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의 죽음으로 드러난 트랜스젠더 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우자

0
445
[사진: 한겨레]

변희수 하사의 죽음: 올해 들어 세 번째 알려진 트랜스젠더의 부고

작년 1월 22일, 한 트랜스젠더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심신장애 3급’이 되어 전역 결정 통보를 받았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군에서 쫓겨난 것이다. 그는 사람들 앞에 직접 나서서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강제전역 결정이 부당하며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여 많은 관심을 모았다. 변희수 하사였다. 이 사건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 무렵 숙명여대에서도 최초로 트랜스여성인 신입생이 합격 통보를 받았으나, 결국 적대적인 학내 여론으로 인하여 입학을 포기하는 사건이 있었다. 위 두 사건으로 인하여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트랜스젠더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차별적 언사가 난무하기도 했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아졌다. 변희수 하사는 2월경 강제전역 결정이 부당함을 주장하며 육군에 인사소청을 제기하였고, 인사소청에 대해 기각 결정이 나자 8월경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차별에 맞선 싸움을 이어가던 변희수 하사가 2021년 3월 3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었다. 이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자아냈다. 스스로를 대중 앞에 드러내고 싸우겠다는,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을 한 사람조차도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만큼 우리 사회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극심하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변희수 하사의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용기를 얻었던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절망은 특히 깊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 관계자는 변희수 하사의 죽음에 대해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은 낼 것은 없다’는 뻔뻔스러운 답변을 하여 사람들을 더욱 분노케 하였다. 국방부는 공식 입장에서 애도를 밝히기는 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전환자 군복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했다. 강제 전역 결정이 부당했다는 반성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변희수 하사의 죽음이 사회적 차별과 억압에 의한 ‘타살’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변희수 하사의 부고는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로 알려진 트랜스젠더의 부고다. 2월 8일에는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우리는 농담이(아니)야>의 극본을 쓴 트랜스젠더 연극 작가 이은용 씨의 부고가, 2월 24일에는 녹색당 당원으로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트랜스젠더 정치인 김기홍 씨의 부고가 전해졌다. 이렇게 트랜스젠더 당사자로서 스스로를 드러내고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의 잇따른 죽음은 우리 사회의 트랜스젠더 차별과 억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극심한 트랜스젠더 차별과 억압

출생 시 지정된 성별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과 달리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을 트랜스젠더라고 칭한다. 태어나면서 여성으로 지정되었으나 스스로를 남성으로 인식하는 사람(트랜스남성), 태어나면서 남성으로 지정되었으나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사람(트랜스여성), ‘남성’ 또는 ‘여성’과 같은 이분법적인 성별이 아닌 다른 것으로 스스로를 인식하는 사람(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모두 트랜스젠더다(용어에 관한 정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 11. 연구용역보고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를 참고하였다).

그런데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서가 아닌, 출생 시 지정받은 성별대로 살아갈 것을 강요받는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응답자 591명 중 65.3%가 지난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하였다. 일상에서부터 학교, 일터는 물론이고 투표 등을 위해 신분증을 제시할 때, 관공서를 이용할 때까지 계속 차별의 연속이다. 법적 성별을 정정하지 않은 경우 주민등록번호에 제시된 성별과 성별표현의 불일치로 인해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화장실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음료를 마시지 않거나 음식을 먹지 않거나, 화장실 이용을 포기하는 것이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트랜스젠더들은 구직에 있어서도 차별로 인해 일자리를 제대로 구할 수 없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직 활동 경험이 있는 469명 중 절반이 넘는 57.1%가 성별 정체성과 관련하여 구직 포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구직·채용 과정에서 외모 등이 남자/여자답지 못하다는 등 차별적 시선에 시달리는 것이다.

자신의 성별 정체성대로 법적인 성별을 정정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현행 성별 정정 절차는 대법원 예규인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 담긴 성별정정의 요건과 첨부 서류에 따라 진행된다. 그런데 법원은 여전히 많은 경우 성별을 정정하려면 성전환 관련 외과적 수술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전환 관련 외과적 수술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든다. 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들 중 대부분이 성전환 관련 외과적 수술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71%가 비용이 부담되어서라고 답하였다. 이에 더하여 법원은 심리 과정에서 ‘반대 성의 외형을 증명할 수 있는 나체 사진’, ‘대법 예규와 동일한 문구의 진단서’, ‘초중고 생활기록부’, ‘인우보증인 전화번호’ 등 불필요한 서류를 요구하거나, 판사가 모욕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많은 트랜스젠더가 법적 성별을 정정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총 응답자 591명 중 법적 성별 정정을 한 응답자는 8%밖에 없었고, 86%가 법적 성별 정정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다 보니 이로 인한 트랜스젠더들의 고통은 매우 심각하다. 성소수자 건강 연구 프로젝트인 고려대 레인보우커넥션프로젝트가 2017년 진행한 ‘한국 성인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에 응답한 트랜스젠더 20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난 1년간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응답자 590명 중 57.1%가 2019년 한 해 동안 우울증을 경험했으며, 24.4%가 공황장애 진단이나 치료 경험이 있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사회적 차별과 억압으로 인한 것이다. 지난해 숙명여대에 합격했다가 입학을 포기했던 트랜스여성 A씨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담은 결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고 명확히 말했다. A씨는 “인간관계라든지 개인적 측면에서의 고통에는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당장 통장에 돈이 없고, 밀린 카드값을 내라고 연락이 오는 건 막아볼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결국 잇따르는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랜스젠더 차별과 억압에 맞서 투쟁하자

잇따른 부고를 들어야만 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살아 있을 때 늘 억압에 당당하게 맞서 싸웠던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뜻을 이어받아 계속 끈질기게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3월 6일 서울 지하철 2호선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변희수 하사에 대한 추모행동에는 주최 측 추산 무려 400여명이 참여하였다. 코로나19 유행 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변희수 하사를 죽인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하며 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애도했다. 또한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트랜스젠더들의 잇따른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자유주의세력이 계속 종교계의 눈치를 보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투쟁도 적극화되려 하고 있다.

한편 TERF(Transgender Exclusive Radical Feminist, 트랜스젠더 배제적 급진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적 여성’만이 여성이며 트랜스여성은 진짜 여성이 아니라는 주장, 트랜스여성이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다움’의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기 때문에 여성해방에 방해가 되는 존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여성의 안전’을 명분 삼아, 트랜스여성 A씨의 숙명여대 입학을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올해 변희수 하사를 포함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잇따라 죽음에 내몰리는 데 있어서도 이와 같은 목소리가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며, 트랜스젠더 차별과 억압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정체화하는 모습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를 쟁취하고 확장하기 위한 트랜스젠더들의 투쟁은 정당한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주의, 진보세력 역시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철폐하고,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확장하기 위한 투쟁에 적극 함께 해야 한다. 먼저 시급한 과제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법적인 성별을 남/여 이외의 다양한 범주로 확대하여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인정할 것, 성별정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의료적 트랜지션 에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이를 무상화할 것 또한 요구해야 한다. 트랜스젠더가 자신이 정체화하는 대로 살아갈 권리를 위해, 트랜스젠더 차별과 억압의 철폐를 위해 투쟁하자!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