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노인빈곤: 지배계급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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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고령화 및 노인빈곤 문제이다. 이에 대해 그동안 역대 자본가정권은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였으나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을 밝히는 글을 작성하기로 한 후 필자는 우연치 않게 직장에서 운영하는 힐링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왔다. 삶이 팍팍해진 민원인들의 거친 항의와 욕설 등에 지친 직원들의 심신을 치유한다는 명목에서 마련된 그야말로 ‘힐링’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2박 3일 동안 직장의 각박한 환경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공기 좋은 자연 속에서 생활하니 정말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단 며칠의 진통제 투여로는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본주의에 찌든 민중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다. 그래야만 건강보험공단 직원들도 굳이 힐링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아도 여유롭고 친절하게 민원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역대 정권이 내놓은 소위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들이 제시한 대책들도 필자가 경험한 2박3일의 힐링 프로그램처럼 고령층들의 삶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암울한 노년의 삶

① 초고령사회로의 진입과 베이비부머의 은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진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한 사회의 고령화 정도는 노인인구/전체인구 비율로 나타내는데, 7% 이상은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7%, 2018년 14%, 2026년 20% 도달예정이다. 이러한 속도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매우 빠른 것이다. 이제 베이비부머 720만 명이 고령인구에 속하게 되면서,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그동안 고도의 경제 성장의 과실을 향유하던 720만 명 이상의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자들이 대거 퇴직을 하고 있다. 퇴직 후 생활의 최소한의 안전판이 될 연금, 건강보험, 노인요양 등은 이들의 노후를 책임져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의 삶의 질은 파탄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청년층들과 저임금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에, 점점 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간적 기본권마저 유린당할 수밖에 없다.

② 소득절벽의 도래

베이비부머들이 믿고 있는 것은 당장은 매월 나오는 월급이지만 퇴직 후는 정말로 막막하다. 직장을 다닐 때 받았던 높은 임금은 퇴직하는 순간 사라진다. 이들은 심각한 소득절벽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노후를 지탱해줄 자원은 한 채의 아파트, 국민연금, 개인저축, 개인연금이 전부이다. 이들의 보유자산의 70% 이상이 주택이다. 주택가격의 폭락 가능성은 이들의 삶을 더욱 불확실한 상태에 놓는다. 그리고 경제가 나빠지고 국가가 복지재정 지출을 축소할 경우, 국민연금도 국가로부터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이미 국가 보장 조항이 삭제되었다).

③ 비참한 노후를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의 부재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 더 이상 기존의 얄팍한 복지로는 인구 상당수의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치매, 거동불편 수발에 따른 복지비용이 대폭 증가할 것이다. 연금수급액이 크게 늘어나 2035년경 국민연금이 적자로 전환되고 2050년이 되면 재정이 고갈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한 의료비 역시 고령화로 3년마다 평균 10조 원 정도씩 늘어나고 있어 2020년이 되면 의료비는 GDP의 10%를 넘을 전망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이미 2015년 49.6%일 정도로 심각하다. 이는 다른 OECD 국가의 2배 이상이다. 지금 추세로 보았을 때, 이 정도의 빈곤율조차 무색할 정도로 노인 빈곤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노동자 대다수가 은퇴 후 소득절벽에 떨어져 비참한 노후를 맞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은 전무한 상태이다.

역대 정권의 고령사회 대책

이처럼 노년의 삶은 암담하다. 향후 고령인구가 급증할 상황에서 이런 노년의 비극을 막기 위한 노력은 사회의 핵심 의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20년 가까이 역대 정권들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여태껏 역대 정권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인지 살피기 위해 우선 그동안 역대정권이 추진해왔던 고령사회 대책들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한국 사회 최초의 고령사회 대책인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살펴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퇴행적 행태들로 인하여 노무현 정권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정권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이명박, 박근혜정권이 추진한 정책들은 대체로 노무현 정권 때 작성된 ‘비전2030’에 기초한 정책들을 다소 변형했을 뿐이다. 제1차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은 고령사회에 대한 분석과 정책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 내용들은 철저하게 반민중적이고 친자본적인 것이었다.

이 계획에서 핵심 주장은 출산율 저하와 고령 인구 증가, 인구 감소로 인해 경제 활력이 저하 되고, 노인부담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노년의 삶의 질 보장이 아니라 경제성장과 관련하여 고령인구의 증가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다분히 자본가적 시각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제시된 정책을 보면, 노무현 정권의 1차 기본계획이 고령화 문제의 실질적 해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고령화를 철저하게 사적 자본의 이윤 확충 기회로 활용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사적 소득보장제도 확충이라는 명목으로 기존의 퇴직금 누진제 폐지도 모자라 아예 퇴직금을 개인연금으로 의무화하여 이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 중장기적으로는 개인연금 활성화 기반을 구축하여 다층적 노후 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한다는 정책을 지적할 수 있다. 어떻게든 공적 연금을 축소하여 다양한 사적 연금의 기반을 확충하려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금수급 시기를 늦추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고, 고령자 고용촉진장려금지원을 확대하여 고령자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고, 고령사회 금융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주택역모기지 및 사모펀드 및 자산운영회사를 전문화하는 등의 계획도 담겼다. 임금피크제, 파트타임 확대, 일자리 나누기 등 대표적 친자본정책 등 역시 고령화 대책으로 나왔다.

