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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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편집자 설명] 『사회주의자』에서는 새로운 사회주의 대안의 내용을 소개하는 기획기사를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이번 기사는 그 두 번째 기사다. 뒤이어 게재되는 기사 2편―‘생태문제와 사회주의’, ‘여성억압 문제와 사회주의’―은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이라는 시각에서 생태문제, 여성억압 문제를 바라보는 글이다.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잡기 위한 문제의식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

생태문제와 사회주의

여성억압 문제와 사회주의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으로서의 사회주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생산자들의 의식적 통제

노동자 국제주의

1.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잡을 때, 사회주의운동은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복원시키고 전면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잡을 때, 사회주의운동은 사회주의의 기본 전제로 돌아가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복원시키고 전면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회주의의 기본 전제는 인간해방이고 사회주의운동의 본래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해방이었다. 이 점은 엥겔스가 1888년에 쓴 「공산당 선언 영어판 서문」의 다음의 부분에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 지배계급과 피억압 계급 사이의 투쟁들; 이러한 계급투쟁들의 역사는 하나의 발전 계열을 나타내고 있고, 현재는 착취받고 억압받는 계급프롤레타리아트, 동시에 사회전체를 모든 착취 및 억압, 모든 계급 차별들과 계급투쟁들로부터 해방시키지 않고서는 착취하고 억압하는 계급부르주아지의 멍에로부터 자신의 해방을 달성할 수 없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강조는 인용자)

이 입장은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과 보편적 인간해방운동의 변증법적 통일을 매우 간명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즉,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은 여전히 ‘특수한 계급’인 노동자계급의 ‘특수한’ 계급투쟁이지만, 동시에 노동자계급이 처한 특별한 역사적 위치로부터 모든 착취와 억압, 계급 자체의 폐지를 위한 보편적 인간해방운동이기도 한 것이다.

인용된 부분은 1888년에 엥겔스가 노년에 쓴 것이지만 이러한 입장은 과학적 사회주의가 형성되어 가던 초기시절부터 정립된 입장이었다. 맑스는 이미, 1843년에 쓴 「헤겔 법철학의 비판을 위하여. 서설」에서 노동자계급이 보편적 인간해방의 주체라는 점과 노동자계급이 차지하는 역사적 임무를 밝혔다. 조금 읽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앞에서 인용된 부분과 내용에서 거의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 보편적 인간해방이라는 사상이 사회주의운동을 관통하는 사상이라는 점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당 부분을 발췌 인용한다

그러면 독일 해방의 적극적 가능성은 어디에 있는가?

대답: [그 가능성은] 뿌리깊은 굴레에 얽매여 있는 한 계급, 결코 시민사회의 계급이 아닌 시민 사회의 한 계급, 모든 신분들의 해체인 한 신분, 자신의 보편적 고통 때문에 보편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특수한 부당함이 아니라 부당함 그 자체가 그들에게 자행되기 때문에 어떤 특수한 권리도 요구하지 않는 한 영역, 더 이상 역사적 권원權原을 증거 삼을 수 없고 단지 인간적 권원만을 증거 삼을 수 있는 한 영역, 독일 국가 제도의 귀결들과 일면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전제들과 전면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한 영역, 마지막으로 사회의 다른 모든 영역들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그리하여 사회의 다른 모든 영역들을 해방시키지 않고는 해방될 수 없는 한 영역, 한 마디로 말하면 인간의 완전한 상실이고 따라서 인간의 완전한 되찾음에 의해서만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한 영역의 형성에 [있다]. 하나의 특수한 신분으로서의 사회의 해체는 [바로]프롤레타리아트이다.

……

유일하게 실천적으로 가능한 독일 해방은 인간을 인간의 최고의 존재라고 선언하는 그러한 이론의 관점 위에서의 해방이다. 독일에 있어서 중세로부터의 해방은 동시에 중세의 부분적 극복으로부터의 해방으로서만 가능하다. 독일에서는 모든 종류의 노예상태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어떤 종류의 노예상태도 타파할 수 없다. 근본적 독일은 근본에서부터 혁명하지 않고서는 혁명할 수 없다 독일인의 해방인간의 해방이다. 이 해방의 머리철학이요, 그 심장프롤레타리아트이다. 프롤레타리아트의 지양 없이는 철학은 자기를 실현할 수 없으며, 철학의 실현 없이 프롤레타리아트는 자신을 지양할 수 없다.

