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개악에 맞서 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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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지난 5월 28일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하는 최저임금 개악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면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그 효과가 상쇄되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추가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임금을 삭감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번에 통과된 최저임금법이 옳지 않다며 이제껏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던 항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액을 임금에 반영할 양심적인 자본가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이 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이미 여러가지 편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왔다. 이제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삭감시키는 법률이 통과되면서 자본가들은 편법논란은 물론 처벌까지 피하게 됐다.

현재 자유주의 보수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것이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법률 개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자본가를 위한 개악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민주노총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 30%, 즉 10명 중 3명은 새롭게 포함된 「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수당 7% 초과분」을 수령하고 있어서, 개악 최저임금법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2019년 최저임금이 15% 인상된다고 가정했을 때, 개악된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 1배 ∼ 1.2배 저임금 노동자 임금인상 삭감률은 20%”에 달한다고 한다. 여론조사 결과(5월 30일 TBS 의뢰)를 보면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6.3%나 되고 찬성한다는 의견은 39.5%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차 최저임금 삭감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개악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이다

개정된 최저임금법을 보면, 연봉 2,400만 원 이하의 노동자를 보호하고, 영세사업자도 보호하기 위해서 5년간 산입범위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2024년에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결국 조금씩 산입해서 충격(저항)을 완화하겠다는 것이지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어떻게, 어떤 비율로 산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산입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무의미해지고 오히려 임금이 삭감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5월 28일에 통과된 법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를 보호하기 위한 법일 뿐이다. 한 번에 죽도록 폭행하는 것과 조금씩, 조금씩 폭행해서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것의 차이를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보수정당의 이러한 주장을 믿지 못하면서도 정작 우리 안에서도 최저임금법 개악이 “최저임금만 받는 노동자의 문제다, 아니다”라거나, 비교적 “연봉이 높은 노동자들은 아무런 영향이 있다, 없다”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산입범위에 대한 형식적인 논란은 문제가 많다. 왜냐하면 결국은 모든 노동자들의 임금에 영향을 주는 것인데 그 영향력의 범위에 대해서만 논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최저임금 개악은 기본적으로 만성적인 경제위기에 처한 자본가계급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이며, 자본가계급의 위원회인 보수정당과 문재인 정권이 저지른 계급적 만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이번 법률 개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94조 1항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즉 취업규직을 변경할 경우에는 과반수의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하는 임금을 총액의 변동 없이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동의가 아니라 ‘의견청취’만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현장에서 자본가들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강행할 수 있는 대문을 열어제낀 것이다. 더 이상 노동조합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산입과 관련한 것에 그칠까? 이미 그렇게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최대의 이익을 보는 집단은 누구인가? 바로 자본가계급이다. 대부분 대자본의 하청 계열화되어 있는 중소자본의 조건에서 최저임금인상은 납품단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지금까지 하청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로 초과이윤을 강탈했던 자본가계급은 단가인상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중소자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단가 인상에 직면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이 그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이다. 중소상공인이나 중소자본가들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처럼 말하지만 최대의 수혜자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하청의 납품단가 인상을 피할 수 없었던 대자본가계급이다. 또한 최저임금에 복리후생비 등을 산입하는 것은 자본가계급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래서 최저임금법 개악은 만성적인 경제공황상태에 진입한 한국자본주의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계급전쟁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환상이 깨져야 한다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그리고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홍영표 원내대표의 입을 빌어 최저임금 삭감이 청와대의 뜻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5월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문재인이 최저임금 삭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결국 문재인정권은 6월 5일 국무회의에서 개악된 최저임금법을 의결했다. 2024년에는 현금으로 지급되는 모든 임금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문재인 정권이 스스로 자본가계급의 위원회라고 고백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데 민주노총과 일부 진보세력은 문재인에게 거부권 행사를 청원했다. 민주주의란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이나 정부기관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삭감이라는 만행을 저지른 당사자이며 책임자인 문재인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청원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주체적인 태도인가? 이와 같은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심판하자는 투쟁기조에서도 드러난다. 자신이 정치의 주체로써 해결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기구에게 자신의 운명과 미래를 맡기는 대리주의와 이 체제가 인정하는 ‘의회 내’에 질서에 순응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것은 진정한 노동자, 민중의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계급적 한계에 대해서 미처 몰랐다는 듯 한 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 그동안 자유주의자들은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수호자이며, 자본가계급의 친구일 뿐이라는 점은 적지 않게 주장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현실론을 들먹이며 무시하고 자유주의자들에게 신뢰를 보내는 분위기가 많았다. 이런 태도를 비판적으로 반성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자신들의 일을 한 자유주의 정치인들에게 분노를 토해내는 것은 여전히 한계를 지닌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각성이란 정치인에게 청원하고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단결된 힘과 투쟁을 믿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자유주의자들의 계급적 한계를 외면하고 자신의 계급적 위치와 다른 보수정치인에게 신뢰를 보내던 자신을 반성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이러한 태도가 달라져야 다른 투쟁을 시작할 수 있다. 작년 그 한겨울에 거리를 가득 메우며 대통령도 끌어내리지 않았던가?

