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와 여성해방을 말하다: 호주의 사회주의자 산드라 블러드워스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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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산드라 블러드워스의 페이스북]

[편집자 설명]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여성해방운동이 크게 고양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회주의자』는 지난해 『페미니즘인가 여성해방인가―사회주의에서 답을 찾다』를 출간하는 등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을 제시하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사회주의 입장의 여성해방에 대한 논의를 더 활발하게 만들고자 외국 사회주의자의 활동 경험과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는 호주의 사회주의 활동가 산드라 블러드워스(Sandra Bloodworth)이다. 산드라 블러드워스는 호주의 사회주의 조직 ‘사회주의 대안(Socialist Alternative)’의 회원으로 멜버른에서 활동 중이다. 또한 그는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책을 출간하고 「여성억압의 기원―엥겔스에 대한 옹호와 새로운 출발」, 「가부장제 이론의 빈곤」 등 사회주의 입장의 여성해방을 주장하는 글을 꾸준히 작성하는 등 사회주의자로서 여성해방운동에 활발히 참여해 왔다. 이 인터뷰는 2월 초 이메일을 통해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Q1. 당신은 「여성억압의 기원―엥겔스에 대한 옹호와 새로운 출발」에서 여성억압의 기원을 개괄하셨습니다. 아쉽게도 이 문제는 오늘날 여성운동에서 충분히 토론이 되지 못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여성억압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회주의 관점에서 설명한 여성억압의 기원은 무엇인가요?

맑스와 엥겔스는 여성억압이 사회가 계급으로 분화되는 일과 더불어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이루어진 고고학적, 인류학적 연구의 발전은 오늘날 그들의 주장을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증거는 여전히 개략적인 수준이지만, 여성억압은 지배 엘리트 내에서 이후에 사유재산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의 상속을 보장하기 위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는 것과 처음부터 연관되어 있었다고 이론화할 수 있습니다. 그 전에는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고 여성들은 억압받지 않은 채 동등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계급 분화와 여성억압을 초래한 과정들은 아마도 수천 년에 걸쳐 일어났을 것입니다. 특정한 가족 집단들 또는 어떤 경우 지도자 개인들은 사회가 생산할 수 있는 잉여를 관리할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집단들은 다수의 노동으로 먹고 살게 되었는데, 맑스주의자들은 이를 ‘착취’라 부릅니다. 그들은 엘리트로서의 자기 지위를 공고화하기 위해 잉여에 대한 자기들의 통제권을 이용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여성억압을 발생시켰는지에 대해서는 토론해볼 수 있겠지만, 여성억압이 확립된 것이 바로 이 과정 속에서였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회가 계급으로 분화되기 전에는 여성억압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가 해방을 쟁취하려면 계급 없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논리적으로 따라옵니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자본주의를 무계급 사회로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노동자 혁명이, 여성해방을 성취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Q2. 「가부장제 이론의 빈곤」이라는 1990년 글에서 당신은 ‘가부장제’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셨는데요.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페미니스트들 그리고 심지어 사회주의자를 자칭하는 이들까지 여성억압 체제를 ‘가부장제’로 지칭하며 가부장제 이론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가부장제 이론의 주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성차별주의(sexism)는 노동자들, 빈민들,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서 분열을 초래합니다. 우리가 자본주의와 여성억압에 도전할 만큼 단결되고 강력한 운동을 건설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분열을 극복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두 개의 병렬된 체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가부장제 이론은 그러한 분열을 공고히 합니다. 가부장제 이론은 모든 여성들이 모든 남성들에 대립하는 공통 이해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조장합니다.

