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사회주의 고양 흐름, 왜 한국은 아직 예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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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https://theintercept.com/2017/08/04/dsa-democratic-socialists-convention-record-membership-chicago/]

두어 달 전 필자는 노동운동에 오랜 기간 몸담아 왔던 한 동지로부터 한국에서는 사회민주주의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들었다. ‘헬조선’이란 말이 나올 정도이지만 워낙 자본주의 체제가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 한국이다 보니, 노동조합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복지와 사회안전망도 확보된 유럽 복지국가 정도만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에서 나온 주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에서 나름 투쟁파, 좌파연해 온 사람의 주장이 이 정도인가 싶어 한심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사람들이 복지국가와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 중 상당수는 과거 사민주의가 잘 나가던 때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유럽에서 사민주의는 해체와 몰락을 걷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그리스 사회당이다. 파속(PASOK)이란 약칭으로 불리는 그리스 사회당은 2008년 대공황과 그 후의 긴축정책으로 인해 몰락했는데, 그 후 사민당의 정치적 붕괴를 일러 ‘파속화’라는 정치적 신조어가 등장하게 됐다. 스페인 사회당, 프랑스 사회당, 네덜란드 노동당은 그 몰락이 가시적이지만, 북유럽 또한 특히 2008년 대공황 이후 명백한 지지율 하락이 확인되고 있다. 사민당이 노동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자본주의 유지의 버팀목으로 전락한 게 이런 몰락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008년 대공황은 이러한 사민당의 본질을 노동자 대중이 적나라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반면 최근에는 『사회주의자』 잡지를 판매하는 성균관대 앞 사회과학 서점 ‘풀무질’에서는 매우 듣기 좋은 소식을 접했다. 서점에 따르면, 한 손님이 최근 외국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는 사회주의 서적도 많이 출간되고 사회주의 활동도 활발한 것 같다면서 『사회주의자』 잡지를 여러 권 구매해갔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오래 된 좌파 노동운동 활동가의 경우와 다르게, 외국에서처럼 한국에서도 사회주의 활동이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이 무명의 손님은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사회주의 운동이 전세계에 걸쳐, 특히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고양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사회주의자』는 창간할 때부터 이런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것이 아닌 사실이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사실로 남아 있다. 그래서 이 글은 사회주의 운동이 세계적으로 고양되고 있는 현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글의 후반부에서는 이와 달리 왜 한국에서는 사회주의 운동이 여전히 정체 상태에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수치로 확인되는 대중의 인식 변화

미국‧유럽과 같은 나라들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고양되고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인식 변화에서 확인된다. 사회주의 운동이 고양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보다 스스로가 살고 있는 사회경제체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변화이다. 2010년대 들어 여러 여론조사는 자본주의를 지지하지 않거나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대중들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2016년 봄, 하버드 대학 정치학 연구소가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자본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33%는 사회주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다양한 여론조사기관이 유사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대체로 대동소이한 결과를 얻었고 해가 갈수록 위와 같은 추세가 강화되는 모습을 띠었다.

2015년 10월 진행된 영국의 여론조사기관 YOUGOV과 레가툼 연구소의 조사는 영국, 브라질,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을 대상으로 보다 국제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조사는 응답자에게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계속 부유해진다”는 말에 대한 동의여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영국 64%, 독일 77%, 미국 55%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중진국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도 브라질 71%, 인도 77%, 인도네시아 61%, 태국 78%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 조사의 경우 질문 항목들이 다소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내용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한계를 지니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매우 높다는 것이 드러났다.

YOUGOV는 그 후에도 꾸준히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을 묻는 여론조사를 했다. 이 여론조사는 보다 직접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우호적/비우호적 태도를 묻는 것이었다. 2016년 1월 미국인 99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사회주의에 대해서 우호적 태도 29%, 비우호적 태도 48%로 나온 반면,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우호적 태도 52%, 비우호적 태도 27%가 나왔다. 동년 2월 영국인 3,905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을 한 결과, 사회주의에 대해서 우호적 태도 36%, 비우호적 태도 32%가 나왔고, 자본주의 대해서는 우호적 태도 33%, 비우호적 태도 39%가 나왔다. 이 결과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사회주의에 우호적 태도, 자본주의에 비우호적 태도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사회주의에 비우호적 태도, 자본주의에 우호적 태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 글에서 필자가 말하려는 주장을 일견 반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동일한 항목으로 설문한 반년 전의 여론조사 결과나 연령에 따른 응답 결과를 살피는 보다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YOUGOV는 2015년 5월 미국인 998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을 했는데 당시 결과를 보면 사회주의에 대해서 우호적 태도 26%, 비우호적 태도 51%, 자본주의에 대해서 우호적 태도 52%, 비우호적 태도 26%가 나왔다. 7개월 사이 사회주의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3%, 자본주의 대한 비우호적 태도는 1% 증가하는 모양새다.

