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선거 패배: 몰락하고 있는 사이비진보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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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저녁, 21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정의당 상황실의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21대 총선에서는 의석수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5석 내지 7석이 예상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결국 정의당은 21대 총선에서 6석밖에 얻지 못했다. 지역구에서는 심상정 한명만이 고양시 갑 선거구에서 당선되었을 뿐 나머지 후보자들은 모두 낙선했으며 여영국, 이정미 등 현역 국회의원들도 ‘생환’에 실패했다. 심지어 심상정조차 같은 지역구에서 52.97%를 얻으며 여유 있게 당선되었던 20대 총선 때와 달리 39.38%를 얻으며 약 5%포인트 차이로 당선되었다. 비례 의석 역시 5석에 그쳤다(득표율 9.67%). 

20대 총선과 동일한 6석이지만 이것을 두고 현상 유지라고 평가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의 의석 수 확대를 위해 2018년 하반기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에 ‘올인’해왔기 때문이다. 심상정은 2018년 10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어 선거제도 개편에 앞장섰고, 논의가 정체되자 같은 해 12월 이정미 대표는 국회에서 단식까지 했다. 또한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선거제도 개편 협상을 위해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인사에서 후보자들에 대해 비판만 할 뿐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조국 임명 반대 여론이 60%가 넘는 상황에서 조국 임명까지 지지해주었다. 하지만 막상 이번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의당에게 자승자박의 결과를 가져왔고, 정의당은 의석 수를 단 한 석도 늘리지 못했다. 정의당은 21대 총선에서 패배했다. 

정의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 자유주의세력화한 사이비진보세력 

정의당이 패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으로는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이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패배 이유를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해서’라고만 정리할 수는 없다.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한 것이 정의당에 이렇게까지 큰 타격이 된 것은, 정의당이 근본적으로 자유주의세력화하여 민주당 2중대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정의당은 이제껏 자유주의 내 좌파에 다름 아닌 지위에 있었다. 정의당의 주요 지지층이 선거 때 지역구는 민주당을 찍지만 비례후보에서는 정의당을 찍는 민주당 지지층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그렇기에 정의당은 늘 ‘민주당보다 조금 왼쪽에 있으면서 가끔 민주당을 비판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민주당, 문재인 정부를 도와주는 세력’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자유주의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은 작년에 조국 임명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도 조국 임명을 지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외에도 정의당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가령 작년 12월 10일 여영국은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민생·개혁 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촛불개혁연대의 힘으로 만든 문재인 정부입니다. 정의당은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촛불개혁연대를 버리고, 자유한국당과의 기득권야합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결국 문재인 정부의 실패로 귀결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당인 것이다. 

올해 문재인의 신년사에 대한 논평에서도 정의당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올 한해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에서 정부가 확실하게 고용과 소득을 견인하겠다는 기조에 대해서 적극 찬성한다.”고 하였으며, “다만 노동존중에 대한 보다 확고한 의지와 구체화된 정책 기조가 모자란 점이 아쉽다.”는 단서를 붙였을 뿐이다. 심지어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일부 우려를 표하면서도 “한편 규제완화가 일부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은 동의한다.”고 하였다. 해당 논평은 “공수처 설치를 필두로 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정의당은 적극 협력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철학 기조는 훌륭하지만 실효성 있는 이행이 관건이다.”라고 마무리되는데, 이는 정의당이 계속 자유주의 정권의 지지세력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정의당의 이런 모습은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령 심상정은 3월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범민주 진영이 50% 이상 정당득표를 하리라고 보는데, 지금은 민주당이 40, 정의당이 10 정도”라며 “민주당과 정의당을 20 대 30 정도로 전략투표를 해주시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의 지지기반이 민주당 지지층에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또한 이 발언은, 정의당이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어떠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아서일 뿐임을 잘 보여준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본지 기사 「비례위성정당 논란으로 사이비진보정당의 본색이 드러나다」 참고). 