두 인용문을 대조하면 두 내용이 표현방식만 다를 뿐 같은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맑스가 『1844년의 경제학 철학 초고』에서 노동의 소외문제를 모든 소외와 전도(국가, 종교 등)의 근원으로 규정하고 소외의 극복을 위해 사적 소유 폐지를 주장한 것 역시 사회주의운동의 기본적 문제의식이 인간해방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노동자계급이 보편적 인간해방의 주체라는 사상은 과학적 사회주의의 기본을 이루는 사상이고 이러한 사상을 토대로 해서 맑스와 엥겔스는 사회주의 사상과 사회주의운동을 발전시켰다. 과학적 사회주의의 핵심 이론인 역사적 유물론과 잉여가치론 역시 노동자계급이 보편적 인간해방의 주체라는 사상에 기초하여 맑스와 엥겔스가 역사와 자본주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 분석하여 정립한 것들이다. 때문에 역사적 유물론과 잉여가치론으로부터 도출되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폐지와 사회적 소유의 수립, 상품생산의 폐지, 노동자국가의 수립이라는 사회주의운동의 핵심적 실천과제는 보편적 인간해방이라는 목표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사회주의운동이 이들 실천과제들을 주요한 실천과제로 설정하는 이유도 그 근원을 파고들면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가 노동의 소외 극복과 인간해방을 위해 필수적이고 다시 노동자국가의 수립이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 실현을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넓은 시야로 볼 때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 노동자국가의 수립은 인간해방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그 자체가 궁극적 목표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에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사회주의운동은 본래의 원대한 목표를 점차 뒷전으로 밀어놓고 자신의 지평과 전망을 점점더 협소하게 만들어 왔다. 그 결과 특히 사회주의를 경제주의적으로 협소하게 이해하거나 주체가 결여된 구조주의적, 객관주의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생산수단이 국유화되면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사회라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은 가장 대표적인 경제주의적 사회주의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잡한 경제주의적 사회주의관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제2인터내셔날 이래로 경제주의가 사회주의운동에 매우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것에서 연유한다.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새로운 사회주의운동은 이러한 관성과 단절하고 자신의 고유한 본성과 원대한 목표를 이론적 실천적으로 철저히 복원시키고 전면화해야 한다.

2.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이 실천적으로 의미하는 것

인간해방운동으로서 사회주의운동은 우선 사회주의를 경제주의적, 구조주의적, 객관주의적으로 이해하는 협소한 경향과 단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가령 생산수단의 국유화=사회주의라는 조잡한 경제주의적 사회주의관을 철저히 극복하고 소외된 노동을 극복하는, 인간해방을 실현하는 공산주의적 생산관계의 형성을 새로운 사회주의대안의 핵심적 내용으로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주의를 제도의 도입으로 보거나 어떤 모델을 수립하거나 도입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태도를 철저히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주의운동은 어떤 제도를 도입하는 운동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와 사회 전반을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시켜가는 운동이다.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해방 운동인 것이다. 종종 우리는 사회주의운동 과정에서 어떤 모델을 지향하느냐는 질문을 듣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구체적인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어떤 그럴듯한 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선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실과 역사에 대한 비판적 검토 위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실사회주의’ 실패의 교훈을 반영하는 사회주의대안을 과학적으로 찾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구체적 현실에 맞는 수단과 경로를 확립하는 것이다. 정해진 모델은 없으며 미래는 열려있다.

또한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의 복원과 전면화라는 문제의식은 생태문제, 여성문제, 소수자문제 등, 현실에서 새롭게 제기되어온 문제의식을 사회주의운동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이라는 문제의식은 생태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서로에게 인간적일 때 인간과 자연 사이의 수탈 관계가 끝나고 인간과 자연사이의 합리적인 물질대사가 가능해지며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 전체와 공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화된 인간, 결합된 생산자들’(『자본론』3권)이 비로소 자연과의 물질대사를 합리적으로 규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이라는 문제의식은 여성억압의 기원에 대한 유물론적 인식과 결합할 때 여성문제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번 호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생태문제, 여성문제에 접근하는 별도의 기획기사 둘이 실리는데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이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보면 사회주의생태론,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의 의의가 더 분명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덧붙이면,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에 대한 재인식은 인간과 인간사이에 서로를 돌보고, 서로를 고양시키는 문화를 형성해가는 문화혁명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문제의식으로 확장되었으면 한다. 지금까지의 사회주의운동이 이 문제를 등한시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문제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할 수 없다. 앞으로 사회주의운동이 대중의 마음을 얻어가기 위해서는 현실의 운동 속에서 운동의 주체가 인간간 배려와 연대의 선진적 문화를 먼저 실천해 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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