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핵폐기물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당장 핵발전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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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시사매거진]

한국에는 핵발전소가 총 25기가 있다. 이 중 고리 1호기는 수명연장을 하지 않고 가동을 중단하고 2022년 폐로에 들어가며, 월성 1호기도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그러나 신규핵발전소 6기가 건설되고 있어 설계수명대로라면 2083년까지 모두 31기의 핵발전소가 운영되는 셈이다. 여기서 나오는 문제가 바로 핵폐기물 문제다. 핵발전소는 가동을 시작하면서부터 핵폐기물을 발생시키는데, 현재 가동되고 있는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경수로형 원전에서 약 400톤, 중수로형 원자로에서는 350톤이 발생하고 있다. 2015년까지 경수로형에서 6,735톤이 중수로형에서는 7,733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했다. 사용후핵연료는 가장 강력한 독성을 가지고 있고 그 독성이 천연우라늄 수준으로 감소하기까지는 약 30만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저장방식을 찾지 못한 채 지금까지 발전소 내에 임시저장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핵연료로 사용을 다 했다고 해도 계속 핵분열이 일어나고 있고 고온의 열을 계속 내고 있기 때문에 잘못 보관하면 자칫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사용후핵연료 다발을 20cm 간격으로 저장해야 하는데, 사용후 핵연료 양이 늘어나는 반면 저장시설을 갖추지 못해 5cm 간격으로 조밀저장하고 있다. 이제는 이마저도 조만간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이상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것이다. 심지어 월성핵발전소는 2019년이면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

고준위핵폐기물의 처리 방식으로 재처리와 저장소에 저장하는 방식, 이 두 가지가 논의되고 있다.

재처리는 사용후핵연료로부터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을 뽑아내서 전기 생산에 재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이 나오기 때문에, 국제조약에 따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일부 국가에게만 재처리가 허용되고 있다. 한국은 2015년 신한미원자력협정을 체결하여 실험실 규모의 재처리를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대전에 있는 원자력연구소에서 관련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재처리 기술과 관련해서 원자력연구원은 재처리방식인 파이로 프로세싱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주장하고 있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의 일종으로, 사용후핵연료에서 고방사능 물질인 세슘과 스트론튬을 분리하여 별도 보관하고, 플루토늄 등의 초우라늄 물질(TRU)을 분리해 고속로에서 태워 없애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아직 이 기술에 성공한 국가는 없다. 파이로 프로세싱을 옹호하는 이들은 핵물질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나, 부피가 줄어드는 만큼 핵물질이 고농도 핵폐기물로 바뀔 뿐이며 재처리 과정에서 또 다른 핵폐기물이 발생되기 때문에 폐기물의 양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일본조차 ‘핵연료 사이클 정책’의 핵심으로 1조엔을 들여 건설한 몬주고속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몬주고속로는 꿈의 고속로라 불렀지만 발전 3개월만에 냉각제로 쓰이는 나트륨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나 20년간 가동이 중단됐고, 기술적으로도 안전하지 않았으며, 유지관리비용만 천문학적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른 방식은 저장소에 저장하는 방식인데, 임시저장, 중간저장을 거쳐 영구처분된다. 임시저장 방법으로 핵발전을 끝낸 사용후핵연료를 핵발전소 내에 있는 수조에 담아 보관하는 방법(습식저장)과, 임시저장소에서 5년 정도 열을 식힌 사용후 핵연료를 꺼내 콘크리트와 금속용기에 보관하는 방법(건식저장)이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 내에서는 더 이상 저장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핵발전소 부지 밖에 저장소를 만들어 보관해야 한다. 이것을 중간저장이라고 한다. 결국 임시저장이나 중간저장 모두 영구처분을 하기 전의 임시저장 방법에 불과하다.

그런데 영구처분이 바로 문제이다. 아직 어느 국가도 영구처분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독성이 천연우라늄 수준으로 감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만 년에 달하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영구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현대과학이 입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저장소인 경주방폐장에서조차 해수가 유입되거거나 사일로 균열저장용기 부식이 생기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외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독일은 과거 소금광산에 만든 폐기장에서 지반 균열, 지하수 침윤 등으로 폐기물 드럼이 부식되자 폐기장 자체를 다시 이전해야만 했다. 중저준위폐기장의 실태도 이러한데 가장 강력한 독성물질인 고준위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이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재탕인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공론화

앞에서 밝힌대로 핵발전소 내의 저장공간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새로운 저장시설을 계획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13년 10월에 발족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20개월의 활동을 통해 권고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를 받아들여 영구처분을 골자로 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내놓게 됐다. 그러나 이후 공청회부터 파행을 겪으면서 사업은 진행되지 못했고,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권 때 진행된 공론화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재공론화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2018년 5월 재공론화를 위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출범시켰다. 재공론화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준비단은 활동을 2개월 더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하게 합의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의 재공론화과정은 신고리5,6호기 공론화에서 나타났던 문제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을 몇몇 시민단체와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결국 정권에게 탈핵의 책임을 면해주고 신규 핵발전소를 짓는 명분을 주었을 뿐이다(이에 대해서는 「탈핵, 신고리5,6호기의 틀에서 벗어나자」를 참고하기 바람). 고준위핵폐기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재공론화 과정도 다르지 않다. 몇몇 환경단체가 참여하고 있지만 구색을 맞춰주다 나쁜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해결의 첫걸음은 당장 핵발전소를 멈추는 것이다

핵발전이 위험한 것은, 운행 시작부터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까지 그 모든 과정이 결코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폭발사고와 방사선 피폭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이구동성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만 핵마피아와 정권만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핵발전소는 수없는 사고를 냈다.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고백이다.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방안으로 몇몇 외국 사례가 거론된다. 그러나 아직 어느 나라도 핵폐기물의 영구처분에 성공하지 못했고, 영구처분에 대한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지하 500m 밑 화강암반에 저장하는 심지층저장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스웨덴 환경법원은 이 방식의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최소 10만 년에서 30만 년까지 핵폐기물을 저장해야 하는데, 이를 저장하는 구리용기가 그 시간까지 견디지 못하고 부식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다른 경우인 핀란드도 부지를 선정하고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지, 그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는 아니다.

그렇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용후핵연료를 계속 쏟아내고 있는 핵발전소를 당장 폐쇄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최소한 처리할 수 없는 고준위핵폐기물의 증가를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핵발전소를 당장 폐쇄한다는 입장은 정권도, 환경단체도 내놓지 않고 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내놓은 결과는 2082년에야 핵발전을 멈춘다는 합의였다. 고준위핵폐기물 재공론화에서도 ‘지금 당장 탈핵’이 의제가 아니다. 현재 과학적으로 입증된 안전한 영구처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임시저장하는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늘어만 갈 수밖에 없고 결국 논의는 임시저장소를 늘리니 마니 하는 문제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언발에 오줌누기밖에 안될 것이다. 핵발전소가 계속 가동되고 증설되는 한 조만간 새로 늘린 임시저장소도 포화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핵발전과 핵폐기물처분을 분리해서 사고하면 영원히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준위핵폐기물의 재공론화는 핵발전소 가동을 지금 당장 멈춰 더 이상 핵폐기물을 양산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 이 기사는 핵재처리실험저지 30Km연대 이경자 집행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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