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서열화 반대의 역사,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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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으로 표기함)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결정했다.([단독] 교총 이어 전교조도.. “기간제 일괄 전환 반대”) 물론 전교조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비록 소수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일어났고, 문재인 정권의 정책에 따라 정규직화를 진행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공공부문 노동조합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맞서 어떤 조직보다 앞장서서 투쟁했던 전교조의 역사에 비추어볼 때, 전교조의 움직임은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 동안 전교조가 이룩한 투쟁의 역사를 모두 무너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중집의 결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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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중집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방침]

총론

지금 이 시대에 비정규직이 없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촛불을 들었던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참교육이다. 비정규직 800만 시대, 공공부문 중 가장 많은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곳이 학교라는 것은 학교가 얼마나 차별적 공간인지 말해준다. 이는 더불어 삶을 배워야 할 교육조차 시장으로 내몰아 예산을 삭감해서 교원감축, 비정규직 양산, 값싼 일자리 정책을 해 온 정부의 책임이며 청산해야 할 적폐이다. 교원의 경우 정부의 무책임한 임용 정책과 교사 길들이기를 위한 임용고시 제도, 예산 절감을 위한 비정규 교원 확대 등으로 학교현장이 고통 받고 있다. 임용고시생과 학교비정규직 교원 모두 이러한 잘못된 교원의 양성과 임용정책에 의해 피해자이다! 전교조는 학교 내 모든 비정규직은 정규직화 해야 함을 천명하며, 현재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화 관련 입장을 밝힌다.

  1. 학교에서는 모든 고용 형태는 정규직을 원칙으로 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한다.
  2. 학교의 모든 구성원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용한다.
  3. 총정원제와 총액 인건비제를 폐지한다.
  4.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급 등을 배려하고, OECD 수준에 맞는 법정 정원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
  5. 교원을 증원하여 전문영역 등을 포함한 정원을 확대하고, 적정한 표준수업시수를 제정한다.
  6. 정규 교육과정은 교원이 담당한다.

⊙ 기간제 교원

  1. 기간제 교원을 최소화하고 정규 교원으로 배치해야 한다.
  2. 현재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3.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근무하는 기간제 교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고용 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4. 동일노동 동일처우의 원칙에 의해 기간제 교원의 차별을 해소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5. 정규교원의 증원 방안을 조속히 수립하여 예비교사와 기간제 교원의 임용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6.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 교대생⋅사대생과 함께 교원 양성⋅임용제도의 개선과 기간제 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 투쟁한다.

⊙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초등 스포츠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는 영어 몰입교육의 산물이고, 스포츠강사 제도는 학교체육진흥법으로 도입된 것으로서 이는 모두 이명박 정부 때 졸속적으로 도입되었다. 이 제도들은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교사는 정규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원 양성기관의 존재를 부정하고, 통합적으로 가르쳐야 할 초등교육의 특성을 무시하고 학급담임 체제를 와해시키는 것이다. 

  1. 영어회화전문강사제도는 폐지하고 정규교원을 배치한다.
  2. 초등 스포츠 강사는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다.
  3. 현직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의 고용과 처우는 정부와 당사자 간 협의하여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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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비정규직의 남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공공부문에서 교육 비정규직은 약 38만 명으로 전체 교직원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공공부문 중에서 가장 많고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는 곳이 학교이다. 교육부문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매우 시급한 사안인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가 학교 비정규직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정규직화 방침에서 기간제 교사 등이 빠진 상황에서 교육부의 결정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운명을 바꿀 것인데, 교육현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전교조의 입장은 교육부가 정규직화의 기준을 수립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교육현장에 그치지 않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판단에도 큰 파장을 줄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를 무력화하는 잘못된 중집 결정

전교조 중집은 현재 교육현장에 만연한 비정규직의 문제가 정부의 책임이라며,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총론에서 밝히고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해결방안으로 가면, 기간제 교사의 문제에 대해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또한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에 대해서도 ‘정부와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서 해결한다는 입장을 결정했다.

