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노동자들에게 ‘기후 파업’이 중요한 이유

0
267
[사진: 교육노동자현장실천]

[편집자 설명] 기후위기비상행동은 9월 한 달 기후위기 관련 집중행동을 전개했다. 여기에는 많은 단위들이 참여했는데, 『사회주의자』에서는 지난 호에서 이와 관련된 기사인 「‘빛 좋은 개살구’: 현행 질서 유지 의사를 드러낸 국회의 기후비상결의안」을 실었다. 여기에는 9월 12일 사회주의 생태론 학습모임과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에서 진행한 청와대 앞 릴레이 일인시위 소식이 실렸다. 25일에는 교육노동자현장실천이 중심이 되어 ‘기후위기 교육노동자행동’이 전개되었다. 이 날 행동에서 교육노동자들은 기후위기의 주범이 ‘자본주의’라는 주장을 외쳤다. 이것은 노동자가 기후위기에 대한 행동에 나선 주목할 만 한 사례로, 우리 매체는 이 날 행동에 대해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장인하 동지의  글을 기고 받았다. 기사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지난 9월 25일, ‘교육노동자현장실천’은 전세계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 교육노동자행동’을 진행하였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은 반자본주의 사회변혁을 목표로 교사노동자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올해 5월 만든 단체이다. 교육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철폐와 교육체제 변혁을 위해 실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기후위기 교육노동자행동’을 소개하고, 교육노동자들이 비상행동에 나서게 된 이유 및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反자본주의 투쟁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9월 25일에 진행된 ‘기후위기 교육노동자행동’

‘기후위기 교육노동자행동’은 조금은 급하게 준비되기 시작하였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은 출범할 때부터 기후위기와 같은 생태문제의 해결을 위해 투쟁하고 실천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출범 이후에는 아무래도 학교의 노동문제와 교육문제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실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하나의 부채감으로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던 와중에, 9월 들어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실천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에 교육노동자현장실천에서 평소에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 있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기후위기 교육노동자행동’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기후위기 교육노동자행동’은 9월 25일 당일 실천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9월 25일 이전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문제는 자본주의’임을 알리는 기사와 수업 자료를 제작·공유하였고, 9월 25일 당일 오전에는 등교‧출근 시간 학교/거점 일인시위를 진행하였다. 점심에는 청와대 앞에서 기후위기 피케팅한 뒤 ‘기후위기 교육노동자행동’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후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이동하여 길거리 강연을 통해 기후위기 문제를 곱씹어보면서 광화문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기후위기 대응 행동의 필요성을 알렸다.

사실 ‘기후위기 교육노동자행동’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9월 25일의 메인이벤트로 기획되었던 ‘기후위기 청소년행동’에 함께하는 것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나 한국에서나 기후위기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기후위기 세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교육노동자로서, 기후위기 청소년행동에 참여하는 청소년 동지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벅찬 경험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9월 25일 ‘기후위기 청소년행동’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었고, ‘기후위기 교육노동자행동’은 독자적으로 당일 일정을 진행하게 되었다.

기후를 위한 학교 총파업을 위하여

교육노동자현장실천에서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대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들이 가장 앞장서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을 하고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 그 실천의 핵심이 ‘결석 시위’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2년 전 그레타 툰베리가 처음 피켓을 들고 나와 스웨덴 의회 앞에 앉아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제안했던 것은 바로 ‘기후위기를 위한 학교 파업’이었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위한 학교 파업’은 전세계적으로 확산이 되었고, 작년에는 전세계 130여개 국가에서 백만 명 이상의 청소년이 기후 파업에 참여하는 데에 이르렀다. 자본의 탐욕에 맞선 민중의 무기가 파업이듯이, 청소년들은 자본의 탐욕에서 비롯된 기후위기에 학교 파업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작년 9월에 진행된 결석 시위에는 600여 명의 청소년이 참여하기도 했다. 올해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작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청소년들이 결석 시위에 참여하였을 것이 분명하다.

