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관점에서 본 문재인 케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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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작년 8월 문재인 케어가 발표된 후 필자는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들」이란 기사를 썼는데, 최근에 갑자기 조회수가 급증하였다. 다름 아니라 최근에 불거진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협의 집단행동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처럼 현재 의사들과 정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싸움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의협과 정부의 기싸움은 4월 1일 상복부초음파 전면급여화를 기점으로 전면화하고 있다. 왜냐면 이것이 문재인 케어가 실행되는가를 사실상 판가름하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케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4월말 전면적 파업을 예고했다. 그리고 5개 일간지를 통해 부당성을 선전했다. 이에 맞서 정부 측은 중앙일보, 경향신문, 백세신문과의 인터뷰는 물론 요즘 새로운 방식으로 인기를 몰고 있는 JTBC ‘썰전’까지 동원하여 문재인 케어의 필요성을 선전했다. ‘썰전’ 영상은 심지어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있다.

이 두 측의 주장은 어떻게 보면 자신들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문제와 직접 연관된 노동운동 진영은 성명서에서 문재인 케어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며 이 사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이번 사태에서 노동운동 진영은 그 동안 주장해왔던 무상의료 내지 공공의료체계 강화 등 핵심주장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가?

문재인 케어의 구체적 내용은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들」에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이 글에서는 최근 나온 주장들을 위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정부가 말하는 문재인 케어의 도입 불가피성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2005년부터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를 위해 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부분)을 꾸준히 늘렸지만 비급여(보험적용이 안 되는 부분)의 덩치가 훨씬 더 커졌다. 그 원인은 정부가 비급여를 통제하지 못했고 또한 의료계 내부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급여 진료는 실손보험(비급여 등 본인부담금을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보장하는 보험)과 결합되어 의료비를 더욱 끌어올렸다. 정부는 이러한 비급여 풍선효과를 막고 2022년까지 약 31조원을 들여 현재 63.4%인 보장률을 70%까지 올리기 위해 비급여 항목 3,600개를 모두 급여화하고 나머지도 예비급여를 통해 점차 급여화하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첫째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둘째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가계파탄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장에 대해 의협은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재정증가 없는 비급여의 급여화는 의료행위량을 제한하여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못 받게 하여 오히려 보장성이 제한되며, 보험급여화는 급여기준을 넘어서는 추가치료를 불법으로 만들어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저질 싸구려 케어가 된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최상의 치료이지 돈이 가장 적게 드는 치료가 아니다. 따라서 재정 강화 없는 보장성 확대는 싸구려 진료와 치료회수 제한을 불러와 오히려 보장이 제한된다. 또한 현재의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이라는 왜곡된 건강보험을 재정확대를 통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개편하여 진정한 보장성 강화를 이뤄야 하고 이를 위해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문재인 케어 설계자인 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한다. 의사들이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원가보다 낮은 수가를 매길 거라고 걱정하는데 정부는 원가+α를 통해 적정이윤을 보장할 것이다. 이렇게 안하면 병의원이 다 망하고 문재인 케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과잉진료 및 과소진료를 해결하기 위해 수가가 낮은 건 올리고 높은 건 내려 항목별 마진폭을 균일화하여 의사들이 환자의 질병에 대한 의학적 판단만으로 진료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를 통해 병의원이 건강보험 진료비만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수가를 전면 재설정하기 위해 5년간 31조의 재정을 확보하는 중이라고 한다(누적준비금 20조 중 10조원 사용+매년 보험료 3%인상 등).

왜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가?