한편 정의당이 이번 총선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단일화를 하지 않은 것이 민주당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지킨 것이라는 일각의 평가가 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정의당이 단일화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한 것에 가깝다.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지역구별 단일화는 열어두고 있었다. 가령 경상남도 창원 성산 선거구를 보면,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민주당 이홍석 후보에게 단일화를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는 정당에 대해서는 지역구에서의 단일화도 거부함에 따라 협상이 잘되지 않았고 결국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은 것이다. 4월 3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창원 성산에서 민주당 이홍석 후보와 정책 협약을 맺으면서 “비례연합정당(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지 않는 정당과의 연대는 강을 건넜다”며 “당 차원의 단일화는 없다는 것은 중앙당의 확고한 의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기에 정의당과 민주당 사이의 지역구 후보 단일화가 없었다는 이유로 정의당이 독자성을 지켰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정의당 인사들은 각종 유세에서도, 정의당에 투표해야 문재인 정부를 더 잘 지킬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반복했다. 전북 익산을 선거구에 출마한 정의당 후보 권태홍은 3월 31일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성공적 국정운영과 시민 촛불혁명에서 제기된 개혁과제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권태홍과 정의당이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태홍은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각종 개혁 법안을 민주당과 공조하여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하고 통과시킨 것을 강조하며 “시민들도 생생하게 보았듯이 정의당이 없었다면 민주당만으로는 한 개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보수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국회 상임위조차 상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정의당이 반드시 원내교섭단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도 4월 3일 전남대학교 유세에서 “호남 광주에 의석이 28개입니다. 이 28개 의석을 전부 파란색으로 메우는 것보다는 그래도 몇 개 노란색으로 덧씌우는 것이 훨씬 더 강합니다. 100% 민주당 지지를 보내는 것보다 30% 정도 정의당으로 지지율을 나누는 것이 훨씬 더 강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촛불 개혁을 더 강력하게 견인해서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부로서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견인할 수 있는 정당, 그런 정당이 과연 누구입니까. 여러분. 정의당이 힘을 갖는 것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되는 것이 …… 훨씬 더 강력한 개혁으로 문재인 촛불 정부를 지킬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심상정은 4월 11일 막판 유세에서 자기가 출마한 지역구에서도 “심상정은 정했는데 정당은 어디를 찍을까. 문재인 대통령도 좀 지켜드려야 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 촛불 혁명 이후에 최초로 치러지는 총선입니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 왼편에서 좀 더 과감한 개혁을 견인해서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부로서의 소임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견인하는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충정을 어필했다. 

그러나 대중의 입장에서 정의당의 위와 같은 호소는 설득력이 없었다. 민주당 비례위성정당까지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자 한다면 그냥 지역구에서도 민주당, 비례에서도 더불어시민당에 투표를 하면 된다. 그리고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실제로 더불어시민당에 대거 투표를 했다. 다만 선거 막바지에 민주당이 압승할 것으로 보이자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정의당에 대해 표를 던지면서 완전한 붕괴를 면했을 뿐이다. 

사이비진보세력이 몰락하고 새로운 대안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마치 정의당이 제21대 총선 이후 민주당 2중대의 모습을 탈피하고 진보정당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처럼 포장한다. 

가령 노동자연대는 21대 총선 결과가 나오자 「정의당의 선거 성적에 관하여」에서 라는 글에서 “기대에 못 미쳐 아쉽다고 평가하는 것과 처참하거나 초라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다른 말이다. B학점을 목표로 삼은 시험에서 보통인 C학점을 받은 것을 두고 F학점 낙제를 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라며 전국 득표 수가 증가해 왔다든가, 수도권 지역과 울산에서 전국 평균 득표 이상을 했다든가 하는 지엽적인 사실들을 열거하면서 정의당이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심지어 정의당원들도 21대 총선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노동자연대는 정의당 당원들조차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의당을 높게 평가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동자연대는 “정의당은 민주당 비례 위성 정당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막판에 독립성을 지켰다. 그리고 조국 사태 때 취한 입장을 스스로 비판하는 등 차별성을 드러냈다. 진작에 그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는 무의미한 논평을 하고 있다. 