더 나아가 미국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해 보수적 태도가 많은 것은 냉전기와 미국자본주의의 번영기를 경험한 높은 연령대에서 대거 이런 보수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설문에서 29세 이하의 젊은 연령대를 살펴보면, 사회주의에 대해 우호적 태도는 43%, 자본주의에 대해 비우호적 태도는 36%로 미국 전 연령대 중 가장 급진화된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인식의 급진적 변화를 낳은 요인으로는 몇 가지 이유를 들을 수 있다. ①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어 민중이 인간다운 삶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자본의 노골적 이윤추구 전략인 신자유주의는 이를 더욱 가속시켰다. ② 2008년 대공황은 결절점이 되었다. 자본주의로 인해 발생한 경제위기라는 게 누가 봐도 명백한데도 자본가들은 뻔뻔하게 스스로에게는 구제금융을, 노동자민중에게는 긴축재정을 부가했다. 이는 민중의 삶을 한층 더 악화시켰다. ③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진보, 좌파세력으로 인식되던 사민당과 민주당들이 사실은 노동자 민중의 반대편에 서 있는 정치세력이라는 게 명백해졌다. 이는 기존 사민당의 정치적 몰락과 새로운 반주류 정당의 등장을 촉발시켰다.

이러한 이유로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불신 받게 됐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싹트는 와중에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등장하게 됐다. 물론 대중의 이러한 인식 변화가 명확하게 정리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주류 지배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사회주의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제시하고 나온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나 설문의 일부 측면이 부각된 것이라는 점을 들며 의미를 축소하고자 한다.

이러한 지적이 타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여론조사에서 함의하는 사회주의라는 게 실내용상 그다지 높지 않은 정치적 요구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더 많은 국가 개입, 복지확대, 무상교육, 단일의료보장체계 등 민중 스스로 생각하기에 절박한 요구 묶음이 사회주의로 뭉뚱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러시아 혁명 역시 모든 민중이 명확한 사회주의 사상과 이론으로 무장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빵과 평화라는 민중의 절박한 요구에 의해, 그리고 그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사회주의밖에 없었다는 사정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유럽 지역 노동자 민중의 급진적 인식변화 배경은 20대 청년층이 직면한 삶의 위기와 불만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이들은 부모세대와 달리 자본주의의 호시절을 전혀 겪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실 사회주의 몰락 이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사회주의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이들은 사회주의에 대해 보다 적극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 한국에 『99%를 위한 미래』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의 저자이기도 한 사라 레너드는 『워싱턴포스트』에 “그렇게 많은 젊은 유권자들이 왜 늙은 사회주의자들 손에 넘어갔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는데, 이 기사는 이러한 사정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내 나이—나는 29세이다—의 사람들은 강고한 좌파 강령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여긴다. 냉전 이후 자본주의 질서는 우리를 저버렸다.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밀레니엄 세대는 그들의 부모들보다 더 못 살고, 너무 가난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가 없다. 미국에서 그들은 학자금 부채로 짓눌려 있고(혹 대학 학위가 없다면 고용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불안정하고 노조가 없는 곳에서 일을 한다. 게다가 지구는 녹아내리고 있다.

젊은이가 선천적으로 급진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금융공황과 이에 대한 정부의 공모가 일어난 시기에 의해 형성됐다. 특히 2008년 이후, 우리는 기업이 우리 가족의 집을 빼앗아 가고, 우리의 의료부채를 착취하고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일자리를 희생하게 하는 것을 목도해왔다. 우리는 은행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정부가 잔인한 긴축을 강요하는 것을 목도했다. 자본가가 우연히 이런 일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윤을 위해 이런 일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이윤을 우리의 정당들에 투자했다. 우리 중 상당수에게 자본주의는 축복이 아니라 공포이고 우리의 적은 월스트리트와 시티 오브 런던에 있다.

