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복직! 불법파견 철폐!―한국지엠 비정규직이 투쟁에 돌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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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9년 만에 다시 하늘로 올라간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8월 25일 새벽, 한국지엠 부평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신속하게 행동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이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에 10여 미터 가량의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자 해고상태에 있는 한 명의 노동자가 이 철골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미 공장 정문에는 비정규직지회의 천막이 적지 않은 시간동안 자리를 잡고 있던 터였다. 고공농성에 돌입한 노동자는 다름 아닌 우리 매체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자 이영수 동지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한 것이었다. 바로 46명 해고자들의 원직 복직! 이영수 동지는 26일 오후 2시 기자회견 발언에서 밝힌 바 이 “매우 작은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언제 내려올지 기약할 수 없는 하늘로 올라가야 했던 것이다.

이번 고공농성은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에게 처음은 아니었다.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는 2007년 9월 2일 창립되었다. 비정규직지회가 창립되자 한국지엠 자본은 악랄한 탄압으로 일관했다. 노무팀을 동원해 유인물 배포, 선전전 등의 기본적인 조합활동 자체를 폭력적으로 봉쇄했고, 정규직 발탁채용 제외, 해고위협을 통해 비정규직의 조합가입을 방해했다. 조합원에게는 전보발령을 내거나 장시간 면담을 진행했고, 심지어는 몰래 가족까지 만나면서 탈퇴를 종용했다. 지회장, 부지회장, 사무장 등 지도부에 대해서는 해고조치를 단행하는 한편 하청업체는 즉각 대규모 계약해지로 조합원들을 해고했다. 그 배후에 한국지엠이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했다. 이후 3년 동안 해고자 복직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했고, 공장 앞 천막농성은 1,000일을 훌쩍 넘겼다.

2010년 7월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판결 이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다시 활발해졌고 한국지엠(당시에는 지엠대우) 부평비정규직지회에서는 황호인, 이준삼 두 명의 동지가 그해 12월 1일부터 정문 아치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전개했다. 정문 아치에는 “GM대우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를 복직시켜라!” “GM대우는 불법파견 중단하고 정규직화 실시하라!”가 새겨진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영하의 날씨가 50일 이상 지속되었고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들도 많았다. 이런 추운 날씨 속에서 이루어진 고공농성은 다음 해 2월 2일 해고자 15명의 순차적 현장 복직에 노사가 합의하면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9년 만에 다시 해고 상황에 직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다만 정문 아치는 2011년 고공농성 이후 한국지엠 자본이 철거해버렸기에 이번에는 해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철골 구조물로 고공농성장을 세워야만 했다.

[사진: 사회주의자]

불법파견 판결에 아랑곳하지 않는 한국지엠

2010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승소 이후,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도 2013년 2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소송이 승리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1, 2심에서 패소했다가 대법원에서 승소한 재판이었기에 특히 소중한 승리였다. 그 후 2015년 1월 한국지엠 부평, 군산,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58명이 불법파견 집단소송에 들어갔다. 2018년 2월 인천지방법원은 창원공장 노동자들을 제외한 부평, 군산공장 노동자 45명에 대해 한국지엠의 노동자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냈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 비로소 받아본 재판 결과였다. 추가로 소송에 들어간 창원공장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부평공장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4일이 지난 8월 29일에 승소 판결이 나왔다.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는 작년 불법파견 판결이 난 이후부터 인천지방검찰청과 중부노동청에 불법파견과 관련하여 제 역할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선 검찰에는 불법파견 판결이 난 이상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한국지엠에 대해 처벌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부노동청에 대해서는 한국지엠에 대해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내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7월 11일자 『노동과 세계』 기사 「“노동부·검찰, 불법 파견 범죄 조장”」에 실린 황호인 지회장의 발언에 따르면 “7월 9일 중부노동청장은 노조와 면담 자리에서 ‘검찰이 한국지엠 부평공장 불법파견에 대해 더 수사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 노동부 독단으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없다’라고 했다”고 한다. 한편 한국지엠 자본은 아직 2, 3심 재판이 남아있다는 핑계를 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할 생각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상적 구조조정이 자행되고 있는 한국지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비정규직

