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 “사실 ‘자본주의가 문제’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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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편집자 설명] 서울 지하철에서는 최근 채용된 일부 정규직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집요하게 헐뜯고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정규직화 논란은 결국 지난 국정감사에서 수구세력에 의해 크게 다뤄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있다 해도 정규직화 자체는 노동운동이 20년간 요구해왔던 주장이고 서울 지하철 내 노동자들이 오랜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이런 갈등과 충돌은 기존 서울 지하철 정규직 노동운동에 큰 충격을 주고 서울 지하철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동운동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의 노동운동으로는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는 서울 지하철 내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 서울 지하철 노동운동의 전망을 어떻게 잡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우리 매체의 기자로 이 논란을 계속 기사화해 온 이근행 동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근행 동지는 서울 지하철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노동자로 현재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역무본부 교육국장을 맡고 있다.

Q1.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이 뜨겁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비정규직 확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는데, 정작 정규직화가 이뤄지려고 하니 소수 정규직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형국입니다. 일단 서울 지하철(서울 지하철은 2017년 1, 2기가 통합하여 서울교통공사가 되었다. 이 인터뷰에서는 편의상 ‘서울 지하철’이라는 말을 사용했다)에는 어떤 직종에 비정규직이 들어와 있었고, 비정규직이 들어오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1997년 한국에서 IMF 공황이 일어나고 10여년이 지난 후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집권했잖아요, 당시 이명박, 오세훈 체제에서 서울 지하철의 안전 및 필수업무가 외주화되기 시작했어요. 역무는 구체적으로 말해 다소 한가한 8개역과 유실물 센터, 차량 경정비, 기지 내에서 차를 이동시키고 출고할 때 출고 대기선까지 운전을 하는 승무 구내운전, 밤에 지하선로를 다니면서 궤도점검을 하는 기술 모터카 등의 외주화가 ‘창의혁신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적으로 진행됐어요. 정규직 직원의 정원감축도 이때 이뤄졌어요.

이런 외주화의 목적은 구조조정을 통한 예산 절감이었습니다. 그런 배경 하에서 비정규직이 만들어지게 된 거죠. 2008년 이전에는 공사가 직접 고용했던 비정규직으로는 차량기지 내 식당, 매점, 이용사, 세탁, 목욕탕 등의 분야에 소수가 있었고 무기계약 형태의 고용이었습니다. 2008년 이후 비정규직은 외주형태의 비정규직이고요. 이 분들 중 1,350명 정도가 이번 정규직 전환대상 인원이었고 실제 전환은 1,285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8년 당시에는 일단 일방적으로 정원을 축소하고 그 감조정된 인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퇴직을 몇 년 남겨놓은 직원이나 희망하는 정규직 직원을 외주화된 업체의 관리직으로 보내 고용과 임금을 몇 년 더 유지해주는 계약방식을 이용하였습니다. 물론 용역업체 관리직은 공사 소속이 아니라 외주 업체 소속입니다. 바로 이 분들이 몇 년 전 ‘메피아’ 논란에 휩싸였던 사람들입니다. 당시 수구언론이 이 분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는데, 공사 측의 폭력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사실상 감축 인원 해소 차원에서 이동한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욕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는 거죠.

Q2. 지난 2016년 5월에는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비정규직 청년이 사망했습니다. 이 죽음에 대한 공분이 크게 일었던 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서울 지하철 내에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어떻게 추진되게 되었습니까?

서울 지하철의 안전업무 외주도급화는 2004년 말, 2호선 강남 구간의 승강장 안전문 시공 및 유지·보수에 대한 계약으로 시작해서 2008년 이후 인력감축 및 이에 따른 외주화 추진으로 확대되었어요. 2호선 강남구간은 광고업자들에게는 알토란같은 구간인데, 2004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측근이었던 강경호라는 서울메트로 사장이 그들과 유착된 ‘유진 메트로컴’이란 업체에 PSD(platform screen door)의 건설과 유지·보수를 다 맡겼어요. 그리고 22년 동안 광고 수입 전취를 보장하는 특혜까지 보장했습니다.