사회주의 운동이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

이러한 급진적 인식 변화는 그 자체로만 머물지 않았다. 인식 변화와 아울러 사회주의 운동의 실질적 고양도 일어났다. 작년 영국에서 제레미 코빈에 대한 의원단의 불신임이 일어나자, 코빈을 지키기 위해 노동당에 10일 만에 10만 명의 신규당원이 입당한 사건은 그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올해 6월 11일, 총선이 치러진 지 3일 후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레미 코빈은 집권가능성을 장기적인 것으로 보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봐요, 나는 젊은이들이 내 편에 있소!”

그러나 사회주의 운동의 고양이 가장 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곳은 아마도 미국일 것이다. 미국은 현재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직접적 관심과 참여가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사회주의대안(Socialist Alternative)” 소속 크샤마 사완트가 2013년 시애틀 시의원에 당선된 바 있고, 현재는 재선에 성공한 상태이다. 사완트는 시애틀에서 100년 만에 선출직에 당선된 사회주의자이다.

미국에서 사회주의가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된 계기는 샌더스 열풍이었다.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사실상 북구 스칸디나비아식 사민주의에 머무는 것이고 샌더스 자체가 국제정치에서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충실히 지지해온 인물이긴 했지만, 그가 사회주의를 표명하며 민주당 예비경선에 뛰어들면서 반공적 분위기가 강한 미국 사회 전체에 사회주의가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젊은 층에서 샌더스의 지지는 막강했다. 그가 예비경선과정에서 받은 젊은 층의 표는 실제 대선에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받은 젊은 층의 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승자독식이라는 독특한 선거제도에 기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신기하게도 사회주의 운동이 더 고양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가 당선된 후 진보운동이 급진화되기는커녕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강화되고 반MB, 반박근혜라는 명분 하에 자유주의세력과의 야권연대가 더 기승을 부린 한국 정치 지형과는 매우 다른 일이 일어난 것이다. 공인된 인종주의자, 성차별주의자, 극우주의자, 부동산 자본가, 심지어 파시스트라고까지 불리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는데도, 민주당과 함께 트럼프에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다지 강하게 등장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 사회주의 조직의 회원수가 증가하고 사회주의 조직에서 주최하는 행사와 투쟁에 참가자가 증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 데에는, 이른바 “역사 상 두 번째로 가장 열성적인 자본가 정당”이라고 불리는 민주당과 미국 자유주의자들의 본질이 많은 이들에게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자본가계급을 대변하는 민주당을 선택할 수는 없었기에, 트럼프의 당선은 오히려 사람들을 더 급진화시켜 사회주의 조직에 적극 참여하도록 만든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올해 5월 인권활동가 미셸 알렉산더와 진보적 저술가 나오미 클라인이 참석하는 시카고의 한 토론회에는 3,000명이 넘는 방청객이 몰렸다.
  • 미국의 규모 있는 사회주의 조직 중 하나인 “국제사회주의조직(International Socialist Organization)”이 중심이 되어 주최하는 ‘사회주의 컨퍼런스 2017’에는 2,000명 이상의 참여자가 등록해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사회주의 매체가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미국에서 유력한 좌파 매체로 떠오른 『자코뱅』은 2011년 21살의 대학생 바스카 순카라의 대학 기숙사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2만부 가량의 유료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대규모 잡지로 성장했다.
  • “챠포 트랩 하우스(Chapo Trap House)”라는 이름의 팟캐스트 역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땅땅보란 뜻의 ‘챠포’는 마약왕 호아킨 구즈만의 별명이고, ‘트랩 하우스’는 마약굴을 의미하는 속어이다. “챠포 트랩 하우스”는 자유주의(특히 대선기간 중에는 힐러리)를 신랄하게 비꼬는 팟캐스트로 인기를 얻었고, 유료로 청취하는 에피소드를 듣기 위해 월 5달러를 내는 유료 회원이 15,000명에 달한다.
[by Graeme Shorten Adams (@foreshortening)]

