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촛불집회 1주년 토론회,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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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주년을 기념하여 한겨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9%가 “나아졌다”고 답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지난 1년간 당신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는 64.4%가 “그대로이다”라고 응답했다. “나아졌다”는 응답은 21.2%에 그쳤으며 “나빠졌다”는 대답도 13.9%였다. 자신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답변이 78.3%에 달했던 것이다.

촛불집회 1년 후 변한 것도 있다. 그러나 정작 주변 사람들과 나의 삶을 둘러보면 여전히 어렵고 고단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런 사실이 여론조사로 확인된 것이다. 왜 세상은 바뀐 것 같은데, 정작 나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일까? 11월 3일 촛불집회 1주년을 맞이하여 『사회주의자』에서 주최한 촛불집회 1주년 기념 토론회는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있는 우리의 삶은 왜 그런 것인지,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사회주의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좋은 기회였다.

토론회는 저녁 7시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참가자들의 힘찬 박수와 함께 열띤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다. 발제자로는 성두현( 『사회주의자』 운영위원장) 동지가, 토론자로는 이영수 동지(『사회주의자』 편집위원장), 이용덕 동지(노건투), 최덕현 동지(전교조 조합원)가 참여했다.

발제 요약과 토론자의 의견

발제자는 1년 전 10월 29일 첫 촛불집회에 참여했을 때 느꼈던 감동을 회상하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이하는 발제자가 토론회 당시 강조했던 점 및 발제문을 중심으로 발제를 요약한 것이다.

촛불집회의 근본 동력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중으로 하여금 촛불을 들게 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그 문제는 그대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내내 민중의 의지가 그토록 확고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민중의 삶이 IMF 이래로 계속 악화일로에 있었고 나아질 가능성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촛불집회가 제기한 과제들 중 박근혜 퇴진은 우회적으로 실현되었고 적폐청산은 지지부진하고 민중의 삶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는 문재인 정권의 한계와 연결된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집회 덕분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촛불집회를 대표하는 정권이 아니고 촛불집회가 제기한 이 과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 정권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권은 자유주의 정권, 자본가계급 정권으로서의 한계 때문에 불안정하고 허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촛불집회 과정에서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매우 좋은 기회였는데도 불구하고 이전의 지리멸렬함을 반복하며 정치적으로 자유주의 세력과 구분되는 활동을 별로 보여주지 못했고 문재인 집권 이후에도 이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향후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과제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발제자는 “변화의 시대에는 변화의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 점이 인상깊었다. 촛불투쟁의 근본동력이 헬조선을 만들어낸 자본주의 체제였기 때문에 “문제는 자본주의다”, “사회주의가 답이다” 등과 같은 시대의 화두를 만들어내어 대중화하고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제 ‘민주 대 반민주’에서 벗어나 사회주의세력이 “대안세력으로 등장하려는 각오와 전망을 갖고”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된다는 발제자의 인식과 연결되어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 앞서 게재된 발제문 기사 1편, 2편를 참고하기 바란다.)

성두현 발제자의 발제가 끝난 후 이영수 토론자, 이용덕 토론자, 최덕현 토론자의 순서로 토론문 발제가 이어졌다.

