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공황이 발발한 지금, 기간산업 국유화를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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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상황에서 막대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자본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

세계대공황이 본격화되었다. 한국 역시 그 위기를 비껴갈 수 없다. 무엇보다 항공, 해운, 철강, 정유, 자동차 등 기간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위기가 계속 심화되자, 자본가계급은 자신들에 대한 발 빠른 대규모의 지원을 정부에 요구했고, 정부도 자본가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에 나섰다. 4월 29일,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을 근거로 정부는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앞으로 기간산업에 대해 40조 원이나 되는 돈을 퍼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4월 24일 대한항공에 대해 총 1조2천억 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지원안을 발표하고, 또 하반기에는 2천억 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거기에 더해 6월 17일, 대한항공에 무려 8천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발표까지 하였다. 기간산업 안정화라는 이유로, 소유주 일가가 지저분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또 거금을 내어준 것이다. 대한항공 이외에도 두산중공업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은 6월 1일에 1조2천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은 총 3조6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본에게 인자한 정부는 노동자 민중에게는 인색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출을 위해 7조6천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 추경안은 하위 70% 지급을 위해 편성한 것이었는데 이에 대한 논란과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전 국민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하여 추경 규모를 12조2천억 원으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예산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자본가들이 위기에 처하자 즉각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선뜻 내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는 자본주의 모순을 목도한 노동자들의 자연스러운 투쟁 요구다.

이러한 현실은 노동자 민중에게 자본주의의 모순을 절감하게 하고 있다. 일례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지원에 대해, 정부가 민간기업의 지분을 획득해 국유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라며 “국유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은성수의 이러한 발언은 역설적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국유화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기능을 하였다. 해당 기사에는 “국민 세금으로 기업 살리는 건데 당연히 기업 이익 나면 국민과 공유해야지”나 “왜 국유화하면 안되지? 조씨 일가를 위해 정부가 있는 것이냐? 한번 여론조사 해봐라. 조씨일가 빼고 공기업하는 것 찬성하는 사람이 다수일 것이다”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자본가들의 소유권과 경영권은 절대 침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자본가들을 안심시키는 모습에, ‘이럴 거면 차라리 국유화하라’라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록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노동자 민중들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서 비롯된 자본주의의 모순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간산업을 보면, 생산이 고도로 사회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산업만 보더라도 여기에는 원료, 부품을 비롯한 수많은 제품들이 필요하며, 이것을 생산하기 위해 자동차회사 이외에도 수많은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연관되어 있다. 자동차 하나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도 전 사회적으로 고도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항공이나 해운을 비롯한 교통분야도 마찬가지로, 이들은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면서 전 사회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분업과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이런 체계는 더욱 확장되고 고도화된다. 즉, 생산은 사회화되어 있고, 거기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기간산업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생산은 사회화되어 그야말로 사회 전체의 광범위한 분야가 총동원되어 진행되지만, 자본가들은 그런 사회적 생산을 할 수 있게 하는 공장, 제철소, 비행기, 배 등의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자신들이 소유하며, 거기서 나온 이윤을 자신의 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기간산업에 투입되는 정부 지원금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에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지원금은 노동자 민중의 세금으로 나온 것이지만, 그 돈은 결국 조현아, 조원태를 비롯한 조씨 일가의 수중으로 들어간다. 자본가의 사적 소유를 보장하고 그 소유권을 일체 건드리지 않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반드시 그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은 사회화되는 반면 생산수단은 사적 소유로 되어 있는데, 이 둘의 모순이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대공황에 직면해 정부가 자본가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모습을 통해 이 모순은 노동자 민중의 시야에 확연히 보이게 되었다.

이쯤 되면 기간산업에 대한 막대한 정부지원을 보면서, 노동자 민중들 사이에서 ‘왜 우리의 혈세로 소유주 일가한테나 좋은 일을 해 줘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대규모의 자금지원을 받은 대한항공과 두산중공업의 경우를 보자.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대한 무리한 인수 등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져 재무구조가 악화되었고, 두산중공업은 금융비용과 무리한 인수, 자회사 손실 등으로 2014년부터 계속해서 당기순이익 적자를 보고 있는 등,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전부터 경영실패로 인한 위기에 직면해 있던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에 대해 계속해서 지원을 해 자본가들에게 이익을 주고 그 안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희망퇴직, 해고, 휴직으로 고통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대공황의 발발로 자본주의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자본가정부의 자본에 대한 지원은 어떤 식으로건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생산을 담보하는 거대기업들을 한 줌도 안 되는 자본가 개개인들이 사적으로 소유하게 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노동자 민중들은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간산업에 대한 국유화 요구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는 노동자들의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의식 성장과 결합되어야 한다.

기간산업 국유화를 요구하는 데 있어서 빠뜨려서는 안 될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국유화 요구를 노동자들의 의식 성장과 결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기간산업 국유화 사례는 있었다. 이러한 국유화는 경우에 따라 자본의 이해를 보장하는데 그치는 한계를 보여 왔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1997년 경제위기로 대우그룹이 붕괴하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주요 계열사들을 인수하는 과정을 통해 산업은행이 과반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공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실패로 인한 적자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얼룩졌다. 또한 국유화가 단지 위기를 넘긴 다음에 다른 자본가에게 다시 매각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미국에서는 파산한 GM에 대해 국유화를 하였지만, 결국 다시 민간에 매각된 사례도 있다.

또한 과거 노동자들의 국유화 요구 투쟁 사례를 살펴보면, 그것이 노동자들의 의식을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의식으로 고양시키는 것과 결합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노동자들이 붕괴위기에 처한 기업에 대해 ‘제대로 경영해라’, ‘정부가 책임져라’ 정도를 호소하는데 머물렀고, 결국 정부가 해당 기업을 인수해도 소유주를 국가로 바꾸는 것 이외에 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일도 일어났다.

따라서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 투쟁은 노동자들이 투쟁 속에서 자본주의 모순을 분명히 인식하고 계급의식을 높이는 과정과 결합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기존 국유화 논의의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과 계급의식이 높은 수준으로 고양되면, 노동자들이 생산과 기업 운영에 대한 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이른바 ‘노동자 통제’ 요구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예컨대 2019년 5월에 울산에서 있었던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저지 투쟁 때 노동자들은 조선소의 생산은 모두 노동자가 하는데, 그 결과물은 자본가가 가져가고 회사의 의사결정권 역시 자본가들이 독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삼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선소는 노동자의 것이다’라는 구호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이런 인식이 좀 더 성장한다면 조선소를 국유화해 노동자들이 회사 운영에 개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쉽게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가 노동자들의 의식 성장과 결합하게 되면, 그것은 과도적 요구로서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과도적 요구는 노동자 민중들이 그 요구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적 의식과 실천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교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치며

2020년 세계대공황은 평소 노동자 민중이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던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어려운 삶의 조건에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 민중은 자신들에게는 조금의 지원을 하는 것에도 인색한 정부가 자본가들에게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붙는 것을 보면서,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을 한 줌 자본가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기간산업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요구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는 세계대공황 정세에서 노동자들의 중요한 요구로 제기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유화 요구는 노동자들의 의식이 성장하는 과정과 결합될 때 제대로 된 요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의식 성장과의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국유화는 위기에 처한 자본의 소유주가 단지 정부로 바뀌는 것에 불과한 국유화에 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합이 이루어질 경우 국유화 요구는 더 큰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투쟁으로 나아가는 가교 역할을 하는 과도적 요구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기간산업 국유화를 요구하며 과감한 투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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