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민중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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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he Huffington Post]

가계부채가 2017년 들어 1300조원을 넘었다. 많이 사용되는 가계부채액은 대개 통계상 가계신용과 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여기에 비영리기관의 부채 등을 포함한다면 부채의 규모는 이보다 더 크게 잡히기도 한다.

가계부채가 어마어마한 규모로 증가한 상태다 보니,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적지 않은 언론들에서 수시로 가계부채 관련 기사를 내며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고, IMF나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한국의 가계부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부채의 규모가 크긴 하지만, 부채의 질은 나쁘지 않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로 정부와 금융권 등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부채의 상당수가 소득 4, 5분위의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고(「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4분위에 23%, 5분위에 47.2%가 집중되어 있다), 금리가 낮은 상태이며, 연체율 역시 낮기 때문에 가계부채로 인해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그렇다면 어느 지점에 가계부채의 진실이 있는 것인가? 가계부채는 이미 2016년 1분기 GDP 대비 89%에 이르렀을 정도로 막대한 규모로 증가했다. 이런 규모의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에 아무련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리고 가계부채의 규모와 관련된 단순 수치를 넘어 가계부채의 실질적 내용을 살펴보면 많은 부분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단적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한계가구수가 매우 크고, 금리 변화에 따라 부채의 질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 부채의 상당수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구입에 사용된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현재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고 있다. 고령인구의 가계부채 문제 역시 심각하다. 이에 더해 2016년에 들어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제2금융권 생활자금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부채의 질적 문제를 감안하면, 노동자민중의 삶에 가계부채가 드리는 그림자가 짙다고 할 수 있다. 가계부채가 경제적 대파국을 낳을 요인이 되든, 만성적인 고통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든 노동자민중에게 가계부채가 끼칠 삶의 고통은 심대할 것이다.

정부대책에도 불구하고 급증일로의 가계부채

가계부채는 2006년 607조원에서 2016년 3분기 1,295조원으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살펴보면 2011년까지 거의 매해 8% 이상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었다. 그 이유는, 가계부채 800조원을 넘어서자 그 심각성을 인식한 이명박 정권이 2011년 6월 29일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는 등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했기 때문이다. 이 대책은 주로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로의 전환을 장려하여 가계부채를 재조정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 정부는 이런 기조를 유지하며 여러 차례의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 2011. 6. 29.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으로의 전환
  • 2012. 2. 27. 제2금융권 가계대출 보완대책. 종합대책 이후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2금융권 대출 억제 대책
  • 2013. 정부는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채무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신용회복기금이 담당하던 채무조정과 바꿔드림론(전환대출) 사업을 확대, 발전한 국민행복기금제도를 도입함.
  • 2014. 2. 27.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 확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와 비거치분할상환 비중을 오는 2017년까지 각각 40%로 증대.
  • 2015. 2. 26. 가계부채 평가 및 대응 방향. 고정금리 분할상환 비중 확대를 위해 안심전환대출을 연내 20조원 공급하는 내용
  • 2016. 1.25.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소득증빙을 통해 상환능력 꼼꼼히 확인하고 큰 금액의 대출은 분할상환 하는 내용. 집단대출은 제외함.
  • 2016. 8. 25. 가계부채 관리방안. 금용대책만으로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주택공급 관리를 포함함.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더 강화하고 집단대출을 관리하는 내용임.

그러나 2011년 이후 매년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는 2014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금리가 인하되었다. 박근혜 집권 초인 2013년 5월 2.5%였던 기준금리는 2014년 8월 2.25%를 시작으로 2016년 6월 1.25%까지 하락했다. 이로 인해 대출부담이 낮아졌고, 이것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두 번째는 2014년 8월 부동산금융 규제완화를 들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담보가치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지역에 상관없이 각각 70%와 60%로 전격 완화했다.

이 두 조치는 사실상 2014년 6월 기획재정부장관으로 입각한 최경환의 작품, 이른바 ‘초이노믹스’였고, 당시에도 ‘빚내서 집사라는 이야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에서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매년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완전히 허물어버리는 정책이 동일한 정권에서 시행된 셈이다. 그리고 이 정책은 부동산 경기를 자극하여 일시적 효과를 보았지만, 결국 막대한 가계부채 증가만을 남겼다.

정부는 2016년 1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8월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바짝 조이고 있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 1분기 20조6천억 원, 2분기 33조9천억 원, 3분기 38조2천억 원이 증가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부채 증가가 더 심해진 것이다.

