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진보세력의 주거문제 입장들을 비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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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문재인 정권 들어 떨어질 줄 모르는 부동산 가격에 몸 하나 뉘일 곳을 찾기 어려운 노동자 민중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2017년 5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지수는 55.6% 상승했고, 올해 1월 14일 현재 서울지역 전세가격은 81주 연속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 공급 정책으로 돌아선 후 신도시 후보지로 발표된 경기도 시흥, 광명 등지에서 LH공사 직원들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민심은 불난 집에 휘발류를 끼얹은 격이 되었다. 문재인의 지지율은 30%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주요 하락 이유로 부동산 정책이 거론되고 있다. 4월 2일에 나온 한국갤럽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40%가 부동산 정책을 들었다. 이 여파는 4월 7일 재보궐선거에서 자본가 정치세력들의 부동산 관련 각종 폭로가 계속 터져 나오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심각한 사회정치적 이슈가 된 주거문제에 대해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가령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에서는 작년 9월 결성된 때부터 토지국유화, 1가구1주택 초과소유 주택의 몰수,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같은 주거문제에 대한 과도적 요구를 내걸고 대중적 실천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정치적 문제에 대한 다른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대응은 찾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대중적 실천은 차치하고 주거문제에 대해 꾸준히 글을 써온 사회변혁노동자당의 경우에는 사실상 사회주의적 관점이 아닌 소부르주아 급진파 수준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여러 사회주의, 진보 단위들이 주거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여전히 자유주의 세력이나 소부르주아 세력이 주장하는 내용을 따라가는 정도에 머무르거나 토지국유화 주장을 한다 해도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몇몇 사회주의, 진보 단위들의 주거문제 입장을 살피고 그 문제점을 비판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 진보 세력 내에서 주거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자극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주거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 옳은지도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토지공개념과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여전히 소부르주아 입장에 머무르고 있는 일부 사회주의, 진보세력

변혁당은 그간 주거문제에 대해 꾸준히 발언해왔다. 그러나 변혁당의 주거문제 주장은 여러 문제를 보이고 있었다.

첫째, “지대자본”과 같은 잘못된 이론과 개념에 입각해 있었다. 지대와 자본은 완전히 다른 범주로 지대는 잉여가치 중 토지소유자에게 분배되는 소득 형태이고, 자본에게 분배되는 소득은 이윤이다. 따라서 지대와 자본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는 이론적 문제뿐 아니라 실천적 문제로도 이어지는데, 토지의 사적 소유가 여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는 다르다는 점, 토지소유자는 자본가들과도 갈등관계에 놓여있다는 점 등을 간과하여 투쟁의 성격과 의미를 잘못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변혁당은 주거문제 해법의 근본이 토지의 사적 소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이러한 생각을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토지의 사적 소유 철페를 의미하는 토지국유화 요구를 내걸지 못하였다. 다만 토지의 사적 소유를 일부 제한하고, 그것에 대해 일정한 공적 통제를 부여하는 정도에 머무르게 되었다.

셋째로, 결국 변혁당은 토지공개념,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부동산세 인상과 같은 자유주의세력이나 소부르주아세력이 주장하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토지의 사적 소유를 완전히 철폐하는 것이 아닌 그 폐해를 줄이는 것으로 자기 요구가 국한되는 순간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변혁당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기조는 ‘진보적’ 것이지만 다만 정권이 이 기조대로 확고한 정책을 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권은 부동산 기득권 세력의 정권이라는 명백한 사실에 대해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이미 1990년대 초 노태우 정권이 도입하였다가 실패한 것이다. 노태우 정권은 주택가격이 폭등하자 “주택 문제 해결 못하면 혁명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토지공개념을 도입했으나 몇 년 되지 않아 관련 법률들은 모두 흐지부지되었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나 부동산세 인상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도 한계가 있다. 애초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 자본주의에서 토지가 사적 소유되고 있다는 점에 있기 때문에, 이것을 그대로 둔 채 그것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이익에 과세하는 방식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없다. 또한 불만 여론에 의해 일시적으로 관련 법률과 제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금방 도루묵이 될 것이다. (토지공개념,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김민재의 「토지공개념,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를 참고하기 바람.)

필자는 이러한 내용으로 작년 12월경 『사회주의자』에 「사회주의 관점에 명확히 서 있지 못한 사회변혁노동자당의 주거문제 입장」을 게재한 바 있다. 그러나 변혁당은 그 후에도 이런 잘못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변혁당은 2월 초 정부가 내놓은 2.4 부동산 대책에 대해 “토지소유주는 초과 이익 수혜 대상이 아니라 불로소득 환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임대사업자의 각종 세제 혜택을 폐지하고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공시지가와 맞먹는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기사를 냈다.