『사회주의자』는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를 퇴진으로 내몬 근본동력」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우리 사회 노동자 민중이 직면한 절박한 삶의 위기가 정권을 바꾼 근본동력이라고 말하였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불만 이면에는 노동자 민중이 겪고 있던 심각한 삶의 조건 악화가 놓여 있었다. 그전부터 악화되어 있던 노동자 민중의 삶은 박근혜 정권 등장 이후 더욱 악화되었다. 몇 가지 수치로 예를 들어보자. 지난 10년간 출산 장려를 위해 80조를 투여했지만 출산률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심지어 같은 기간 동안 고소득층의 출산은 늘고 저소득층의 출산은 주는 출산양극화까지 일어났다. 청년고용율 70%를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정권 하에서 청년실업은 10.9%로 사상 최대에 이르렀다. 빚내서 집사라는 주택정책으로 빚쟁이는 늘고, 전월세의 급상승으로 주거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4.9%로 소득불평등이 미국 다음으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의 진전 속에서 노인빈곤율 역시 48%로 심각하다. 수치는 실제 삶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수치 이상으로 사회 전반에서 민중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민중이 투쟁에 나설 이유는 이미 널려져 있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자본주의의 심각한 모순과 이로 인한 삶의 위기는 보건의료 영역에서도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년 간 의료비는 의료기관 증가(7만394개에서 8만4,971개로 20.7% 증가) 및 병실 증가(31만6,089개에서 59만8,844개로 90%증가), 상급의료기관 이용증가(병원이용률은 51%에서 63%로 증가), MRI, CT 등 고가장비 사용증가로 대폭 상승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현 정권은 노동자 민중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의사들의 반발이 있더라도 문재인 케어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의사들은 자신들의 수익이 줄 것에 대비하여 정부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겉으로는 요란 하지만 사실상 정부와 의협의 이해관계는 그다지 상반되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정부에서는 비급여에 따른 손실분을 다 보전해준다고 했다. 다만 의약분업 당시의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당시 의약분업 과정에서 의사들은 파업이라는 집단행동을 통해 의약분업 실시로 인해 손실 보는 리베이트 마진을 넘어 30% 정도의 수가를 인상했었다. 그 여파로 몇 년 뒤 건강보험재정은 심각한 적자를 기록했었다. 이번 사태에서도 의협의 방상혁 대변인은 “모든 비급여가 급여화되는 게 아니라는 점은 안다”면서 “정부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를 위한 재정 31조원은 기업과 국가가 부담해야만 한다

문재인 케어를 위한 보장성강화 비용이 5년간 30조6천억 원이 드는데, 그 충당방법은 누적적립금 20조 원 중 10조 원과 매년 보험료 3% 인상으로 감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먼저 누적적립금 20조 원이 왜 발생했는가 살펴보아야 한다. 노동자 민중들이 비정규직, 청년실업, 노년빈곤 등으로 내몰려 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주거비부담이 늘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자, 병의원 및 약국이용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건강보험은 매년 수조 원의 강제흑자가 발생했다. 그 만큼 노동자 민중들의 삶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노동자 민중의 고통에서 생겨난 돈으로 생색을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관점을 전환해야만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2017년 국민총생산과 1인당 국민소득을 가지고 살펴보자. 2017년 국민총생산은 1,730조원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3,363만원이다. 따라서 4인가구는 가구당 1억3,452만원의 소득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은 실제 1,874만원에 불과해 4인가구에는 7,496만원의 소득이 돌아갔다(이 수치도 평균이 그렇다는 것으로 수많은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소득이 적다). 그 이유는 노동자들이 생산한 부의 많은 부분이 잉여가치의 착취에 의해 사내유보금(2017년 3분기 875조9,310억 원)으로 갔고, 또 나머지는 부동산불로소득(2015년 482조원 GDP의 31%)으로 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재정은 당연히 평범한 노동자 민중이 아니라 기업과 국가가 부담해야만 한다.

이제 다른 각도에서 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재정 확대의 비용 책임을 기업과 국가가 떠맡아야 하는 근거를 알아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획득에 의한 자본축적이다. 이를 위해 개별 기업들은 상호 경쟁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규제와 통제 보다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존하고자 한다. 이런 과정은 기업에게는 이윤을 확보해주지만 환경과 인간에게는 해악을 끼치게 된다. 그런데 기업과 자본가는 이윤만 가져가되 여기서 발생한 비용은 사회가 부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과 자본가들이 환경파괴와 유해환경을 야기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또한 기업과 자본가들이 만든 유해한 환경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가장 먼저 병들고 다치는 사람들이 노동자 민중이다. 따라서 당연히 기업과 자본가가 노동자 민중의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사진: 사회주의자]

사적의료체계로는 비용증가를 막을 수 없다

문재인 케어 논쟁에서 핵심인 건강보험 진료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의 공공병상 비율이 10%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OECD 국가들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OECD 18개국의 공공병상 비율은 평균 77%로 15% 수준인 민간병상의 5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쇄에서 보듯이 그나마 있던 공공병원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이렇게 공적의료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사적의료체계는 국민들이 계속 아파야 돈을 벌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나 건강증진보다는 사후적 치료에 치중하므로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의료는 다른 상품과 달리 가격 경쟁을 통해 비용을 낮추는 것이 불가능한 대표적인 영역이다. 이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최선의 치료이지, 돈이 가장 적게 드는 치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의협성명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와 질병의 만성화, 보장성 강화에 따른 양적·질적 의료 욕구의 급속한 증가 등의 요인 때문에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적의료체계를 공적의료체계로 대대적으로 전환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예방과 건강증진을 강화하여 병의원 이용 수요를 대폭 줄이고, 사적의료에서 무분별하게 늘어난 의료단가를 대폭 낮추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절감된 재정을 활용한다면, 필요한 사람과 기관에 충분한 치료와 지원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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