미국 소재 국제적 기업 지엠에 속해있는 한국지엠은, 2001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지엠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세계 자동차업체 1위로 세계 곳곳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던 지엠은 미국발 세계대공황으로 2009년에 파산했다. 그 후 미국 정부가 지분을 인수한 후 기업을 재편하여 지금의 지엠이 새롭게 출범하게 되었다. 지엠은 세계대공황 이전부터 자동차 판매보다는 금융부문을 통해 이윤을 획득하는 투기적 모습을 보였는데, 신 지엠 이후에는 이러한 양상이 더 강화되었다. 이를테면 자동차를 생산·판매하여 이윤을 얻기보다는 이전가격 조작, 본사에 대한 불필요한 업무지원비·로열티 지급, 본사로부터 빌린 고리의 차입금 등 석연찮은 방식으로 한국지엠에서 돈을 빼가고 있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사회주의자]

이와 더불어 구조조정이 일상화되었다.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 악화와 감원 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것이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는 데에 한국지엠 자본의 악랄함을 가늠할 수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희망퇴직, 유급 휴직, 임금 동결 등이 다반사로 일어났고, 급기야 작년에는 군산공장이 폐쇄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3,000명의 노동자들이 희망퇴직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상적 구조조정의 충격을 오롯이 떠안은 것은 바로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었다.

2009년 지엠 파산 이후, 한국지엠(당시 사명은 지엠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당시 부평공장에서 일하던 1,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쫓겨났다. 비정규직이 떠난 자리는 정규직 노동자가 들어와 일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지엠이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키겠다고 결정하면서, 유럽 수출량을 상당 부분 생산해오던 군산공장이 직격타를 맞았다. 정규직은 고용을 지키기 위해 사측과 2교대에서 1교대로의 전환을 합의했고 그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 1,000여명이 공장을 떠나야 했다. 2017년에는 창원공장 등지에서 비정규직이 일하는 자리를 빼앗아 그 자리에서 정규직이 일하는 식으로 정규직의 고용을 유지하는 ‘인소싱’이 성행했다. 작년에는 군산공장이 아예 폐쇄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마저 모두 잘리고 말았다.

작년 7월 27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 한국지엠 사측은 부평2공장을 2019년 말까지 1교대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캡티바 단종, 한국지엠 부도위기로 인한 말리부 판매 감소 등이 그 이유였다. 이런 합의의 결과 150여명 가량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고용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고 있었으나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그 결과 상당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연말에는 인천KD(자동차 부품을 포장, 수출하는 공장)가 폐쇄되었다. 이때에도 정규직 노동자들은 부평공장으로 전환배치되었지만, 남아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원 해고되었다.

[사진: 사회주의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에 정규직이 연대해 싸워야 한다

현재 군산공장 8명, 인천공장 38명, 총 46명의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과 불법파견 철폐를 외치며 투쟁하고 있다. 고공농성 중인 이영수 동지 외에 다른 해고자들 대부분이 단식에 들어간 상태다.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부평2공장을 2교대로 전환한다는 소식이었다. 부평2공장 1교대로 인해 비정규직이 대거 해고되었기에 2교대로 되돌아간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 자리에 복직되어야 함은 당연지사라 하겠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복직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가지고 투쟁에 들어갔다.

이 투쟁이 승리하려면 비정규직 노동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 그동안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고용을 보전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고용을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러한 과거의 모습을 반복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작년 군산공장 폐쇄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자만 3,000명이 해고되었다. 비정규직을 고용의 방패막이로 삼기에는 비정규직의 수가 이제 얼마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상적 구조조정에 먹튀 가능성까지 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싸우지 않으면 한국지엠 자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할 처지다.

다행히 작년부터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연대 가능성이 하나 둘 엿보이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 철회 투쟁과정에서는 비정규직,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하는 “함께살자 공동행동”이 결성되어 활동했고, 연말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에 반대하여 정규직 노동자 1,720여명이 ‘비정규직 해고중단 총고용 보장’ 요구 서명에 동참했다. 올해에는 비록 공장폐쇄와 비정규직 해고를 막지는 못했지만, 정규직, 비정규직이 함께 인천부품물류 폐쇄저지 투쟁을 전개했다. 지난 일요일 부평공장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고공농성과 집단단식에 들어가자 정규직 한국지엠지부는 고공농성에 대한 연대를 표시했고, 8월 27일자 임투 속보에는 “사측은 부당해고된 비정규직 46명 전원 복직시켜라!”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이러한 정규직 노조의 대응에 대해 경계의 시선을 충분히 보낼 수 있다. 그러나 2010년 고공농성 당시 “유감”을 표명하고 “농성은 가능한 단기간에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던 지엠대우지부의 태도에 비하면 달라진 모습인 것도 사실이다. 한국지엠 자본이라는 공동의 적을 향해 정규직, 비정규직이 하나가 되어 투쟁하는 것이 고공농성, 집단단식 투쟁 승리 뿐 아니라 한국지엠 노동자 전체가 승리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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