최근에는 LH사태가 일어나자 성명을 통해 “강력한 소유규제책 없는 부동산 정책은 지주를 더 큰 지주로 만들어줄 뿐”이라며 “1주택 이상 소유에 대해 고강도 규제”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겉보기에만 “강력”해 보일 뿐 1가구 1주택 초과소유 금지와 초과소유 주택에 대한 몰수에는 한참 못 미치는 내용이다. 또한 같은 성명에서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소유를 금지”하고 “택지소유상한제”를 주장했다. 이런 주장 역시 독점자본의 부동산 소유를 업무용이라는 미명 하에 허용해주고 있을 분 아니라 현실성이 하나도 없다. 부동산 투기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제거하려고 하지는 않고 법·제도적 규제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진부한 것으로 이미 투기세력은 이러한 규제를 꾸준히 회피해왔기 때문이다.

변혁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 중 ‘레드서울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것을 하면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법 제정 운동’을 벌일 계획임을 밝혔다. 즉 잘못된 소부르주아적 주거문제 입장을 이제 운동화하겠다는 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혁당 식의 입장은 사회주의, 진보세력 내에서 적잖이 목격할 수 있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평등노동자회는 ‘신문사설비평’들에서 “정부가 모든 가구에 집을 책임지는 전제에서 토지와 주택의 공개념에 입각해 한 1가구 1주택 관련법률을 제정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2020.11.17.자), “토지와 주택의 공개념을 도입하고 법제화 하라”(2020. 11. 24.자)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소부르주아지의 영향력이 사회주의, 진보세력 내에서 침투해있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라면 주거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토지의 사적 소유 문제를 사실상 회피하는 이런 소부르주아적 주거문제 입장에 대해서 반대해야 한다.

확산되는 토지국유화 주장, 그러나 미흡한 실제 내용

그러나 이렇게 소부르주아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변혁당과 달리 주거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으로서 토지국유화 요구가 사회주의, 진보세력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전태일 노동대학 김승호 대표는 『매일노동뉴스』 3월 22일자 글, 「부동산문제, 솔직해지자」에서 토지국유화를 주장했다. 김승호는 이 글에서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토지공개념 정도가 아니다. 토지는 국유화하고 사용가치로 필요로 하는 개인이나 조합 또는 법인에게 보유권을 줘 이용토록 하며, 주택은 비영리적으로만 거래되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진보를 자칭하는 자유주의 세력은 대증요법에 급급하다. 공급이 문제였다며 대규모 주택 건설을 추진하며, 주택투자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감면하고 있다. 자유주의 진보가 아닌 사회민주주의 진보 쪽에서는 무슨 대책을 내놓고 있나. 별로 없다.”고 말했다. 노동해방투쟁연대의 최영익은 「LH사태―공공주거권·주거복지를 내건 대중투쟁이 해답이다」라는 글을 통해 “가장 근본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건 토지의 사적 소유다. 토지국유화가 기본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노동자투쟁에서도 현장신문 14호에서 “이번 LH사태를 비롯해 부동산 투기의 근본원인에는 토지의 사적 소유가 있다. …… 이런 심각한 토지 사적 소유를 폐지하고, 모든 토지를 국유화해야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에서도 나도원 부대표가 3월 30일 상임집행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다주택 보유 제한과 토지국유화 같은 근본적 대안”을 거론했다.

이렇게 토지국유화 요구가 확산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토지국유화 주장 중에는 적잖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가령 토지국유화를 주장하는 이론적 근거가 잘못되었다거나 일견 토지국유화를 내건 것 같지만 실상은 토지국유화를 당면 요구로서는 거부하는 등의 주장이 그것이다. 이제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① 잘못된 근거에 입각한 토지국유화 주장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김승호의 글은 토지국유화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으나 그것을 주장하는 근거는 이론적으로 상당히 잘못된 것이다.

우선 김승호는 글에서 “토지와 주택이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다. 그런 필수 사용가치는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해도 이익(이 경우 이윤이기보다 지대인데) 추구 수단으로 자본화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이런 주장은 실제 사회주의, 진보세력 내에서 많이 퍼져있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라는 주장과 유사한 주장이고 일견 옳은 주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실제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자본론』 1권의 첫 문장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는 상품의 방대한 집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은 모든 노동생산물이, 심지어 노동생산물이 아닌 사용가치조차 상품으로 전환되는 데 있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조차 상품이 된다.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사용가치는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도덕적 몽상’에 불과하다.

