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엠 파업: “그동안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투쟁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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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 이하 지엠) 노동자들이 미국 현지 시간 9월 15일 자정을 기해 일제히 파업에 들어갔다. 미국 10개 주에 있는 지엠 공장과 부품센터 등 55개 작업장에서 4만 9천 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번 파업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의 첫 파업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지엠이 입을 손실은 하루 최대 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지엠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수천 개의 업체뿐 아니라 멕시코와 캐나다에 있는 지엠 공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엠 노동자들을 대표하고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지엠 사이에 7월부터 진행되어 온 단체협상은 크게 임금 인상, 의료보험과 고용 안정 등의 쟁점을 두고 노조와 경영진 사이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끝없는 자본의 탐욕

지엠 노동자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양보와 희생으로 회사가 되살아났으니, 이제 부피가 커진 파이를 공정하게 분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08-2009 금융위기로 파산 신청까지 했던 지엠은 그 이후 기사회생 했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350억 달러의 기록적인 이윤을 냈다. 덕분에 지엠 회장이자 CEO인 메리 바라(Mary Barra)는 작년 한 해에만 회사로부터 2,200만 달러를 받아 챙겼다. 이는 지엠 노동자 중간값 임금보다 281배나 더 많은 액수다.

하지만 파이 크기를 불리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노동자들에게 지엠은 그에 상응하는 몫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이윤을 내고 있음에도 노동자에게 더 큰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지엠은 내년 말까지 비용 절감을 위해 미국에 있는 4개의 공장을 폐쇄 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안을 작년 11월에 발표했다. 이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지엠은 2009년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많은 양보를 통해 회사의 회생을 도왔다. 또한 파산신청을 한 지엠을 살리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긴급 구제금융(Bailout)을 지원했다. 지엠 구제금융에 들어간 돈은 모두 미국의 보통 사람들이 낸 세금에서 충당 되었다. 지엠을 살리기 위해 미국의 납세자들이 잃은 돈은 총 112억 달러라고 한다. 경제 위기 속에서 집과 직장을 잃고 누구보다 더 지원이 필요했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그만큼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지엠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이 두 번 양보 한 것―단체협약과 세금을 통해―이라는 파업 노동자들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지엠 파업은 그동안 계속 양보하고 희생하고 있던 노동자들의 불만이 크게 쌓여 있고 이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직접 투쟁에 나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영진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1월에 문을 닫을 예정인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지엠 노동자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8년이 넘게 우리가 계속 양보해 오는 동안 회사는 엄청난 이윤을 벌어들였다”면서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해” 파업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평등한 고용제도와 이중임금제

노동자들은 특히 지엠의 불평등한 임금과 고용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에 차등을 두는 소위 ‘이중임금제(two-tier)’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지엠의 이중임금제는 2007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임금과 은퇴 연금에 차별을 둔다. 2007년 이전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약 31달러의 시급을 받고 은퇴 후 안정적인 종신 연금이 보장되지만, 2007년 이후 고용된 노동자의 시급은 약 17달러에 불과하고, 종신 연금이 아닌 401(K) 플랜(매달 일정량의 퇴직금을 회사가 적립하되, 그 관리 책임은 종업원에게 있는 방식의 퇴직연금)이 제공된다. 이중임금제 하에서 새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8년이 넘게 일을 해도 2007년 이전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시급 31달러에 못 미치는 29달러 밖에 못 받는다. 2007년 이후 고용된 노동자들은 현재 지엠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이 넘는다.

이중임금제와 함께 임시직 문제도 파업 노동자들이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지엠 전체 노동자의 약 7퍼센트를 차지하는 임시직 노동자들은 말만 ‘임시직’이지, 실제로는 몇 년 이상 불안정 상태로 고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생산 라인에서 나란히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이냐 임시직이냐에 따라 임금과 복리후생에서 커다란 차이가 난다. 임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 보다 임금이 낮고 복리후생 혜택은 거의 없다. 노동자들 사이의 이런 차등과 분리는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노동자들 사이에 단결과 연대를 해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회사 측이 의료건강보험에 대한 노동자들의 부담금을 더 올리려고 하는 것도 노동자들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요구다. 전국민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에서는 직장의료보험이 노동자와 그 가족이 가진 유일한 의료보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지엠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노동자들의 의료보험을 중단해서 커다란 비난을 받고 있다.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자들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건강권까지 볼모로 삼고 있는 것이다.

되살아나는 노동계급의 전투성

이번 지엠 파업은 난데없이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엠 이전에 이미 일련의 파업 물결이 일면서 미국의 노동계급이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는 징후들을 보여주었다. 작년 봄 웨스트 버지니아를 시작으로 오클라호마, 애리조나, 켄터키, 콜로라도,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들불처럼 번진 교사파업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웨스트 버지니아 교사파업의 값진 승리는 전체 노동계급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파업 물결은 이제 사적 부문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작년 가을 8개 도시에서 7,700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해 승리한 메리엇트 호텔 노동자 파업과 올해 4월 뉴잉글랜드 지역의 대형 수퍼마켓 체인인 ‘스탑앤샵(Stop & Shop)’에서 일하는 3만 명의 노동자들이 11일 간의 파업을 승리로 마무리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제 그 파업의 물결이 최대 자동차 업계인 지엠에도 다다랐다.

연방 노동통계청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천명 이상이 고용된 작업장에서 일어난 쟁의와 파업 건수와 파업 노동자 수는 198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파업에 대한 일반 대중의 지지도 높아지고 있다. 바로 얼마 전인 8월 말에 실시된 갤럽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64퍼센트가 노조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10년 전의 48퍼센트에서 16퍼센트나 상승한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엠 파업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 커지고 있다. 예를 들면, 팀스터 노조는 지엠 노동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의미로 파업 기간 동안 지엠 차량 운송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팀스터 소속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지엠 차량을 전국에 있는 판매소로 운송해 왔는데, 지엠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동안 이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두 달 동안 판매할 수 있는 차량을 이미 확보했다고 자랑하는 지엠에게 연대하는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또한 지엠 파업의 승리 여부는 포드나 피아트 크라이슬러 같은 동종 업계의 노동자들에게뿐 아니라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내 몫을 되찾을 수 없고 싸워야만 가능하다는 걸 지엠 노동자들이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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