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폭염: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바로 자본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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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TV]

그야말로 ‘사람 잡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5월 20일부터 8월 1일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온열질환자는 2,549명이나 발생했고 사망자는 30명에 달한다. 모두 집계 이래 최대치이다. 그리고 이 수치는 계속해서 경신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더위가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더위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8월 1일 서울은 111년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낮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서울 기온이 39.6도까지 치솟으면서, 한반도 최악의 폭염으로 기억되고 있는 1994년 여름의 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웠다. 같은 날 41도를 기록한 강원도 홍천에서는, 믿지 못할 수치에 기상청 직원들이 직접 출동하여 기록을 확인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역대급 폭염 때문에 가난한 자취 청년으로 살아가는 필자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가 몸담은 사회에서는 폭염을 피하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비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는 식당과 카페를 전전하자니 하루에 쓰는 돈은 너무 많아지고, 그렇다고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니 초기 비용과 전기세가 부담이고, 생활비 걱정에 무턱대고 피서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반지하 방에서 에어컨도 없이 탁상용 선풍기 하나로 작년 여름을 버텼던 필자에게도 올해 더위는 견디기가 너무나도 고되게 느껴진다. 큰맘 먹고 5만 원을 투자해서 선풍기 한 대를 더 샀지만 더위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폭염도 경제적 처지에 따라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피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에서는 폭염을 자연재해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누진제 폐지와 폭염 시 전기료 감면 등 전기 요금 인하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장 박원순은 옥탑방 살이를 시작하기까지 했다. 서민들의 고충을 몸소 겪어보면서 대책을 마련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폭염 피해 보상이나 전기 요금 인하 따위의 가벼운 대처로는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동자 민중의 고통을 없앨 수 없다. 박원순의 옥탑방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불난 집에다가 부채질을 하든 그 옆에서 불가마 체험을 하든 불을 끄기 위한 확실한 조치가 없다면 불이 난 집은 계속 타들어만 갈 뿐이다.

한시적인 대책이나 보여주기식 이벤트는 타들어 가는 지구를 절대 구할 수 없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를 점점 뜨겁게 하고 있으며, 폭염은 이러한 양상에서 파생된 재해다. 그렇기에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인간 활동과 이를 부추기는 체제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우리는 해가 갈수록 더 뜨거운 폭염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폭염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기후에 영향을 끼치는 인간 활동이 이번 폭염에 매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 옥스포드 대학 기후과학자 마일즈 앨런 (『가디언(The Guardian)』, 7월 24일자 기사)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의 직접적 원인을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꼽는다. 열돔 현상이란, 대기권 상층부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상적으로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하면서 지표면을 덮게 되어 외부와의 공기 흐름을 차단하고 특정 지역에 뜨거운 공기를 계속 가두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마치 솥뚜껑이 가마솥 내부의 뜨거운 열을 계속 유지시키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열돔 현상은 제트기류의 약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본래 제트기류는 저위도의 따뜻한 공기와 고위도의 찬 공기를 골고루 섞어주면서 지구의 온도를 정상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이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져서 저위도와 북극의 열에너지 차이가 줄어든 것이 제트기류를 극도로 약화시켰다. 요컨대 지구온난화로 인한 제트기류의 약화가 기단의 움직임을 정체시키면서 열돔 현상 같은 기상 이변이 발생하였으며, 이러한 조건에서 폭염이 지속되어온 것이다.

이번 폭염의 근본적인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는 만큼 그 영향도 전 세계에 걸쳐있다.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은 물론이고 북미 대륙과 유럽 전체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더운 지역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또한 예년보다 더 더운 날씨로 고생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내 알제리 우아르글라 지역은 51.3도를 기록했다. 이는 아프리카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이다. 북극과 가까운 북유럽 스웨덴에서도 이례적인 더위와 가뭄이 발생하여 숲 50여 곳에 사상 최악의 산불이 났다. 그리스 역시 ‘최악의 산불’로 고통을 겪고 있고, 이번 산불로 인해 최소 90여 명이 사망하면서 정권까지 흔들리고 있다. 한마디로 지구온난화가 야기한 이상기후가 지구 전체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두고 미국의 기후과학자 마이클 만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만약 우리가 탄소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이지 않는다면, 소위 말하는 ‘극한의 폭염’은 몇 십 년 안에 그냥 ‘여름’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러나 과학자의 심각한 충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2017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교토의정서 채택, 파리협정 비준 20년 여년에 걸쳐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의기투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과 배출 속도는 20년 전보다 더 늘었다. 심지어 트럼프는 지난해 6월 기후변화를 부정하며 파리 협정을 탈퇴하기까지 했다. 그 사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07ppm까지 상승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에 도달하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이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알람시계에 비유하자면 당장 지구는 재앙 시작 시점까지 겨우 2시간 18분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이야기된다. 변화를 만들어낼 시간이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는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다

