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자유화에 대한 일본 사회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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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작년 봄에 시행된 전력 자유화에 이어서 올해 4월에는 가스 부문의 자유화 조치가 시행되었다. 일본에서는 이를 전력, 가스 시스템 개혁이라고도 부르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가 슈퍼에서 여러 회사에서 만든 음료수를 골라서 사먹듯이, 전기와 가스도 구매자가 그 공급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편의점에서 휴대전화 개통과 함께 전기나 가스를 패키지로 구매할 수도 있게 되었다.

전기와 가스를 오로지 한전과 거주 지역의 도시가스회사로부터 구입할 수 있을 뿐인 우리로서는 이러한 것이 특별하게 여겨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특별하거나 새로운 일은 아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전기와 가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공기업을 민영화시켜서 경쟁을 활성화 시키는 조치가 시행되었다. 이러한 경쟁 활성화 조치는 전기와 가스의 대량수요 부문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소매부분의 판매 자유화는 민영화 및 자유화 조치의 마지막 단계였다. 즉 미국과 유럽 사람들은 공기업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 생산된 전기 등을 소비하고 있으며, 자신의 구미에 맞게 그 공급자를 변경할 수도 있다.

일본 역시 유럽과 미국의 선례를 따라 단계적인 자유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간전력회사의 반대로 2008년에 잠정적으로 그 시행이 중단되었다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소매 자유화 시행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과연 후쿠시마 사고가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그것이 에너지 시스템 개혁으로까지 이어진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 시스템 개혁은 어떤 점에서 우려스러울까?

후쿠시마 사고와 전력 시스템 개혁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비극은 두 말할 것이 없을 정도이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일본은 전례 없던 정전 사태를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기존 전력 시스템이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힘을 얻게 되었다. 게다가 일본 국민들 역시 원자력 발전을 중심으로 한 기존 전력 시스템에 대해 높은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민주당 정권은 전력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였고, 이것은 민주당에 이어 집권하게 된 자민당·공명당 연합정권에서도 이어져서 ‘①광역계통운영의 확대 ②소매 및 발전 전면자유화 ③법적분리 방식에 의한 송배전부문의 중립성 확보’를 목표로 하는 ‘전력 시스템에 관한 개혁방침’이 결정되었다. 우선 이것을 논의하기 전에 기존의 전력 시스템의 구조를 살펴보자.

일본의 전력 시스템을 간단히 말하면 ‘10개의 전력회사의 지역독점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성립한 것은 패전 이후 미군정이 통치하던 시기였다. 당시 일본에는 국영기업인 일본발송전회사가 발전과 송전을 담당하고, 지역별로 9개의 민간 기업이 배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미군정은 전후 처리 과정에서 전쟁에 일조한 대기업을 처벌하는 차원에서 재벌해체를 시도했다. 따라서 일본발송전도 해체되었고, 지역별로 9개의 기업이 발전, 송전, 배전을 담당하는 독점 체제가 성립하게 되었다.

앞에서 말한 세 가지 목표는 이러한 지역 독점적 전력공급 시스템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다. 소매 및 발전의 전면자유화를 통해 누구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되고, 전기 구매자는 자신이 원하는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거주 지역의 전력 회사가 생산한 전기만을 소비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광역계통운영의 확대’를 통해 전력계통망이 전국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 전기 공급이 부족해지면 다른 지역의 잉여 전기를 계통으로 통해 공급하여 전력수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 전기를 자유롭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역독점 기업이 소유한 송배전망을 차별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송배전망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조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스템 개혁과 더불어, 정부는 FIT(발전차액지원제도)법을 제정하여 재생가능에너지의 공급을 활성화시켰고, 이로 인해 지역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풀뿌리 운동이 생겨났다. 즉 전기를 자유롭게 생산하여 사고 팔 수 있는 환경에서, 스스로 원전과 석탄이 아닌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거나, 그러한 전기의 구매자가 되어 에너지 정책의 대대적인 전환에 일조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전력 시스템 개혁은 이러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

