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혁명 50년 후, 다시 불붙은 프랑스 노동자·학생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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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집회 전경. 사진: 로이터]

올해 5월은 ‘68혁명’이 있은 지 정확히 50년이 되는 해이다. 워낙 큰 역사적 사건이다 보니 프랑스에서는 진보운동에서뿐만 아니라 주류 언론이나 학계에서도 ‘68혁명’ 50주년을 기념하느라 떠들썩하다. 그런데 올해 5월은 단순한 기념식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프랑스의 국영철도(SNCF) 노동자들이 엠마누엘 마크롱 대통령의 철도 민영화 시도에 맞서 대대적인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마크롱이 추진해 왔던 노동개악에 맞선 파업의 물결은 교사, 간호사, 공무원 등 공공부문을 넘어서 카르푸, 에어프랑스 등 민간부문 노동자들에까지 퍼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학생들 역시, 대학 입시에 선발, 경쟁 논리를 도입하려 하는 마크롱의 ‘비달 법(la loi Vidal)’에 반대하여 총회를 열고 학교를 점거하며 투쟁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50년 전 노동자 파업과 학생들의 거리 시위가 결합하면서 폭발력을 발휘했던 ‘68혁명’을 연상시킨다.

1968년 3월 22일 그리고 2018년 3월 22일

‘68혁명’의 시발점은 그해 3월 22일 파리 낭테르(Nanterre) 대학의 학생들이 대학본부를 점거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우연히도 그로부터 정확히 50년 후인 지난 3월 22일 역시 이번 투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첫 번째는 마크롱의 국영철도 개혁안 및 공공부문 인력 감축, 임금 동결에 반대하는 철도 노동자들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전국적 집회였다. 이날 집회는,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추산 50만 명 이상이 참여하여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마크롱의 국영철도 개혁안은 철도노동자들의 종신고용제 폐지, 조기퇴직 후 받게 될 연금 감액을 골자로 하나, 철도노동자들은 이를 사실상 민영화의 예비 단계로 보고 있다. 공공부문의 경우 마크롱의 계획은 임금을 계속 동결하고 향후 4년간 12만 개의 일자리를 감축하는 내용이다.

이날 파리에서 열린 철도 노동자 집회는 CGT뿐 아니라 전국자율노조연합(UNSA), 프랑스민주노동동맹(CFDT), 연대·단결·민주(SUD)가 같이 주최한 것인데, 보다 급진적인 성향의 SUD는 이날 집회뿐만 아니라 파업도 호소해서, 약 35% 정도의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50만 명이라는 숫자는 작년 10월 10일 공공부문 파업 때의 40만 명보다도 더 큰 숫자이다. 180개 도시에서 집회가 있었는데, 모든 곳에서 그때보다 참가자 수가 늘었다. 또한 초등학교에서는 전 교원 중 절반이 파업에 참여했고, 공공재정 부문 노동자들은 전국적으로 파업 참가율이 40% 정도였다고 한다. 병원 노동자들, 우편 노동자들도 파업에 참가했다. 보르도(Bordeaux)에서는 20개 우체국이 약 2주 동안 파업을 전개하였다. 수천, 수만 명의 교사, 간호사, 철도노동자들이 바스티유 광장에 모여서 집회를 했다.

두 번째는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에 위치한 몽펠리에 대학 법과대학 학생들의 투쟁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마크롱 정부의 ‘비달 법’(교육부장관 프레데리크 비달(Frédérique Vidal)의 이름을 딴 것이다)에 반대하는 점거투쟁을 진행 중이던 학생들은 그 다음날인 23일 저녁에 총회를 다시 열기로 결정하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강당을 점거하고 있었다. ‘비달 법’은 학생 선발 권한을 대학에게 일부 부여하는 내용의 법이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듯이, 프랑스에서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장과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 합격증만 있으면 어떤 대학, 어떤 학과든 지원할 수 있고 특정 학과에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 추첨으로 결정하는 제도가 수십 년간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마크롱 정부는 이것을 건드려서, 일부 학과의 경우 학생에게 추천서 등의 추가적인 서류를 요구하는 식으로 학생을 불합격시킬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프랑스 대입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법이니, 고등학생들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거센 반발, 연이은 점거 투쟁이 일어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몽펠리에 대학 법과대학 학생들도 이런 연유로 투쟁하게 되었다.