자본주의는 이윤 그 자체가 생산의 목적이기 때문에 이윤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영구적인 경제성장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때로 기술의 혁신을 낳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생산규모의 무제한적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바꾸어 말해 이윤을 증대시키려면 상품 생산이 증가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이 추출되어야 하며, 상품 생산이 늘어난 만큼 쓰레기와 유해물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에너지 생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확대가 더 많은 지구 자원의 소모와 더 큰 자연의 수탈을 야기하고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심각한 생태위기를 야기하더라도, 자본가는 자본주의적 생산이 초래하는 자연적 결과에 개의치 않는다. 오직 ‘이윤’만을 위한 상품 생산이 그들의 목적일 뿐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 협정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트럼프가 “비용 부담”과 “경제 위축” 우려로 파리협정을 탈퇴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가들이 이 같은 자본주의 메커니즘 아래 무의식적으로 생산활동을 해왔던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지구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를 부정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움직여오고 있다. 30년 전에는 “세계 기후 연합(GCC)”이라는 로비 조직을 만들어서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논리를 퍼트렸고,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수십 개의 기업 및 단체가 이 조직에 참여했는데, 우리가 잘 알만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제너럴 모터스와 엑슨모빌이 있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이 단체는 와해되었으나, 자본가들의 ‘제 몫 지키기 전략’은 전혀 멈추지 않았다.

이제 자본가들은 ‘지구공학(Geoengineering)’ 같은 첨단 기술공학으로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공학이란 지구의 기후를 계획적으로 조정하려는 대규모 기술적 방법을 일컫는다. 빌 게이츠는 이미 수년 전부터 여기에 수십억 원 이상 투자하고 있으며, 엑손모빌이나 셸 같은 초대형 석유 자본도 관련 연구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지구공학 연구자들은 지구온난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태양 복사에너지 통제(SRM)’나 ‘온실가스 제거(CDR)’ 등 여러 가지 이론을 제시해왔다. 물론 지구공학 관련 이론들은 대부분 컴퓨터 시뮬레이션 상으로만 존재하며, 매번 환경에 대한 치명적 위험성과 방대한 부작용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를 그대로 둔 채 기술을 통해 자본주의가 낳은 폐해만 제거하자는 논리를 기저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공학을 지지하는 자본가들의 목표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든 자신들이 쥐고 있는 경제적 부와 생산력에 대한 지배권을 공격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계급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즉 자본주의 체제를 끝까지 유지하는 데 있다.

수 십 세기 역사를 거치며 인간은 지구에 다양한 영향을 끼쳐왔지만, 이제껏 자본주의만큼 지구에 공격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끼친 생산양식은 없었다. 이제 인간의 활동은 과학자들이 오늘날의 지질시대를 두고 ‘인류세’라고 일컬을 만큼 지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경제 활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450ppm’의 재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자원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이는 곧 자원과 산업 시설 등 생산활동 전반의 대대적인 통제와 변화를 요구한다.

이것은 민중들에 의한 생산력 전반의 직접적이고 민주적인 통제, 생산관계의 민주적인 재구성만이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가리킨다.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자본가 계급의 사적 부를 위해 대다수 인류와 지구 전체가 파괴적으로 소모되는 체제를 벗어나, 인류와 지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모조리 불타버린 지구에서는 어떠한 희망조차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폭염과 지구온난화로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 스스로가 움직여야 한다

어쩌면 자본가들이 지구공학과 같은 위험천만한 아이디어에 천문학적 금액을 쏟을 수 있는 이유는, 나머지 대다수 인류와 지구 전체가 어떤 재앙을 겪더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자신들은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 자신감은 그들이 독점하고 있는 생산력과 물질적 부에 근거할 것이다. 반면, 최소한의 생계 혹은 생존을 가까스로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물질적 부밖에 가진 것이 없는 계급에게는 올 여름과 같은 위기조차 크나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폭염・한파・폭우・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해 겪는 피해의 정도도 결국 개인의 계급적, 사회경제적 처지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체제 문제인 동시에 계급 문제이다.

이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상당수가 노동자・농민이거나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제적 약자라는 점만으로도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시원한 실내에서 편안히 폭염을 피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폭염의 한가운데에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 냉방시설을 구입할 경제적 능력조차 없이 무방비 상태로 폭염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 폭염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해 야기될 생존권・주거권・식량권 등 인간의 기초적인 삶에 대한 위협은 모두 당사자의 사회경제적 처지에 따라 정도가 달라진다. 자본주의 체제가 바뀌지 않는 이상, 다가올 지구온난화의 재앙을 가장 곧장 겪게 될 사람들은 바로 노동자 민중이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낳게 될 재앙의 최대 피해자가 노동자 민중이라면, 오늘날 인류와 지구가 직면한 거대한 생태 위기를 막는 것도 바로 노동자 민중의 손에 달려있다. 자본가들의 야만적인 횡포로 인한 기후변화가 우리의 미래를 앗아가기 전에,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 일어나 체제 변화를 외치며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 기후 정의를 외치는 미국의 청소년들이 호소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없다. 행동을 개시할 때다. “기후변화가 아닌 체제 변화”를 위한 행동을. 

독신으로 살며 생활비와 학자금 부채에 허덕이며 생계를 가까스로 유지하는 청년이다. 수도권에서 종종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읽기 모임을 진행하며 사회주의 인간해방을 꿈꾸는 중이다. 『사회주의자』에서는 잡지 편집 및 표지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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