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큰 이윤을 벌어들여도 경제는 ‘위기’인 이유: 자본주의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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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뉴스]

2019년, 세계 자본주의의 경제위기가 격화되고 있다

2019년 정초부터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위기상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필자는 작년 8월 『사회주의자』에 게재한 「“침체국면”의 한국경제와 자본 곳간 지키기에 나선 문재인 정권」이라는 글에서 세계 경제가 공황 문턱에 놓여 있다고 내다봤다.

그 무렵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세계적인 언론인 『월 스트리트 저널』은 경제전문가 60명에게 언제부터 경기후퇴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하냐고 질문했는데, 그 중 59%가 2020년이라고 답변했다. 이런 답변을 좀 더 해석해보자면,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조만간 경기후퇴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그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당장은 아니라는 낙관적 믿음을 피력한 것이었다.

그러나 2019년이 되자 전문가들의 이런 낙관조차 사라졌다. 『머니투데이』 1월 9일 기사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 등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이 하반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0%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한다. 이 기사는 올해 경제를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2019년 올해 세계 경제는 희망보다는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침체의 진앙지는 무엇보다도 미국과 중국으로 지목된다. 미국발 금리인상, 미중 무역 갈등, 그리고 이에 따르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부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본주의는 대략 10년 주기로 경제공황을 겪어왔다. 올해 공황이 발발하게 되면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11년 만에 발생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런 현상적인 주기성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를 또 한 번 심각한 공황으로 몰고 가는 자본주의의 구체적 동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2008년 세계대공황의 중요한 특징은 그것이 바로 제국주의 유일패권국인 미국에서 발발하여 전세계적 충격을 주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2008년 세계대공황은 자본주의는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보장하는 체제가 아니라 오로지 자본의 부를 증식시킬 뿐이고, 그 결과 자기 모순에 의해 노동자 민중의 삶을 포함한 경제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마지막으로 세계대공황 이후 자본주의는 구제자금, 양적완화, 금리 인하, 긴축 등을 통해 자본의 이해를 더욱 증진시키려고만 했을 뿐이다.

세계 자본주의는 2008년 세계대공황의 파괴적 여파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침체가 ‘뉴 노멀’(new normal)이란 이름으로 일상화되었다. 대공황 이후 10년 사이 경기회복 국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대공황에 대응해 내놓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양적완화, 금리 인하 등의 정책들은 금융거품만을 부추기며 경기가 좋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일으켰을 뿐이다. 이 속에서 전세계적으로 기업부채가 증가하고 기업이윤은 줄어들어갔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세계 자본주의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연말연초 경제위기가 격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의 기저원인에 대해서는 필자의 「구제불능 자본주의에 밀려오는 경제위기의 검은 먹구름」「새로운 경제위기를 알리는 경고음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 구체적 양상은 다음과 같다.

  • 미국의 경우 아이폰, 맥북 등을 생산하는 거대 기업 애플의 주가가 폭락했다. 2018년 8월 3일 주당 232.07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후 속절없는 주가하락을 기록해 1월 9일 현재 주가는 153.31달러로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33.9%나 하락한 것이다. 다우존수지수도 8월 한때 26,828 포인트까지 치솟았으나 현재는 23,879 포인트로 떨어졌다.
  • 중국도 완연한 경기후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지수는 2018년 1월 2일 3,349포인트에서 올해 1월 2일 2,465포인트로 26.4%나 하락했다. 작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6.5%로 2009년 1분기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제조업 구매관리자(PMI) 지수도 수축을 의미하는 50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 선전당국은 언론에 경제 둔화, 미중 무역전쟁 등의 기사를 쓰지 못하도록 검열을 강화했으나 결국 공산당 지도부는 10월 31일 정치국 회의에서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 당국은 작년 3분기 4,374억 위안 규모의 신규 인프라 투자를 승인했고 자본시장 개방과 2020년까지 3년간 2,140억 위안 규모의 감세 등 친자본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 한국의 경제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블롬버그 통신』은 1월 1일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했는데, 그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지표는 세계 무역 상황을 미리 알려주는 선행지표”라는 것이다. 12월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하락했다. 특히 12월 대중수출은 13.9% 급감했는데 전년 동기 14.8%가 상승한 것에 비하면 수출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새해가 되자마자 애플의 중국실적 부진 여파로 코스피는 한때 2,000포인트가 붕괴되기도 했다. KDI는 1월 13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에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도 위축되는 등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위기는
자본이 이윤을 벌지 못해서가 아니라
“충분히” 벌지 못해 발생한 것

