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시대, 몰락하는 소상공인들: 유통부문 대자본 사회화와 협동조합 조직을 요구하며 투쟁하자

0
268
[사진: 아시아경제]

소상공인은 소규모 생산수단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 소부르주아 계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상공인을 이야기할 때는 주로 도소매,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자본규모가 작은(주로 5인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거론된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식당, 슈퍼마켓, 편의점, 여관, 제과점, 카페, 미용실, 세탁소, 목욕탕, 노래방, PC방 등의 주인들이 이에 해당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으로 한국에는 전체 취업자(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를 제외한 수) 2,701만2천 명 중 2,037만6천 명이 임금노동자로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제외한 663만6천 명 정도가 임금이 아닌 형태로 소득을 버는 ‘비임금근로자’로 존재하고 있다. 비임금근로자는 자영업자와 임금을 받지 않는 가족구성원(무급가족봉사자)로 나누는데, 108만2천 명 정도의 무급가족봉사자를 제외하면 현재 자영업자의 규모는 대략 555만4천 명 정도로 볼 수 있다.

2021년 한국 소상공인들이 처한 현실

2020년에 발발한 세계대공황으로 소상공인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언론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가와 시장의 모습, 빚더미에 앉아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대공황 이전에도 이미 심각한 몰락에 직면해 있었다. 소상공인들의 몰락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벌써 10년도 넘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아도 동네 슈퍼마켓, 동네 빵집 등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며, 살아남은 곳도 거의 대부분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나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소상공인들의 열악한 현실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20년 2월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97.6%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최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인허가 대비 폐업률은 66.8%로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았으며, 2010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인허가를 받은 5만6,184개 휴게음식점 가운데 52.5%가, 인허가를 받은 지 3년도 안 돼 폐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현실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2021년 2월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표한 ‘전국 17개시도 상가업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상가 점포는 241만6,252개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3분기의 255만9,655개 보다 14만3,403개 감소한 수치이다. 3개월 동안 하루 평균 1천559개의 상가 점포가 문을 닫은 것이다. 2019년 4분기와 비교할 경우 1년 만에 전국에서 상가 점포 23만3,758개가 폐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소상공인들이 수도권에 비해 더 큰 타격을 입었는데, 작년 4분기에 전국에서 가장 폐업률이 높은 지역은 대전(3분기 대비 –14.4%)이었으며, 그 다음이 광주(-10%)와 대구(-9.3%)로, 수도권 평균 폐업률(-5.7%)보다 최대 2~3배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또한 정부는 2019년 말 기준으로 소상공인 중 약 150만 명 정도가 연 매출이 4,800만원 미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임대료 등 유지비와 재료비 등을 제외할 경우 혼자 장사를 하더라도 최저임금조차 벌지 못하는 수준이다. 주류 언론에서는 소상공인 몰락의 주요 원인이 코로나19 확산 탓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은 그 이전부터 소상공인들은 이미 심각한 몰락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이러다보니 소상공인들은 심각한 부채문제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0년 6월 2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1분기 금융권 산업별 대출금 중 기업과 자영업 등에 대한 대출 잔액이 1,259조2,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51조4,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후 분기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이 중 서비스업에서의 1·4분기 대출 증가액이 34조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하였으며 대출 잔액도 776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업 대출이 12조2,0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도 소상공인들의 부채는 계속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전국 자영업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4%가 부채가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평균 부채 증가액은 5,132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56명은 부채 증가액이 무려 1억 원을 넘는다고 답하였다. 소상공인들의 빚이 점점 늘어나고,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빚더미에 나앉으며 실업자나 최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이 현재 한국의 소상공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소상공인들이 겪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에 있으며, 지배계급은 소상공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한국의 지배계급은 2008년 공황 이후로 지금까지 소상공인 관련 대책을 계속해서 발표해 왔다. 대규모 점포 등의 위치가 전통상업보존구역에 있을 때에는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만들고, ‘상생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2016년에는 정부가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3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2017년에는 금융위원회가 저신용 자영업자에게 창업 관련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상품인 ‘미소금융’의 공급액을 확대하고 대출대상 등급을 완화하였다. 2018년에도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2019년에도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대책’, ‘가맹점주 경영여건 개선 10대 종합대책’,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 혁신 방안’이라는 수많은 대책들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2020년에도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소상공인 금융지원 대출,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비대면 판매 지원 확대 등의 대책들을 내놓았으나, 2021년 현재의 상황만 보더라도 지금까지 자본가정부가 해 온 모든 것들이 소상공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해결하는 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 자본주의는 발전할수록 대규모 독점화를 진전시키며, 대자본이 소상공인들의 영역까지 진출하며 소상공인들을 자신들의 영역에서 구축(驅逐)하는 경향을 점점 심화시킨다. 즉 자본주의의 발전에 의해 소상공인들은 필연적으로 몰락할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실제 1997년 공황 이후로 한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많은 노동자들이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그런 소상공인들 중 많은 이들이 몰락하였고, 살아남은 소상공인들도 갈수록 심해지는 대자본의 공세 속에 막대한 빚에 시달리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자본가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는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사업자금 대출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 식 지원이나, 개별 소상공인들의 경쟁력 강화 같은 대자본의 공세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방식의 접근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의 소상공인 관련 공약들을 보더라도, 박영선의 경우는 집에서 전통시장 음식이나 꽃, 세탁 서비스 등을 매달 구독하게 해주자는 이른바 ‘구독경제’ 및 소상공인에 대한 5천만 원 무이자 대출을 내걸었고, 오세훈은 소상공인에게 무보증, 무이자, 무담보, 무서류로 최대 1억씩 총 4조 원의 대출을 하고 이에 대한 보증금을 서울시가 지원한다는 공약을 하였으며, 안철수의 경우는 대출 원리금과 이자의 상환 유예를 이야기하는 등, 모두 언 발에 오줌누기 식 접근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배계급은 자영업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진보세력의 한계

