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생존권을 외면한 한국지엠 부평2공장의 1교대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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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 부평2공장 1교대 전환

지난 7월 27일(금) 한국지엠지부(정규직노조)는 한국지엠 사측과 고용안정특별위원회를 비공개로 개최하여 아래와 같이 부평2공장을 1교대제로 운영한다는 데 합의했다.

부평2공장 운영 관련 고용안정특별위원회

회사와 노동조합은 물량 변동으로 인하여 부평2공장 운영 및 중장기적 제조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들을 상호논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다음>

노사는 부평2공장 운영에 있어 1교대제로 전환하여 201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이후 2교대 운영을 재개한다.
인력 배치전환과 관련하여서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며, 공정 특성 및 변경 인원 등을 고려하여 해당부서에서 성실하게 협의하고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노사는 교대제 변경과 관련하여 직원들의 고용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호 협력한다. 또한 노사는 1교대 운영기간 중 결품, 천재지변, 그리고 예정된 공사를 제외하고,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교대제 변경 등과 관련하여 기타 세부적인 사항은 해당 부서에서 협의한다.

2018. 7. 27

한국지엠주식회사 대표이사 카허카젬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지부장 임한택

그동안 한국지엠 부평2공장은 말리부, 캡티바, 아베오라는 차종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캡티바는 생산이 완료되어 단종 되었고, 그나마 한국에서 어느 정도 판매가 되던 말리부까지 한국지엠 부도위기 등으로 생산이 축소되었다. 이렇게 생산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한국지엠은 그동안 주간, 야간으로 운영되던 공장을 주간만 운영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합의문만을 본다면, 독자들 중에는 무엇이 문제냐고 되물을 지도 모르겠다. 특히 201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하고, 고용운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한다고까지 되어 있어 그런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1교대 전환 합의

무엇보다 이 합의문은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다시 말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문제는 희생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지엠지부는 이 문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합의를 해준 것이다. 실제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올린 보고를 보면, 한국지엠지부는 1교대 전환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1차 사내협력업체 51명, 2~3차 사내하청 노동자 100여명 등 총 150여 명의 고용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합의문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에 정규직 노조가 합의를 해준 꼴이 된 것이다.

지난 10년의 기간을 돌이켜보면 비정규직과 관련한 한국지엠 정규직 노조의 역사는 사측과의 투쟁을 통해 구조조정을 분쇄하고 고용을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희생시켜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받는 합의가 계속 반복되어 온 역사였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계급의식이 발전되어 온 역사가 아니라, 계급의식이 후퇴되어 온 역사였다.

2009년 모기업인 지엠이 미국발 경제공황으로 파산상태에 이르렀을 때, 그 여파가 한국지엠(당시에는 지엠대우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다) 부평공장에 튀었다. 그 당시에도 정규직 노조는 생산물량 감소를 이유로 생산대수를 줄이고 여유인원을 전환배치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합의(2009년 3월 20일)를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적이 있다. 당시 이 합의문에도 같이 일하던 2,500여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 합의 이후 당시 부평공장에서 일하던 1,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강제로 공장에서 쫓겨났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쫓겨난 자리에는 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2014~5년에는 군산공장에서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 일어났다. 이번에는 지엠이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겠다는 발표를 일방적으로 한 이후 발생했다. 유럽 수출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생산해왔던 군산공장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었다. 군산공장은 파산을 맞았던 지엠을 살려낸 일등공신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뼈 빠지게 일해서 그 역할을 해 냈지만 지엠이 진행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었다.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을 희생시키는 구조조정을 합의해 준 주체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합의를 통해 군산공장 1교대 전환이 이루어졌고, 1,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번 1교대 전환 합의는 비정규직 해고를 용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비정규직지회가 교섭장을 막았다는 이유를 들며, 정규직 노조는 일부 고용안정특별위원회 성원의 위임을 받지 않은 채 비공개장소에서 사측과 합의를 했다. ‘직권조인’이라고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는 합의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용인된다면, 앞으로 임단협 교섭에서도 노동조합 집행부 쪽 교섭위원 일부의 위임만을 받아 일방적인 합의를 하는 게 가능해진다.

계급의식이 실종된 정규직 노동조합

현재 정규직 노조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반성을 하기는커녕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비정규직 해고 합의를 막기 위해 비정규직지회가 고용안정특별위원회 회의를 막아선 것을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일로 규정하기까지 하고 있다. 비정규직 해고를 동의해주는 합의에 항의하는 것이 어떻게 노동조합 활동 방해인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방관, 묵인하는 합의를 하려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조 집행부를 배출한 현장조직에서는 ‘숟가락 들 힘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궤변을 들어 밀며 일단은 정규직 조합원부터 살려야 했다는 불가피성을 강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매번 보아왔던 지겨운 논리다. 1교대 전환을 하지 않는다고 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되는 상황도 아니었다. 2019년 말 2교대로 다시 운영한다는 사측의 말이 사실이라면 1년 동안은 약간의 임금손실을 감수하면서 버틸 수도 있다. 많은 현장 노동자들 또한 다시 2교대로 돌아갈 거면 굳이 혼란스럽게 1교대로 전환할 필요가 있느냐는 태도를 보여 왔다. 모든 노동자가 같이 살자고 외쳐왔는데, 결국에는 정규직만 먼저 살아야 한다는 이기적인 태도에 정말 이것이 민주노조인지 의문만이 남는 상황이 되었다.

계급의식이 실종된 노동조합에는 미래가 없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번 부평2공장 1교대 전환과 관련하여 군산공장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2015년 군산공장을 1교대로 전환하면서 사측은 1교대로 전환하면 휴업이 발생하지 않고 정상적인 공장운영이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정상가동은커녕 불과 2년 여만에 공장이 폐쇄되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오로지 수익성 극대화만을 경영의 판단근거로 삼는 지엠자본은 그러한 전략을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계급의식이 실종된 노동조합, 강자와 약자를 구분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노동조합이 어떻게 자본과 맞서 싸울 수 있을까? 자본에 의해 갈라치기 당하고, 그것을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 변명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자본에 패배하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눈앞에는 1교대 전환 합의를 철회시키고 고용을 지키는 투쟁이 놓여있다. 자본과 맞서 싸워야하는 동시에 노동자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계급적 행위들과도 계속해서 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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