그런데 자본주의의 경제위기가 격화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를 수구세력과 언론이 만든 허구적인 위기론으로 치부하는 모습이 간간히 보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이 경제위기론을 내세운 수구세력과 언론의 집요한 공격을 받자 자유주의세력을 중심으로 그와 같은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테면 유시민은 1월 2일 JTBC 토론회에 출연하여 “경제 위기론은 보수정당과 보수언론, 대기업의 이념 동맹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수구세력에게 공격당하는 문재인 정권을 지키고 싶은 자유주의자들의 주관적 바람이야 어쩔 수 없다손 쳐도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자본과 그 언론들이 떠들어대는 ‘경기위기론’에 대해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요인 중에 하나로 자본이 이제껏 벌어들인 막대한 양의 이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연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발표되었는데,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28.7%, 3분기에 비해 38.5% 감소한 10조 8,000억 원이었다. 언론은 일제히 ‘어닝 쇼크’라며 반도체 호황도 저물어간다며 걱정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2018년 영업이익 58조 8,900억 원이라는 “절대적”인 액수 그 자체였다. 또한 정초 『노컷뉴스』는 경제위기를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일부 자유주의세력의 인식에 편승하여 「경제위기라 해놓고 128조 이익 낸 재벌들, 양치기 소년」이란 기사를 냈다. 그 내용인즉슨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정리한 금융권을 제외한 상위 20개 기업의 2018년 영업이익 예상치는 총 128조 7,159억 원으로 2017년에 비해 12조 1,185억 원 증가한 액수라는 것이다.

경제위기라고 하는데 자본은 이렇게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였으니 충분히 의아하게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순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 자체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위기’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의 경제위기는 절대적 의미의 경제위기가 아니다. 즉 자본주의에서 경제위기는 과잉생산의 형태를 띠는데, 이는 그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인간다운 삶을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수요를 모두 충족하고도 남을 정도로 ‘절대적으로’ 너무 많이 생산해서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위기는 상대적인 의미의 위기, 즉 자본이 그 이전의 안정적인 경제적 조건에서 누리던 이윤율에 비해 크게 하락한 이윤율 하에서 생산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의미에서 위기이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경쟁력이 낮은 자본들의 경우 큰 손실을 입거나 기업 자체가 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경제위기는 이전 잘 나갈 때만큼 이윤을 벌어들이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이 생산을 했다는 의미이다.

맑스는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위기의 특징을 『자본론』 3권, “3편 이윤율 저하경향의 법칙”에서 생생하게 설명했다. 해당 부분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노동자의 착취수단으로서 어느 일정한 이윤율로 기능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노동수단과 생활수단이 주기적으로 생산된다. 상품의 가치와 이 속에 포함되어 있는 잉여가치가 자본주의적 생산에 특유한 분배조건과 소비관계 아래에서 실현되어 새로운 자본으로 재전환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상품들이 생산된다. 즉 이 과정을 반복되는 폭발없이 완수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상품들이 생산된다.

너무나 많은 부가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인 적대적인 형태의 부가 주기적으로 너무나 많이 생산된다.

– 『자본론』 3권(김수행 역, 제1개역판), 310쪽

이런 식의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그 사회 구성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자본을 증식시키기 위해 생산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에서 자본의 이윤은 하락할 뿐이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가 발전하여 자본축적의 규모가 커지면 대자본은 이윤율의 하락에서 오는 충격을 막대한 자본규모에서 나오는 이윤량으로 일정부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윤을 거둬들일 수 있지만 이전보다 이윤율이 크게 저하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본가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는 것이다.

요컨대 자본이 막대한 이윤을 거둬들였는데도 경제는 위기에 빠지는 현상은 바로 자본주의가 노동자 민중의 삶을 보장해주기 위해 생산하는 게 아니라 이윤이라는 협소한 목적을 위해 생산을 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자본주의에서는 한편으로 이윤이란 형태로 막대한 부가 자본가들에게 쌓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 민중의 삶은 희망이 전혀 없이 악화되기만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부는 노동자 민중 전체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자본가들은 자신의 이윤이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아우성을 치는 일이 발생한다. 이 모든 것은 자본주의가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민중과는 양립할 수 없는 체제임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노동자 민중이 각성하는 계기로 만들자

자본주의에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자본가 계급이 자신의 이익을 더욱 강화하는 데 이 위기를 이용하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하에서 경제위기와 그것에 대응하는 과정은 과잉상태의 자본을 정리하고 노동자의 임금을 하락시켜 새로운 자본축적의 조건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의 경제위기가 자본가들에게 유리한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2008년 세계대공황은 전세계 노동자 민중에게 큰 교육의 기회가 됐다.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십 수 년 동안 노동자 민중의 투쟁과 사회주의 운동이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세계대공황은 자본주의가 노동자 민중의 인간다운 삶과 양립할 수 없는 체제라는 사실을 만인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세계대공황이 발발한 직후 세계 곳곳의 노동자 민중은 점차 자본주의 모순에 대해 각성하고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사회주의 운동 역시 고양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사회주의자』의 창간 2주년 특집 기사들을 유심히 읽어보면 미국의 사회주의자들은 자기 소속과 무관하게 2008년 대공황을 자기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08년 세계대공황이 전세계 노동자 민중에게 반자본주의 의식과 투쟁을 고양시키는 계기가 되었듯이, 지금 경제위기는 한국의 노동자 민중에게 자본주의의 본질을 인식하고 반자본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경제위기는 자본주의가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고 노동자 민중의 인간다운 삶 보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체제라서 발생하는 것이고, 따라서 노동자 민중이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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