한편 진보세력으로 분류되는 단위들도 상당수가 소상공인의 몰락에 대해 그 근본원인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본주의를 뛰어넘지 못하는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상공인의 몰락이 자본주의에서 대자본의 독점 강화라는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얼버무리고 있으며, ‘갑질’이라는 프레임을 쓰면서 대자본의 횡포에 대해서는 비판하지만 정작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하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전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상권까지 넘보는 대자본의 횡포라는 도덕적 정서에 기대어, 대자본의 움직임을 ‘완화’ 해 보겠다는 정책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소상공인의 몰락을 잠시 유예하는 정도의 결과밖에는 나오지 않으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없다.

소상공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요구

소상공인의 몰락은 대자본의 독점 강화라는 자본주의의 속성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이렇게 몰락한 소상공인들은 빈곤층이 되거나 노동자계급의 일원으로 전환되며, 이러한 상황은 계속해서 확대 강화될 것이다. 이것은 대자본을 그대로 두고 몇몇 규제법안을 만든다고 해서, 또는 일시적인 금융지원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소상공인들이 스스로를 해방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로 나아가려는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서서 자본주의와 투쟁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제시하고, 소상공인들이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설득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다음의 요구를 제시해야 한다.

① 유통부문 대자본의 사회화

유통부문 대자본은 사회화한다. 한국에서는 생산뿐만이 아니라 유통에서도 사회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되어 있고, 이는 사적소유와 모순이 되고 있다. 따라서 유통자본을 사회적 소유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② 소상공인들이 종사하는 부문에서의 협동조합화

소상공인들의 경우, 협동조합으로 조직하여 대경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대경영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경영 그 자체가 문제여서가 아니라, 그것이 자본주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을 더욱 착취하여 이윤을 자본가가 독차지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소상공인이 소규모 소유에 기초한 개인경영에 매여 있는 상황에서는 자본주의적 대경영에 의해 밀려나고 몰락할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자들은 소상공인들에게 자본주의 방식의 대경영이 아니라 공동의 이해에 기반한 대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소상공인에 대한 사회주의자의 올바른 태도가 필요한 이유

사회주의자들은 위에서 언급한 “소상공인들이 스스로를 해방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로 나아가려는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서서 자본주의와 투쟁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제시하고, 소상공인들이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설득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견지하면서, 그리고 위의 요구를 전면화하면서, 대자본에 맞선 소상공인의 생존권 투쟁을 지지, 엄호해야 한다.

소상공인에 대한 사회주의자의 올바른 태도가 필요한 것은, 소상공인의 문제가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중간계급(소부르주아계급) 중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555만의 소상공인을 노동자계급의 동맹세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파리코뮌이 실패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인구의 다수를 차지했던 중간계급인 농민을 파리 노동자의 동맹세력으로 만들지 못했던 것에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지금의 우리에게 계급동맹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이는 현재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에게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소상공인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확립하여 사회주의 실천을 더욱 풍부하게 해 나가자!

패스트푸드 업계의 노동자. 맑스 저작과 자본론 학습을 통해 사회주의를 배웠다. 사람을 '노동자 대 고객'이나 '상사 대 부하'의 관계로 만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며,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만으로도 모두가 유익해지고 발전할 수 있게끔 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