사회주의 운동이 활성화된 덕을 가장 크게 본 곳은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라는 조직이다. 1983년 마이클 해링턴이 이끄는 “민주적 사회주의 조직위원회”와 신좌파조직 “신미국운동”이 통합하여 만든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 조직은 미국 사회주의 조직 중 가장 큰 조직이다. 이들은 사회주의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실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기회주의적이고 개량주의적인 사민주의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마이클 해링턴(Michael Harrington)은 나중에 극우 정치인으로 변질된 트로츠키주의자 막스 샥트먼(Max Shachtman)을 추종하던 인물로, 민주당에 들어가 민주당을 견인하자는 “재편” 전략을 추진했다. 그의 정치목표는 “민주당 내 가능한 한 좌익”이었다.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는 이러한 정치목표를 이제껏 추구해왔고, 사민당들의 국제조직인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에도 가입해 있었다.

작년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는 샌더스를 지지했고, 사회주의 운동 고양의 과실을 대거 가져갈 수 있었다. 단적으로 회원수가 2015년 8천명에서 2017년 2만5천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는 8월 3일부터 6일까지 700명 이상의 대의원이 참여하는 대의원대회를 개최했다. 미국의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의 대의원대회에 큰 관심을 가졌다. 이는 이 조직의 사상과 노선에 동조해서가 아니라, 이 조직의 회원 증가가 사회주의 운동이 고양하고 있다는 지표이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대회 결과는 단지 회원 증가라는 양적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조직이 1년만에 3배 이상 증가한 이상 조직의 내용에서 질적 변화가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조직은 거의 과거와는 다른 조직으로 변한 상태였다. 회원 평균 연령이 64세에서 30세로 낮아졌다. 대의원 태반이 활동을 시작한지 1∼2년밖에 안된 새로운 인물이었다.

이들은 대회에서 조직을 과거와는 다른 급진적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우선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에서 탈퇴할 것을 결의했다.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가입 정당들이 많은 나라들에서 “복지국가와 노동자 및 노동조합의 권리에 대한 공격을 이끄는 데 일조”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조직내 유색인종 모임과 노동위원회 설립을 승인했고,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탄압을 규탄하고 ‘보이코트(Boycott), 투자철회(Divest), 무역제재(Sanction)’(BDS) 운동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민주당과의 관계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불개입을 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한국, 왜 사회주의가 고양되지 않고 있나

필자는 사회주의 운동이 고양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했다. 한 가지 밝힐 점은 그렇다고 필자가 위에서 제시한 사례에 나오는 어떤 조직이나 노선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개중에는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정치적 차이를 느끼는 부분도 많다. 다만 전반적인 현실의 추세가 사회주의 운동의 고양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운동이 진공에서 출현하여 갑자기 정치권력을 잡는 것이 아닌 이상, 대중들의 의식과 실천이 급진화될 뿐 아니라 이러한 급진화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고기가 놀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한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런데 이제 한국으로 우리의 시선을 돌려보면, 한국에서는 유럽이나 미국 등의 나라들과 달리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주의에 대한 우호적 태도가 아직까지는 그렇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객관적으로 한국 자본주의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사회적 모순도 덜하고 경제적으로도 더 낫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은 이미 극에 달하고 이로 인해 흉흉한 민심이 계속 표출되고 있다. 필자는 글의 서두에 ‘헬조선’이란 말을 사용했는데 이와 비슷한 표현이 줄줄이 나오고 있고, 각종 푸어들이 양산되고 있는 게 한국의 상황이다.

이정도 되면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우리의 삶을 옭죄는 사회경제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말들이 많아져야 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목소리보다는 야만적, 천민적 자본주의를 인간적인 자본주의로 수선해야 한다거나, 구조적 삶의 문제를 개인이 잘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나타난다. 노동자, 민중 사이의 연대를 통해 자본주의가 낳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기 보다 약육강식, 복불복의 시대에,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라도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한국 사회에서 종종 목격된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정규직 교사의 태도가 그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이러한 바닥을 향한 경쟁은 자본주의 모순을 더욱 악화시키는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다.