작년 가계부채 증가의 주원인은 제2금융권 대출 증가로 손꼽는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으로 대출의 고삐를 죄고 있다 보니, 자금이 필요한 노동자 서민들이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기타대출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2분기 10조4천억 원 증가했고, 3분기에는 11조1천억 원 증가했다. 3분기 대출 증가액 중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은 7조5천억 원에 달했다. 대부사업자 등에게서 빌린 금액은 3분기 4조4천억 원이었다. 마지막으로 카드빚 등 판매신용 역시 1분기 587억 원, 2분기 7409억 원, 3분기 1조9374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2016년 들어 증가한 가계부채의 상당수가 주택 구입 등의 목적이 아닌 부족한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 노동자민중의 경제적 처지가 악화되고 있음이 이러한 수치를 통해 확인되는 것이다.

가계부채,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는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지만 가계부채의 질은 나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왔다. 가령 국책연구기관인 KDI 보고서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2016. 11. 25.)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완화 이후 가계 재무건전성과 관련해 채무상환비율(DSR)이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가계 상환부담이 급증하지 않았다고 하고, 가계부채 증가가 연령대별로는 3-40대, 소득분위별로는 20%에 의해 주도되어 재무건전성이 크게 약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외부 충격이 와도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다른 한편 정부는 금리인상과 같은 외부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오랫동안 고정금리, 분할상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전환하여 부채를 재조정해왔다. 그 결과 2016년 2분기에는 신규대출 중 고정금리,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받은 비율이 각각 71.7%와 76.9%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가계부채 상황을 매우 낙관적으로 그리는 것이다. 이제 볼 것처럼, 이미 가계부채에는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다.

① 이미 높은 채무상환비율

우선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을 의미하는 채무상환비율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실정이다. 국제결제은행이 2015년 4분기를 기준으로 집계한 채무상환비율을 보면, 24.2%인 한국을 제외한 16개국의 평균은 9.9%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가 가처분소득 100만원 중 9만9천원을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쓰는 반면 한국에서는 24만2천원을 쓰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가계대출 금리가 하락하여 이자부담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상환비율이 계속 증가했고, 2016년에는 그 비율이 26.6%가 되었다.

그 이유는 가계부채 규모 자체가 증가했다는 점과 오히려 정부의 분할상환 정책으로 인해 원금상환 부담이 커졌다는 점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리금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70.1%에 이르고 있다.

② 금리인상 충격

미국을 위시한 전세계적 저금리 정책과 더불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권의 지속적 금리인하는 가계부채 증가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이 추세가 역전되었다. 즉 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있고, 올해에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선 연준은 2008년 세계대공황이 발발하자 12월 금리를 0~0.25%로 인하했다. 그리고 7년만인 2015년 12월 0.25~0.5%로 0.25%포인트 인상한데 이어, 작년 12월 15일 0.5~0.75%로 0.25%포인트를 인상했다. 연준은 미국경제의 개선을 금리 인상 근거로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초저금리를 계속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숨어 있을 따름이다. 이유는 차치하고 미국은 계속 금리를 인상할 생각이고, 앨런 연준의장은 2019년까지 금리를 3%로 인상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이런 금리인상은 미국 시중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제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1월 3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지난 해 10월 이후 국내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지난해 10~11월 신규취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36%포인트 상승했다(변동금리 0.26%포인트, 고정금리 0.47%포인트). 정부가 그동안 고정금리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변경해왔지만, 여전히 전체가계부채에서 변동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정부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고정금리대출은 전체 대출의 35.7%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존대출의 금리가 변동할 경우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③ 높은 부동산 자산의존도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은 거주주택 및 부동산 마련에 있다. 2016년에는 이것이 대출의 59.1%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거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일반인이 부를 증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로가 부동산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이렇다보니, 가계의 자산 구성도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압도적으로 편중되어 있다.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 전체 자산 중 금융자산은 26%로, 실물자산은 74%로 구성되어 있었다. 실물자산은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낮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에는 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계의 금융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가령 부동산 가격 하락은 담보인정비율(LTV)의 상승으로 곧장 이어진다. 더 나아가 부채가구는 부채상환 부담이 가중되면 중요한 재산인 실물자산 처분에 나설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원인이 내집 마련에 있고, 그 결과 대부분의 가계의 자산구조가 부동산 자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의 여파가 가계부채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의 악화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주택금융월보』 제146호(2016년 9월호) 「가계부채와 관련된 부동산 시장 주요 이슈의 점검」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주택공급은 1990년 이후 주택인허가수 최고치를 기록할만큼 급증했지만, 주택수요 측면에서는 주택 매매로 넘어가 수요자 증가로 인한 전세거주자 비중 감소, 30-54세 인구 비중의 감소, 가처분 소득 증가를 초과하는 개인부채의 급증 등의 요인으로 악재가 겹쳐, 2018년을 전후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④ 한계가구수 증가

가계부채의 증가가 우려스러운 또 다른 지점은 한계가구수가 매우 높다는 점에 있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채무상환비율(DRS)이 40% 이상인 가구를 의미한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가계부채 한계가구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한계가구수는 2012년 132만5천 가구였던 것에서 2015년 158만3천가구로 증가했고, 부채를 가진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2.3%에서 14.8%로 증가했다. 특히 60대, 자영업자, 저소득층에서 한계가구의 비중이 높았다. 한계가구 증가가 더 우려스러운 점은 한계가구의 수에 비해 그들이 차지하는 가계부채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한계가구는 2015년 총금융부채의 29.3%를 차지했다.

