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정규직 연대: 인소싱을 막는 유일한 투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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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지난 10월 30일, 인천에 있는 한국지엠 부평공장 차체1부 인스톨공정(자동차 차체를 만드는 공정 중 하나)에서 일하던 6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유경테크노라는 하청업체로부터 ‘2017. 10. 31부로 (원청과의) 도급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 까지 자택대기’를 하라는 휴업통지서를 문자로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인 10월 31일 비정규직이 5년 이상 일해 왔던 그 자리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바로 ‘인소싱’이라 부른다.

그곳에 일하게 된 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맘이 편할 리 없었을 것이다. 수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일해 왔는데, 그 자리를 빼앗아 일을 한다는 것은 심정적으로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지회가 현장순회선전전을 통해 “이 곳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다. 지금 작업을 멈추어 달라”고 호소하면, 그곳에서 일을 배우던 정규직 노동자들 중 일부는 스스로 작업을 멈추고 그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엔진공장 등에서 작업량이 줄어들면서 여유인원이 발생하여 휴업이 반복되던 처지였다. 결국 정규직 노동자들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곳에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정규직 대의원과 회사와 합의는 끝나 있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계속 노력해보자는 이야기가 전부가 되었다.

한국지엠은 ‘갑’의 입장에서 언제라도 하청업체와 맺었던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정규직 인원이 남아돌면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을 투입하면 된다. 그렇게 손쉽게 인력 구조조정을 한다. 비정규직이 파업을 해서 생산물량 차질이 빚어져도, ‘도급계약’을 해지하면 된다. 손쉽게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 한국사회에서는 합법이고, 이것이 바로 기업하기 좋은 이유 중 하나이다.

다만 사측은 일방적이지 않은 모양새를 취하기 위해 고용불안을 들어 정규직 노동조합을 압박하고, 정규직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인소싱’을 합의하게 만든다. 그리고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는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하나의 일자리를 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갈등하는 사이 그 뒤에서 자본은 팔짱끼고 구경하는 형태가 만들어진다.

한국지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소싱

정규직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인소싱’은 한국지엠 공장 곳곳에서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자본가의 구조조정 방식이 과거에 비해 영악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지엠과 하청업체가 이제껏 노동자에게 해고라는 칼날을 디밀었다면, 이제는 무급휴업을 통해 스스로 공장을 떠나가도록 노동자들을 고사시키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사례 1. 지난 4월에는 부평공장 내 엔진공장에서 엔진포장(수출을 위해 완성된 엔진을 포장하는 업무)을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20여명이 휴업에 들어갔다. 이 또한 정규직 노동자들이 일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담당 정규직 대의원과 사측이 협의하여 갑작스레 비정규직 일자리를 인소싱한 것이었다. 이렇게 휴업을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 20여명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지난 8월부터는 휴업이 무기한 무급휴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 사장은 휴업수당을 지급하기 어렵다며 나 몰라라 하고 있고, 본청 한국지엠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며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4개월 째 지속되는 무급휴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주는 아르바이트, 공사판을 전전하고 있다.

사례 2. 인천 연안부두에 있는 KD공장(부품수출 공장, 자동차 부품 포장업무가 주된 일임)에서는 물량감소를 이유로 연말에 진성이라는 하청업체가 계약 해지되고, 그 업체 소속으로 일해 왔던 비정규직 50여명 자리에 정규직이 들어와서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사례 3. 부평공장 내 조립1공장, 조립2공장에서는 한국지엠 사측이 계속 인원감축 협의를 정규직 노조(대의원)에게 요구하고 있다. 협의가 진행될 경우, 인원감축 방식은 상당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서 정규직이 일하는 인소싱 방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사례 4. 창원공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소싱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인소싱 계획 중 그 규모가 가장 큰 경우다. 주로 경차인 스파크를 생산하는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와 사측이 협의를 통해 차체, 엔진, KD공장 등의 100여 개 일자리를 인소싱하겠다고 한다. 이 일자리는 상당수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는 곳이다. 조합원 수가 150여명 정도인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파업투쟁을 거세게 전개하며 이에 반대했다.

