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행”… 어두운 경제 전망, 그 귀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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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Ronline]

얼마 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참모들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유인즉슨 “경제가 상승국면에 있고 한국 경제가 나쁘지 않은데도 계속해서 위기라고 하는 부분이 있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경제 참모들은 여러 지표를 통해 “북핵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예상한 성장 경로를 지속“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이 금년 그리고 내년 한국 성장률을 3%로 상향조정”한 것을 근거로 경제를 낙관적으로 내다보았다.

그리고 청와대 발표가 있은 후로부터 얼마 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2% 포인트 올린 3.0%로 상향 조정했다. 전승철 한은 부총재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애초 예상보다 더 뚜렷하고 지난 7월 전망 때 반영하지 않았던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효과를 반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주변의 삶이 나아졌다는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시차의 문제? 시각의 문제!

사실 청와대와 한국은행이 강조한 것과 달리 최근의 국내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는 경제 전반이 아닌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종 등 일부 산업부분의 수출 호조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홍장표 경제수석은 청년실업률 등 노동자민중의 삶과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수출 등 이런 숫자들이 민생 경제와 이어지려면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고, 추경도 예산이 집행되는 과정”이라 답했다. 바꿔 말하면 양적 성장지표의 호조가 곧장 좋은 일자리, 나아가 구조적인 측면에서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발표한 「반도체 산업 주도 경기회복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년 동안 전체 설비투자에서 반도체 비중은 20.2%로 과거 반도체 호황기에 견줘 반도체 의존도가 더 커졌”고 상반기 제조업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의 비중은 8.1%, 32.4%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성장에 비해 “올해 상반기 동안 1년 전보다 반도체 업종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일자리의 1%”에 불과했다. 그럼 언제까지 기다려야 이윤의 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일까? 문제는 지표와 민생간의 시차가 아닌 자본의 아량만 기다리는 바로 그 시각에 있다.

불투명한 세계 경제

세계 자본주의의 상황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주류 언론이나 분석은 경기가 호전됐다는 주장을 펼쳐왔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임금상승이 정체됨에 따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9월 기준으로 4.2%까지 떨어져 최악의 경기 침체였던 대공황시기의 10%에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전년도에 비해 2.9% 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비록 최근 몇 개월간 개선된 수치이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실업률이 더 높았을 때에도 임금은 연 4% 이상 증가했음을 고려해야만 한다. 영국의 실업률 역시 지난 8월 4.3%로 197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임금은 지난해 2.1% 상승에 그쳤는데, 물가상승률 보다 낮은 것이었다. 노동자들의 생활비용이 임금보다 더 빨리 상승하고 있는 셈이다. 쉽게 말해 실업률이 줄어들었지만 임금도, 노동자민중의 삶도 위축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수십 년의 경기침체 이후 6분기 연속의 호조세와 사상 최고치의 기업이익을 달성하며 22년 만에 가장 낮은 2.8%의 실업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으며 임금 인상은 터무니없이 적었다고 한다. 평균 임금은 생활비를 제하면 작년 한해 0.7%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스테파노 스카페타(Stefano Scarpetta)의 지적처럼 경제위기로 인한 구조조정 등으로 서비스 분야로의 노동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저임금의 일자리로 몰려든“ 것이다. 이를 두고 회복세라 칭하며 기뻐한다는 건 기만에 다름 아니다.

향후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한 달 전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는 향후 2~3년 이내에 세계 금융위기를 다시 촉발시킬 잠재적 뇌관들이 산재해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우려했는데, 자산가격 거품을 형성하여 거대 금융자본에 이득을 주고 자본주의를 연명시키는 금융정책이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일종의 폭탄 돌리기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뿐 터지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예정된 파국, 이전과 다른 대응

세계경제가 예정된 파국 앞에 몸서리치는 지금, 상당수의 주류 세계 경제지들이 위기의 여파가 노동자민중에게 직격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임금수준을 어떻게든 개선하여 파국으로 치닫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조언까지 하고 있다. 한편 역사적으로 한국의 노동자민중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자본가에게 양보를 강요받아 왔다. 그때마다 국가는 마치 자본과 노동자 사이의 조율자인 것처럼 화합과 협력, 희생을 강조했지만 정작 희생당하고 농락당한 것은 노동자민중이었고 자본의 이익은 국가의 이익이자 사회적 합의로 포장되어 보호되었다. 이는 촛불집회를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당선 직후 방문하여 정규직화를 선언한 인천공항의 자회사 사장에 노조파괴에 앞장선 인물을 선임했고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선 고용만 보장하고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중규직’을 정규직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취임 반년이 다 됐지만 공공부문 해고자에 대한 일언반구조차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는 일자리의 양(量)과 질(質)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지만 정작 두 손 안에 움켜쥔 건 자본의 이해와 노동자민중의 양보뿐이다.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의 차이는 자본의 이해란 경계선 앞에선 희미하다.

그러나 파국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대응은 이전과 다를 것이다. 1997년 IMF와 2008년 금융공황을 겪을 때와 달리 지난 겨울 자신의 실천을 통해 현실의 모순을 바꿀 수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불평등과 실업, 빈곤과 차별을 쏟아내는 자본주의의 파국 앞에 양보와 인내, 경쟁이 아닌 연대와 투쟁으로 화답한다면 도이체방크가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행”이라 칭한 예측불허의 위기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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