현대의 호주에서, 그리고 제 생각에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여성들만으로 ‘동일임금 캠페인’(호주에서 가장 최근에는 2008년~2012년에 동일임금 투쟁이 있었습니다), 혹은 그 어떠한 것이 되었든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맞서서 우리가 싸워 쟁취해내야 하는 요구안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는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로, 여성의 권리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위해 자기 조합원 전체를 조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호주의 가장 활발한 노동조합들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다수이고, 이들은 남성이 다수인 노동조합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과제는 자본주의에 도전하기 위한 단결된 노동자계급 운동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남성이 노동자계급 여성들보다 자기를 착취하는 자본가들과 더 공통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보는 가부장제 이론은 노동자계급을 단결시킬 전략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Q3. 페미니즘을 여성해방 그 자체와 동일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여성해방 문제에 대해 사회주의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여성의 권리를 위해 진행되는 많은 캠페인들에서, ‘사회주의 대안(Socialist Alternative, 블러드워스가 속한 조직이다)’은 페미니스트 활동가들과 협력합니다. 서로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가령 동일임금이나, 성차별주의와 차별에 맞서 싸우는 것 등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차이는 여성이 어떻게 해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는 가끔, 캠페인에 남성을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한 논쟁 속에서 불거집니다. 남성을 포함시키면 여성들의 캠페인이 더 강화될 뿐 아니라 다른 남성들 사이에서의 성차별주의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리고 현실을 보면 지배계급 여성들, 심지어 중간계급 상층 여성들도 다른 여성들을 착취함으로써 살고 있다는 점이 명백합니다. 호주의 가장 큰 부자들 중 한 명은 광업 거물 지나 라인하트(Gina Rinehart)입니다. 이 여성은 노동자계급 여성들에 대해 아무런 공감도 느끼지 못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불법화하여 가령 동일임금 같은 것을 쟁취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극악한 노조탄압 법안들을 지지합니다. 부유하고 권력 있는 여성들은 노동자계급 여성, 학생들, 그리고 빈민의 경험을 거의 공유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노동당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는 부모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삭감했는데, 그렇게 지원 받는 부모들 중 다수가 여성입니다.

임신중지권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부유한 여성들은 늘 임신중지 시술에 필요한 비용을 내는 것이 가능했기에, 제가 참여했던 캠페인들에서 그들은 우리 요구를 임신중지에 대한 법적 권리, ‘비범죄화’로 한정시키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자들은 언제나, 여성의 요구에 따른 무상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요구해왔습니다. 오직 이것만이 가난한 여성들로 하여금 실제로 임신중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통합이라는 명목으로 요구들을 포기하도록 기대되는 것은 늘 좌파 쪽 활동가들이고, 절대 그 반대쪽은 아닙니다.

[사진: 산드라 블러드워스의 페이스북]

Q4.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비판하신 적이 있는데요. 리즈 보겔 같은 페미니스트들도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이원론에 심각한 한계가 있고 이것이 단일 이론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그러한 비판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심지어 일부 사회주의자들은 이원론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며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노동해방과 여성해방 둘 다를 이룰 수 있는 이론으로 칭찬하기만 합니다.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호주에서는, 여성은 노동자계급의 절반이기에,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계급투쟁의 일부분이며 분리된 무언가가 아닙니다. 어떤 규모든 페미니즘 운동이 지금 일어나고 있지 않기에, 우리는 이런 논쟁을 그다지 많이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성해방을 위한 투쟁은 필수적으로 자본주의에 맞선 단결된 노동자계급의 싸움이어야 하기에, 우리가 다른 부분에서는 의견이 많이 일치하는 몇몇 활동가들과 달리, 우리는 맑스주의나 사회주의에 ‘페미니즘적(feminist)’이라는 말을 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Q5.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자본주의를 없앤다 해도 여성해방이 오지 않으며, 여성은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억압받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것이 여성해방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여성해방의 전망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맑스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회주의란 인간해방 사회이므로, 만약 여성이 해방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사회주의가 아닐 것입니다. 사회주의는 오직,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자본주의를 타도하는 혁명에 의해서만 쟁취될 수 있습니다. 이는 여성도 그 투쟁에서 남성만큼 중요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노동자계급의 절반이니까요. 그리고 핵심적으로, 맑스, 레닌, 룩셈부르크, 그리고 다른 많은 맑스주의 혁명가들이 계급투쟁에 대한 자기 경험을 통해 결론 내린 바와 같이, 여성은 실제로 투쟁에서 항상 중요합니다.

제가 읽은 노동자계급의 역사, 그리고 저 스스로의 경험에 따르면, 계급투쟁은 단결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사람들을 변화시킵니다. 그렇기에 남성들도 성차별에 반대하는 주장에 더 열린 태도를 갖게 되지만, 여성들 또한 자신들이 얼마나 강인해질 수 있고 어떻게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게 됩니다. 만약 노동자계급이 성차별뿐 아니라 인종주의, 호모포비아 그리고 그 외의 자본주의의 모든 분열적인 관념들을 극복하며, 모든 피억압자들을 포괄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의 요구를 함께 제기하지 않는다면, 간단하게 말해서, 사회주의는 없을 것입니다.

