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이를 급속히 악화시키는 방아쇠(trigger)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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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EUTERS]

작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 이어 초기에는 한국, 일본, 이란 등으로 확산되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어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3월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 전격 인하하였다. 원래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8일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앞당겨 금리를 인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3월 9일 뉴욕 주식시장이 개장 되자 곧바로 서킷 브레이커(주가 급등락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5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제도)가 발동되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7.79% 폭락하였다. 하루 전인 8일에는 국제 유가가 장중 한때 30% 넘게 폭락하기도 하였다. 주가 폭락은 3월 12일에도 발생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9.99% 폭락하였다. 연이은 주가 폭락에 놀란 트럼프와 연준은 일요일인 15일 기준금리를 추가로 1% 인하하여 제로금리로 만들고 최소 7,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추가조치가 무색하게도 월요일인 16일 주식시장이 개장되자마자 세 번째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2.93% 폭락하였다. 이전에 열린 유럽증시도 대부분 5% 이상 급락했다. 영국의 FTSE100 지수는 전날보다 4.01%, 독일 DAX30지수는 5.31%, 프랑스 CAC40지수는 5.75% 각각 하락했다. 이것은 미국 연준의 파격적인 카드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것이었다.

[표 설명: 미국 CNBC에서 다우존스 산업지수의 일일 최대 낙폭 10위를 정리한 것이다. 1위는 1987년 10월 19일 발생한 ‘블랙먼데이’로 불리는 주가대폭락 사건이다. 2위는 1929년 대공황 때의 주가 폭락이다. 3위가 바로 지난 월요일인 3월 16일에 발생한 대폭락이다. 그 전주 목요일인 3월 12일 폭락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급속하게 전개되자 부르주아 경제학자들, 금융자본, 정책책임자들은 제 각각 현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예측과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자본인 골드만 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1/4분기에 제로성장을 2/4분기에는 축소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뉴욕타임즈 3월 16일자 기사, 「연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식 시장 폭락하다」).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르(Olivier Blanchard)는 올해 상반기 세계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하반기는 전염병의 절정이 언제이냐에 달렸지만 역시 마이너스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였다(파이낸셜 타임즈, 3월 15일자 기사, 「전세계적인 경기후퇴는 이미 여기에 있다고,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말한다.」). 여전히 미국경제가 경기후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도 있지만 이제는 대부분이 이를 인정하고 경기순환이 V자형일 지, U자형일 지, 혹은 L자형일 지를 갖고 다소 한가한 논란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주가폭락, 경제사정 악화의 원인인 것처럼 전제하며 이미 미국과 세계자본주의 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있었던 것이 주 원인이라는 점을 회피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사태는 외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언젠가 통제되면 끝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의 사태의 본질에는 전혀 다가가지 않은 채 현상만을 피상적으로 살펴보고 낙관적인 예측과 처방을 제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 점을 몇 가지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자본주의가 헤어나기 어려운 곤경에 처해있음을 밝혀보도록 하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문제를 급속히 악화시키는 방아쇠(trigger)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전에 이미 위기상태에 있었다. 이미 세계경제는 장기침체 상태 속에 있었고 여기에 경기후퇴가 더해져 새로운 대공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은 필자가 작년 11월에 작성한 글, 「장기침체 상태 속에서의 경기후퇴로 새로운 대공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와 올해 초에 작성한 글,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서 밝혔던 것인데 해당 부분을 인용해 보겠다.