노동자연대가 정의당 밖에서 정의당의 실체를 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정의당 안에서는 정의당 당원인 장석준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한겨레신문 칼럼 「진보정당은 허무에 빠질 겨를이 없다」에서 “이후 진보정당 운동은 리버럴 정당의 하위 파트너가 되는 오랜 방황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16년 전의 그 약속을 되새길 때다. 국회가 촛불광장과 멀어진 만큼, 진보정당은 거리로, 광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하면서 마치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당이 진보적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오히려 정의당의 선거패배는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다. 시대의 요구와 반대로 가던 사이비진보세력이 몰락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자본주의의 객관적 모순이 계속 심화되고 특히 2008년 대공황을 계기로 민중의 삶이 크게 악화되어, 자본주의와 맞서 싸우는 급진적인 세력이 등장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미국이나 영국 등지에서는 실제로 시대적 요구에 일정 부분 부응하는 흐름으로서 샌더스, 코빈이 부상했다. 그런데 한국의 진보운동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여 우경화에 일매진했다. 그 결과물로 창당된 것이 바로 정의당이었다(「진보정치, 진보운동 전반이 몰락한 이유」, 「정의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참조). 그렇기에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릇된 바람을 불어넣는 노동자연대나 장석준 같은 이들은 어떻게 보면 정의당 주류보다도 더 문제가 있는 세력이다. 

21대 총선에서 자유주의세력이 압승한 이상 자유주의세력은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에 있어서 더 이상 핑계를 늘어놓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민중은 자유주의세력을 더 냉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고, 자유주의세력의 무능이 드러남에 따라 대안세력을 원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대안세력이 빠르게 등장하기 위해서는 진보를 참칭하면서 민중을 헷갈리게 하는 세력, 진짜 대안세력의 등장을 방해하는 세력이 정리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이비진보세력은 몰락의 길을 가야한다. 정의당의 선거 패배는 사이비진보세력이 그 길로 접어들었다는 징표라 할 수 있다. 이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자본주의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세력, 사회주의세력이 대안세력으로 나서야 한다. 

3 댓글

  1. 그동안 부족하나마 대안 언론이라고 생각해 왔던 《노동자연대》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기사를 내놨다. 「정의당을 지지하라」란 제목으로 지난 17일 발표한 기사는 마치 ‘비판적 지지의 정의당 버전’이라 할 만한 내용이다. “비록 민주당과 정의당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노동자들의 자신감이라는 점에서는 누가 당선되느냐가 실제로 차이를 낳는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의 정책의 차이는 실제로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또한 “정의당 후보와 민중당 후보가 당락을 놓고 경합하는 선거구의 경우에는 단일화될 후보에게 투표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을 ‘20 대 30’ 정도로 전략 투표해 주시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된다”고 해 사실상 민주당 지지층에게 노골적으로 구애했고, 민중당은 대표단 회의까지 소집하며 비례연합정당 참여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민주당이 주도한 여권비례연합정당에서 따돌림당한 형편이다. 더구나 정의당과 민주당의 합작품인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연동형비례 의석 배분 자격을 3% 이상 득표 정당으로 제한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통상 지지율이 1%안팎인 녹색당, 민중당, 노동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통한 의회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통상 지지율이 5% 이상을 유지하는 정의당은 1석이라도 더 비례대표를 배분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박남일, 「비례위성정당 논란으로 사이비진보정당의 본색이 드러나다」에서, 《사회주의자》, 2020. 3. 23. 참조) 사정이 이렇다면 “정의당을 지지함으로써, 민주당/비례민주당이 아닌 노동계급적 대안을 지지한다”는 근거가 궁색하다.

    한편, 민주노총에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2월 10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4,314명 대상) 결과(《참세상》, 2020. 3. 4)는 노동자들의 변혁 의지를 잘 보여준다. “30.3%는 현재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보수정당’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6.9%(1,144명)였고, ‘보수정당이지만 개혁의지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25.4%(1,081명)’였으며, ‘진보정당’이라고 답한 비율은 17.5%(746명)에 불과했다. 중요한 점은 “‘현재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9.5%(407명)에 그쳤다. 반면 조합원 82.3%는 ‘현재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 혹은 점진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고, 그 가운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비율이 52.7%(2,259명)로 과반이 넘은 것이다. 변혁을 바라는 노동자의 열망이 이와 같은데도 노동자연대는 (지지할 만한 정당이 없어) 선거를 부정하는 태도를 “추상적인 ‘좌파적’ 슬로건”이라고 폄훼한다.