다른 한편 사회주의는 낡은 것, 틀린 것 아니냐는 말도 여전히 많이 들리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점점 더 많이 사회주의를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민중은 사회주의가 낡은 것, 틀린 것인 줄도 모르는 우매한 사람들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에 있다.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각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유럽이나 미국과 다르게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로 민중의 의식과 실천이 옮아가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령 해방 이후 오랜 시간 지속된 분단과 반공독재체제의 지속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실 사회주의권의 실패로 인한 사회주의에 대한 확신 부재도 또 다른 이유로 들 수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를 극복하고 새로 전진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현실 사회주의권 실패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를 적잖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로 민중이 전진하는 것을 가로막는 보다 직접적인 이유가 두 가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스스로 진보라고 자처하는 자유주의 세력이 민중으로 하여금 사회주의에 가까워지는 것을 막고 있다. 반공체제의 한 축으로 성장해온 한국의 자유주의 세력은 정치적 스펙트럼으로 볼 때 명백한 보수이다. 그러나 수구세력의 오랜 집권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자유주의가 진보인 것처럼 비춰지는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은 국가 주도, 관 주도의 경제발전을 하면서 자유주의가 제대로 꽃피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제야 비로소 자유주의가 한국에서 진보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유주의자들의 궤변이 수많은 통로를 통해 반복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전세계에서뿐만(유럽과 미국에서 현재 자유주의는 조롱의 언어가 되어 있다) 아니라 한국에서조차 자유주의가 더 이상 아무런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역사적 시기에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유주의는 마치 진보인양 행세하며 사회주의가 들어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주의가 낡았다는 주장도 주로 이들 자유주의자로부터 나온다.

두 번째로, 노동자민중이 겪고 있는 삶의 위기가 바로 자본주의에서 나온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를 전면화하여 대중이 사회주의에 가까워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할 상당수의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이러한 역할을 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이를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미 자유주의로 변질된 사이비 진보세력과 철저히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용인하고 같은 ‘진보’로 불러주는 운동은 사회주의 운동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 또는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 실천에서는 사회주의라고 할 만한 활동은 전혀 전개하지 않는 운동, 단순히 자신의 조직적 입지를 유지하는 데 급급한 운동 역시 사회주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낳을 뿐이다. 『사회주의자』는 지금까지 이런 식의 운동을 반복하는 세력에 대해 꾸준히 비판해왔는데, 그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보면,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고양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주로 주체적인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른 장작은 넘쳐나는 데 여기에 불을 붙일 불쏘시개가 시원찮은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민중 운동 발전은 전세계적 흐름에 많이 뒤쳐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자본주의로 고통받는 수많은 민중이 사회주의로 가까워지기 위한 주체적 조건을 마련해가는 게 우리의 과제라 할 것이다.

8 댓글

  1. 김현철//한물 갔다고? 개소리하지 마라, 지금 상황에서 자본주의가 더 유지할려면 더 많은 민중들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단다 새끼야, 맨날 좆쭝똥매연찌라시 종편찌라시나 보고 재벌들과 결탁해서 주가조작에도 동참하는 경제신문 찌라시나 그놈들이 운영하는 전파낭비해대는 쓰레기나 보니까 정말로 세상이 그런 줄로만 알고있는데 니야말로 정신차려 새끼야!

