센 바람 속에서, 울산 남목 성내삼거리 고가다리 교각에서 예사롭지 않은 소리가 들린다.

지난 11일(화) 새벽, 현중하청지회 두 조합원은 짙은 어둠 속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고가다리 교각으로 내려갔다. 왜 두 동지는 결사항전에 나섰는가. 두 동지와 농성장 아래를 사수하는 다른 조합원 동지들과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싣는다.

[참고자료] 고공농성에 돌입하며, 전영수 조직부장과 이성호 대의원, 두 동지가 드리는 글

 

Q1. 왜 농성을 하는가? 왜 꼭 벼랑 끝 고공농성이어야만 했는가?

답변 4월9일 폐업이 한달전 공고됐다. 공고 직후 확인해보니까, 4대 보험 장기체납 누적액이 3억5천만원이었다. 일종의 신종 ‘먹튀’ 폐업이었다.

동료들 특히 하청본공들과 같이 미포원청에 ‘고용승계 보장!’과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했다. 그런데 장기계약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원청에서도 물량 계획을 잡아뒀고 인원 계획도 수립되어 있었다. 따라서 (주)동양산업개발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보장은 미포원청의 의지 문제였다. 하지만 3월 하순에도 절반 정도가 고용이 보장되지 않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을 비롯해서 하청노조는 한달 가까이 현대미포조선 현장에서 투쟁했다. 그 결과 현장간부들을 제외한 나머지 동료들은, (자연퇴사자를 제외한다면) 거의 타 하청업체에 이관 형태로 고용승계를 쟁취했다. 투쟁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신 현장간부들은 철저히 의도적으로 배제되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6말‧7초 업체 통폐합과 하청 대량해고에 앞서, 일종의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하청노조 핵심간부들과 현장간부들을 현장에서 쫓아내야,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저항의 구심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대미포조선은 하청노동자들이 2016년 작년 7천3백여명이었다. 그런데 2017년 올해 초 인원계획이 3천5백여명이더라. 현재 5천7백명까지 구조조정으로 감원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울산 동구 현중그룹 전체로 따져본다면, 이미 현대중공업의 경우, 작년 여름부터 하청노동자들을 대량해고시키면서, 폐업 시 하청노조 현장간부들은 고용승계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됐다. 하청노조는 무기한 노숙농성을 시작했는데, 오늘(4월16일)로서 벌써 267일차에 이른다. 현대미포조선에서는 작년 여름 유예되었다가 이번에 대대적으로 감행했다. 그 결과 지난 약 9개월동안 그동안 폐업으로 해고된 하청노조 현장간부들만 총12명에 이른다.

그래서 벼랑 끝 고공농성에 돌입할 수 밖에 없었다. 크게 두 가지이다. 다가오는 6말‧7초 하청노동자 대량해고를 중단시킬 것! 그리고 더이상 하청노조 현장간부들에 대해 고용승계에서의 의도적 배제를 중단하고, 블랙리스트 그 자체를 폐지할 것!

 

고공농성에 돌입한 현중하청지회의 조합원들

전영수 동지는 현재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직부장으로, 현대미포조선 동양산업개발에 근무하던 중 업체가 2017년 4월 9일 폐업하면서 고용승계 배제 및 취업 차단으로 해고됐다. STX조선, 6개 미포 하청업체에서 11년간 조선소 사상공으로 근무했다.

이성호 동지는 현재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대의원으로, 전영수 동지와 같은 이유로 동양산업개발에서 해고됐다. 2015년 4월 미포 하청업체 KTK의 먹튀폐업에 반대해 고용승계 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사진: 현중 사내하청지회 제공]

Q2. [원청 사용자성 인정] 진짜 사장, 원청사 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 그룹)의 반응은 어떤가?

답변 미포원청은 고공농성 이후, 각종 언론의 질문에 대해서, 폐업한 해당 하청업체 대표가 책임질 사안이지, 원청이 직접 해결하려면 하도급법 위반이라는 궁색한 핑계를 대고 있다. 원청사로서 최소한의 죄책감조차도 느끼지 않는 것이다. 특히 하청노동자 대량해고는 미포원청이 자행하는 것이지, 바지사장 하청업체가 하는게 아니다.

현대미포조선이 하청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으로서 하청 고용과 임금, 그리고 안전까지는 최소한의 책임성이 부여될 수 있도록,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쟁취해야 한다.

우리 하청노동자들이야말로 원청사 현대미포조선 배를 만드는 노동자이며, 사내하청업체들은 독립적인 자본(공장부지, 시장개척 등 영업, 기술개발 등등)은 전혀 없이, 원청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바지사장일 뿐이다.

