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유화 투쟁을 가시화하자!―기간산업 국유화 투쟁방향 토론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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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세계대공황 상황에서 기간산업은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간산업 자본가에 대한 막대한 구제금융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기간산업의 노동자들은 대규모 해고와 휴직을 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주의, 진보세력에서 기간산업의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간산업 국유화 투쟁이 활발히 전개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사회주의자』는 기간산업 국유화 투쟁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토론하기 위해 11월 6일 저녁 7시 “기간산업 국유화 투쟁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이영수 『사회주의자』 편집위원장이 발제자를 맡았고, 노동해방투쟁연대의 최영익 토론자,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의 김태수 토론자가 발제문에 대하여 토론자로서 의견 발표를 진행했다. 이 날 토론회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되었다.

해고 없는 국유화, 재매각 없는 국유화를 내건 투쟁을 실제로 만들어가자!

이영수 발제자는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없는 세계대공황 정세 속에서 자본가에 대한 막대한 구제금융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고통도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노동자들의 고통을 막아내기 위한 대안으로 기간산업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를 제시했다. (토론회 자료집은 『사회주의자』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람.)

발제에 따르면,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비정규직의 급속한 확대, 절대적 빈곤층의 빠른 확대 등 노동자의 삶이 악화되는 원인은 자본의 착취 강화이고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자본가들에 의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원인인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공격하고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실현해야 한다.” 공황기에 더욱 가속화되는 해고와 실업, 사회적 불평등 심화 등을 제거하려면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필요하다. 발제자는 이러한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위해 과도적 요구로서 기간산업의 국유화를 제기하였다.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부분이자 생산의 사회화가 가장 고도로 진행된 부분인 은행, 기간산업부터 생산수단의 사회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현재 자본가 정권도 파산 위기에 있는 기간산업에 대해 국유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국유화와 달리 노동자계급은 구조조정과 해고 없는 국유화, 재매각 없는 국유화를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유화 요구는 노동자 통제 요구와 결합되어야 하고 기업의 운영과 관련된 경영정보의 완전한 공개 또한 요구해야 한다고 발제했다.

이영수 발제자는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를 구체적인 투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위해 먼저 그동안 국유화 투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를 다음 세 가지로 분석하였다. 그것은 첫째, 노동운동 내 만연한 조합주의, 둘째, 민주노총 등 상급노조의 노사협조주의, 개량주의, 관료주의, 셋째, 노동자들의 낮은 계급의식이었다. 이영수 발제자는 투쟁 방향에 대해서도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로 항공산업 전반에 대해 해고 없는 국유화, 재매각 없는 국유화를 요구하며 투쟁해야 한다. 두 번째로, 국유화 요구 투쟁을 자동차산업 등 다른 기간산업과 은행의 국유화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세 번째로, 이를 위해 선전, 선동 등 의식을 고양시키는 사업, 투쟁주체를 조직하는 사업, 상급노조를 비판하고 추동하는 사업이 필요하다. 특히 투쟁주체를 조직하는 사업과 관련하여,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에 관한 실천을 적극적으로 펼칠 단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를 마무리하면서, 이영수 발제자는 기간산업의 국유화 요구가 여러 단위에서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를 내건 투쟁은 잘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제 기간산업의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 요구로 노동자들의 투쟁에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 나가자고 주장했다.

기간산업 국유화 투쟁 이전에 “매개”가 필요하다?―발제자, 토론자 및 청중 토론

발제에 대하여 최영익 토론자와 김태수 토론자는 차례로 토론문을 발표하여 의견을 밝혔고, 이어서 이영수 발제자가 각 토론문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그 과정에서 쟁점도 뚜렷이 드러났다. 쟁점은 구체적 투쟁방향 이전에 지금 기간산업 국유화를 요구하며 투쟁할 것인지에서 나타났다.

최영익 토론자는 사실상 지금 기간산업 국유화를 내걸고 투쟁을 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최영익 토론자는 현재 항공산업 노동자들을 비롯한 위기산업의 노동자들 전반이 국유화를 통한 노동자 통제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낮은 계급투쟁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당면 노동자 투쟁과 국유화 요구 사이에 연결고리, 매개를 찾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 위해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모든 기업들에서 해고 금지”를 우선적으로 제기하자고 주장하였다. 최영익 토론자는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모든 기업들에서 해고 금지 요구를 통해 노동자계급의 단결, 연대가 가능할 것이고, 그 사회적 재원을 자본가로부터 마련하자고 함으로써 사회적 지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이영수 발제자는, 발제문에서 제시한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 자체도 생산수단 사회화로 발전하기 위한 과도적 요구인데 그 과도적 요구에 대해 또다시 중간적 요구를 설정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발제자는, 최영익 토론자가 제시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모든 기업들에서 해고 금지” 요구는 민주노총뿐 아니라 심지어 미국에서는 민주당조차 이미 하고 있는 요구이기도 하고, 이 요구가 국유화 요구로까지 발전하리라 보긴 어렵다는 것이었다.

