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노동자 파업 승리: 미국 노동계급의 투쟁은 상승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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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an Francisco Chronicle]

세계 최대 호텔 체인에 맞서 파업을 벌인 노동자들이 최근 소중한 승리를 거두었다. 지난 10월 초 부터 두 달 동안 8개 도시에서 동시 진행된 파업은 12월 초 샌프란시스코 노동자들이 8개 도시 중 마지막으로 새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승리로 끝났다.

미국 역사 상 가장 큰 규모의 호텔 파업

미 전역을 가로질러 보스턴, 디트로이트, 샌디애고, 산호세,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와 마우이의 총 23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체인 호텔에서 진행된 파업은 프런트 데스크 스태프, 객실 하우스키퍼, 바텐더, 조리사, 도어맨, 기타 서비스 노동자 등 호텔·요식업 노동조합인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 소속 노동자 8천 명 가량이 참여한 미국 역사 상 가장 큰 규모의 호텔 파업이었다.

구체적인 타결 내용은 각 도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은 상당한 임금 인상을 쟁취했다. 예를 들면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앞으로 4년 동안 시간당 급여가 4달러(약 4,400원) 인상된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 호텔 노동자들의 시급 중앙값은 23달러 (약 25,300원)이다.

지난 여름에 만료된 단체협약은 5년 전에 체결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2008년 대불황(Great Recession)의 여파에서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고, 이를 핑계로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많은 양보를 강요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메리어트 호텔의 이윤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얼마 전 스타우드 호텔을 인수 합병하면서 메리어트는 전세계 130개국에 6,700개 호텔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호텔 체인으로 성장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의하면 메리어트의 기업 가치는 494억 달러로 경쟁자인 힐튼호텔보다 거의 두 배가 크다. 또한 2017년 한 해 매출 23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32억 달러의 이윤을 챙겼다. 올해 트럼프와 공화당이 자본에게 선사한 법인세 인하로 거둘 횡재까지 계산하면 사측이 벌어들인 돈은 어마어마하다.

회사의 재정 상황이 좋아지는 데도 정작 이를 가능하게 한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더 열악해 졌다. 단적으로 지난 10년 간 메리어트의 이윤은 279% 증가한 데 반해 노동자의 임금은 고작 7% 증가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 가장 생활비가 비싼 도시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시급 50달러는 받아야 중간 수준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을 따라 잡지 못하면서 대도시의 엄청난 주택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집값이 싼 곳을 찾아 교외로 밀려나고 있다. 보스턴에서 파업에 참여한 코트니 레너드라는 젊은 노조원은 보스턴의 집값이 너무 올라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보스턴에서 100마일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에 4-5시간을 출퇴근 하느라 길에서 보내고 있다며, “너무 끔찍해요. 나는 이제 28살이고 막 결혼했지만 앞날이 안 보여요”라고 토로했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본업 외에 다른 파트타임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이번 파업의 대표적 구호인 “직장 하나로도 (먹고살기) 충분해야 한다(One Job Should Be Enough)”가 큰 공감을 산 이유다.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이윤을 자신들에게도 배분할 것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임금인상 이상으로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것은 건강보험 문제였다. 호텔 업계는 보통 숙박객이 줄어드는 비수기에 노동자들을 감원했다가 성수기 전에 재고용하는데, 이 기간 동안 해고 노동자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 질환 약을 구입하거나 몸이 아파 병원에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생존의 문제로 건강보험을 일 년 내내 지급하라는 것이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였는데, 이번 파업으로 관철되었다. 또한 계속 늘어나는 업무량을 제한된 시간 안에 하기 위해 무리 하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업무량을 줄일 것을 요구했는데, 이 또한 쟁취했다.

파업 전면에 등장한 미투운동

2017년 가을부터 시작된 미투운동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성폭력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높였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직장에서 노동자들은 성폭력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거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호텔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호텔 노동자들은 고립된 작업 환경으로 인해 성폭력과 성희롱에 빈번히 노출되고 있다. 특히 유색인종 이민자 여성 노동자들이 집중되어 있는 객실 하우스키퍼의 경우 대다수가 손님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증언하지만 지금까지 호텔 측은 이들의 호소를 무시해왔다.

이번 파업에서 노동자들은 이 문제를 전면에 내걸고 여성노동자들이 쉽게 노출되어 있는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해 실질적인 보호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사측은 두 달 동안 계속된 파업을 끝내기 위해 위치추적장치(GPS)가 내장된 ‘패닉 버튼’을 모든 하우스키퍼들에게 지급하는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객실에서 투숙객의 성폭력 위험에 직면할 경우 바로 보안요원에게 연락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노동자들을 성적으로 괴롭힌 전력이 있는 손님은 호텔 숙박을 금지하도록 하는 규정 또한 얻어냈는데, 이는 호텔업계 최초의 시도로 그 의미가 크다.