⑤ 고령인구 가계부채

가계부채의 복병으로 고령인구의 가계부채 문제를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녀부양, 주택마련 등으로 증가한 가계부채를 조정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노년에 접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KDI 보고서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 비해 한국만 유일하게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대비 부채비율(161%)이 전연령층 평균(128%)에 비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 가구의 소득에서 연금 및 이전소득과 같이 안정적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불과하여, 고령층이 젊은 세대와 동일하게 일해 소득을 벌지 않는 한 부채를 감당하고 노년의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임이 드러난다.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가장 많은 연령층은 50대, 그 다음 연령층은 40대였다. 현재에도 고령인구가 급증한 상태이기 때문에 고령층의 가계부채 문제는 심각한 실정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가장 많은 부채를 가진 50대가 고령층에 진입하게 될 때 고령인구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임을 쉽사리 예상할 수 있다.

⑥ 소비축소

마지막으로 가계부채의 증가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초기에는 소비가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가계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현실에서 각 가구는 부족한 소득을 부채로 만회하여 소비지출을 해나가기 때문이다. 각종 신용을 통한 생활자금 확보뿐 아니라 대출을 통한 주택 마련 역시 대규모 소비활동이기 때문에 경기 부양에 자극을 준다. 그러나 일정 단계를 지나면 이런 소비 확대 효과가 감소하고, 부채상환 압박으로 인해 오히려 소비가 축소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 우리는 이 후자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가계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실제로 2016년 3분기까지 가계소비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7%로 동기간의 경제성장룔 2.9%를 하회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가 감소하는 원인으로는, 가계소득 증가율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높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점, 부채가 증가하여 채무상환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점, 정부가 분할상환을 대출정책으로 추진하면서 초기부터 원금상환부담이 커졌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이제 소비지출 감소가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동 보고서는 “소득 부진과 가계부채 누적으로 채무부담 증대 효과가 강화되어 2016년 하반기부터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자본가가 빼앗아간 노동자의 몫

1,30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는 이제 노동자민중의 삶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고 있다. 금리 급상승, 부동산시장 상황 악화 등의 외부충격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심각한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최악의 가능성만이 전부는 아니다. 막대한 가계부채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적 위기와 고통 역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고령층 부채문제, 채무상환비율의 증가, 부채로 인한 소비지출의 감소 등은 노동자민중을 빚에 허덕이며 천천히 부드럽게 죽여 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나 금융권은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기 때문에 가계부채에 대해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할 생각이 없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일정정도 관리하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부양을 통해 이윤을 벌기 위해 가계부채 증가를 조장하는 모순적 정책을 병행하는 행위를 함께 벌였다. 금융권은 가계부채로 인해 노동자민중이 겪는 곤궁을 신경쓰는게 아니라 이것이 몰고올 금융시스템에 대한 위협을 걱정할 따름이다. 따라서 이들은 부채가 고소득층에 몰려있다는 점이나 연체율이 낮다는 점 등을 들면서 큰 위기가 와도 금융시스템에 많은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 더욱이 이 와중에 은행들은 막대한 가계부채에서 벌어들인 이자에 ‘싱글벙글’하고 있다. 이를테면 2016년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이 급증하여 실적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높은 채무상환 압박 속에서도 원리금을 연체하지 않고 상환하고 있는 대다수 노동자민중의 성실함이 은행자본의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노동자민중이 눈먼 돈을 편하게 펑펑 써서 발생한 일이 아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거주주택 구입 과정에서 발생했고, 다른 한편으로 생활자금 대출로 인해 발생했다. 노동자민중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엔 턱없는 임금을 받고 있고, 사회가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민중은 불가피하게 빚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충분한 사회적 부가 생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자민중이 당연히 누려야 할 사회적 서비스와 생활수단의 소비가 자본주의에서는 충족되지 않고 있는 것이고, 그 결과 노동자는 자신이 생산한 사회적 부를 자신의 필요 충족을 위해 당연하게 자기 것으로 누리 것이 아니라 임금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부채의 형태로 자본가에게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노동자는 자본의 임금노예에서 채무노예로까지 처지의 악화를 겪는다.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민중이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 형성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임금의 인상, 무상으로 제공되는 사회적 서비스의 확대 등을 요구하고 싸워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가 생산한 사회적 부가 자본가들에 의해 전유되어 노동자를 채무노예로 만드는 수단이 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가 자신이 생산한 부를 직접 통제하고 향유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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