전력 시스템 개혁에 대한 일본 사회의 우려

하지만 전력시스템 개혁은 원자력 발전의 문제를 해결하여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도모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이 개혁은 아직 1년을 조금 넘었을 뿐이고, 정부는 시시각각 개혁의 추진 정도를 파악하여 추가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우려스러운 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짚어볼 문제는 전력 자유화가 전기 요금을 인하시키고, 공급자의 경쟁을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켰는가에 대해서이다. 일본보다 앞서서 전력 부문을 자유화한 유럽과 미국의 사례에서는 전기 요금의 인하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자유화 조치 이후 일시적으로 요금이 하락했지만, 중장기적으로 다시 상승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유화로 인해 공급자가 많아져서 시장경쟁이 활성화되기보다, 과점화가 진전되어 요금을 인상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자유화로 인해 요금 메뉴가 다양해져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은 다양화된 요금 메뉴에 대해 피곤함을 표현하기도 했으며, 구미에 맞는 공급자로 변경하는 비율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이 개혁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해외 사례를 들며 과연 ‘요금의 하락’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러한 요금 문제의 향방은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자명해지겠지만, 이와 더불어 심각한 문제는 이 개혁은 원자력 발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무관하며, 재생에너지 활성화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동이 정지되었던 원자력 발전소들이 차츰 가동되기 시작하고 있다. 2014년 4월에 발표된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원전 회귀’가 결정되었으며, 이러한 원전 재가동은 아베노믹스에도 포함되어 있던 정책 중 하나였다. 즉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의 두려움과 반감에 거스르는 정책이 시행되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전 회귀 정책은 또한 도쿄 전력의 구제 방침과 관련이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도쿄전력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었고, 피해보상 등의 책임을 다할 경우 파산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파산할 경우 정부 및 관련 메가 뱅크의 부담 등으로 인해, 도쿄전력을 구제하는 정책이 마련되었고, 이는 원자력 발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회피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전력 시스템 개혁 하에서 이러한 원전 회귀 정책에 기초한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은 도쿄 전력을 비롯해 원자력 발전소를 소유한 기존 전력 회사들의 힘을 키워주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자유롭게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소유한 전력회사는 전기를 상대적으로 싸게 판매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요금 면에서 LNG 발전이나 재생에너지 발전은 그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개혁은 재생에너지의 활성화에도 역행하고 있다. 이것을 대표하는 사건이 바로 ‘큐슈 쇼크(shock)’라고 불리는 것인데, 큐슈 전력이 태양광 발전의 접속을 거부한 사건이다. 쉽게 말해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력회사가 소유한 전력망을 이용해야 하는데, 기존 전력회사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FIT법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우선 접속이 의무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기술적 이유로 인한 거부는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큐슈 전력의 거부행위는 이 예외조항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되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선 접속에 대한 의무 규정 역시 완화되어 재생에너지 발전의 활성화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이것 말고도 지장을 주는 요인은 또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업자가 전기 공급을 위해 자신의 시설을 송배전망에 접속할 때 전선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한데, 송배전망을 소유한 전력회사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이를 위해 예상외의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섣부른 판단은 피해야겠지만, 일본에서 진행되는 개혁은 원자력 발전의 문제를 해결하고,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도모한다는 것과는 점점 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도쿄 전력 등 기존 전력 대기업의 돈벌이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력 시스템 개혁은 아베 정권의 경제 성장 전략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이 개혁을 통해 다양한 에너지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도쿄 전력 등 기존 에너지 기업들을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육성시키며, 원자력 발전 인프라 수출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올해 봄에 시행된 가스 자유화도 그 의도를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하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관동과 관서지역을 대표하는 전력회사인 도쿄 전력과 간사이 전력은 가스(LNG) 수입에서도 1, 2위를 다투고 있다. 가스 자유화를 통해 이들은 자신들이 수입한 가스를 가정에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살펴본 일본의 전력 및 가스 시스템 개혁은 현재 진행형이다. 언급했듯이, 이 개혁은 유럽과 미국처럼 소위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민영화·자유화인 한편, 비극적인 원전사고를 계기로 에너지 전환을 도모한다는 일본만의 사정에도 기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일본 사회의 일각에서는 이것이 제대로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문제는 원전 회귀 정책과 양립할 수 있는가? 에너지 전환은 꼭 자유화와 동반되어야 하는가? 자유화의 이면에는 기존 에너지 대기업의 돈벌이 기회의 확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에너지는 공공재인데, 개혁은 공공성이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일본의 현재 상황을 보면 이러한 의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일본의 상황과는 다르지만 이러한 의문들에 우리 상황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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