혁명적 투쟁들 속에서는 역동적인 가능성들이 나타납니다. 제가 「1917년의 러시아: 젠더, 계급, 그리고 볼셰비키들」이라는 글에서 썼듯이, “처음에는 읽고 쓰는 것부터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볼셰비키에 의해 조직된] 여성들은 파업과 집회를 이끌고, 볼셰비키 출판물에 실릴 글을 쓰며 출판물 배포를 기획하는 것에서부터 10월 봉기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무장을 조직하고, 통신과 전차 시스템 전체를 총괄하는 일까지 중책을 맡는 활동가들로 거듭났다. 볼셰비키 지도부는 여성들이 일단 정치화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역할들을 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중 봉기에서 다 나타나고 있는 일입니다. 오마르 하산(Omar Hassan)은 “[전세계적 봉기에서 나타나는] 명백한 공통적 요인 하나는 여성의 중심적 역할이다. 피녜라 정권에 대한 한 칠레 페미니스트 연대체의 예술적인 고발은 세계 전체의 대중 행동으로 퍼져나가 재연되었다. 홍콩, 수단, 프랑스, 레바논에서 여성들이 거리에서 경찰 및 반동 깡패들과 싸울 뿐 아니라 집회를 이끄는 등, 여성들의 강력한 결집이 있었다.”(오마르 하산, 「야만에 저항하기: 세계적인 반란의 형세」, Marxist Left Review 19호, 2020)라고 쓰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성공적인 사회주의의 사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 투쟁이 일어날 때마다 이러한 원동력은 나타납니다. 자본주의를 타도하는 데 기여를 했는데도 남성과 나란히 해방되지 못한다면 여성들이 이를 받아들일까요? 그 해방의 모습이 어떠할지는 우리가 규정할 수 없습니다. 엥겔스가 말했듯, 새로운 세대는 우리 생각을 걱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사회를 건설해나갈 것입니다.

Q6. 리즈 보겔, 티티 바타차야 등의 사회재생산 이론은 유럽과 북미에서 사회주의 관점에서 여성억압과 해방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사회재생산: 계급을 재배치하기, 억압을 재중심화하기』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사회재생산 이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이론이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문제점이었던 이원론을 극복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는 우리 기사 중 하나에서 사회재생산 이론이 맑스주의의 재생산 개념을 자의적으로 생산 개념과 분리시킴으로써 왜곡하며, 맑스주의로부터 멀어져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이원론을 답습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회재생산 이론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이 이론이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이원론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사회재생산 이론에 대해 면밀하게 학습해본 바가 없습니다. 언급하신 저자들의 몇 가지 글들은 제가 몇 년 전에 읽었는데, 자신들이 맑스의 작업에 있는 공백을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맑스가 그들의 주장에 대해 다룬 바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여성들은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자본주의 역사의 대부분 시기 동안, 대규모로 전 생애에 걸쳐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저자들은 가정 내에서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여성의 경험을 과도하게 강조하였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여성들이 실제로 싸워 세상을 바꿔낼 수 있는 힘 역시 남성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작업장에 있습니다. 사회재생산 이론은 학계에 있는 여성들에게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가족이 왜 자본주의에 이렇게까지 중요한지에 대해 통찰력 있는 분석을 어느 정도 제공해 주지만, 투쟁이 전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Q7. 마지막으로 ‘사회주의 대안’이 향후 호주에서 조직하고자 계획 중인 중요한 여성해방 투쟁이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 외에 『사회주의자』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매년 페미니스트들, 노동조합 활동가들, 학생 활동가들과 나란히 국제 여성의 날 집회를 조직합니다. 이런 행진에서 우리가 강조하는 바는 이날이 원래 노동자계급이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날이었다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대안’의 접근방식은 특정 이슈가 노동자들이나 학생들에 의해 유기적으로 제기되지 않는 한 여성만을 특정하여 조직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우리의 접근방식은 어떤 캠페인이든 그 안에서 여성들이 지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후 행동 운동, 학생 조직화, ‘인종주의와 파시즘에 맞선 캠페인’이란 조직, 호모포비아나 트랜스포비아에 맞선 캠페인 등등에서 우리는 여성들 그리고 다른 피억압집단의 구성원들을 지원하여, 자신들이 참여하는 모든 캠페인에서 그들이 조직가, 연설가, 저술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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