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노조 산별전환, 이제 원·하청 단일노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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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주노총 울산본부]

이 글은 12월 22일 가결된 현중노조의 금속산별노조 전환에 대해 사내하청지회 활동가들의 생각을 듣고자 기획된 기고문이다. 현중 노동자의 향후 투쟁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열사 추모집회 중 들려온 현중노조의 산별전환 소식

2016년 12월 22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날은 박근혜 정권의 탄생과 동시에 비정규직 탄압이라는 큰 절망 속에 자결하신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故 이운남 열사의 4주기 기일이었다. 이운남 열사는 하청노조 초대 조직부장으로 2003년 노조설립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2004년 “하청도 인간이다”를 외친 박일수 열사의 분신 3일 뒤에 크레인 점거농성을 벌이다 폭력진압과 구속을 당했다. 이후 오랜 기간 외상 후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고생하며 고달픈 삶을 살았다. 2012년 12월 22일은 손배가압류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가 자결한지 3일이 지난 뒤였고,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하다 사측의 구사대 폭력에 짓밟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린 소식이 SNS로 급박하게 전해지던 날이었다. 이운남 열사는 이러한 사건들에 가슴 아파하며 며칠 동안 주변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가 그렇게 돌아가셨다.

그런데 박근혜 퇴진 투쟁의 역사적인 해에, 열사의 기일에 열린 추모집회가 끝나갈 즈음, 놀랍고도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정규직 현중노조가 조합원 총회에서 76%가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금속산별노조로의 전환을 가결한 것이다. 이로써 현중노조는 금속노조를 통해 다시 민주노총의 일원이 됐다. 어용노조의 길로 접어든 현중노조는 2004년 박일수 열사 투쟁 과정에서 어용 대의원들을 동원해 열사의 영안실을 침탈하고 폭력으로 열사의 영정을 짓밟는 만행을 저질러 당시 금속연맹으로부터 제명을 당했었다. 박일수 열사와 현중노조의 제명. 박일수 열사에서 이어진 이운남 열사의 죽음. 박근혜 탄핵과 이운남 열사, 그리고 현중노조의 복귀. 열사 추모의 날에 극적으로 벌어진 12년만의 복귀는 그 자체로 많은 상징성을 갖는 사건임이 분명하다.

산별전환의 핵심, 공장 전체를 멈출 노조로 거듭나는 것

2016년 9월말 현중노조의 산별전환 추진 소식을 접한 하청지회는 그 자체로 환영의 입장을 전달했다. 산별전환은 구조조정 저지와 분사 철회를 위한 강고한 투쟁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또한 이 과정에서 대대적인 하청조직화와 그에 맞는 조직개편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모든 조직형태 변경은 투쟁과 조직화 사업의 활력 극대화에 복무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즉 산별전환으로 형식을 갖추고, 동시에 투쟁과 조직화로 내용을 채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청지회는 2016년 10월 7일 쟁의대책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아래와 같은 입장을 결정하고 현중노조와 금속노조에 각각 전달했다.

<현중노조 산별전환 추진 관련 하청지회 입장>

1) 현중노조의 금속산별전환 추진을 환영한다.
2) 금속산별 전환은 당연히 구조조정 저지와 분사 철회를 위한 제대로 된 투쟁이 전제되어야 한다.
3) 현중사내하청지회는 대대적인 하청조직화 병행과 이후 그에 맞는 조직개편 계획 확약을 전제로 1사 1조직 문제의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4) 금속산별 전환과 1사 1조직 등 모든 조직형태 전환의 문제는 투쟁과 조직화 사업의 활력 극대화에 복무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다.

사실상 산별전환의 진정한 의미는 현대중공업 내 모든 원·하청 구성원을 조합원으로 포괄하는 것에 있다. 노동조합의 힘은 파업으로 공장 전체를 멈출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현대중공업과 가까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노동계와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력이 있는 것은 단순히 산별노조이기 때문이 아니라, 생산라인을 모두 멈춰 세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전국 5만의 정규직 조합원이 노조로 뭉쳐 있고, 사내하청은 1만여 명이다. 울산 생산직만 보면 정규직이 2만5천, 사내하청이 3천 정도이다. 이에 비해 현대중공업은 현재 정규직 조합원이 1만4천, 하청이 2만8천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정규직 조합원이 2천7백, 하청이 7천3백이다. 현대차와는 상황이 많이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산별전환의 핵심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5만 원·하청이 생산 전체를 멈출 수 있는 힘을 갖는 단일노조로 거듭나느냐에 있다. 2017년에 더욱 거세질 대량해고 구조조정을 중단시킬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올 수 있다.

금속산별노조의 정신과 원칙은 원·하청 단일노조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착취를 확대 강화하는 세계 자본과 각국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2001년 산업별 노동조합인 금속노조가 건설됐다. 이것은 비정규직 하청체제가 확대되고, 이에 노조 조직률은 하락하고, 민주노조 운동에 대기업 이기주의 등 기업별 의식이 고착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또한 외주화, 모듈화, 해외 공장이전 등 구조조정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을 더욱 잘 하기 위해 형식적 조건을 갖추는 일이었다. 즉 산별노조의 정신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뭉치는 것이고, 이를 규약으로 명시한 원칙이 바로 ‘1사1조직’이다.