노동자의 자신감이 파업 승리의 원동력

성공적인 파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주저 없이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단체협약이 만료되고 사측에서 사실상 임금동결을 제안하자 노동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바로 피켓팅과 행진 등 단체행동을 조직했다.

9월 들어 사측과의 협상이 별 진전을 보이지 않자, 노동자들은 노조지도부가 만족할 만한 협상안을 받아내지 못하면 바로 파업을 선포하도록 결정하는 투표를 했다. 노동자들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이를 승인했다. 하와이 오아후 섬의 메리어트 호텔의 경우 투표결과 노조원의 95%가 파업에 찬성했다. 압도적 파업 지지는 다른 지역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났다. 보스턴은 96%, 샌프란시스와 산호세는 98.6%의 파업 승인 찬성표가 나왔다.

지도부가 사측과 협상을 하는 동안 노동자들은 그것을 수동적으로 지켜보기만 하지 않았다. 미국의 노동절(Labor Day)인 9월 3일, 샌프란시스코의 웨스틴 세인트프란시스 호텔 앞에 약 1천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호텔 앞 도로를 막고 시위를 했다. 이 시위에서 75명이 체포되었지만 노동자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메리어트 호텔 노동자들이 두 달 동안 굴하지 않고 싸울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은 한 달 먼저 있었던 시카고 호텔 파업이 승리로 끝난 것이다.

9월 7일 시카고의 25개 호텔에서 일하는 ‘유나이트 히어 (UNITE HERE)’ 로컬 1 소속 노동자 6,000여 명이 일제히 파업에 들어갔다. 사흘 후 캠브리아 호텔 노동자들도 파업에 합류 하면서 파업 참가 호텔은 총 26개로 늘었다. 시카고에서 백년 만에 벌어진 호텔 파업이었다. 노동자들은 한 달을 싸운 끝에 주요 요구 사항인 임금인상과 작업량 줄이기, 비수기에도 모든 노동자에게 건강보험 지급할 것을 사측으로부터 받아냈다. 이걸 지켜 본 다른 도시 노동자들은 파업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시카고의 경우 호텔 노동자들이 홀로 일하다가 객실 손님으로부터 당할 수 있는 성폭력 방지를 위해, 2017년부터 노조가 “만지지 말고, 바지 입어(Hands Off, Pants On)” 캠페인을 앞장서서 전개했다. 객실청소 노동자의 절반 가량이, 바텐더의 65%가 손님으로부터 원치 않는 성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조가 이를 바꾸기 위해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 결과 호텔은 의무적으로 노동자에게 패닉 버튼을 지급해야 한다는 시 조례가 통과되었다. 이는 노조원 뿐 아니라 아직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모든 호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노조가 나서서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 거둔 소중한 승리는 몇 달 후 다른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파업에 들어가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나의 투쟁은 전체 노동계급을 위한 싸움의 일부’

9월의 시카고 호텔 파업과 이후 이어진 8개 도시 메리어트 호텔 파업에서 모두 두드러진 것은 파업에 대한 대중의 지지와 연대였다. 노조는 파업을 알리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사람들이 파업 중인 호텔에 숙박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이에 화답해 많은 단체들이 메리어트 계열 호텔에서 열기로 한 행사를 취소하거나 다른 호텔로 옮겼다. 또한 많은 노조와 지역 커뮤니티 그룹, 대학생과 사회주의자들이 정기적으로 파업 노동자들의 피켓팅에 합류하고 파업 지원 활동을 했다.

올 봄 웨스트버지니아를 선두로 오클라호마, 애리조나, 켄터키, 콜로라도, 노스캐롤라이나 등 소위 ‘붉은 주(red state, 공화당이 여당인 주를 지칭함)’ 곳곳으로 퍼져나간 교사 파업에서 본 것처럼 이번 호텔 노동자 파업도 미국 노동자들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결해 싸우면 노동자가 처한 삶의 조건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큰 영감을 준다.

올해 미 전역에서 벌어진 파업은 거의 100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 4년 동안 벌어진 파업을 모두 합친 것과 같다. 이는 30년 전 기준으로 보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계급의식이 살아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샌프란시스코 파업에 참여 중 한 노동자가 “이번 파업은 나에게 단순히 파업 이상이다. 이것은 노동계급을 위한 운동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노동자들은 투쟁 속에서 자신들의 싸움이 동시에 전체 노동계급을 위한 커다란 싸움의 일부임을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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