게다가 토지의 사적 소유는 자본주의의 초창기에 나타난 소유형태로 어떻게 보면 생산자와 생산수단의 분리를 가능케 한 경제적 조건이다. 이에 대해 맑스는 『자본론』 3권에서 “토지의 사적 소유 그리고 직접적 생산자로부터의 토지수탈—한 쪽 사람들은 토지를 소유하고 다른 쪽 사람들은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 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토대”라고 말한다. 이렇게 토지와 주택은 필수 사용가치라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자본주의 운영원리를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이다.

둘째, 김승호에 따르면 부동산문제는 “이렇게 자본화해서는 안 될 것을 자본화하는 잘못된 자본주의에서, 그리고 이렇게 자본화해서는 안 될 것을 극단적으로 자본화하는 한국적인 천민자본주의 체제에서 파생한 것이다.” 또한 “부동산문제는 한국 천민자본주의의 핵심적 측면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부동산문제가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적 특징이라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이미 『사회주의자』에서 여러 차례 주장했듯이(예컨대 성두현의 「지금 맑스의 지대론을 학습해야 하는 이유」를 참고하기 바람) 자본주의에서 지대는 계속 상승하는 경향이 있고, 그에 따라 토지소유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서도 갈수록 막대해져 가는 지대를 고스란히 가져간다. 또 토지가격은 지대를 이자율로 나눈 것인데, 따라서 지대가 상승하고 이자율이 떨어지면 토지 가격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도 한국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등 주요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택가격 폭등이 일어나고 있고, 이것이 심각한 정치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에서조차 주택가격 폭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김민재의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를 참고하가 바람). 그렇다면 이들 나라도 천민자본주의라고 해야 하는가? ‘천민자본주의’와 그와 연동된 ‘급진민주주의혁명’이라는 그릇된 사고에 빠지다보니 한국의 부동산, 주거문제가 한국 자본주의의 천민성을 드러내는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로 착각하게 된 것이다.

② 토지국유화 요구를 당면 요구로는 거부하고 있는 주장

노동해방투쟁연대(이하 노해투) 최영익의 글은 비록 토지국유화를 제기하고 있으나, 김승호의 글과 비교한다면 토지국유화 요구를 철저하게 제기하지 않고 사실상 방기해버리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노해투 최영익의 글 「LH사태―공공주거권·주거복지를 내건 대중투쟁이 해답이다」는 지대와 토지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를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와 연결 지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부동산문제에 대한 기본 태도로 “하나는, 주택이란 노동자 민중이 살아가는 기본 공간이며, 주거기본권의 관점에서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자연의 선물이자 인간과 지구생명체 모두가 공유해야 할 공유재산으로 토지에 접근하고, 토지를 개인의 사적 소유물로 전유하는 걸 금지하는 것”을 제시한다. 그리고 토지국유화가 기본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영익의 주장은 토지국유화 요구가 나온 바로 다음 문단에서 곧장 변한다. 즉 “투기자들의 토지나 다주택자들의 주택을 넘어서서, 농민들의 농지나 1가구1주택까지 포함하는 모든 토지·주택으로까지 국유화정책을 전면 확대하는 것은 여러 지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토지국유화 요구는 당면 요구에서 사라지고, 토지국유화를 위한 장황한 과도적 요구들이 토지국유화를 대신해 등장하게 된다. 그 중에는 불로소득 전면 환수와 같은 소부르주아 요구뿐 아니라 사실상 국유화와는 거리가 먼 부분적, 제한적 국유화 시도 등이 나열되어 있다. 글의 출발점에 비하면 뒤로 갈수록 퇴행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우선 지적할 점은 최영익의 글이 토지국유화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지국유화와 주택의 국유화는 동일한 것이 아니다. 모든 토지를 국유화한다고 해서 곧장 모든 주택을 국유화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토지국유화 요구가 1가구1주택 초과소유 주택 몰수,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같은 주택 관련 요구와 함께 가는 것이다. 그러나 최영익은 토지국유화 요구가 기본 방향이라고 말하자마자 토지국유화와 주택국유화를 하나로 뒤섞고, 이를 토대로 토지국유화는 당장 어렵다는 논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다음으로 지적할 점은, 토지국유화 자체에 있어서도 다양한 핑계를 들면서 사실상 이 요구를 허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 일단 “농민들이 실제로 경작하는 농지도 많다”며 농민들이 경작하는 농지는 국유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에서도 자본주의 농업의 발전으로 차지농지가 늘어나고 있고 농지은행과 같은 제도를 통해 실질적 농지 국유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농업 현실에서 농민들의 소토지 소유에 영합하는 것은 사회주의자들의 입장일 수는 없을 것이다.
  • 그 다음에는 “생산시설로 사용되지 않는 기업토지 몰수”라는 요구를 통해 기업 소유의 토지에 대한 국유화 범위를 심각히 제한하고 있다. 이 요구는 소부르주아세력이 자주 주장하고 변혁당도 뒤따르고 있는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소유 금지’를 차용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재벌의 생산관련 토지 소유는 인정하는 것이다. 또 ‘비업무용 토지’라는 개념 자체가 과세를 위한 기준에 불과해 재벌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가령 기업이 소유한 농토의 경우에는 언제라도 농장이나 농업관련 기업을 만들어 빠져나갈 수 있다).
  • 또한 “신규개발 택지 국유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요구는 토지국유화시 불필요한 것으로 이러한 요구 자체가 이미 많은 토지를 사유지로 인정하는 것일 따름이다.

