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동자들, 마크롱의 연금개악에 맞서 파업 투쟁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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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악에 반대하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되었다. 노란 조끼 투쟁이 프랑스의 거리를 노란색으로 물들인 지 약 1년 만에 거리는 다시 분노한 노동자들로 가득 채워졌다(노란 조끼 투쟁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자』의 지난 기사 「노란 조끼: 프랑스 자본주의 질서를 뒤흔드는 노동자민중의 봉기」, 「노란 조끼를 입은 프랑스 민중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를 참고하라). 이날 파리에서는 25만 명(정부 추산 7만 명), 전국적으로는 150만 명(정부 추산 80만 6천 명)이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12월 17일에는 파업의 기세가 더 확대되었다. 파리에서는 35만 명(정부 추산 7만 6천 명), 전국적으로는 180만 명(정부 추산 61만 5천 명)이 참여했다. 파업은 12월 26일로 22일째를 맞이하며, 1995년 연금개악 반대 파업의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올해 1월 2일(현지 시간 기준)로 29일째를 맞으면서 역대 최장 파업이었던 1986~1987년 임금인상 총파업 기간(28일)까지 넘어섰다.

노동자들의 파업, 프랑스를 멈춰 세우다

지정된 날짜에만 거리 시위와 파업이 진행되고 평소에는 대체로 정상 근무가 이루어졌던 2018년 봄 철도노동자 파업과는 달리, 이번 파업은 파업 기간 내내 프랑스를 정말로 멈춰 세우고 있다. 파업의 주요한 축인 교통부문 노동자들로 인해 며칠 만에 프랑스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90%의 기차가 취소되었고, 거의 대부분의 지하철역이 폐쇄되었다. 12월 9일까지도 기차 85%가 운행이 되지 않았고 지하철 16개 노선 중 9개 노선이 완전히 폐쇄되었다. 파업은 공공부문 중 교통부문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우편 노동자, 에너지 부문 노동자들, 파리 오페라 극장 노동자들까지 파업에 동참했다. 파업에 나선 파리 오페라 극장 노동자들이 집회 무대에서 발레 공연을 하는 영상은 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

이번 파업의 또 다른 주축은 교사들이다. 70%의 교사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마크롱 정부는 긴축의 일환으로 교육재정을 계속 삭감해왔고, 이로 인해 교사들의 노동조건뿐 아니라 노동자, 빈곤층 자녀들의 교육환경까지 매우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 9월에는 북동부 지역 근교의 공공 유치원 원장이 재정 삭감으로 인한 과중한 노동강도, 학생들의 열악한 교육여건으로 인한 압박감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다. 때문에 마크롱 정부에 대한 교사들의 분노는 매우 크다. 교사들 중 3분의 1이 파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민간부문 노동자들 역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12월 12일 르 아브르 시의 항구와 대규모 공단이 완전히 봉쇄되었다. 파업 중인 항만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시민들, 노란 조끼 시위대 등 약 6천 명이 항구와 공단 진입로 8곳을 봉쇄했던 것이다. 한편 발전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살인적 노동강도로 악명 높은 기업 아마존에 전기를 끊어버리고, 반대로 요금 체납 가정에 전기 공급을 끊도록 설계된 신형 전기계량기 작동을 중단시켰다. 이 외에도 정유 노동자, 국내선 항공 노동자, 르노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까지,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렇듯 프랑스 전체가 멈춰 서자, 에어 프랑스 등 여러 항공사들은 프랑스를 오가는 비행편을 취소했다.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던 에펠탑의 불이 꺼졌다. 학교도 폐쇄되었다. 그럼에도 파업에 대한 지지 여론은 두텁다. 12월 4일 허프포스트가 발표한 유고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 지지자를 포함한 60%가 파업에 찬성했다(반대 33%, 무응답 7%). 파업이 지속되는 동안에도 파업 찬성 여론은 6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주류 TV 채널들조차 한편에서는 파업에 대한 악선전을 하면서도 파업 지지 여론에 못 이겨 파업 참가자들과의 인터뷰를 길게 방영해줄 정도다.

마크롱은 성탄절이 다가오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일상을 위한 ‘크리스마스 휴전’을 운운하며 파업을 잠시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으며, 크리스마스 휴전은 없었다. 노동자들은 마크롱의 연금개악이야말로 노동자 민중의 행복한 일상을 빼앗고 프랑스를 자본 천국으로 만드는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크롱은 새해 전날 신년 연설에서 연금개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1월 7일~10일 쉬지 않고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며, 특히 9일에는 대규모 집회가 예고되어 있다.