작년 7월1일부터 미포조선 하청업체들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되었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부터 하청고용을 완전히 유지하기위해서, 업체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되, 정부 지원금 75% 이외에 나머지 25%를 원청사에서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미포조선의 경우 하청고용유지기금은 매월20억원(작년 기준, 현재는 매월10억원)이면 충분하다. 참고로 미포원청은 10분기 연속흑자이며, 클락슨에 따르면 작년보다 올해가, 올해보다는 내년에 조선업종 경기가 회복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포원청은 하청 대량해고와 임금삭감만 자행하고 있다.

98년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국내 대형조선소들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량으로 양산해서 막대한 이윤은 챙겨가지만, 정작 노동3권은 실질적으로 봉쇄시킨 채 탄압한게, 지난 20년이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문제 뿐만 아니라 노동3권 박탈 문제가 너무나도 심각하다. 법‧제도적으로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사의 사용자성 인정을 반드시 쟁취해야한다.

 

Q3. 정부 차원에서 국내 대형조선소 하청’노동자들’ 고용위기와 임금삭감에 대해서 대책은 제대로 있는가?

답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했다지만, 하청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이 아니라, 폐업이나 해고가 된 이후 지원에 불과하다. 실업급여 증액이나 재취업 알선 사업 등, 이미 해고를 전제로한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즉 사전 해결이 아니라 사후 조치에 방점이 찍혀있다.

또한 하청노동자들 보다는, 하청업체나 원청사 등, 자본가들에 대한 지원책이 우선적이다. 대표적인게 4대 보험 납부 유예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신종 ‘먹튀’ 폐업이다. 하청노조가 하청업체 4대 보험 장기체납을 확인한 결과, 동양산업개발처럼 개별 보험을 1억 이상 장기체납한 하청업체가 울산 동구 현중‧미포에서 39개였다. 납부기간만 유예된 것이지, 할인이나 삭감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엔 모두 납부해야한다. 그렇다면 장기체납 하청업체들의 경우에는 먹튀폐업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노동자들만 입는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먹튀 폐업 이후, 4대 보험 체납액을 제대로 납부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Q4. [원•하청 공동투쟁] 농성에 돌입하며 드리는 글에, 정규직 동지들에게 현장에서 결사항전에 나서달라는 당부의 말이 있다. 총고용 보장을 쟁취하기위한 원•하청 공동투쟁을 말하는 것 아닌가?

답변 ‘총고용 보장 쟁취!’라는 민주노조 구호 자체가, 정규직 조합원들만이 아니라 하청노동자들의 고용까지도 보장해야한다는 것이다. 구호 자체에 이미 원‧하청 노동자 공동투쟁이라는 정신이 스며들어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많이 요원하다.

[사진: 현중 사내하청지회 제공]
특히 미포조선의 경우, 정규직 노조 집행부와 대의원들이 20년째 어용세력이다. 특히 현 집행부는 2년전 KTK선박 먹튀폐업 당시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파괴시켰던 장본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조합원들은 똑같은 노동자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현장에서 아래로부터 공동투쟁의 흐름이 만들어져야한다.

지난 한달동안 현장에서 투쟁할 때, 고용 위기 상황에서 하청노동자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이 문제였지만, 정규직 조합원들조차도 냉랭한 눈빛이었던게 안타까웠다. 한마디로 하청들 쫓겨나면, 그래도 정규직 조합원들은 전환배치는 될지언정, 고용은 보장되지 않겠냐는,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기 때문이었다.

뭉치면 다같이 살고, 흩어지면 다 죽는 게, 현재 대형조선소 현실이다. 정규직 조합원들과 하청노동자들이 공동으로 투쟁해서, 총고용보장을 쟁취해야, 자본가들이 쳐놓은 그물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직영이나 하청이나 월급봉투는 반토막난지 오래다. 일부는 조선업종을 이미 떠나고 있다.

고공농성의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도 있다.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원하청 공동투쟁을 호소하는 것이다. 하청노동자들이 고용보장의 방패막이가 아니라, 원‧하청 모두의 고용을 보장받아낼 때, 더 나아가 삭감된 임금 마저도 회복시킬 수가 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이 왜 지금 흑자인지, 주식값은 왜 오르는지 너무나도 뻔하지 않는가. 정규직 조합원들 및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가들의 공세가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그 공세에 파열구를 낼 수 있는 것은 원‧하청 공동투쟁 뿐이다. 다시한번 총고용 보장을 쟁취하기 위한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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