이영수 토론자는 근본 동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자 민중의 삶의 황폐화라고 본다며 발제문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촛불집회에서 노동자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평가했다. 촛불집회의 장을 만드는 데는 조직노동자들이나 민주노총의 역할이 어느 정도 있었으나 1987년이나 1996년처럼 역사에 큰 획을 그엇던 다른 사건들과 비교해 보면 다소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운동이 정치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한 결과라고 보았다. 촛불을 들고 싸웠지만, 공장 안은 여전히 권위주의와 독재가 지배하는 상태 그대로라는 점을 아울러 지적했다. 향후 과제 부분에서 이영수 토론자가 특히 중요하게 강조했던 것은 재벌해체라는 구호를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용덕 토론자도 촛불집회의 동력이 “민중의 뼈아픈 고통”에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은 사실 촛불집회의 성과를 도둑질했고, 노동운동 세력이 그 도둑질을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덕 토론자 역시 문재인 정권이 민중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계급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발제자와 의견을 같이 하였다. 문재인 정권은 남한 자본주의를 관리하기 위해 ‘떡고물’을, 약간의 개량 조치들을 던지고 있다고 이용덕 토론자는 이야기했다. 다만 이용덕 토론자는 문재인 정권의 한계가 아무리 분명할지라도 그 한계를 깨는 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사민당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데 2∼30년이 걸렸다는 언급을 했다. 그 이유는 현재 노동자운동의 상태가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향후 과제와 관련하여 현재 문재인에 적극 협조하는 세력과 조합주의적 한계가 있을지라도 이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는 상태로 문재인에 기대지 않는 전체 노동자가 단결하는 운동을 만들어야 하고,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정치적, 조직적 독자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최덕현 토론자는 얼마전 전교조의 정규직화 반대 결정을 언급하면서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토론회에서 나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했다. 토론문에 적힌 “심화된 경제, 사회, 문화적 불평등과 그에 따른 극단적 경쟁 이데올로기가 ‘살아남기 위한 악다구니’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희망고문’ ‘희망상실'”이라는 표현이 특히 공감이 되었다. 문재인 정권이 계급적 한계로 인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나서, 최덕현 토론자는 결국에는 내 삶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기에 촛불은 여전히 계속되어야 함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발제문이 제안한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과제에 더하여 공개적으로 ‘사회주의자 선언’을 조직할 것을 제안했다.

주제별 집중 토론

발제자와 토론자가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했지만, 발제문과 토론문을 살펴보면 서로의 차이가 아주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서로 차이나는 부분을 드러내고 활발한 토론을 만들어 가기 위해 소주제별 집중토론 방식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자본주의 모순으로 인한 민중의 삶 악화가 촛불집회의 근본 동력이라는 점에는 발제자, 토론자들 모두 일치했기 때문에, 소주제별 집중토론에서는 (1) 문재인 정권의 한계는 무엇이고 정세 주도력을 어느 정도로 보아야 하는지, (2) 적폐청산 투쟁에서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집중할 부분은 무엇인지, (3) 반자본주의/사회주의 활동이 잘 안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4)사회주의 세력의 역량 강화 및 당 건설을 위해 지금 중점을 두어야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 등 몇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이 이루어졌다.

첫번째 주제에서, 문재인 정권의 한계는 대부분 비슷하게 보았으나 문재인 정권이 정세 주도력을 얼마나 가질지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었다. 우선 이용덕 토론자는 문재인 정권이 대단한 것을 하고 있거나 잘 해서가 아니라 사회주의 운동, 노동운동이 취약한 상태여서 문재인 정권의 힘이 커 보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용덕 토론자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은 근본적으로 허약하고 토대도 상당히 불안정하며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정권이지만, 이 한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사회주의자들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된 투쟁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며 노력한다면 그런 어려움울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 이용덕 토론자의 논지라고 해석된다.

이에 대해 성두현 발제자는, 만약 이용덕 토론자가 말한 대로 문재인 정권의 정세 주도력이 낮고 허약한데도 사회주의 운동, 노동운동이 더욱 허약한 것이 문제라면 주체적 역량에 대한 점검을 더 철저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점에서 발제자는 이용덕 토론자의 이야기에서 그런 주체적 역량에 대한 점검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리고 현재 운동의 주체적 한계는 노동자가 단결 정신을 자각하고 결단한다고 극복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발제자의 주장이었다.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불문하고 자본가들의 사상적 지배 하에 있는 것이 문제이고,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당면한 현안 투쟁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거기서 희망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이것은 발제문에 나오는 사회주의 선전보급 활동이나 사회주의자 양성과 문제의식이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주제에서, 최덕현 토론자는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근본모순이 유지되는 한 적폐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적폐 청산이라는 용어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았다. 이용덕 토론자도 다스 실소유주 논란을 사례로 들어 자본가계급이 적폐라는 말을 이용해 근본적인 문제를 은폐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두 토론자 모두 자본주의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강조하는 입장이라고 느껴졌다. 적폐청산 용어에 대해 성두현 발제자는, 계급에 따라 적폐를 무엇으로 보는지는 다를 수 있지만, 이 용어가 이미 역사적인 용어가 되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적폐라는 말이 각 세력이 자신의 이해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촛불투쟁에서 이것은 어찌되었든 민주주의 투쟁을 의미했다고 본다. 사회주의자도 민주주의 투쟁을 중요하게 보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다른 세력과 구분되는 사회주의 세력 나름의 민주주의 요구를 제기하면서 적폐청산 투쟁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 부분이 많이 이야기되지 못해 아쉬웠다.