더 내고 덜 받고 더 오래 일하라는 마크롱의 연금개악

마크롱 정부가 연금 개혁으로 제시한 계획의 요지는 직군별로 42개에 달하는 여러 연금 체계를 하나로 ‘통합’하고 연금 책정 기준을 근무 일수에 따라 적립되는 ‘포인트’로 바꾸는 것이다. 즉 모든 노동자가 ‘일한 만큼’ 연금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실상은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하향평준화이며, 본질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더 내고 덜 받고 더 오래 일하라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 노동자들 중 민간부문에서 일하는 약 1,900만 명의 노동자들은 기본연금으로부터 평균 급여의 50% 정도를, 보충연금으로부터 20% 정도를 각 보전받고, 국가 및 지역의 공무원들은 국가 및 지역 당국이 직접적으로 납부하여 운용하는 연금 기금으로부터 연금을 받아 왔다. 이에 더하여 경찰·의료·철도·전기·가스·은행·예술 등 특별한 직군에서 일하는 약 50만 명의 노동자들은 ‘특별연금’ 제도를 적용받는다. 여기서는 각 직군의 노동조건 등이 고려되어, 가령 야간노동을 해야 하는 등 노동강도가 강한 직군의 경우 법정 수급 가능 연령인 62세보다 일찍 퇴직하여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크롱의 개편안대로라면 프랑스 노동자들은 적절한 액수의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62세가 아닌 64세까지 일해야 하고, 연금수령액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기간도 가장 높은 임금을 받은 기간 25년(민간부문) 또는 퇴직 전 마지막 6개월(공공부문)이 아니라 평생 노동기간이 되기에 연금수령액이 줄어든다. 이런 내용으로 연금제도가 통합된다면 기존의 특별연금 제도 하에서 보다 일찍 퇴직하여 연금을 받던 교통부문 노동자들의 처지는 크게 악화된다. 이러한 계획의 궁극적 목표는 2050년까지 연금 수급자의 수는 1.5% 증가할 것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연금에 대한 공적 지출은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여, 결국 수령액을 줄이려는 것이다.

마크롱은 연금 재정이 위태롭다며 공포감을 조성했지만, 공식 보고서조차도 2017년부터는 지급되는 연금 액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연금 재정이 고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런 선전은 누가 봐도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었다. 심지어 마크롱 본인도 후보 시절에는 연금 재정이 안정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한 마크롱은 이번 연금개편안이 다양한 연금체제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기에 자영업자, 여성 노동자 등 불안정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유리하다고 선전하였다 그러나 각종 연구 결과를 통해 ‘포인트’ 기반 시스템이 여성 및 불안정 노동자들의 저임금 및 임금 격차를 더 악화시킨다는 점이 이미 밝혀졌다.

실제로 연금개편안이 어떤 세력에게 유리한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연금개편안을 기초했던 장 폴 들르부아예 연금개혁위원장은 최근 공직 이외에 외부기관에서 맡고 있는 13개 직책을 수년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었다. 그 중에는 교육 관련 싱크탱크 조직 회장직을 맡으며 매달 5,400유로(약 705만원)를 받아온 것이 있었고, 이 싱크탱크는 다름 아닌 민간 보험회사의 싱크탱크였다. 논란이 격화되면서 결국 들르부아예는 12월 16일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마크롱의 연금개편안의 배후에 공적 연금을 약화시키고 민간 보험회사 자본의 이윤을 늘려주려는 계산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마크롱과 노동자들 사이, 결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

파업의 동력은 직접적으로는 연금개악에 대한 반대이나, 그 기저에는 마크롱 정부 자체에 대한 강한 분노가 있다. 거리에 나온 노동자 민중은 한 목소리로 ‘마크롱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위대 사이에서는 마크롱을 프랑스 왕으로 묘사하며 풍자하는 선전물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고 한다. 이는 사실 「노란 조끼: 프랑스 자본주의 질서를 뒤흔드는 노동자민중의 봉기」에서 묘사한 바 있듯이 지난해 노란 조끼 운동에서부터 계속 보였던 광경이다. 마크롱이 집권 초기부터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각종 개악을 밀어붙이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민중이 저항하자 무자비한 경찰폭력까지 동원한 데 대한 분노가 누적되어 온 것이다. 한 기사에 따르면 집회에 나온 한 청년 여성 실업자는 ‘이전의 집권당은 적어도 은행과 대기업과 거리를 두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마크롱은 자신이 친기업 정치인이며 노동자들을 희생시키고 대기업의 이해관계에 복무할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고 이야기했다.

