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너진 버스노동자 구심, 새롭게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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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최근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버스사고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더불어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를 폐기하라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사회주의자』는 이러한 문제들과 노동조합의 대응과 관련하여 인천 청천동에 있는 삼일여객 노조사무실에서 석희원 지회장(현 민주버스협의회 의장)을 만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Q: 버스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도 최근 그 원인이 버스노동자의 단순 과실 때문이 아니라, 버스노동자의 과도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데 사회적인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심지어 신호대기중 버스기사가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실제 버스 현장의 노동강도 실상은 어떠한가?

석희원 작년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건이 있었다. 42명 사상자가 났다. 그 이후 올해 5월달에도 또 같은 장소에서 버스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최근에는 연달아 버스 대형사고가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버스 사고 이유 중 20%이상이 졸음운전이고, 졸음운전 원인은 장시간근로에 있다. 전체 버스사업장을 보면 17~18시간 근무하고, 적게는 2~3시간 많게는 4~5시간 새우잠을 자고 또 일하는 구조다. 올해 5월달에 전국버스사업장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민주버스협의회 소속 사업장을 보더라도 하루 평균 13시간 18분 근무, 1주 평균근무시간은 61시간 32분, 한달 평균 근무시간은 260시간 12분으로 조사되었다. 이를 연간 평균근무시간으로 계산하면 3122시간이 넘는 시간으로 우리나라 평균 연간 노동시간보다 900시간이나 많은 상황이다.

그게 문제가 되니까 올해 2월 정부에서 시행규칙개정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내놓은 시행규칙개정안의 문제는 장시간근로를 근본적으로 막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4시간 운전하면 30분 쉰다거나, 운행종료후 8시간 휴식을 보장한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임시방편이다. 근무시간을 하루 1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이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운수업에 대해 주12시간 이상 초과연장근무를 가능하게 한 법조항)를 폐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바뀌지 않으면 끊임없이 대형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 버스회사 사장들이 자기 수익금 채우려고 기사들을 계속 일을 시키기 때문에 대형사고가 난다. 버스업계 대부분이 그렇다. 현재 민주버스협의회는 근로기준법 52조 폐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장시간 근무를 막을 수 있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Q: 최근 근로기준법 59조 특례 폐지가 사회 이슈화되고 있다. 하지만 버스 노동자들이 조직되지 않았거나(관광버스), 조직되어있어도 어용노조(자노련) 사업장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근로기준법 관련 조항 삭제만으로는 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의 실질적인 보장이나 안전을 확보할 수는 없다. 결국 버스 노동자들 스스로가 민주노조로 조직되어야, 스스로의 노동자의 권리이자, 공공 부문으로서 민중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게 아닌가?

석희원 그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대형 버스사고가 장시간 노동이 원인이라고 했는데, 더 근본적인 부분은 장시간 노동을 막아낼 노동자의 힘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버스노동자들이 조직화되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이 자주 일어나는 대형 버스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법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버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한데, 민주노조의 힘이 강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버스사업장내 복수노조가 많아 민주노조를 확대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장시간 근무가 심각한 광역버스, 고속버스 쪽은 민주노조가 아닌 사업장이 많은 상황이다. 노동시간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강도 등 버스노동자의 노동조건 전반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는 법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싸워서 쟁취해내야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버스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절실한 것이다.

Q: 그런데 현재 민주버스운동은 정체됐거나 심지어 퇴보했다는 평가도 있다. 2012년 민주버스본부가 해산한 이후, 버스노동자 조직화는 후퇴하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석희원 복수노조의 문제도 있지만, 노동자들의 생각도 많이 파편화되어 있고,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틀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버스노동자 구심점이 사라진 것이 문제다. 2012년 12월 27일 민주버스본부(업종본부)가 해체되었다. 버스본부가 있을 때에는, 버스본부 주최로 전국사업도 하고 교육사업도 진행했었다. 조직하기 위해 산골마을까지 찾아가곤 했다. 하지만 버스본부가 해체되면서 구심점이 사라졌다. 버스본부가 해체되고 지역지부로 전환되었는데, 지난 6년동안은 지역지부체계의 한계만 드러낸 시간이었다. 투쟁을 하던 조직사업을 하던 중심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중심축이 사라지다 보니 지역지부가 그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사분오열되는 경우도 많았다. 민주노총에 남아있어봐야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생각에 탈퇴하는 조직도 생겨났다. 민주노총 소속 버스 노동자들이 3500여명까지 조직되었는데, 그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Q: 준공영제(공공 + 민간) 문제점으로 비효율을 가장 많이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의 경우,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하거나, 언론에서는 버스노동자들의 의도적인 태업을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준공영제가 아니라 공적 영역이니만큼 흑자 적자 이윤 논리가 아닌, 완전 공영제 쟁취로 나아가야하지 않나?

석희원 버스안전과 관련해서 보면 주로 민간버스사업주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버스노동자들을 과도한 연장근무로 내모는 경우가 많다. 버스안전을 위해서라도 버스공영제로 가야한다. 민주버스협의회도 조직적으로 공영제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세종시, 대구와 같은 곳에서는 완전공영제가 시행되고 있고, 인천시의 경우는 준공영제 수준이다.

말씀한대로 공영제가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전 경주에서는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시장이, 시재정부담이 100억원까지 증가한다며 도입을 미룬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측면이 많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인천시의 2009년 감사결과를 분석해 본 적이 있는데, 집행이 잘못된 부분들만 관리하면 공영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Q: 이상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버스 영역에서 민주노조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부각되고 대사회적 발언이나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정작 그런 주체적 역량이 미흡하게 보인다. 향후 버스 영역에서 민주노조 흐름이 확대 강화되기 위해서는?

석희원 먼저 버스노동자 조직화방안에 대한 토론이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버스본부가 해체되고 난 이후 현장에서 분열된 경우도 많았고, 전북 버스 투쟁 이후 제대로된 투쟁도 없었다. 다시 버스에서 민주노조를 확대하기 위해서, 조직적인 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어떤 내용을 이슈로 만들어 싸워나갈지 전체적인 토론과 공유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2012년 버스본부 해산이후 버스 노동자들의 투쟁, 조직이 발전해 나가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정확히 평가하고,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할 상황이다.

두번째로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반영해야한다. 버스본부가 해체된 이후, 버스 단위사업장 전국회의조차도 한번도 진행된 적이 없다. 단위 사업장의 상황을 모아내고, 그 속에서 대안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공공운수노조에 민주버스협의회라는 틀이 있다. 2년에 한번 의장을 선출하는데, 지금까지 단위사업장 대표자회의를 열지도 못했다. 개인적으로 올해 2월 민주버스협의회 의장으로 선출되었는데, 이번에는 버스 단위사업장 대표자회의를 9월 19일 개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 폐기 문제라던지 계속되고 있는 버스 대형사고 문제가 있는데,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버스노동자들의 구심도 없고, 지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드러났다. 버스협의회라는 구조에서라도 대표자회의를 개최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나가야 한다.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버스 노동자를 조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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