회사는 이로 인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자 1년 이상 장기직에 대해서는 고용을 승계하고, 3·6·9개월 단기계약직의 경우에는 남은 계약 기간만큼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은 노동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중재안이다. 창원공장에는 7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중 250여명 정도가 무기계약이 아니라 3·6·9개월 단위의 계약을 반복하는 단기계약직으로 일해왔다. 창원공장은 이때까지 상시적 일자리에 단기계약직을 반복 고용함으로써 많은 이윤을 벌어들여 왔다. 상시적으로 일해 왔던 이 단기직 사내하청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에 비정규직지회가 동의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를 허용하는 순간 앞으로 추가적으로 진행될 인소싱을 반대할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사례 5. 군산공장에서 추진하려는 인소싱 계획은 얼마 남지 않은 비정규직을 모조리 몰아내려는 것이다. 2014년 유럽에서 지엠 쉐보레 브랜드가 철수하면서, 유럽수출물량을 생산해왔던 군산공장에서는 1,000여명의 비정규직이 이미 해고되었다. 이로써 아직까지 남아있던 100여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이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겉으로만 외치는 총고용보장에서 벗어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심각한 지금이야말로 ‘노동자는 하나다’, ‘총고용을 보장하라’, ‘함께 살자’는 요구를 내걸고 투쟁해야 하는 시기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하는 투쟁 말이다.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를 만든 이유가 이런 투쟁을 하기 위해서였고, 이것은 매년 사업계획을 통해 강조하고 요구안으로 들어간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다르다. 겉으로는 총고용보장을 해야 한다고, 노동자는 하나라고 외치지만, 고용불안의 현실 앞에서 이러한 원칙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는데, 비정규직 전체의 총고용을 보장하라는 것은 너무 욕심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스스럼없이 나온다. 휴업이 길어지고 있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은데 어떻게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규직 노조인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는 비정규직 노조인 창원비정규직지회의 총고용보장 요구에 대해 “창원공장은 현재 생산물량 부족으로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다수의 조합원이 생계의 위험을 겪고 있다”며 “비정규직지회의 요구처럼 단기계약직에 대한 무조건적인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두 해 일이 아니다. 2008년 경제공황으로 미국에서 지엠이 파산했을 때, 그 여파는 한국지엠에까지 미쳤다. 당시 지엠대우(나중에 한국지엠으로 사명이 변경됨) 부평공장에서 일했던 비정규직 노동자 1,000여명이 해고되었다. 그때에도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원청자본과 전환배치에 합의하면서 비정규직이 우선 해고된 것이었다. 이것은 산별노조의 정신을 무너트리는 것이었고,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불신을 깊어지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2014년 군산에서는 정규직 노조와 원청이 합의하여 비정규직 1,000여명을 우선 해고시켰다. 당시 한국지엠 사측은 공장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상화되지 않았고 물량감소로 인한 고용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 사회주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투쟁전략

같은 노동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희생하여 우리의 고용을 지키겠다는 것은 명백히 반노동자적 태도이다. 이러한 태도는 불 보듯 뻔한 결론, 즉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라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문제의 본질은 자본에 있는데, 결국 노동자의 희생으로 마무리될 뿐이다. 정규직 노동자는 이런 태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물량축소로 고용이 위협받기 시작하자, 지역차원에서 ’30만일자리지키기위원회’를 만들었다. 누구라도 알 수 있듯이 그 30만 안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인소싱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외면하면서 어떻게 30만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겠는가? 이는 단지 지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외면하고, 이에 대한 투쟁을 외면한다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는 것이 지엠 자본과 맞서 싸우는데 있어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투쟁전략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문제의 근원에는 한국지엠 사측이 자행하는 노동자 인력감축, 구조조정이 자리잡고 있다. 지엠은 경영이 어려워졌거나 어려워져서 노동자들을 자르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지엠 본사는 현재 엄청난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다. 올해 지엠 본사의 주식 누적 수익률은 25.9%에 달한다고 한다. 지엠 자본은 이런 이윤을 거둬들이기 위해 노동자들을 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겉으로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간의 갈등이 부각되어 있다.

이제 노동자들의 투쟁은 문제의 근원인 지엠 자본을 향해야 한다. 여유인원 하나없는 비정규직 공정에 여유인원만 추가해도 상당수 인원을 흡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 러시아 철수비용 전가, 비정상적인 매출원가 책정으로 지엠 본사로 상당부분 이윤이 흘러들어간다는 의혹, 지엠 본사로부터 빌린 돈에 대해 높은 이자율로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 등 이미 언론을 통해 문제로 제기되는 부분들도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업비밀로만 간주되는 회계장부를 공개하라는 투쟁도 실질적으로 벌여내고, 이것을 지엠의 바지사장 퇴진투쟁과 결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제로’를 떠들며 일자리위원회까지 만든 문재인 정부에게,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대사회적 투쟁도 강화해야 한다. 정규직,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 지역 노동자들과 연대를 확대하는 것 역시 절대 빠트려서는 안 된다. 지엠 자본에 맞서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투쟁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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