투쟁하는 교육노동자들에게 ‘학교 총파업’이란 학교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임과 동시에, 아직은 갈 길이 요원한 원대한 꿈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 현재 교사노동자들에게는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기 위해 만들어진 악법인 교원노조법에서는 단체행동권을 명시적으로 부정하고 있으며, 현실에는 교육부가 전교조와의 단체협약을 회피함으로써 단체교섭권조차 무력화시키고 있다. 얼마 전 대법원에 의해 법외노조가 취소되어 겨우 ‘합법 노조’가 되기는 했지만, 노동기본권의 측면에서 보자면 교사노동자의 현실에서는 매우 척박하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매년 힘있게 파업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데, 교사노동자들은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만약 청소년들의 기후위기 결석시위가 확대되고, 결석시위에 함께하는 교육노동자들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결석시위의 원래 이름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인 데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노동자들이 결석시위에 함께하는 것은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 이전까지는 교사들이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공공연하게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이 파업에 나섰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교사의 노동기본권 쟁취와 학교 총파업이 단지 저 먼 꿈으로만 남아있지 않으려면, 결국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로를 설정하고 구체적으로 이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강력한 투쟁 전술인 동시에, 교사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노동자들이 꿈에 그리던 학교 총파업을 실현하기 위한 경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진: 교육노동자현장실천]

기후위기, 문제는 자본주의다

다시 그레타 툰베리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레타 툰베리는 왜 다른 실천 방안들을 놔두고 굳이 ‘기후 파업’을 이야기했을까? 그레타 툰베리가 한 말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IPCC의 SR 1.5보고서와 UNEP의 생산 격차 보고서, 그리고 파리 협정에서 지도자들이 실제로 서명한 내용을 보면, 기후와 생태학적 위기는 오늘날의 시스템 내에서 더 이상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강조는 인용자)

우리는 존재론적 위기를 대하고 있고 이 위기는 무언가를 사거나 새로 짓거나 투자한다고 빠져나올 수 있는 위기가 아닙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기후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해왔던 경제체제의 ‘회복’을 목표로 삼는 것은 너무도 부조리한 일입니다. 현 체제는 망가진 것이 아니라 애초의 디자인 그대로 잘 작동되고 있습니다. 고쳐 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에겐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강조는 인용자)

그레타 툰베리는 명쾌하게 기후위기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 즉 체제의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 즉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탄소 소비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체제는 결코 지속될 수 없으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레타 툰베리의 제안처럼 (기후)파업이 필요하다. 그레타 툰베리가 정확하게 의도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레타 툰베리가 현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한 연결고리로서 ‘기후 파업’을 제시했다는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1.5℃ 특별보고서’라고도 알려진 IPCC의 보고서에서 과학자들은 지구가 기후위기를 그나마 견뎌내기 위해서는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1.5℃ 이내로 억제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윤을 위한 경쟁 속에서 필연적으로 과잉생산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로 인해, 산업화 이후 지구의 기온은 이미 1℃가 올랐고,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평균 기온 상승 폭이 1.5℃를 넘는 것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말인즉슨, 기존의 생산체제를 유지하는 한 지구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기후위기는 자본주의 체제 극복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 기후위기 투쟁이 反자본주의 투쟁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교육노동자들에 있어 기후위기 투쟁의 경로가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면, 투쟁의 방향은 체제 전환의 요구를 분명히 하는 反자본주의 투쟁이어야 한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월 기후위기 교육노동자행동을 진행하면서 청소년 주체들과 함께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교육노동자행동에 참여한 교육노동자의 수도 소수였다. 그러나 앞으로 청소년들의 기후위기 결석시위가 점차 확대되고, 그 사회적 파급력도 점점 커져갈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이는 교육노동자들을 추동하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기후위기에 맞선 교육노동자들의 투쟁을 조직해가자. 이것이 곧 교육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투쟁이자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이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