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적폐청산 투쟁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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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1년 전 촛불 집회에 나온 민중이 가장 크게 외친 구호는 단연코 “박근혜 즉각 퇴진”이었다. 11월 중순 박근혜가 퇴진을 거부하고 사과 같지도 않은 기자회견을 한 후 열린 집회에서 셀 수 없는 인파가 마치 한 사람이 된 것 마냥 단호하게 ‘즉각 퇴진’을 외쳤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 요구는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의 탄핵을 결정함으로써, 그리고 그 후 박근혜가 구속됨으로써 실현되었다.

촛불집회에서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온 구호가 바로 “적폐청산”이었다. 적폐의 실내용은 사람마다 다양했지만, 당시 박근혜가 집권 4년 동안 저지른 온갖 패악과 민주주의 후퇴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자는 것이 적폐청산 요구에 담긴 최소한의 내용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적폐’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것은 민중도 자유주의 정치세력도 아닌 박근혜 바로 자신이었다는 사실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팽목항 앞바다에서 침몰하여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가 일어난 직후인 4월 29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는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고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겠다고 적반하장의 주장을 했다. 박근혜는 그 후에도 꾸준히 적폐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반대세력을 압박했다. 그러나 결국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오히려 ‘적폐’로 규정되어 청산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이르렀으니, 역사는 이렇게 거꾸로 된 것을 바로잡는 법이다.

적폐청산. 박근혜가 먼저 사용한 말이지만, 작년 겨울 일어난 역사적인 민중 투쟁 속에서 그 용어는 민중의 변화 열망을 담은 말이 됐다. 민중은 박근혜뿐 아니라 박근혜란 괴물을 만든 재벌, 수구정치세력, 수구언론 등을 모두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확대하는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적폐청산을 대하는 태도는 그것을 말하는 사람마다, 계급마다 다 달랐다.

적폐청산을 거부하는 청산의 대상들

우선 적폐의 대상으로 지목된 세력들은 적폐청산에 대해 결사코 반대한다. 수구정치세력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한 국회에 또아리를 틀고 언젠가 정치적으로 재기하길 바라며 독을 뿜고 있다. 이를테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매우 미흡한 수준의 적폐청산 시도조차 “보수우파 말살전략”이니 “한풀이 정치보복”이니 떠들어대며 이에 맞서고 있다.

다른 한편 자유주의 세력 내에서도 적폐청산에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올해 3월 최장집과 그 제자 박상훈은 중앙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적폐는 “전쟁이나 혁명의 언어지, 민주주의의 언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하며 적폐청산 움직임을 비난했다. 그런데 이들의 생각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변화하지 않았다. 최장집은 11월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진보도 만날 ‘적폐청산’만 부르짖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상훈 역시 스승과 비슷하게 한 달 정도 전에 동아, 중앙일보에서 연이어 “‘적폐청산’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상훈이 원하는 것은 “사회적 협치를 통한 변화”로 결국 수구세력을 그대로 방치하고 지배계급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함께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진보라 치장하지만 사실상 수구세력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세력이다.

불철저한 적폐청산에 머무는 자유주의 세력

한편 자유주의 문재인 정권은 작년 촛불투쟁 초기 박근혜 즉각 퇴진에 대해 머뭇거리며 ‘거국내각’이나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했지만, 박근혜 즉각 퇴진이 민중의 거스를 수 없는 요구라는 게 명백해지자 비로소 촛불투쟁의 흐름에 동참했다. 이제는 모두가 공히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제1과제’가 적폐청산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집권 이후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정원 및 검찰 개혁, 4대강 정상화 등 적폐로 많이 거론된 문제들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의 적폐청산 시도는 민중의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기 보다는 민중의 적폐청산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하지 않으면 지배 질서를 유지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정도에 불과하다. 민중의 요구대로 적폐청산을 추진한다면 지배 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자유주의 문재인 정권은 기존 질서를 허물어트리지 않는 선에서의 적폐청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명박 구속에 적폐청산의 초점을 모아가려고 하는 자유주의 세력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범죄적 행위에 단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폐청산은 이명박 구속을 넘어 더 철저하게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원치 않는 자유주의 세력은 민중들로 하여금 이명박 구속 요구에 주의를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다른 더 중요하고 더 필요한 적폐에 대한 관심은 분산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의 경우에도 자유주의 정권의 적폐청산이 어떠한 것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미 댓글부대 운영 뿐 아니라 특수활동비를 박근혜에게 상납한 혐의로 전직 국정원 원장이 두 명이나 구속됐다. 그 외에도 무수한 추문이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자유한국당으로부터 “국정원을 개악하는 정치 보복”,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란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과거 정권에서 일어난 국정원 연루 의혹 15개 사건을 조사했다. 그러나 그 조사가 마무리된 지금 대부분의 사건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유야무야될 실정에 놓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정원을 해체하자는 소리는 자유주의 세력 내에서 전혀 들리지 않는다. 지배계급인 자유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지배를 위해 민중을 감시하고 억압하는 정보기관 자체를 없애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정원 관련 적폐청산은 국정원을 적당히 세탁해서 다시 쓰는 것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철저한 적폐청산을 바라는 민중