그 이외의 구간에는 ‘은성’이란 PSD 업체에 유지·보수를 맡겼습니다. 스크린 도어를 수리를 하던 청년 비정규직 사망사건은 이 ‘은성’이란 업체에서 발생했습니다. ‘은성’은 2016년 7월 이후 무기계약 직고용 형태로 전환하였습니다. 한편 장기 특혜계약업체인 ‘유진메트로’의 비정규직들은 2017년 초에 임금은 서울시와 유진이 분담하고, 관리는 공사가 하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유진’업체 직원들 중 30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고 이 분들 또한 이번에 정규직화 됐습니다.

구의역 사고로 ‘비정규직이라서 죽었다’는 것에 대해 노동자, 시민들의 공분이 있었고, 첫 번째 질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구조조정 시 ‘은성’과 같은 외주업체로 임금과 고용을 보장받고 ‘전보’된 직원들과 업체 비정규직 직원들 간의 임금 및 처우에 있어서의 차별이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습니다. 구의역 사고 1년 전인 2015년에도 강남역에서 유진메트로컴의 PSD 유지·보수 직원 한 명이 작업을 하다가 비슷하게 사망한 일이 있었어요. 이런 계기들을 통해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화’가 추진되었고, 문재인정권이 들어서면서 “공공부문 일자리 정규직화 정책”이 시행되고 서울시는 이때에 맞추어 “고용대책 2단계 사업”의 일환으로 산하 사업장 ‘무기계약직(중규직)의 정규직화’ 사업을 시행하게 된 겁니다.

서울시나 문재인의 정책에 의해 정규직화가 내리꽂듯이 이루어졌다는 말도 있지만, 지하철 내에서는 수년 동안 무기계약직, 외주업체 동지들, 노동조합 간부 등이 중심이 되어서 정규직화 투쟁을 사업장 내에서, 서울시 청사 앞에서 지속적으로 전개했었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가짜’ 공공부문 일자리 정규직화정책과 서울시의 고용대책 2단계 사업과 맞물린 측면도 있지만, 본질은 고용의 질 악화로 치닫고 있는 한국의 노동현실에서 지속적인 노동자들의 처지개선 투쟁이 이러한 계기를 만들어낸 것이지, 문재인이나 박원순이 시혜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진: 레디앙]

Q3.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일부 정규직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반발하고 있고 어떤 주장을 하고 있나요?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일부 정규직이 반발하는 형태에 대해서는 제가 『사회주의자』에서 기사화했던 내용들인데, 그 형태를 보면 우선 정규직화 합의과정에 즈음해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자기 신분 노출을 꺼리는 거죠) 노동조합 집회장 길목에서 정규직화 반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경우가 있었고, 공사 소통 게시판에 정규직화에 동의하고 지원하는 노동조합 간부들의 실명을 적시하고 김일성 사진을 배경으로 이 간부들을 폄하하는 게시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정규직 대상자에게 지속적으로 수모와 수치심을 일으키는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사업장 내에서 정규직화 대상자들을 고립시키려는 행태들도 일어났습니다. 김일성 사진을 배경으로 간부들을 실명으로 조롱하는 글을 게시한 사람을 조합원 한 분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약식명령으로 50만원의 벌금형이 나왔는데, 이 사안은 정식재판까지 가서 1심에서도 상대가 패소한 상황입니다. 교육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소통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상태이기 때문에 제재 방법 중 하나로 고육지책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들은 2017년 노동조합에서 개최한 정규직화 공청회에 참석하여 전환대상자들을 폄하하는 주장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들은 취업을 하기 위해 학위도 취득했고 스펙도 있고 고생해서 공채시험 과정이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했는데, 정규직 전환대상자들은 그런 이력이란 게 없기 때문에 “차별이 아닌 차이”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그런데 이건 말장난 같아요. 사내 소통게시판에서 “무기충”, “고졸 수준, 대졸 수준”과 같은 자극적인 언어로 배제와 차별의 표현을 지속적으로 구사하면서도 차별이 아니라 차이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두서가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올해 2월, 정규직 직원 일부가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교통공사 정관 개정안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이번 달 22일에 판결이 나올 예정입니다. 3월에는 행정법원에 정관 개정안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습니다. 이들의 말을 그대로 쓰자면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무리하게 정규직화를 추진한 노동조합”에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이 노조를 탈퇴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나이든 조합원과의 마찰도 있는 것도 같아요. 그 때문에 공사 내부 소통마당에서 조합을 탈퇴한 듯한 직원이 ‘누구’를 고소하겠다는 식의 글도 올라옵니다. 감정이 태도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들이 모종의 도움을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제공했는지는 증거가 없어서 확실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있고, 이런 분란이 다시 조중동 보수언론으로, 국회로 퍼져나가다 보니 직원들의 임금·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임단협과 공사 통합을 하면서 합의한 사항의 이행이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Q4. 정규직화에 반발하는 직원들은 “공정”을 주장하고 있고 심지어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공정함을 위해 수구적폐세력과도 손을 잡을 태세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시험을 뚫고 힘들게 입사했다고 정규직을 마치 ‘신분’으로 생각하고 다른 노동자의 고용이 개선되는 것조차 가로 막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런 엇나간 생각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

