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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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셰필드. 최근 대학생들이 높은 집세를 못 이기고 시위에 나섰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의 특수한 문제다?

멈출 줄 모르는 토지와 주택의 가격 상승은 많은 민중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여기에다 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정보를 입수하여 투기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민중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그 결과 문재인의 지지율도 30%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부동산 문제에 대해 나오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이 문제를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로 규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 부동산 문제를 한국의 ‘천민자본주의’의 문제로 규정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서구에서처럼 원래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는 자본주의에서는 이렇게까지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모종의 이유로 자본주의가 천박한 방식으로, 잘못 작동되어 부동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가령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김승호 대표는 올해 3월 22일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부동산 문제는 한국 천민자본주의의 핵심적 측면 중 하나다. 재벌과 관료들의 주요 축재수단이다.”라고 하였다. 부동산 문제를 자본주의 일반의 문제로 보지 않고, ‘천민자본주의’가 판치는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로 보는 것이다.

만약 이 주장이 옳다면, 지금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자본주의 자체와 싸우는 일이 아니라, 한국의 ‘천민자본주의’와 싸워서 이를 서구와 같은 정상적인 자본주의로 바꾸는 일일 것이다. 반면 부동산 문제를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고 자본주의 체제 자체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로 본다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과연 부동산 문제가 정말 한국의 특수한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회주의자』에서 꾸준히 지적해 왔듯 자본주의에서는 토지의 사적 소유에 의해 지대가 계속 상승하며, 이러한 상승 추세가 배경으로 깔리기 때문에 토지와 주택의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토지와 주택에 대한 투기 역시 기승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전세계적인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 역시 현재의 부동산 가격 폭등에 기여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전세계적인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를 만들어 낸 것 역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체제다.

무엇보다 객관적인 현실도 위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상적인’ 자본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영국, 미국, 캐나다뿐 아니라 심지어 복지국가로 알려진 노르웨이에서까지, 이 모든 나라들에서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지대생활자의 섬”

요즈음 영국에서는 노동자들, 빈민들이 겪고 있는 ‘주거 위기(housing crisis)’에 대한 우려 섞인 기사 및 ‘지대생활자들’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거 위기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무엇보다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이다. 영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2020년 238,211유로다. 이는 2000년의 96,892유로에 비하면 무려 145% 상승한 것이며 2005년의 145,609유로에 비하더라도 약 63% 상승한 것이다.

원래 영국에서는 1970년대까지는 주택 가격이 4,057유로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았으며, 지방정부 소유의 사회주택을 임차하여 거주하는 비율이 30% 정도로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마거릿 대처가 집권하면서 이러한 사회주택을 민영화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결국 1980년 주택 가격은 20,268유로로 상승하였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금융 부문에 대한 대규모 규제 완화 등과 함께 모기지 대출이 더 널리, 더 쉽게 가능해졌다. 이에 주택 가격은 1990년 58,162유로로 폭등하였다. 1990년대 초반 잠깐의 불경기로 주택가격이 하락하였지만 1993년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여, 2007년에 주택가격은 무려 185,196유로에 달했다. 주택가격은 2008년 대공황을 맞아 소폭 하락하였지만 2010년부터는 다시 가파른 상승세가 계속되었다. 2020년 세계대공황 이후 전세계적 저금리와 양적 완화는 영국 주택 가격의 상승을 더욱 추동하여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8.5%가 상승하였다.