마크롱 집권 전 올랑드의 사회당 정권 역시 기본적으로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며 친자본적 정책을 관철시키려 하였다. 그런데 마크롱은 이를 더 노골화했다. 그래서 현재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1995년,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알랭 쥐페 총리는 연금개악을 시도했다가 3주에 걸친 대대적인 파업 물결에 결국 백기를 들었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까지 한 바 있다. 큰 타격을 받은 시라크 정권은 잔여 임기 내내 심각한 레임덕에 시달렸다. 마크롱 정부는 불과 1년 전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로 인해 위기를 겪은 바 있고, 지금도 지지율이 30%대에 불과할 정도로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그럼에도 마크롱이 이렇게까지 연금개악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마크롱이 노동자들과의 한판 결전을 감수하고서라도 노동자들을 완전히 패배시키고, 프랑스를 보다 완전한 자본 천국으로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2008년 이후 긴축재정과 사회보장 축소, 노동권 후퇴 등의 정책이 추진되었고, 이렇게 친자본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는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우파든, 사회당으로 대표되는 좌파든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 노동자들은 그러한 흐름에 비교적 강력하게 싸워온 역사가 있고, 승리의 경험도 일부 있다. 가령 앞서 보았듯이 1995년 알랭 쥐페의 중도우파 정부의 연금개혁 시도를 막아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2006년에도 청년 노동자들, 학생들은 26세 미만 청년의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최초고용계약법(CPE)에 반대하여 거리로 나왔고 결국 승리했다. 프랑스의 GDP 중 사회보장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OECD 평균 20.1%보다 높은 31.2%이고, 독일과 영국에서 연금생활자의 19% 정도가 빈곤 위기 상황인 데 반해 프랑스에서는 그 비율이 7%에 그치는 것은 이렇게 노동자 민중이 자본가계급의 공세에 맞서 싸우고 일부 승리해온 역사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 자본가들 입장에서는, 마치 영국의 마가렛 대처가 결전 끝에 광부 파업을 대패시키고 승기를 잡았듯이, 프랑스에서도 노동자 민중을 결정적으로 패배시키고 프랑스를 완전한 자본 천국으로 만들 정치인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사회당과 공화당을 오가며 주류 정치의 젊은 엘리트로 살아온 마크롱은 자본가계급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에 적절한 인물이었다(『사회주의자』는 「프랑스 대선: 무너지는 지배질서와 새로운 가능성」에서 이 점을 다룬 바 있다). 집권 초기, 프랑스의 마가렛 대처가 되려는 마크롱의 시도는 일면 성공하는 듯 보였다. 가령 2018년 3월 국영철도 개혁, 공공부문 인력 감축, 임금 동결에 반대해 일어난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마크롱의 강경한 대응에 막히고 말았다. 자본가들이 합심해서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무릅쓰면서 마크롱을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노동자 민중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 해 겨울 일어난 노란 조끼 운동은 마크롱을 큰 위기에 빠뜨렸다. 그럼에도 마크롱은 2019년 겨울 다시 연금개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한판 싸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노동자들을 결정적으로 패배시켜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하나가 되어 싸우고 있는 프랑스 노동자 민중

프랑스 노동자들과 민중은 한판 싸움을 감수하고 단결하여 마크롱에 맞서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파업의 중요한 특징은 파편화되어 있던 투쟁이 드디어 하나로 모였고, 이를 분열시키려는 정부의 시도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마크롱 정부는 처음에 연금개편안에 대한 반발을, 특별연금의 수혜를 받는 일부 ‘철밥통’ 교통부문 노동자들만의 특권 수호로 몰아가려 했다. 하지만 파업은 특정 부문을 넘어 나날이 확대되며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파업이 확대되자 정부는 1973년 이전 출생자들에게는 기존의 제도가 적용될 것이라거나, 경찰 직종의 특별연금은 놔두겠다거나, 교사들에게 2021년에 임금인상을 해주겠다고 하며 파업 대오를 갈라치기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 역시 노동자들을 흔들지 못하였다. 1973년 이전 출생자에 해당하는 노동자들도 젊은 동료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마음으로 파업 투쟁에 나서고 있으며, 아직 연금을 받으려면 한참 남은 청년 노동자들, 심지어 실업자들과 학생들도 거리로 나와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을 통해 노란 조끼 운동과 노동자들의 투쟁이 결합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노란 조끼 운동 당시, 비록 CGT와 같은 노동조합의 평조합원들이나 활동가들이 노란 조끼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결합하였지만, 지도부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이에 ‘투쟁의 수렴(convergence)’이 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끌어 가며 투쟁의 중심에 서는 가운데 노란 조끼 운동에 참여했던 이들도 노동자들과 함께 거리로 나오고 있다. 마크롱의 연금개악이 ‘투쟁의 수렴’이라는 목표를 달성시킨 것이다.

무엇보다, 2008년 대공황 이후 심화된 자본주의의 객관적 모순 속에서 칠레, 레바논, 에콰도르, 이라크 민중이 자신들의 생활상의 문제, 고통이 단지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듯이(『사회주의자』 기사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싸움에 나서고 있는 전세계 민중들의 투쟁」 참고), 프랑스 민중 사이에서도 그런 인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가령 12월 11일 중도좌파 성향의 신문 리베라시옹(Libération)의 헤드라인은 “파리에서, 우리는 연금 개혁 프로젝트와 ‘이 체제’에 맞서 싸우며 행진한다.”였다. 1995년 연금개악 반대 파업 때보다도 더 강력하고 끈기 있는 이번 파업의 힘은 바로 그런 인식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 파업의 결과가 무엇일지 지금 확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본주의의 객관적 모순의 심화 속에서 프랑스 노동자 민중의 의식과 투쟁이 이렇게 꾸준히 상승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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