집단 근무를 하는 차량, 승무 등에서는 정도가 덜하지만 역무에서는 조합원들이 수십 명씩 노동조합을 빠져나가고 있어요. 집행간부인 지회장들이 한숨을 쉽니다. 현장에 들어가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젊은 조합원들이 왜 무리하게 정규직화를 추진해서 이 사태를 만들었냐는 식으로 공격해 들어온다는 거예요. 오히려 정규직화 추진을 잘못해 사회문제가 되어 임단협이든 뭐든 교섭의 루트가 다 막혔다고 얘기하고 있다는 거죠. 이것에 일일이 답변하기도 피곤하지만, 적극적으로 답변할 구체적 논리도 부족한 것이에요. 그래서 겁이 나는 것이죠.

저는 함께 회의에 참석한 집행간부들께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사실 ‘자본주의가 문제’인 거다.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80년대부터 투쟁을 전개해서 청년고용도 창출하고 임단협 투쟁 승리도 해보면서 끈질기게 조직을 지키고 정규직화까지도 매듭을 지었는데 한 방에 나가떨어진 것 아니냐. 이것은 사실 자본주의한테 한 방 맞은 거고,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자본이 만들어내는 논리와 사상은 더 집요하고 강해진다. 그런 논리와 사상을 받아들인 친구들이 입사해서 기존의 정규직 운동 자체의 판도에 충격을 주면서 흔들어 놓은 거다. 우리가 대응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이 사회,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학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노조 혼자만 학습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노동계 전반이 자본주의 사상에 대응할 수 있는 카운터펀치를 만들지 못한 게 이유다.’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Q5. “공정”이라는 허울을 내세워 노동자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적 고용 형태를 당연시하는 것은 노동자 사이의 ‘연대’에 대한 생각이 없고,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이 그다지 없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봅니다. 서울 지하철 노동조합의 경우에도 과거 파업 등 여러 강도 높은 투쟁을 벌였고 한때는 “전국 최대 지하조직”이라는 별칭이 통용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박원순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퇴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노동자의 계급의식이 퇴보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시는지 서울 지하철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하철은 한때 잘 싸웠습니다. 1999년 4.19 파업은 청년고용 창출이라는 요구를 내걸고 7일을(7일 동안 무단이탈하면 직권면직 사규가 적용됩니다) 버텼어요. 그 당시 헬기의 위협적인 저공비행, 선무방송, 폭력경찰의 탄압도 있었습니다. 한밤에 서울대 뒷산을 넘어서 과천까지 도망을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큰 싸움의 여파로 노동조합은 어려운 시절을 보내다가 배일도 어용 집행부가 들어섰고 구조조정을 몽땅 받아들이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민주파 간부들이 집행부를 장악하더라도 사측은 다양한 구조조정 공격을 했고, 전진하기 보다는 조금씩 계속 후퇴했습니다. 소위 민주파 내에서도 협조주의적 성향의 간부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협조주의가 똬리를 틀 게 된 것은 오세훈이 서울시장직을 사퇴한 후 보궐선거에서 석치순(1999년 지하철 파업 당시 노조 위원장) 등이 박원순 당선에 전력을 다해 도우면서입니다. 이때부터 자유주의 정치인들과의 ‘친교’ 행위가 시작됐습니다. 석치순은 이후, 도시철도공사 기술이사, 운영이사로 갔습니다. 2017년 1, 2기 공사 통합을 묻는 1차 조합원 총투표가 부결되자마자 9호선 지하철 부사장으로 갔습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의 대선행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서울포럼”에 노동조합 내에서도 참여를 했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 판에서 박원순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조합원 중에서 수천 명의 민주당 권리당원을 조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소위 친노동을 표방하는 박원순과 노동조합 상층이 연대를 한 결과가 좋았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퇴직수당이 노동자들에게 상당히 큰 부분인데, 폐지되었습니다. 임금피크제를 수용했어요. 우리는 총액인건비제(행정자치부가 인건비를 정해줍니다)의 적용을 받는데 임금피크제의 무리한 적용으로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임금감액은 물론이고 전 직원들의 임금재원이 잠식되고 있다고 해요. 올해만 94억이고요. 임금피크제를 폐지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직원들이 104억원을 분담해야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어요. 1, 2기 지하철을 통합하면서 1,029명의 인원감축이 합의되었고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인력난이 가중될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친노동 시장과의 친교행위로 노동조건, 임금조건이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자한당과 민주당이 협치를 해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시도하는 것처럼, 서울시는 챙겨갈 것 다 챙겨가고 자본의 이해는 존중되는 거죠. 자유주의 정치권에 발을 들인 개인들이 이득 본 것은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득 본 게 하나도 없습니다.