한편 재벌해체 투쟁에 대해, 이영수 토론자는 아직 구체적 방식까지는 고민하지 못했지만 자본주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재벌 문제라고 생각되어서 제기했다고 밝혔다. 성두현 발제자는 지금 재벌해체 투쟁을 하려면 동력 확보가 필요하고,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번째 주제,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활동이 왜 잘 안 되는지에 대해 성두현 발제자는 ‘과연 그런 활동을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것인가? 아예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주체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주의자 선언과 관련하여 지금 운동의 주체적 한계는 선언만으로 돌파하기에는 이미 너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았다.

이영수 토론자는 자신 스스로도 공장 안에서 노동자들에게는 사회주의자 정체성을 드러내는 활동을 충분히 하지는 못했다고 반성적인 어조로 이야기하며, 운동 전체적으로 그런 활동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반자본주의/사회주의가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장투쟁, 큰 집회, 관리자들과의 몸싸움 등 여러 가지 투쟁들이 있지만 그냥 그것이 점차 크게 양적으로 확대되는 것만으로는 반자본주의로 가는 경우가 드물고, 의식적인 사회주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덕 토론자 역시 사회주의자 정체성을 드러내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렇지만 사회주의자 선언 제안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지금 투쟁과 매개하지 않고 ‘나는 사회주의자다’라는 선언만으로 사회주의의 영향력이 확대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덕 토론자는 사회주의자 조직, 사회주의 사상의 보급을 사회주의자의 항상적인 과제로 인정하면서도 전반적으로 당면한 투쟁에 참여하여 지도력을 발휘하고 투쟁 속에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강조하는 의견이다.

최덕현 토론자는 크게 두 가지를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첫 번째는 주체의 문제였다. 이제까지 사회주의 운동이 너무 개별화되고 서클적이었다고 최덕현 토론자는 이야기했다. 두 번째는 조직화의 측면에서, 다양한 정치조직들이 사회주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키려는 노력이 이제까지 부족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주의 역량 강화와 당 건설을 위해 지금 중점을 둘 과제에 대해서 성두현 발제자는 1차 당 건설 시도가 실패한 후 이제는 공동활동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주의 세력의 역량이 축소된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활동을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노동조합 내 좌파 활동에 머무르는 경향을 비판하였다. 결론적으로 성두현 발제자가 강조한 과제는 대대적인 사회주의 학습 운동을 전개하면서 노동자들이 자본가계급의 사상적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고 사회주의자를 양성해가면서 당면 정세에 개입하는 것이었다.

이용덕 토론자는 퇴조기의 무게를 느끼며, 한국의 노동운동이 계속 추락해오는 상황에서 조합주의 압력에 휩쓸리지 않고 버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운동을 더 확장해 들어가려면 그만큼의 정치적 확신, 용기, 지도력, 헌신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당면 중점 과제는 세번째 주제에서 이미 말했듯이 당면 투쟁에서 적극 개입하여 지도력을 획득하는 것으로 보는 듯 하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현주소와 과제를 진단하는 토론이 활발해지길!

성두현 발제자는 정리 발언에서 어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해석투쟁이 벌어지고, 그 해석은 계급적 차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토론회에서 촛불의 근본동력이 자본주의 체제로 인해 악화일로를 걷는 민중의 삶의 문제였고 촛불이 제기한 과제 역시 이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에 대해 토론자들과 발제자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관계로 인해 이 점을 끊임없이 은폐하려고 하고 촛불투쟁의 의미를 축소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반면 명료한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발제자, 토론자 사이에는 문재인 정권의 정세주도력,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주체적 상태와 당면 중점 과제에 대한 판단에서 차이가 느껴졌다.

촛불집회 1주년을 단순히 기념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며 사회주의 세력, 진보세력의 현주소를 솔직하게 진단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토론해보는 이런 자리가 자주 없는 게 지금의 운동 현실이다. 사회주의 운동의 전진을 위해 이런 토론이 더 자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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