이 결정은 그 동안 전교조가 교육현장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했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교육현장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현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단서조항으로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표현함으로서 마치 전교조는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사실은 ‘비정규직 철폐’라는 민주노조 운동이 그동안 견지해 온 원칙이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단서조항에 의해서 무력화된 것이다. 이것은 누가 봐도 솔직하지 못한 태도이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비정규직 철폐 원칙을 견지해도 비정규직의 문제가 실제 풀려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일괄적이고 즉각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실현 방법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이지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방식으로 대할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태도는, 총론에서 교육현장에서 비정규직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서도 비정규직 철폐가 아니라 ‘차별 해소’라는 표현으로 지금까지 전교조가 지켜왔던 원칙을 스스로 파기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어렵지만 대안은 있다

전교조 중집이 ‘반대’를 결정할만큼, 학교현장의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의 대안이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총론에서 이미 교육현장에 만연한 비정규직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그 원칙을 밝히고 있다. ‘총정원제와 총액인건비제도의 폐지’와 ‘교원 양성·임용제도의 개선’이 바로 그 대안이다. 교육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교원의 증원과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의 확보라는 점을 전교조 중집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집은 정규직화 반대가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한 구체적인 고민들을 제출했어야 했다.

그러나 중집은 평조합원들과 예비조합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임용고시생들의 정서적 거부반응에 위축되어 스스로 세웠던 원칙을 포기하고 잘못된 여론에 굴복했다. 정규직화 반대가 원칙적으로 옳다는 말보다는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 데에서 이런 속사정이 확인된다.

특히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에 대한 결정은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강사들의 문제는 기간제 교사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바로 ‘교원 자격’에 대한 해석이 반교육적이며 몰계급적이기 때문이다. 즉 전교조 중집은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교원의 자격을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시험에 합격한 자’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학력’에 따른 차별을 정당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과 서열화 교육을 거부한다던 전교조 스스로가 자신의 입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학력과 임용고시라는 서열화 제도를 인정한 꼴이다. 전교조 중집과 조합원들은 ‘우리는 다르다’는 특권(차별)의식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이른바 무자격자를 교원으로 정규직화하면 그 자격(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현재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교육현장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은 모두 그 자격(자질)에 문제가 없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가? 교육현장에서 교원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수많은 사건, 사고를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교조 조합원 자체가 학교 안에서 바로 옆에 있는 기간제교사에게 차별의식을 갖고 정규직화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이것은 ‘학력’과 ‘임용고시’가 교원의 자격(자질)을 판단하는 근본적이며 핵심적인 제도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교원 임용절차를 새로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그 과정에서 현재 존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9월 2일 대대에서 행동해야 한다

물론 현장에서 많은 조합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격론의 이유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공감한다. 그러나 조합원의 정서가 그렇다고 해서 중집의 결정이 옳다고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간부활동가들은 조합원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지 조합원의 정서에 편승해서 해야할 일을 회피하거나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교조의 역사에서 언제 꽃길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수많은 역경을 이겨냈던 전교조가 아니었던가?

우리는 전교조가 교사협의회 시절부터 정권의 탄압에 맞서 교육현장의 민주화와 사회민주화를 위해 단호하게 투쟁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백골단에게 끌려가면서 절규하고 분노하던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누가 나서기를 주저할 때 공개적으로 청와대 게시판에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던 용기를 보았다. 법외노조 통보에 보란 듯이 그 지침을 거부했던 당당함도 결코 잊을 수 없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번 문제를 계기로 전교조가 자기 운동에 대해서, 미래 교육운동과 계급운동에 대해서 성찰하고 올곧은 방향을 굳건하게 지켜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중집의 결정이 철회되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어깨걸고 해방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 참교육의 이름을 걸고 함께 동고동락하는 학교의 비정규직 교육동지들을 외면할 순 없지 않겠는가?

전교조 중집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반대 입장 결정에 의해 전교조는 역사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전교조는 경쟁과 서열화 교육을 거부해온 자랑찬 투쟁에 걸맞는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그 마지막이 9월 2일 대의원대회가 될 것이다. 조합원들의 책임있는 행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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