    오늘날 미국과 영국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정치적 민주주의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것이 언제나 존재했던 것처럼 믿기 쉽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에서나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나 보통선거권은 순조롭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투쟁의 결과였다. 영국 노동자 계급은 다음과 같은 것을 요구한 차티스트 운동(인민헌장 운동)에 참여했다.

    1. 보통 선거권(남성).
    2. 선출된 하원 의원에 대한 급여(가난한 사람들이 공직에 출마할 수 있기 위해서).
    3. 정기 연례 회의.
    4. 후보의 재산 자격 폐지.
    5. 위협을 방지하기 위한 비밀 투표.
    6. 평등한 선거구.

    차티스트 운동 자체는 서서히 사그라졌다. 그럼에도 이 요구들은 마침내 잇따라 쟁취됐다(정기 연례 의회 요구만 빼고). 차티스트들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차티스트들은 그것이 더 나은 조건을 위한 투쟁의 무기라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했다. 감리교 목사 스티븐스는 맨체스터에서 열린 노동자 집회에서 청중에게 이렇게 연설했다. “동지 여러분, 차티스트 운동은 투표권 획득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운동이 결코 아닙니다. 차티스트 운동은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인민헌장은 좋은 집, 좋은 음식물, 잘살아 보는 것, 노동 시간 단축을 뜻하는 것입니다.”
    ㅡ 리오 휴버먼,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에서(장상환 옮김, 책벌레, 2008)

    영국 노동자들이 차티스트 운동을 벌인 까닭은, 1830년 선거에서 참정권 확대를 위해 부르주아와 함께 싸웠고 그 결과 부르주아 당인 휘그당이 선거에서 승리했는데도 휘그당의 배신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됐기 때문이었다. 부르주아 국가에 대해선 자본주의 경제학의 대부 격인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옳게 지적한 바 있다. “시민 정부는 그것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것인 한 실제로는 가난한 자들에게서 부자를,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서 재산을 지키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이는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인 마르크스가 ‘국가는 부르주아를 위한 운영위원회에 불과하다’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반공주의 극우 정부였든 자유주의 부르주아 정부였든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 자유주의적 사민주의 세력은 다를까. 사민주의는 자본주의 토대 위에서 망가진 부분만을 조금 고쳐 쓰는 것일 뿐이다. (마르크스의 말을 빌려) “끝으로, 기분 전환을 위해” 상상력을 마음껏 동원해 보자.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자본주의 최종적 형태의 공고함 앞에서 자본주의 극복은 난망하게만 보인다. 그러나 그 공고함은 사회화, 즉 자본주의가 제 본디 모습을 부정하는 요소의 도입을 통해 만들어졌기에 동시에 치명적 결함이기도 하다.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 거대 독점기업은 극단적으로 사회화되어 있다. 거대 독점기업들은 국가의 지원 아래 자금과 생산과 투자 등을 관리하며, 중소기업들을 하청계열화하여 철저한 계획에 따라 생산을 조절한다. 요컨대 현재 자본주의는 ‘자유시장’ 상태가 아니라 고도의 ‘계획경제’ 상태에 있다. 소유와 경영만 사유화되어 있을 뿐이다. 만일 다수 인민의 이해에 기반을 둔 정치세력이 정치권력을 획득하여 거대 기업들을 인민의 이해에 맞게 ‘재사회화’한다면, 자유시장 상태보다 훨씬 쉽게 새로운 사회로 이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몽상처럼 들릴 수 있지만 임박한 현실일 수도 있다. 그 결정은 전적으로 ‘인민 스스로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에 달려 있다.*