그런데 50여 명의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있던 3월 22일, 갑자기 복면을 쓴 괴한들이 각목을 들고 나타나서 학생들을 폭행하고 강제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증언과 당시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많은 학생들이 피를 흘리고 심한 부상을 입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9명의 학생들은 괴한들을 들여보내고 폭행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법과대학 학장 필립 페텔을 경찰에 고발했다. 페텔은 처음에는 점거 중인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자기는 아무도 들여보낸 적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결국 경찰 조사를 받은 후 학장직에서 사임했다. 다른 교수진들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 온라인 매체에 실린 한 기사에 따르면, 평소 같았으면 투쟁을 하는 학생들에 대한 경찰 폭력 등은 용인되고, 이런 투쟁에 ‘엄정 대처’하는 학교 관계자들은 승진을 할 텐데, 경찰이 예상 외로 단호한 처벌 의지를 표명하는 이유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은 아니겠냐는 추측도 있다. “학생들과 공공부문 노동자들 모두에게 중대한 장기적 도전장을 던진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자기의 개혁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순조롭게 밀어붙이고 싶을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고, 마크롱은 대립을 한층 첨예화하면서까지 극우파 루저 한 명에게 정치적 자본을 낭비하기에는 너무 영리하다”는 것이다. 마크롱의 내심을 알 수는 없겠지만, 이런 분석이 나온다는 것은 프랑스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힘이 결코 얕잡아 볼 정도가 아님을 의미한다.

[프랑스의그랑제콜 파리정치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점거시위가 일어났다. “마크롱 독재에 반대하는 시앙스포 학생들”, “여기야말로 남을 선발하는 사람들이 양성되는 곳이다, 엘리트 공장을 폐쇄하자”, “마크롱, 네 모교는 폐쇄됐어” 등의 문구가 적인 현수막이 걸려있다.]

아무튼 이 유례없는 폭력 사태는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고, 보르도, 낭시, 낭트 등 다른 대학의 학생들도 연대하는 움직임을 만들어 갔다. 몽펠리에 대학 학생들 역시 점거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투쟁에 대한 지배세력의 노골적인 탄압이 오히려 더 강력한 투쟁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민간부문까지 확장되는 파업, 전국으로 확산되는 대학생 점거 투쟁

3월 22일의 성공을 발판 삼아, CGT, CFDT, UNSA 등 프랑스국영철도회사(SNCF)에 있는 주요 노동조합들을 중심으로 철도 노동자들은 4월 3일부터 파상파업을 시작했다. 6월 28일까지 거의 석 달 동안 3일 일하고 2일 파업하는 일정을 이어나가기로 한 것이다. SUD는 무기한 파업을 호소하는 한편, 현장 노동자들 스스로가 일일 총회에서 파업 계획을 결정할 것을 장려했다고 한다. 『자코뱅』 기사에 따르면, 파업 참여율은 전체 15만 철도노동자 중 34% 정도라고 한다. 보수 언론과 정부가 연일 철도노동자를 ‘기득권층’으로 매도하고, 자신들의 개혁이 철도민영화와 무관하다고 변명함에도 불구하고 파업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TGV의 경우, 예정된 8대 중 1대 정도만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파리 지역 노선의 경우 평소의 1/4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 SNCF 사장은 9일 방송에 출연해 이제까지 파업으로 인해 약 1억 유로(1천 300억 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배계급은 단지 물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기, 자신들의 지배 위기를 분명히 느끼고 있을 듯하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월 22일 집회 및 파업에 대해 응답자의 55%가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3이 공공서비스의 악화가 정부의 예산 감축 탓이라고 답했다. 4월 1일에는 46%가 노동자들의 파업이 정당하다고 응답했고, 이는 한두 주 전의 42%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이다.