영국의 주거 문제의 두 번째 측면은 노동자들, 서민들의 과밀하고 열악한 주거 환경이다. 『트리뷴 매거진(Tribune Magazine)』에 실린 3월 23일자 기사 「영국의 주거문제 악몽은 어떻게 이동제한(Lockdown)을 더 끔찍하게 만들었는가」에 따르면, 영국은 1인당 평균 거주 면적이 유럽에서 가장 좁은 나라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로 인해 이러한 과밀한 주거 환경에서 오는 민중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과밀한 주거 환경이 코로나19를 더욱 심하게 확산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거 환경이 이와 같이 열악해진 이유는, 한편에서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다수 보유하는 다주택자들 때문에 다량의 공실이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노동자들, 빈민들이 저렴한 주택에 밀집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최근 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공실이 25,000채 정도이므로 이 부분이 활용될 수 있도록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으나, 「주거에 있어서, 문제는 시장이다」라는 제목의 『트리뷴 매거진』 기사에서 인용된 한 활동가의 말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서 공실은 총 660,000채 정도로, 민간의 지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이 공실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국에서는 지주의 힘이 강하다. 임대인이 임대료를 마음대로 정하고, 임차인을 강제 퇴거시키는 데 있어서 법적인 제한도 거의 없으며, 심지어 임차인이 주택 하자의 보수를 요구하면 그 보복으로 퇴거를 시키는 일까지 빈번하다고 한다. 당장 주거부 장관 로버트 젠릭(Robert Jenrick)도 그 자신이 런던에 대저택 두 채와 큰 집을 소유하고 있는 지주다. 최근 『트리뷴 매거진(Tribune Magazine)』에 실린 또 다른 기사 「지대생활자의 섬」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민중의 생활고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지주들의 눈치를 보느라, 임차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인 퇴거 강제집행의 한시적 금지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토지 가격이 현재 영국 국부의 51%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영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주택 시장이고 경제 전체가 거기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하고 있다. 이 기사는 “영국의 주거 위기로 인하여 빚어진 이 공간적,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소유권에 손을 대야 한다.”고 끝맺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LA. 지대를 탕감하라는 문구가 벽에 칠해져 있다.]

미국: 수많은 주택들이 비어 있지만 노동자들은 임대료를 내지 못해 강제 퇴거당하는 상황.

미국의 주택 가격 역시 폭등하고 있다. 20개 도시 주택 가격 변화를 추적하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2021년 1월 미국의 주택 가격은 그 전 해보다 11.1% 상승하였는데, 이는 2014년 4월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이라고 한다. 또한 2000년 1월의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를 100이라고 하면 2021년 1월은 234로, 두 배 이상 상승하였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2006년 7월에 2000년 1월 대비 84% 상승한 후 2008년 대공황 발발 후 2012년까지 하락세였으나, 2012년부터 오르기 시작하여 현재의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2012년 1월의 주택가격은 2000년 1월의 가격을 100이라고 놓았을 때 134였으므로, 결국 미국 주택 가격은 최근 9년 새 무려 74%가 오른 것이다.

한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수구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이 입을 모아 ‘문제는 공급이다’라고 외치며 부동산 공급론을 설파하였듯이, 미국에서도 주택 가격 폭등의 원인을 공급 부족으로 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020년 10월 6일에 『카운터펀치(Counterpunch)』에 실린 한 기사에서, 주거문제가 심각한 LA의 경우 주거문제 관련 여러 운동단체들과 공익법 단체에서 발간한 “공실 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93,000곳의 집이 비어 있다. 뿐만 아니라 LA에서는 이미 주택 신축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등 추가 공급이 되고 있지만, 이는 주택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위 기사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의 주택은 없고 평범한 노동자 민중이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 월 2,800달러 정도의 사치스러운 주택만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주택 보유자들은 이와 같이 새로 지어진 집들을 투기 목적으로 사재기하고, 원하는 임대료에 임대가 되지 않으면 차라리 공실로 남겨둔다. 한편에서는 수많은 주택들이 비어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이 임대료를 내지 못해 강제 퇴거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는 이유다. 미국의 노동자 민중은 현재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지만, 강제 퇴거에 대한 금지 조치, 임대료에 대한 통제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독일: 대규모 임대업체가 소유한 부동산 몰수 국유화를 요구하며 싸우는 민중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한때 가난한 예술가들의 안식처였다. 집세가 유난히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베를린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베를린 임대료와 주택 가격은 지난 10년간 2배 이상 폭등했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2018년 4월 ‘「글로벌 주요 도시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베를린은 2017년 한 해 동안에만 주택 가격이 20.5% 상승하여, 조사 대상 150개 도시 가운데 1위에 올랐다. 베를린의 주택 86%가 임대주택이며 거주자들 다수가 자가보유자가 아닌 임차인인 상황에서 임대료 및 주택 가격 폭등은 민중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