최영익은 이러한 부분 국유화 요구들을 통해 점진적으로 모든 토지의 국유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요구들을 이른바 ‘과도적 요구’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문제가 곪을 대로 곪아 있고 투기세력은 온갖 수단을 만들어 규제를 피하며 투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접근은 미봉책에 미봉책을 더하는 것일 뿐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주관적 바람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최영익의 글은 부동산문제, 주거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 결여를 보여준다. 토지국유화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당면요구로 제기하기에는 스스로 자신감이 없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토지국유화 요구 자체가 ‘과도적 요구’인데, 그 ‘과도적 요구’에 대한 ‘과도적 요구’를 내거는 이상한 모습이 나타나고 말았다. 이에 대해 토지국유화 요구를 내걸기에는 대중들의 주체적 조건이 미약하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부동산문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쟁점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런 변명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편 이런 토지국유화에 대한 입장은 20세기 초반 러시아 혁명시기 농업문제에 대한 멘셰비키의 입장을 떠올리게 한다. 1905년 1차 러시아혁명 이후 농민들 속에서 토지국유화 요구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멘셰비키는 농민의 토지 소유욕을 과장하여 바라보고, 농민들의 땅을 빼앗으면 농민들이 반동으로 돌아선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토지의 사적 소유를 유지시키는 것인 자치체소유화론을 펼친 바 있다.

마치며

부동산 투기가 발호할 수 있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토지가 사적으로 소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아는 사람들은 아파트가 아니라 땅을 산다는 부동산 업계의 이야기는 이러한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지난 수십 년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어온 부동산 투기에 대해 각종 정책을 추진했으나 백약이 무효했다. 여기에 자유주의세력과 소부르주아 세력은 이미 실패한 토지공개념을 되뇌이고, 세금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부동산문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직관력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이 반복되어 나오는 것은 이들이 마지막 남은 유일한 해법인 토지의 사적 소유 철폐를 어떻게든 회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좌파학자로 행세해온 손호철이 토지공개념을 일러 “혁명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변혁당과 같은 일부 사회주의, 진보세력에서는 이 “혁명을 예방하는 길”을 자신의 입장으로 택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주거문제가 심각해지자 토지국유화와 같은 급진적 해결책을 주장하는 사람과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토지국유화 주장의 내용을 보면 적잖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가령 토지와 주택은 자본주의의 다른 상품과는 달리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되는 ‘필수 사용가치’라는 도덕적 주장을 펼치거나 한국의 부동산문제가 한국 자본주의의 천민성을 보여주는 특수한 문제라는 식의 주장이 그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투쟁에 대한 자신감 결여로 인해 토지국유화를 기본방향으로 내걸지만 당면요구로서는 부정하는 태도도 존재한다. 토지국유화 요구를 내건 것 자체는 분명 긍정적인 일이지만, 노동자 민중이 주거문제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토지국유화 요구를 내건 투쟁으로 나아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렇게 잘못된 토지국유화 입장은 극복되어야 한다.

민중에게 주거문제의 해결은 절박한 삶의 문제이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이런 민중의 절박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을 하루 빨리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거문제의 올바른 해법을 모아나가기 위한 치열한 토론과정 또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이 이런 토론과정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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