민주노총은 투쟁할 준비가 되었는가?

가장 커다란 문제는 최저임금법이 삭감되는 과정에서 보인 민주노총의 태도였다. 누가 뭐래도 민주노총은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앞장서서 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책임이 있다. 민주노총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투쟁을 결의하고, 투쟁하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삶이 변화한다. 최저임금 개악은 전체 노동자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단호하게 자본가계급과 그의 대변인인 문재인 정권에 맞서, 최소한 개악된 최저임금법을 폐지시키기 위해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는 사회적 대화처럼 문재인 정권과의 협력을 기본으로 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심각한 개악안은 최저임금위원회 밖으로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다가 국회로 넘어와 개악되려는 순간에야 그 논란이 공개됐다. 또한 최저임금법 개악이 임박하자 투쟁으로 법안을 폐지시키려 하지 않고 산입범위 논의를 다시 최저임금위원회로 넘기라고 하였다. 국회에서 법안이 가결되자 이번엔 문재인에게 거부권을 청원했다. 그 어디에도 최저임금 개악에서 나타난 노동자들의 분노를 조직하고 투쟁으로 개악된 법을 폐기시키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대중의 판단은 이미 분명한데 투쟁을 앞장서서 조직해야 할 민주노총과 진보를 자임하는 정당들이 거부권을 청원했다. 이는 오히려 대중의 계급적 각성과 투쟁의지를 가로막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의 투쟁을 책임지고 있다면 이 일방적인 정권의 만행에 단순한 항의로 그치면 안 된다. 집행부의 농성이나 몇 차례의 결의대회, 유세장에서의 항의만으로는 개악된 최저임금법을 폐기시킬 수 없다. 민주노총이 진행한 농성과 결의대회라는 안이한 투쟁기조는 당면 투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성 성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은 청와대에 모인 사람들이 무색하게 “저들의 꼼수를 막기 위한 대대적인 임단협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것은 개인의 돌출적인 발언이 아니라 민주노총 집행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이 정권의 반노동자적인 태도에 분노하고 있고, 이는 여론조사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금 노동운동은 최저임금법 개악이 위기에 처한 자본가계급의 공격이라는 계급적 성격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폐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최저임금법 개악은 문재인 정권이 노동자계급에게 어떤 정권인지 그 계급적 본질을 가감없이 드러낸 사건이다. 문재인 정권과의 협력을 통해서 실리를 챙기겠다는 생각은 당장 버려야 한다. 노사정위원회의 탈퇴와 같은 일시적이며 부분적인 협력 중단은 저들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당장 개악을 앞장서서 진두지휘했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는 항의하던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사과와 반성은커녕 ‘문재인 찍었냐?’라고 막말을 내밷거나, ‘민주세력을 분열시키는 행위’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연이어 퍼붓고 있다. 직무급제 도입, 휴일 근무 중복 가산 관련 대법원 판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불가 입장 등이 바로 그것이다.

최저임금법 개악은 문재인 정권과 노동자계급이 공공연히 충돌하는 피할 수 없는 첫 번째 투쟁이 됐다. 6·30 전국노동자대회가 코 앞에 다가왔다. 민주노총은 전체 노동자들의 분노를 조직해서 물러서지 않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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