이와 같이 베를린의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킨 주범은 다름 아닌 대규모 임대업체들이었다. 베를린 시는 2004년경부터 적자를 이유로 사회주택을 매각하기 시작했는데, 대규모 임대업체들이 그 주택들을 대규모로 사들였던 것이다. 베를린 4대 부동산 회사가 소유한 주택을 합하면 25만 채에 이른다. 이 중 가장 큰 분노의 대상이 되는 대규모 임대업체는 ‘도이체 보넨’이다. 현재 베를린에 있는 주택의 열 채 중 한 채를 도이체 보넨이 소유하고 있다. 도이체 보넨이 소유한 베를린 주택의 평균 임대료는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치솟았고, 그 결과 베를린 평균 주택비 부담률도 소득의 35%까지 올랐다. 2015년경 임대료 상한제가 시행되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그러자 베를린 민중은 도이체 보넨을 포함한 대규모 임대업체 소유 부동산의 몰수 국유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도이체 보넨 몰수(Deutsche Wohnen & Co enteignen!)’라는 이름의 연대체는 2019년 6월 14일, 3,000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기업에 대해 3,000채만 남기고 나머지 주택을 정부가 몰수하여 공공기관이 관리하도록 하는 주민발의안을 제출했다. 이 주민발의안이 가결될 경우 주택 24만 채가 몰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임대업체 주택 몰수 국유화 주민발의안은 민중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베를린에서 주민 발의가 성사되려면 2만 명의 서명이 필요한데, 위 주민발의안에는 무려 7만 7,001명이 서명했다.

‘도이체 보넨 몰수’의 대변인 미하엘 프뤼츠가 인터뷰에서 한 말은 베를린 민중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전에는 대기업을 몰수한다고 하면 ‘벽 반대편(공산주의 동독)으로 가’라고 했을 법하지만 지금은 찬성하고 있다. 집세가 해마다 올라가고 있어 별다른 도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 시위대가 “도이체 보넨 몰수”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캐나다: 떨어진다더니 되레 폭등한 부동산 가격

캐나다에서도 최근 주택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지난해 5월경만 해도 평균 집값이 10% 하락하였고 추가로 20%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되었다. 그러나 올해 1월에는 평균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22.8% 급등하여 49만 820달러(약 5억 5683만원)를 기록했으며, 2월에는 처음으로 79만 달러(약 8억 9625만원)선을 돌파했다. 2020년 4분기에 캐나다 GDP에서 주택 관련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2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이는 2006년경 즉 2008년 대공황 직전 미국 GDP 중 주택 관련 투자가 6.7%를 차지했던 것보다도 더 높은 수치다. 캐나다중앙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대부업은 사상 최고 수준이며 신규 무보험 대출의 23%는 고위험 차입자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에서도 실업률이 높고 경제는 어려운데도 주택 가격만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캐나다 노동자, 민중 역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노르웨이: ‘복지국가’도 피해가지 못하는 부동산 가격 폭등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는 노르웨이 역시 부동산 문제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3일자 『블룸버그(Bloomberg)』 기사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주택 가격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르웨이의 올해 2월 주택 가격은 1월에 비해 1.3% 상승했는데, 이는 역대 2월 통계 중 2009년 이래로 가장 큰 상승폭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도 부동산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1월, 노르웨이 언론에는 2020년 ‘간호사 지표’(재화들의 가격 수준을 평균 간호사 급여를 기준으로 표시한 지표)에 따르면 작년에 간호사 급여 577,986크로네로 살 수 있는 집은 거래된 집 중 단 2.3%뿐이었으며, 실제 노동자들의 소득은 그것보다도 더 낮기에 현실은 더 심각하다는 기사가 실렸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도 일반 노동자의 급여로 집을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고,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은 근무지 근처에서 살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하며, 이는 높은 이직률을 초래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문제는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다

이제까지 살펴본 다섯 나라들, 영국, 미국, 독일 캐나다, 노르웨이를 두고 ‘천민자본주의’라고 부를 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국가들에서 부동산 가격은 일제히 폭등하고 있다. 더욱이 그 구체적인 현실을 살펴보면, 다주택 소유자들이 주택을 투기 목적으로 사재기하여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현상, 전세계적인 저금리와 양적 완화로 인해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 부동산 가격 폭등이 심해지고 있는 현상에서 한국과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영국, 미국, 독일, 캐나다, 노르웨이의 현실은 부동산 문제가 자본주의 그 자체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자본주의 틀 내에 머물며 그것의 과도한 측면을 손보는 식으로는 결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토지의 사적 소유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토지국유화와 1가구 1주택 초과 소유 주택 몰수,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내걸고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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