전 세계적인 경기후퇴가 세계경제가 2008년 세계대공황의 여파를 극복, 제대로 활력을 회복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고 있다. 물론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소규모의 경기 순환이 있었지만 세계경제는 2008년 대공황 이후의 침체상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2008년 이후 미국은 유로존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 경제들보다 호(好) 실적을 보여 왔지만 이러한 미국도 여전히 2008년 이전의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기후퇴가 발생하면, 그동안 인위적으로 조성된 낮은 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조건에서 막대한 규모로 팽창한 부채의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며 이것이 새로운 금융공황, 대공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장기침체 상태 속에서의 경기후퇴로, 손쉽게 차입하여 경영할 수 있었던 기업들 중 한계 기업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이것이 연쇄적으로 금융 등 다른 부문에도 영향을 미쳐 취약한 세계경제에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이 과거의 사례와 달리 저금리 상태와 풍부한 유동성 공급 상태에서도 새로운 대공황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사태는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매우 특이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거꾸로 현재 세계 자본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마 공황 직전에 나타나는 고금리 현상은 과거와 달리 앞으로 공황 발발 이후의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이것이 달러붕괴와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는 대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 보고서(세계은행의 보고서, 「부채의 세계적 물결」)에 의하면 지난 50년에 걸쳐서 세계 경제는 네 번의 광범위한 부채 축적의 물결을 경험해왔다. 2010년 이후 진행 중인 최근의 물결에서 세계 부채는 2018년에 GDP의 230%까지 증가했다. 부채의 증가는 특히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빨랐다. 2010년 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이들 경제에서 총부채는 54%가 증가해서 2018년에 GDP의 약 170%라는 역사적 최고점에 이르렀다. 최근의 신흥개발도상국 부채 축적의 물결은 지난 50년간 중 가장 대규모이고, 가장 빠르며, 그리고 가장 광범위한 것이다.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부채의 평균 연간 증가율은 GDP의 거의 7%에 이르렀는데, 지난 세 번의 물결에서보다 훨씬 컸다. 이 보고서는 최근의 부채 축적의 물결이, 장기화된 매우 낮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앞선 물결들의 역사적 패턴을 따르고 있고, 광범위한 금융위기로 끝날지 모른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 보고서는 정책이 제대로 선택되고 실행되면 금융위기는 막을 수 있고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이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자료가 보여주는 부채 증가의 실상은 이보다는 오히려 유례없는 대공황 발생의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이처럼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전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었고 이것이 더욱 악화되는 추세에 있었다. 역사에서는 우연적인 요소가 큰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취약점을 증폭시키고 드러나게 하는 방아쇠(trigger)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실제로 건강한 상태에 있었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가하는 타격은 지금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으로 선언한 것은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2020년 코로나19 등 세 차례가 있는데, 모든 팬데믹이 세계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 것이 아니었다. 1968년 홍콩독감은 전 세계에서 100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고 갔지만 세계경제를 뒤흔들지 않았다. 2009년 신종플루 역시 그러하였다. WHO가 있기 전에 있었던 팬데믹이 스페인독감인데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에 귀환한 병사들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기 시작해 2년 동안 창궐했다. 이 기간 스페인독감으로 약 5,000만 명이 사망했다. 이 역시 그러하였다.

따라서 현재의 사태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세계경제 자체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데에 있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에 있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취약점을 증폭시키고 드러나게 하는 방아쇠(trigger)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방아쇠(trigger)가 된 이유

심각한 자본주의 세계경제 상태가 현재의 대난국의 주원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팬데믹이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아무리 고도로 기계화되고 자동화되고 AI화된다고 해도 결국 사람들이 이 경제가 돌아가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하고 교류하지 않고서는 경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기본적인 진실이 역설적으로 이번에 다시 확인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치명적인 것은, 이 바이러스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철저히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통해서 보면, 이 바이러스는 매우 전파력이 높다.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짧은 시간 접촉해도 곧바로 전파된다. 이 바이러스의 또 다른 특성은 비교적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이 바이러스는 상당히 오래 동안 사람들을 괴롭힐 것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쉽게 짧은 기간 안에 종식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 바이러스는 사람 사이의 교류를 심각하게 제약하여 제조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나마 세계경제의 성장을 유지하게 한 서비스부분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소비에 역시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과 공급체인에도 이미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중국의 올 1월과 2월 산업 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 13.5%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것이 상당한 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연명하는 자본주의세계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다.

분명해진 경기후퇴와 이의 장기화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약한 고리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할 것이다.

인위적인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연명하고 있다. 그 결과 좀비기업 상태의 기업이 수없이 존재하고 과다한 부채가 축적되어 있으며 2008년 대공황 때보다 많은 파생금융상품이 존재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미 논란의 여지없이 확인되고 있는 경기후퇴는 한계에 달한 부분부터 파산시켜 갈 것이다. 즉, 약한 고리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 약한 고리들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부분에도 연달아 문제를 야기하는 도미노 현상을 만들어 낼 것이다. 가령 좀비기업의 파산은, 이들 저신용 기업들의 은행대출(레버리지론)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파생상품인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의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가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가 디폴트상태에 빠지면 이는 유로 존에 연쇄반응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상에서 현재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 국면을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현재의 상황은 매우 역동적인 상황이다. 경기후퇴가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심화될지 이것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대공황국면으로 나아갈지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위적인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연명하는 자본주의 세계경제, 특히 가장 이득을 보는 금융자본은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점을 사람들 눈에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하고 있다.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종식시킬 뿐만 아니라 진짜 바이러스인 금융자본 바이러스, 자본주의 바이러스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태도를 가지고, 미증유의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켜보고 자본주의와 투쟁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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