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을 이뤄내는 첫발을 내딛는 투쟁—서진 노동자 변주현, 윤태현 조합원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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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중 사내하청지회]

[편집자 설명] 건설장비를 만드는 곳인 현대건설기계의 하청업체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은 2019년 8월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 2017년 2월 현대중공업을 4개사로 인적분할하면서 생긴 회사로 현대중공업지주의 계열사로 되어 있다. 노조가 결성되자 서진이엔지 사측은 교섭을 해태했고 결국 2020년 7월말 모든 노동자에 대한 해고와 폐업을 통보했다. 조합원들은 이것이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한 위장폐업이라 여기고 천막농성, 선전전 등 다양한 투쟁을 지속하였다.

다른 한편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은 2020년 8월 18일 울산 노동청에 현대건설기계에 대한 불법파견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결국 노동청은 12월 23일 원청 현대건설기계가 불법파견을 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올해 1월 28일까지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원청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은 이런 시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에 서진이엔지 조합원들을 필두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5일까지 현대중공업 본사(서울 계동), 현대건설기계 본사(분당 퍼스트타워), 현대글로벌서비스(부산 해운대), 현대중공업 정문(울산 동구) 등 총 4곳에서 2주간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노숙농성 투쟁을 전개하였다. 『사회주의자』에서는 지난 2월 3일 서울 계동 현대사옥 앞 농성장을 방문하여 농성에 참여 중인 변주현, 윤태현 조합원과 현재 진행 중인 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Q1. 인터뷰의 서두로 간략히 자기소개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진이엔지에는 언제 입사해서 어떤 일을 주로 하셨나요?

윤태현 2008년에 입사해서 13년간 일을 했고, 굴착기 만드는 데에서 용접 업무를 했습니다.

변주현 저는 서진이엔지에는 2019년 2월에 입사를 했구요, 일한 지 3~4개월 후에 선배 권유로 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Q2. 작년 12월 23일,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명령이 나왔는데, 현장에서 불법파견이라고 느꼈던 실제 경험은 무엇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윤태현 처음 노조가입 하기 전까지는 불법파견이라는 것을 잘 몰랐어요. 입사 당시부터 본청(현중)의 정규직 반장이 하청 직원인 저의 잔업이나 주말 특근 등 모든 것을 관리했어요. 그때는 법인 분할도 하기 전이였고 건설장비 사업부였거든요. 그래서 사무실도 같이 썼어요. 우리는 라인으로 일을 했는데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들이 같은 라인에서 일을 하고 관리 감독도 똑같이 받았어요. 너무나 명백한 불법파견인데 현중 본청에서는 절대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는 거죠.

[사진: 사회주의자. 추운 날씨에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윤태현, 변주현 조합원]

Q3. 노조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고 불법파견 시정명령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변주현 제 경우는 입사할 때 아무것도 모르고 오로지 용접을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입사를 했어요. 그 당시 현장에 있는 선배들에게 여쭈어 봤어요.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기술자이고 연차도 꽤 되시니까 저보다 훨씬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니라고 너랑 별 차이 없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급여명세서를 봤더니 정말 별 차이가 안 나는 거예요. 보통 10년여 년 넘게 일하신 분들인데, 그저 최저시급 약간 웃도는 정도여서 깜짝 놀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조직부장님이 지금 우리가 부당한 게 이렇게 많은데 노조에 가입하여 함께 해결해 보자고 제안하셨고, 저도 그런 마음이 들어서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윤태현 저는 13년 동안 일했기 때문에 근속이 오래된 편입니다. 지금 저희가 하는 일 자체가 정규직이 하기 꺼려하는 힘든 일들을 도맡아서 하고 있어요. 4~5년 근무한 후배들 보면 정말 딱 최저시급을 받고 있어요. 2017년 최저시급이 기존보다 좀 높은 폭으로 오르면서 사측이 최저 시급을 맞추려고 수당을 없애면서 최저시급을 올려 준 척 한 거죠. 그렇게 되니까 결과적으로는 우리 기본급이 삭감이 된 거예요. 또 저희가 무급휴가를 많이 갔어요. 일 없다하면 무급으로 돌리고, 그러한 일이 계속 생기니까 불만이 쌓이고 부당함을 느끼게 된 거죠. 그러던 차에 비정규직 노조에서 노조가입을 권유를 해서 마음을 모아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사업장 폐업 통보를 받고나서 본격적인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고용승계 등을 내걸고 6개월 넘게 투쟁하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하청업체를 들어내버리는데 막을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불법파견에 대한 전정서를 내는 거였죠. 그 와중에 사업장은 폐업이 되고, 약속했던 퇴직금도 제 날짜에 안 나왔어요. 그래서 선전전도 하고 항의도 하러 갔지만 현중 본청 경비대에게 폭행당해서 코뼈도 부러지고, 많은 탄압을 당했어요. 그러면서 우리도 직접 고용 투쟁으로 전환한 거죠. 한편으로는 직접 고용 투쟁을 하고 한편으로는 고용노동부에 시정명령을 빨리 내리라고 하면서 한 달 넘게 매일같이 선전전을 했습니다. 그 결과 4개월 만에 노동부에서 불법파견이라는 시정명령을 받아냈습니다.

그래서 즉각적으로 원청에 해결하라고 요구했는데 현중 자기네는 “권한이 없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발뺌을 해서 결국 우리는 진짜 사장들이 있는(정기선 부사장, 권오갑 회장, 건설기계 본사 공기영 대표이사) 4개 거점을 나눠서 그들을 만나려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사측은 코로나를 핑계로 폐업을 했지만 결국은 우리들이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니까 위장폐업을 한 겁니다. 사실 우리 하청노동자들을 빼내자 제대로 생산을 할 수 없게 되어 현대건설기계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밖으로 빼낸 물량 물류비만 해도 한 달에 수십억이 들고 본 공장에서는 제대로 된 생산을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인데도 그들은 코로나 때문에 일거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폐업했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위장폐업입니다. 우리는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로 쫓겨 난 겁니다.