금속노조 규약 제44조(지부와 지회)

① 조합은 조합원 의견수렴, 조합결정사항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집행과 함께 공동투쟁의 조직, 일상적 연대활동, 상호지원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산하에 지부와 지회를 둘 수 있다.
② 비정규직, 사무직에 대한 조직편제는 1사1조직을 원칙으로 한다. 단 해당단위의 결정에 따른다.

※ 여기서 ‘해당단위의 결정’이란 비정규직, 사무직 단위의 결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중노조의 금속산별전환은 하청노동자를 노조로 조직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리고 사무직 노동자가 함께 할 때 더욱 강화된다. 대량 정리해고로 이어질 2017년 구조조정에 맞서 정규직노동자가 살 길은 힘 있는 원·하청 단일노조의 건설 밖에 없다. 또한 산업재해와 대량해고로 죽어가는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멈출 수 있는 길도 노동조합 밖에 없다. 하청노동자를 노조로 조직해 함께 투쟁하지 않는 이상 대량해고 구조조정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생산은 정규직노동자보다 2배 이상 많은 하청노동자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청노동자 노조 집단가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수백 개의 업체로 쪼개져 뿔뿔이 흩어져있는 하청노동자들이 기업별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노조탄압과 블랙리스트의 두려움으로 단번에 뭉치기가 어려워 노조 결성과 운영에 상급단체라는 우산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2003년에 결성한 현중사내하청노조는 2004년부터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지회 형태로 지금까지 노동조합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2014년에 결성된 과장급 이상 현중일반직지회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노조가입이 쉽고, 전국 15만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7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연대와 지원이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 노동과세계]

그런데 그동안 기업별노조였던 정규직 현중노조가 분사 구조조정에 맞서 산업별노조로 조직형태를 전환했다. 하청지회, 일반직지회와 똑같이 민주노총 가맹조직인 금속노조의 일원이 된 것이다. 금속노조는 일체의 고용형태나 조건을 두지 않고 단일조직을 추구하는 노동조합이다. 따라서 정규직의 산별전환 이후 하청지회·일반직지회와 함께 명실상부한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된다. 대다수의 하청노동자가 아직 하청지회로 가입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노조의 산별전환과 1사1조직 추진은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집단가입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최고의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1사1조직의 추진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는 5만명의 원·하청노동자가 단일노조를 건설한다는 대의를 전제로, 투쟁과 조직화 사업의 활력을 극대화한다는 원칙에 복무하며 추진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금속노조의 1사1조직 원칙은 많은 난관에 봉착해 온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지부는 3번이나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고, 현재도 비정규직지회가 별도로 존재한다. 기아차지부는 1사1조직이지만 추진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논란, 상처를 남겼다. 엄밀히 말하면 기아차지부는 비정규직지회와의 통합 합의를 부정했고, 2차 업체 조합원을 배제했다. 대공장에서 1사1조직은 비정규직 하청조합원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비정규직 하청노조는 최대한 넓게 요구하고, 정규직노조는 최대한 좁게 주장하기 마련이다. 정규직노조는 책임성 문제를 이유로 고용안정성을 중심으로 조합원 가입을 받으려는 경향성을 가진다. 현대중공업의 민주노조운동 전체에 올바른 1사1조직 추진이 중요한 이유이다.

열사를 짓밟았던 오욕의 역사, 현중노조의 조직적 성찰이 필요하다

하청지회는 두 분의 열사를 모시고 있다. 2004년 2월 박일수 열사와 2012년 12월 이운남 열사. 특히 하청노조의 탄생과 동시에 시작된 탄압의 과정에서 “하청도 인간이다”를 외치며 산화해 가신 박일수 열사에 대해 우리는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어용이었던 정규직노조 집행부가 어용 대의원들을 동원해 열사의 영안실을 침탈했던 오욕의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일로 현중노조는 당시 금속연맹에서 제명당했다. 따라서 현중노조의 금속노조 산별전환은 오욕의 역사를 완전히 청산하겠다는 열사 앞에서의 다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열사의 영정을 짓밟았던 오욕의 어용노조 역사를 완전히 청산하는 역진불가의 조직적 성찰은 필수이다. 이것이 선별전환과 원·하청 단일노조 건설의 전제이다.

대량해고/임금삭감/노조무력화/경영세습 구조조정을 박살내겠다는 강고한 투쟁의지가 산별전환 압도적 찬성으로 표출됐다. 산별전환은 새로운 투쟁의 시작이자, 민주노조 사수의 발판이다. 그리고 5만 원·하청 단일노조 건설의 출발이다. 또한 ‘하청조직화’라는 대의에 복무하며 열사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다. 현중노조의 산별전환, 무늬만 바뀔지 강력한 무기로 쓰일지 이제 선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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