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1노조는 하청조직화가 관건, “하청 대중 스스로 싸워봐야 조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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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대중공업지부]

원청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는 2013년 민주노조가 복원된 후, 2014년과 2015년 역사적인 파업을 진행했고, 2016년 압도적인 찬성으로 금속노조로 재가입했다.

그 기간 동안 현대중공업 사측은 분사·분할 등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그 목적은 3세 경영과 이윤을 위해서였다. 반면 현대중공업 정규직 조합원들은 사측의 구조조정에 밀리고 말았다. 정규직 조합원들은 그 이유를 점차 인지하게 됐다. 즉 사내에 있는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하여 생산에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투쟁효과가 없었던 것이었다. 민주노조를 복원한 후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면서, 정규직 조합원들 사이에 하청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 원·하청노조는 작년부터 1사1노조를 추진해 왔다. 그리고 지난 7월 9일 현대중공업 지부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중공업지부·일반직지회·사내하청지회 통합 시행규칙 제정 안건이 통과되었다.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추가예산 사용 승인 건도 통과되었다. 작년에 규정을 개정하면서 1사1노조로 간 것이 상징적인 선언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사업으로 본격화되는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의 일보전진을 이뤄낸 현대중공업 1사1노조

민주노총 조합원이 최근 몇 년 동안 약 10만 명 가까이 늘었다. 이 많은 숫자 이면에는 대부분의 조합원이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조직되었다는 사실을 잘 보아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사내하청 문제에 대해서, 대공장,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은 대개 민주파 집행부라 할지라도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훼손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1사1노조 분리로 정규직과 하청간의 불신이 더 깊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 고용문제에서 방패막이가 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도리어 지금은 취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각종 보수언론이 대공장 정규직노동자들이 속해있는 노동조합을 귀족노조로 호도하고 있고, 그 영향 속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하청노동자들마저도 정규직 노조를 외면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고용보장, 임금인상에 있어서 정규직 노조는 어용들이나 민주파나 별 다를 게 없었다.

이 속에서 현대중공업의 1사1노조 추진은 대공장, 대기업 민주노조운동이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일보전진을 이뤘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제 현대중공업의 노동운동이 어떤 길을 가는지 전국의 모든 사업장이 눈여겨 지켜보고 있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새로이 전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이다.

어용세력들의 발호

7월 9일 대의원대회는 철저하게 1사1노조를 추진하자는 ‘민주파’ 대 이를 반대하는 ‘어용’세력의 구도로 진행되었다. 어용세력들은 작년 1사1노조 규정 개정과 달리 후속조치 성격이 강한 올해 규칙 제정 과정에서는 노골적인 반대를 표명했다.

어용들은 회사가 잘 나갈 때나 어려울 때나 항상 사측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어용들은 8월 15일 정도면 가동이 중단되어 고용불안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해양플랜트 문제를 들먹이며 1사1노조의 정당성을 엎으려 했다. 정규직 조합원은 안 챙기고 1사1노조나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말로는 고용보장을 얘기하지만 실제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고,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하청노동자들과의 거리두기를 종용하는 것이다. 동일하게 고용불안이 발생하는 하청노동자들의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오히려 하청노동자들이 이런 어용의 작태를 보면서 노동조합으로 더 가까이 왔으면 좋겠다.

또한 어용들은 대의원대회에서 통과시키면 될 안건을 굳이 총회를 열어 통과시키자면서 반대했다. 게다가 대의원대회에서 이미 통과된 사안에 대해 여전히 선전물을 통해서 줄기차게 반대하고 있다. 이를 보면 애초 1사1노조 생각이 없었다는 것 아닌가? 삼류 코미디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용조직 중 하나가 사측과 같은 인쇄소에서 선전물을 제작한다는 사실만 봐도, 그들이 누구의 논리를 대변하는지 알 수 있다.

하청, 스스로 조직되어야한다

현중지부가 하청지회와 지속적인 논의 끝에 만들어낸 1사1조직은 이전과는 다른 시도라고 생각한다. 지난 십 수 년간 정규직노조는 하청노동자에 대해 ‘하청업체 처우개선’이라는 문구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청노동자들의 닫힌 마음을 열게 만드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작은 것부터(하기휴가, 성과금, 학자금 등) 동일화 시켜야 한다.

그 중에서도 1사1노조 추진의 제1과제는 하청 조직화이다. 원·하청 단일노조를 하더라도 정작 하청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으면 정규직만의 노동조합과 다를 게 없다. 1만여 명 정규직 조합원(비록 정년퇴직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지만) 대 2백여 명의 하청조합원(아무리 하청노동자가 몇 만 명이라 한들)이라는 현재의 상태는 이런 상태를 극명하게 대비해서 보여준다.

한때 1사1노조 모범 사례였으나 결국 실패 사례로 언급되는 기아차의 경우, 1사1노조는 하청노동자가 대거 조직화된 후 이루어졌다. 하청노조 조합원이 1천2백여 명으로 상당수 하청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조직되었고, 하청노조 독자 파업으로 공장을 세울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현대중공업에서는 1사1노조 추진의 전제조건인 ‘하청조직화’를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현장분위기는 모든 것이 다르다고 생각된다. 자동차 비정규직의 경우는 불법파견 소송을 통해서 조합원이 배가되었다. 반면에 현대중공업 같이 부딪히면 깨지고, 넘어지면 부러지고, 떨어지면 죽는 현장조건을 가진 조선업종 사업장이 조직화하기는 더 나을 수 있다. 자동차 사업장 투쟁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하청 스스로 싸워보며 뭉쳐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청노조가 독자 파업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조직력과 전투력을 갖추어야 한다.

구조조정,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분쇄할 수 있다

2015년 현대중공업에서는 하청노조 집단가입이 원·하청 노조 공동사업 사상 최초로 전개되었다. 그 결과 캠페인을 통해서 대규모 집단가입까지는 아니었지만, 상당수 조합원이 가입했다. 그 후 이 조합원들이 2016년에서 2017년 하청노조 임단투 투쟁 주체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대중공업 사측이 2015년 6월 1일 구조조정 중단을 발표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노조가입을 했고 그 힘을 두려워한 사측이 사태수습을 위해 구조조정을 중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더 큰 투쟁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나머지 사측은 잠시 접었던 구조조정을 재개하여 노조가 손도 쓰지 못할 정도로 밀어붙였다.

구조조정을 분쇄하는 길은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궁극적으로는 공동파업 밖에 없다. 특히 현장에서 대중적인 공동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직영 대 하청이라는 차별을 넘어 실질적인 단결을 이룰 수 있다. 2018년 1사1노조 추진과정에서 소위원이나 현장조직과 같은 제일 낮은 조직에서부터 원·하청 연대를 시작하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일수도 있다고 본다.

정규직 의존성 타파하고 하청 스스로 싸워보며 뭉쳐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하청 공동투쟁이든 1사1노조이든 그 전제조건은, 하청 조직화인데, 하청 조직화는 누가 대신해줄 수 없다는 점이다. 정규직 의존성은 철저하게 타파되어야할 대리주의일 뿐이다. 하청 스스로 싸워보며 그 과정에서 하청 스스로가 뭉쳐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사업장에서의 교훈도 마찬가지이다.

하청노동자들은 아직 노조가입 조차도 힘들어하고 있다. 대중들은 참인지 거짓인지 금새 알아챈다. 열 마디의 말보다 단 한 번의 실천이 중요하다. 하청노조 간부들이 중심을 잡고 하청노동자 대중들의 스스로의 투쟁을 조직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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