    *예컨대 한국의 주요한 거대 독점기업(재벌)의 최대 주주는 대부분 국민연금이다. 정치권력을 접수한 상태가 아니어도, 제도 정치에서 좌파 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재벌이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경영되는 일은 억지할 수 있다. 즉 다수 인민의 삶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전환할 수 있다. 또한 그런 경험은 인민의 더 적극적인 선택과 행동을 만들어내게 된다.
    ㅡ 김규항, 『혁명노트』에서(알마, 2020)
    (, 3월 31일 씀)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이 맞은 결과를 두고 ‘(정의당이 민주당에 의존해 선거법을 개정한 것은 정치적으로 옳지 않았음에도) 도둑맞은 집주인한테 책임을 묻는 건 곤란하다’며 ‘방범 설비를 등한시한 교훈을 끌어내야 할 것’이란 주장이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매체도 그렇거니와 논란의 당사자인 정의당 처지도 볼썽사납다. 이번 선거는, 편안하게 자고 있는 주인 몰래 도둑이 침입해 도둑질한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도둑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놓고는 물건을 도둑맞았다고 되레 도둑을 탓하는 꼴이다. 백 번 양보해서, 정의당이 민주당이 도둑인지 몰랐다면 정의당의 인식 수준이 한참 뒤떨어진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민주당 역사는 1945년 8월 해방 직후 고려민주당, 조선민족당, 한국국민당 등이 창당되고, 그 해 9월 12일 이 세 정당이 통합해 한국민주당(이하 ‘한민당’)으로 발족하면서 시작한다. 민주당은 자신 뿌리를 1955년 신익희와 장면 등이 만든 민주당으로 규정한다지만 그건 할아버지가 친일파 지주였기 때문에 자신의 뿌리는 아버지로부터 시작한다는 궤변이다. 그 때(1955년) 민주당 구성은 민주국민당 보수파와 자유당 탈당파, 흥사단 등의 범 야권 세력이 모인 것이고, 민주국민당은 1949년 한민당이 대한국민회, 신익희 세력, 대동청년단 지청천 세력과 합당하여 창당한 것이다. 한민당은 송진우, 김성수, 장덕수, 조병옥, 윤보선 등이 주축이 돼 창당했으므로 민주당 뿌리는 한민당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게 맞다. “한민당은 대개 일제 말기에 변절한 친일파, 식민 관료, 매판 자본가, 그 가운데서도 친일 지주 세력을 대표하던 집단이었다. (…) 한민당은 이승만과 결탁하여 미 군정 정책에 참여, 협조하면서 지주를 비롯한 친일파의 입장을 대변했다.”(윤대원, 『일하는 사람을 위한 한국 현대사』에서, 거름, 1990)

    1960년 4월 19일 민중의 힘이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렸고, “조직적 대오를 갖추지 못하고 있던 민중은 투쟁의 성과를 지주 계급을 기반으로 했던 한민당의 후신, 민주당에게 고스란히 넘겨주었던 것이다. (…) 4월 혁명의 기대 속에 등장한 민주당 정권은 단지 제도 정치권 내에서만 이승만 세력에 대한 반대 세력이었을 뿐 그 뿌리나 친미 반공의 노선에서는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민선 정부는 민중의 여망을 저버린 채 혁명의 불씨를 꺼 나갔다.”(위의 책) 민중의 혁명의 불씨를 꺼뜨린 민주당은 5·16쿠데타로 정권을 빼앗긴 뒤 근 40년 동안을 야당으로 지내면서 군부독재와 대립하는 투사인 양 행동한다.

    1987년은 6월 항쟁과 7~9노동자 대투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 적기였다. 통일민주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김영삼과 김대중 사이에 마찰이 일고, 대선을 불과 한 달여 남기고 김대중이 ‘떡 하니’ 탈당해서 평화민주당을 창당한다. 그 결과 야권 분열로 인해, 당연하게도, 5·18학살 원흉 노태우가 당선되고,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이 합당하여 민주자유당을 창당하자, 김영삼과 맞붙은 1992년 대선 때부턴 (아직까지도 우려먹는) ‘비판적 지지’를 외치게 된다. 1997년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은 자유민주연합 김종필과의 연대로 승리하여 마침내 꿈에 그리던 대통령이 된다.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5·18학살 원흉인 전두환, 노태우를 용서한다는 발표였고, 정권은 노무현에게까지 이어진다. ‘국민의 정부’라 칭했던 김대중 정권은 김영삼 때(632명)보다 더 많은 노동자를 구속했으며(892명), ‘참여 정부’라 칭했던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때보다 더 많은 노동자를 구속했다(1,042명). 노무현 정권은 이라크에 파병했고 한나라당에 연정까지 제안했으며 한미FTA를 체결한 장본인이다.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19로 인해 인민대중의 앞날이 막막한데 기업엔 160조를 지원하고 인민대중에겐 7조를 재난지원금으로 준단다.