김태수 토론자는 현재의 대한항공 노동자들의 상태가 어떤지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면서 기간산업 국유화 투쟁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였다. 전반적으로 대한항공 노동자들은 국유화에 대하여 긍정적이라는 것이 김태수 토론자의 요지였다. 물론 김태수 토론자는 대한항공을 포함한 항공산업 노동자들 사이에서 어용노조, 탈노조화 현상이 두드러진다거나 계급의식이 부족한 것 등 한계점에 대해서도 지적하였다. 그러나 대한항공 노동자의 경우, 비록 ‘국유화’ 용어보다는 ‘공사화’나 ‘공기업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국유화되면 고용은 안정되고 임금과 복지혜택도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기에 국유화를 희망하는 편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이영수 발제자는, 김태수 토론자의 토론문을 통해 대한항공 노동자들이 국유화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서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최영익 토론자는 상호토론에서도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는 대중이 현재 내걸고 싸울 수 있는 요구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하였다. 이에 반해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모든 기업들에서 해고 금지 요구는 대중이 지금 내걸고 싸울 수 있는 요구이면서 나중에 국유화 요구로 가는 실천적인 매개고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영수 발제자는 ‘노동자들이 국영기업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노동자의 고용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노동자들이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항공산업 노동자들 스스로는 국유화에 대하여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하여도 논의가 이루어졌다. 발제자와 토론자 간 상호토론에 앞서 질의 응답 시간에도 김태수 토론자에게 ‘대한항공 노동자들 사이에서, 국가 기간산업을 조씨 일가가 소유하며 사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없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김태수 토론자는 블라인드 같은 익명 어플에서 공기업화, 공사화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올 정도로 직원들은 공기업화, 공사화 필요를 많이 느끼고 있다고 하였다. 김태수 토론자는 대한항공 노동자들이 전반적으로 국유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토론자 스스로도 지금 기간산업 국유화 투쟁을 하자는 발제문 주장에 동의한다고 하였다.

청중 토론에서 최영익 토론자의 입장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나왔다. 참여자 중 한 명은 최영익 토론자에 대해, 대한항공 노동자인 김태수 토론자가 대한항공 노동자들 스스로가 국유화에 긍정적이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굳이 주체의 상태를 비관적으로 보며 더 낮은 단계를 설정하고 투쟁 수위를 낮추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최영익 토론자가 제시한 정부 재정 투입 기업에서의 해고 금지는 미국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렌 등이 이야기할 정도로 자본가 정치세력조차 하는 요구라고 하였다. 또한 대한항공 노동자들 스스로가 고용안정을 위해 국유화를 희망하고 있는 만큼 이제 구체적인 국유화 투쟁 방향에 대한 토론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참여자는 과도적 요구가 일종의 노둣돌을 두는 것이라면 그 높이가 적절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최영익 토론자는 높이가 너무 낮은 노둣돌을 놓는 것이라고 비유적으로 이야기하였다.

[사진: 사회주의자]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를 가지고 구체적 투쟁을 만들자!

토론회에서는 기간산업 국유화 투쟁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루어졌다. 이영수 발제자는 현재 기간산업 국유화를 제기하는 여러 단위들, 정치조직들이 있는데, 동의가 되는 사람들이 국유화 대응팀 같은 단위를 신속히 만들어서 선전, 선동, 투쟁을 수행하고 상급단위 노조를 추동하는 활동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영수 발제자는 이제 국유화가 필요하다는 선전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노동자들이 스스로 국유화를 내걸고 실제로 투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청중 중 성두현 동지 역시, 각 시기마다 그 시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김태수 토론자의 발언에 따르면 대한항공 노동자들이 국유화에 동의한다는 것이어서 이는 좋은 흐름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에서는 지금 기간산업 국유화 투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에, 활동가들이 나서서 시기를 놓치지 말고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7시경에 시작된 토론회는 9시 20분경에서야 마무리되었다. 장시간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국유화를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공공부문의 비효율성 주장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묻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국유화가 된다고 기업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에는 근거가 부족하고, 과거 국유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오늘날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토론회의 전체적 분위기는 노동자들의 주체적 상태를 낮게 보고 국유화 요구를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는 국유화 요구를 적극 제기하자는 것이고, 노동자들도 충분히 국유화 요구를 자기 것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 투쟁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제 해고 없는 국유화, 재매각 없는 국유화 요구 투쟁이 가시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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