Q4.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기한인 1월 28일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여태껏 서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사측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변주현 하청노조를 인정하기 싫은 거죠. 요즘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더 많잖아요. 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가 계기가 되어 다 들고 일어날 수도 있고, 그래서 애초에 하청노조의 싹을 자르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우리를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윤태현 건설기계에는 3개 하청업체가 있어요. 라인작업으로, 도장, 조립이 있고 저희는 용접을 합니다. 이 중 한 공정이라도 빠지게 되면 굴삭기 한 대도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인정하게 된다면 남은 두 업체들도 분명히 같이 노동조합을 할 것이라고 판단하니까 우리를 더욱 인정하지 않는 거라 생각합니다.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거죠. 지금 우리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하고 노조를 인정하게 되면, 다른 하청노동자들도 직접 고용을 해야 하니까 사측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겁니다.

Q5. 현중사내하청지회는 1월 25일부터 서울 계동 현대중공업 본사, 성남 분당 현대건설기계 본사, 부산 해운대 현대글로벌서비스,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진짜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두 동지들도 계동 현대중공업 본사 앞에서 농성과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숙농성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윤태현 울산 날씨랑 달라서 확실히 많이 춥긴 춥네요. 농성하면서 첫 번째로 느낀 점은 역시 현대는 늘 똑같구나. 울산에서도 현중 경비대랑 몸싸움도 하고 많이 부딪혔는데, 늘 그랬습니다. 우리가 숫자도 많지 않지만 현중 사측은 항상 더 많은 경비대를 동원해서 힘으로 밀어내고, 폭력으로 진압해 왔어요.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첫날은 경비대가 2명밖에 없었는데 6명, 10명 계속 늘어나는 거예요. 우리는 진짜 사장을 만나고자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정문에서부터 바이게이트를 치고 물리력으로 막으며 못 들어가게 합니다. 일반시민들도 왔다갔다 하는데 우리는 조끼를 입었다는 핑계로 아예 진입조차 못하게 하니까 현대가 하는 짓이 늘 똑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힘으로만 노동자들을 짓누르고, 탄압하는구나.

변주현 오늘이 10일째인데 노숙농성이잖아요. 아~ 춥고, 화장실도 불편하고 씻지도 못하고 이런 생활적인 불편함이 크죠. 하지만 이런 생활적인 불편함보다 멀리까지 와서 농성하면서 면담요청이나 공문전달 시도, 선전전 등을 하는데도, 남들 다 들어가는 저 문턱 한번 못 넘어 보고, 나오라는 권오갑은 안 나오고 애꿎은 경비들만 보고 있고, 그게 더 화가 납니다. 저도 ‘현대가 하는 짓이 어디 안 간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 힘이 나는 것은, 우리가 이곳에 와서 우리끼리만 외롭게 투쟁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고 함께 연대해주셨던 것입니다. 너무 고맙고, 힘이 났습니다. 그리고 여기 근처에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도 싸우고 계신데, 서울이나 전국 어디서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우리와 같은 처지이고 똑같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심각하게 느꼈습니다.

[사진: 현중 사내하청지회]

Q6. 투쟁 속에서 현중자본의 행태를 보면서 현중자본에 대해서 뿐 아니라 자본의 마음대로 굴러가는 이 사회에 대해서도 이전과 다르게 바라보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태현 사실 노동조합 활동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죠. 처음 우리 요구는 너무나 작은 요구 하나였습니다. 노동조합 가입하고 투쟁하면서 연대를 다니다 보니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슷하더라구요.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너무도 열악한 환경 한 번 바꾸려던 건데 해고되고 위장폐업 당하다 보니, 50년 전에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다 산화하신 이유나, 그 세월이 지나면서 모든 것이 변했는데 노동환경은 변한 게 없고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노동조합 활동을 한 시간은 짧지만 그런 점들이 달리 보이게 되었고 이러한 것들이 자본가들이 만든 환경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개선시켜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변주현 저는 서진이엔지에 입사한 지도, 노동조합에 가입한 지도 얼마 안 된 입장에서,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 제 친구들이 관심이 없는 것과 같았어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직접 겪고 느껴보니까, 참 열불 나는 상황인 거예요. 우리를 쫓아내려고 경비를 충원하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할 돈은 있는데 우리를 직접 고용할 돈은 없다? 경기가 어렵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장도 자본가들이 코로나 시국이 되니 이때다 싶어 온갖 핑계 대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탄압하는 것을 보고 분노도 생기고,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까지 탄압하는지 답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런 불합리한 사회구조도 해고가 되고 투쟁을 하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거죠. 그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는데 함께 투쟁하고 연대하면서 나만 열심히 살면 다 되는 세상이 아니라 노동자와 자본가의 문제가 사회문제라는 것을 알고,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다른 것보다 우선 더 열심히 해봐야 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겼습니다.

Q7.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변주현 저는 지금 노숙농성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똑똑하지도 대단한 사람도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에 보탬이 된다면 기왕 하는 거 열심히 해봐 야겠다. 그런 마음 하나로 임하고 있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땐 그랬지 하면서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겠죠.

윤태현 지금 저희가 비정규직 노동자 아닙니까. 우리가 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이유는 우리의 승리뿐만 아니라 현중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을 이뤄내는 첫발을 내딛는 투쟁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연대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용접공이고 청소노동자고 업종을 떠나서 비정규직 전체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함께 연대하고 싸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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