노동운동에 대한 기본 인식이나 학습의 부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아요. 노동자 철학이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방식으로 노동자의 처지가 개선될 수 있다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죠. 명확하게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생각을 못하고 자본주의를 고쳐서 활용하면 자본과 노동 사이의 상생이 가능하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고 노동과 자본은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처지라는 의식의 발전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이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지원군, 투표 거수기로 전락한 그 후과를 서울 지하철이 명백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Q6.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커졌습니다. 정규직화라는 올바른 노동자적 입장을 견지하다가 신규 직원들에게 안 좋은 일을 겪은 조합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갈등이 고인 물이었던 조합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상황과 민주노조운동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충격으로도 작용할 것입니다. 향후 서울 지하철 노동자들이 어떤 선택과 전망을 갖고 나아가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정규직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들이 충격적인 건 사실이에요. 저는 자본주의가 생산한, 어찌 보면 ‘자본주의 키즈’에게 기성의 노동운동이 제대로 한방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직화 문제가 조중동 수구언론과 정치권에까지 확산되면서 더 파급력이 커졌는데요. 사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자본가들의 목소리라고 봅니다. 또한 자본가들의 대변인인 제 정당의 목소리라고 봅니다. 이 시대를 지배하는 사상은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인데 이것과 대적하려는 노동운동 진영의 학습이나 기초체력이 부재했습니다.

현재 지하철노조 역무본부 내에서 노동자학교를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 임단협 국면인데다 통합을 통해 인력감축을 합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국면에 집중하기 위해 교육을 수개월 중단하거나 폐지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것은 대의원 대회와 집행회의에서 교육 계획안을 제출해 인준을 받았기 때문에 사정에 의해 조금 연기할 수는 있지만 폐지할 수는 없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노동조합 민주주의에 무지한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조합 내의 임금투쟁과 노동조건 개선투쟁(사실 개선보다는 후퇴 가능성이 더 크지요)에 집중하고자 역사유물론이나 임노동 관련 교육은 연기하거나 폐지하자는 것이죠. 물론 교육받아보니 들어볼만 하다, 전쟁 때도 교육은 하는 건데 일정대로 진행하자는 간부도 있었습니다.

30년간 담장 내에서 성실한 투쟁을 전개했다고 다들 자부하고 있지만, 담장 밖의 지배세력은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더 견고하게 이데올로기를 예비 노동자들에게 주입시키고 훈련시켜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지역과 전국적 사업장에서 노자간의 관계가 화해할 수 없는 처지라는 학습과 투쟁이 전면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노동운동 세력은 앞으로도 이런 국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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