  2. 사회주의는 낡은 것,틀린 것 아니냐고 해대는 인간들 뒤에는 바로 지배세력들의 종복인 국가기관과 매스미디어의 사회주의에 대한 허위비방과 마타도어가 중심에 있다. 3년전 통합진보당이 불법,탈법적 방법을 동원한 지배세력에 의해 강제로 해산당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운동단체는 어땠는가? 대부분의 사회주의한다는 운동단체들은 반스탈린주의,반소주의,반공주의,반북주의에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깊게 빠져들었고 결국에는 같은 동지인 통합진보당분들이 탄압받을때 방관하거나 뒷통수에 칼을 꼽지 않았는가! 해방연대 역시 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3. 4~5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극우세력들은 친일극우파들을 위하는 남한군대와 유엔군대가 저지른 학살에 대해서 교과서에 이에 대헛 싣을려는 것에 대해서 ‘인민군의 학살도 기억해야 한다’는 개소리를 했다. 그런데 그 개소리의 기원은 무엇인가? 민주정부 10년당시
    한국전쟁 민간인학살에 대해서 진실화애위가 조사할 당시 한국전쟁 당시에 인민군의 학살이 정말 있었는지, 당시 각 지역에서 토착하여 활동을 하고 있던 좌파조직들이 정말로 민중들을 못살게 굴었는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미군,CIA,남한군,극우세력들의 증언과 조작된 증거들을 그대로 믿고서 미제국주의와 그들의 하수인인 CIA,서북청년단을 비롯한 극우단체들의 학살과 있는지도 확실하게 있지도 않으면서 남한의 정보기관과 극우단체들,CIA,미군 특무대의 공작에 의해서 조작,날조,둔갑된 민간인 학살 사례를 동치해서 ‘좌우대릭으로 인한 희생’,’이데올로기 분쟁으로 인한 희생’이라는 걸로 퉁쳤다. 그 당시에 진보적이라는 학자들조차도 ‘인민군의 학살’은 극우세력들의 일방적인 마타도어만을 믿었으며 그들에게 넘어가 한패거나 아니면 속아넘어갔던 사람들의 진술만 철썩같이 믿고 ‘인민군 역시 학살을 저질렀다’고 착각하였다. 하지만 그 중에 한 분은 이것이 극우세력들과 미제국주의자들이 조작해낸 것을 발견해냈으며 이후 이에 대해서 조사했으며 대부분의 인민군의 민간인 학살 사례가 미군과 극우세력들이 학살은 자신들이 저질러놓고 인민군에게 뒤집어 씌운 것임을 밝혀냈다. 극우단체들이 반북반공을 조장하면서 내거는 증거들이 바로 해방후 민중을 해방을 위해 싸웠던 사회주의자,공산주의자를 비롯한 좌파분들이 민중들을 학살했다는 조작,날조된 증거들과 극우단체들과 좆선일보,똥아일보,국정원 돈을 받고 온갖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해대는 탈북자들의 증언들에 있다.

  4. 남한에서 왜 어째서 사회주의가 고양되고 있지 않냐고? 간단하지 않은가,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사회변혁을 추구하고 자본주의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현실사회주의국가에 대해서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국정원,기무사를 비롯한 국가기관과 그들의 후원을 받는 어거지연합,애미연합,뉴또라이,자청련을 비롯한 극우보수세력들과 수구개독들이 북한,중국,쿠바 등 현실 사회주의국가들에 대하여 온갖 날조,조작된 증거,증언들에 기반한 증오를 조장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회주의를 내건 모든 세력들을 공격하며 사회주의를 구시대 사상으로 매도하고 있는데, 다카키 마사오가 심어놓은 일제 군국주의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 새마을 유신파시즘이 전 국민들의 뇌에 스며들고 지금도 여러 교육들을 통해 이러한 반공주의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맞서 싸우지 않고서 민중들이 다양한 사상의 자유를 진정으로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5. 국가보안법 폐지 없이는 남한에서의 사회주의 운동은 불가능하다. 국가보안법은 세상을 바꾸려는 사상들과 생각들이 나오려는 씨앗을 짓밟는 그 발과 그 다리와 같다. 그 발을, 그 다리를 없애지 않는 한 짓밟김당하는 씨앗은 결코 땅에서 나와 잎을 내고 꽃을 내고 열매를 낼 수가 없다. 모든 사회주의 단체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표현과 사상의 자유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자당을 건설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기반”이다. 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표현과 사상과 결사의 자유를 쟁취하자! 사회주의자가 구속되지 않도록 사상탄압에 맞서 싸우자!

  6. 한국이 정반대였을때는 과거 1980년대도 있었죠… 박노자에 의거하면 이 시기에는 소련에서는 진정한 마극사/마르크스주의를 탐구하고 있을 시절이었고 한국은 20세기 혁명을 탐독하던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구에서는 진즉부터 마극사/마르크스주의를 등돌린 분위기를 연장했고요… 그런데 작금의 세월은 오히려 반대가 되었지요… 기사문엔 머지않아로 써 있지만 이 머지않아를 더 빠르게 해야 합니다!~!!!

  7. 민주사회주의는 유럽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세계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 할 수 있는 제도로, 한국에서도 정치게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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