이명박 정권 때에는 이런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내용마저 후퇴했다. 제1차 계획에서 추진된 기초노령연금과 장기요양보험에 대한 재정도 축소하려 했고,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층적 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500만 명에 이르는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빈곤자들을 외면했다. 왜냐하면 사적 연금들은 젊은 시절 안정적이고 높은 임금을 받은 중고령자들에게도 최소한의 보장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친기업적인 의료 민영화의 다른 이름인 건강관리서비스법 추진, 기업친화적 정책인 시니어 창업, 고령친화적 R&D 투자 확대 등의 정책들을 나열했다.

박근혜 정권도 고령화 문제에 있어 퇴행적이었다. 그 대표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노인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높여 국가가 나서서 노인 인구에게 돌아갈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마저 축소하여 정부의 재정부담을 경감시켰다. 이러한 복지축소를 바탕으로 주택연금, 농지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 연금 시장의 활성화를 추진했다. 그리고 노인 보호의 최소비용인 경로당 관리예산마저 대폭 삭감되었다. 박근혜 정권의 고령화 대책은 그동안 미미하게 존재했던 복지마저 대폭 후퇴시키는 계획으로, 고령화 대책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친자본으로 일관하는 문재인 정권의 고령사회 정책

문재인 정권의 고령사회 대책은 역대 정권의 정책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의 정책은 2018년 1월 24일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전체 워크숍”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자료에서 고령사회에 대한 대책으로 근사하게 포장된 정책들은 하나같이 자본가들의 이윤을 확보해주는 반면 고령층에게는 쓸모없는 방안들이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권 역시 자본가 정권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정책만 몇 가지 들면, △우선 셀프 부양을 위한 정년연장이 있다. 조기 퇴직은 국가의 공적 연금 재정을 고갈시키므로 정년을 연장하여 연금지급 시기를 늦추고 보험료 납부기간을 늘리자는 방안이다. 이에 따른 기업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최저임금도 차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한다. 즉 일자리 감소를 방지하겠다는 핑계로 고령층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값싼 노동력을 쓸 수 있는 자본에게나 좋을 일이다. △자녀의 부모부양 장려라는 명분으로, 일정 약정액을 부양비로 부모에게 자동이체하면 이를 연말에 소득공제해주겠다고 한다. 반면 이에 따라 부모에 대해서는 정부지원을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권의 고령화 정책은 기가 막히는 정책들로 이루어져 있다.

비참한 노년의 삶, 문제는 자본주의다

역대 정권의 고령화 대책은 하나같이 고령층에는 쓸모없는 친자본 정책일변도였다. 따라서 고령층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대책들을 접하고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대체 왜 역대 정권이 고령사회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하나같이 이런 식이었는가? 그 해답은 다른 어떤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자본주의체제 자체의 모순 때문에 그런 것이다.

자본주의는 한편으로는 생산력을 발전시킴으로서 과학기술 및 의학과 영양공급을 확대하여 인간의 수명을 급속히 연장시켰다. 반면 자본주의 자체가 노동자들을 계속 착취하고 노동자에게 들어가는 기본적인 재생산의 비용마저 줄이기 위해 기를 쓰는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대다수 노동자의 노년의 삶이 비참한 상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인류가 보다 건강하고 오랫동안 살 수 있게 된 게 축복이어야 하는데, 자본주의라는 특수한 사회적 관계 때문에 오히려 인류에 대한 형벌이 되었다.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되면서 박근혜의 비상식에 염증을 느낀 민중들의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그러나 그 누가 대통령이 되어 정권을 잡아도 자본주의 모순에 의해 만들어진 고령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지배계급은 자본주의가 낳은 고령화 위기에 대해, 겉으로는 고령화 대책으로 포장하지만 실내용은 고령화를 신성장 동력 확보의 기반으로 삼아 자본 축적을 이루려고 할 뿐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문제는 ‘고령화 위기론’을 악용하여 힘없는 고령층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오히려 자본의 돈벌이의 기회로 활용해서는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문제를 더 심각한 상태로 만들 뿐이다. 서두에 말한 힐링 프로그램처럼 몇 가지 보여주기식 정책으로는 일상의 삶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 사람이 중병에 걸리면 그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 병을 일으킨 원인인 제거해야만 고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이윤 논리가 아닌 노동자 민중의 필요를 위한 사회운영원리를 상상할 때에만, 고령화 문제의 해답에 대한 실마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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