    부르주아 정당이자 자본가 계급을 더 중시하는 민주당의 이런 생태를 정의당이 정말 몰랐을까? 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정의당 대표 심상정은 “민주당과 정의당을 ’20 대 30’ 정도로 전략 투표해 주시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된다”고 해 사실상 민주당 지지층에게 노골적으로 구애했다. 결과는 심상정의 바람대로 됐다(20대→21대; 1,719,891표(7.23%)→2,697,956표(9.67%). 하지만 그들은 민주당 지지층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열세일 땐 언제든지 돌아갈 가능성(이른바 ‘비판적 지지’)이 높다. 더 중요한 점은 정의당보다 지지율이 낮은 (득표율 3%가 되지 않는) 정당은 비례대표 단 1석도 가져가지 못하는 제도를 스스로 만들어 놓고는 민주당에 빼앗긴 6~7석에 분개한다는 건 아전인수다.
    (, 4월 18일 씀)

  2. 이분들은 본인들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는 정당이 어딘가? 노동당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득표를 올리고 있고 민중당은 단 한석도 얻지 못했다. 기본소득당은 어쨌든 민주당에 기대서 한석을 얻었지만 이분들이 기본소득당을 지지하는 건 아닌듯 하다. 변혁당? 여기는 형식적인 ‘공식 정당’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니 논의할 필요도 없다.

    평가가 정확해야 대안도 올바르게 나올 것인데 이분들은 그나마 국회 안에서 노동자계급을 (불충분하지만) 대변하는 정의당은 무시하고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정의당의 정당득표는 민주당의 악의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선거보다 증가했으며, 노동운동 활동을 했던 인물들이 국회에 들어갔다. 정의당 지지한 노동계급은 사이비 진보에 속은 어리석은 우중인가?

    거대 보수 양당 세력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의석 수는 지켰고 정당득표율은 오히려 상승. 이정도 해도 패배면 정의당이 뭐 단번에 20석 이상 먹어야 패배가 아닌 건가? 일단 정의당이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결론부터 내려놓고 글을 쓰고 있으니 외곽에 있는 노동계급에게 거의 설득력이 없는 글만 쓰고 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김민재 기자가 이 글을 쓰는데 들어간 노동이 과연 김민재 기자의 급여에 맞는 가치를 갖는 노동인지 의문이 든다.

  3. 그리고 정의당이 민주당 지지층에 기대서 선거를 하는건 기성 정치세력으로 나쁜 선택지가 아니다. 현실의 노동계급의 다수는 안타깝지만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지지한다. 어떻게든 이들을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끌어오는 것이 모든 노동자 정치세력이 마땅히 해야 할 임무다.

    민주당 지지 노동자는 빼고 미통당 지지 노동자는 빼고 빼고 빼고 하다 보면 애초에 지지를 호소할 곳 자체가 없는게 엄중한 현실이다.

    사회주의자 신문도 당연히 지금보다 독자 수를 늘리고 싶을 것이다. 당연히 사회주의자 신문도 지금은 미통당 민주당 정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도 설득력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정의당의 전략전술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운동가들이 주도하고 있고, 보수 양당에 비해서는 노동정책에 중심을 두고 활동하는 정의당의 존재를 아예 무가치한 것으로 둔다면, 사회주의자 신문이 더 큰 독자층을 얻을 수 있을까?

    차라리 사회주의자 신문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무엇인지 밝히고 이들이 정의당보다 나은 대안이라고 선전하면 이해하겠다. 하지만 비판 말고 대안이라고는 없는 사회주의자 신문이 어디서 독자를 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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