한편 집권 초반 60%에 달하던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은 올해 3월 말 40%로 떨어졌다. 특히 프랑스 여론기관들이 12∼16일 유권자 1,2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8%는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중 ‘매우 불만족’은 24%나 되었고, 나머지 34%가 ‘비교적 불만족’이었다. 집회에서 시민들은 “나의 철도노동자를 건드리지 마라. 그는 내 공공서비스도 지켜주는 사람이다.” “마크롱, 당신은 프랑스를 ‘전진’하게 만들겠다고 했는데, 성공했다. 프랑스 전체가 거리로 나왔다!”(마크롱이 만든 당 이름이 ‘전진하는 공화국’이라는 사실을 비꼰 것이다)라고 손으로 쓴 피켓들을 들고 나온다.

[집회에서 마크롱의 얼굴가면을 불태우고 있다. 사진: 로이터]

상황이 마크롱 정부에게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은 파업이 민간부문으로도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 진출했었던 카르푸(Carrefour)의 노동자들이 전국적 파업에 돌입했다. 연초 카르푸는 2,400여 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했고, 300개의 점포를 폐업시켰다. 한편 카르푸 노동자들이 받는 보너스는 작년 610유로에서 올해 57유로로 곤두박질친 데 반해 주주들은 작년 3억 4,500만 유로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4월 1일자 『피가로(Le Figaro)』의 보도에 따르면 카르푸의 파업 참여율은 거의 50% 정도라고 한다. 에어 프랑스(Air France) 역시 6%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2월 말 이래로 벌써 네 번째 파업에 들어갔고, 전체 노동자들의 1/3 정도가 참여했다. 원자력 발전소 노동자들, 전기 설비 노동자들이 있는 에너지 부문에서도 CGT의 깃발 아래 파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더하여 환경미화원 노동자들도 퇴직연령 하향 및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비달 법과 마크롱 정권에 맞선 대학생들의 점거 투쟁도 확대되고 있다. 이미 12개 대학이 ‘파업’ 중이다. 예를 들어 몽펠리에에 있는 폴 발레리 대학의 경우 2,000명이 모인 총회에서 무기한 수업 봉쇄 및 파업을 결정했는데, 1968년 5월에 그랬던 것처럼 “뱅센느 2.0(Vincennes 2.0)” 같은 일종의 대안 대학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학생과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만남과 연대도 이루어지고 있다. 『먼슬리 리뷰』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폴 발레리 대학에서 파업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노동자들, 홈리스들, 노인들을 총회에 초대하여 노동자들의 지지와 관심을 받았다. 그들의 행동 위원회는 학생들뿐 아니라 교직원들과 학내 노동자들을 포함한다.” 또한 『르몽드(le monde)』의 보도에 따르면 리옹, 릴, 스트라스부르, 보르도 등에서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철도노동자들의 집회에 참여했다. 학생들의 이러한 투쟁에는 라 프랑스 앵수미즈(FI)와 반자본주의 신당(NPA) 등의 급진 세력들이 어느 정도의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그림 속의 구호는 “내 철도, 내가 지킨다”. 사진: AP Photo]

지배질서가 흔들리는 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현실화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정치에 대해서는 이슬람 혐오와 극우파의 부상을 염려하는 비관적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 좌파와 노동자민중의 힘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은, 작년 대선에서 좌파 정치인 장 뤽 멜랑숑이 선전한 것에서부터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프랑스 대선 직후 나온 『사회주의자』 기사 「프랑스 대선: 무너지는 지배질서와 새로운 가능성」은 프랑스에서 기존의 정치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자본주의 지배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 멜랑숑은 그런 기존 지배질서와 철저히 단절했기 때문에 여러 정치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설명한 바 있다. 지금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크롱을 앞세워 친자본 정책을 밀어붙이는 지배계급과 노동자민중 사이의 대결에 의해, 기존 지배질서가 무너진 자리에 어떤 새로운 질서가 들어설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지배계급이 바라는 무소불위의 자본주의인가 아니면 노동자민중의 삶이 보장되는 새로운 사회인가, 이를 둘러싼 투쟁이 지금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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