지난 『사회주의자』 주최 촛불집회 1주년 기념 토론회의 발제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민중은 촛불집회에서 크게 박근혜 퇴진과 구속, 적폐청산,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이중 가장 기본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퇴진과 구속은 해결이 되었다. 반면 민중의 삶의 문제는 촛불집회의 근저에 놓인 동력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적폐청산은 박근혜 퇴진과 더불어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요구였다. 당시 촛불집회에 나선 민중들 다수는 철저한 적폐청산과 민중들이 참여하는 방식의 적폐청산을 바랐다. 민중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최대치까지 적폐가 청산되길 바란 것이다. 그것은 그 앞에 온갖 형용사가 붙어 ‘○○적폐’ 청산이라는 구호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적폐청산은 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불철저하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민중의 입장에서는 삶의 문제 해결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적폐청산을 요구하고 투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촛불집회 때 보여준 민중들의 열망에 비추어 변한 것이 없는 현실은 자유주의 정권이 바라는 수준에서 적폐청산이 마무리 되기 쉽지 않을 것임을 예견케 한다.

실제 지난 10월 28일 촛불집회 1주년 기념 집회에서도 이런 모습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일부 자유주의, 소부르주아 세력은 청와대 행진에 반대하며 여의도에서 자신들만의 촛불파티를 열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광화문 광장에 참여하여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했고, 문화제 후에는 “촛불은 계속 된다”라는 구호가 적힌 플랭카드를 들고 청와대 부근까지 행진을 했다.

11월 18일에는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반전평화실현, 촛불헌법 쟁취를 위한 범국민대회’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앞서 9일 기자회견에서 “촛불 1주년 때도 밝혔듯이 100대 과제 중 이행된 것이 단 2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촛불 민의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국민의 의지를 모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당일 대회사에는 “스스로 촛불의 힘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하는 새 정부 역시 큰 실망을 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중의 적폐청산과 사회변화 열망은 국민소환제가 급속하게 민중의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확인된다. 필자는 한창 퇴진투쟁이 벌어지고 있던 지난 12월경 「박근혜일당 해체와 민주주의 확장투쟁」이란 글에서 수구 잔당들은 박근혜가 탄핵돼도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아 있어서 향후 재기를 노리며 사사건건 민중의 요구 실현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미 역사적으로 퇴물이 되었으나 국회를 은신처로 삼아 버티기에 들어간 새누리당 해체요구가 민중 속에서 거세질 수밖에 없고, 새누리당 해체요구가 민주주의 확장 투쟁과 결합될 여지가 충분히 높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둘을 결합시키는 요구로서 소환제를 거론했다.

이 글을 쓸 당시만 해도 소환제가 실제로 민중의 요구로 힘있게 제기될 수 있을지 쉽게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폐청산이 지지부진해지고, 수구세력의 파렴치한 반발이 거세질수록 ‘지금 당장’ 수구세력을 끌어내려 해체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다. 그러면서 차츰 소환제 요구도 현실화되고 있다. 가령 대구 지역 언론 『뉴스 민』은 지난 10월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대구도 변한다”는 제하의 지역 주민 인터뷰를 연재했다. 그 중 한 인터뷰는 박근혜 탄핵 이후 스스로 나서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운동을 하고 있는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10월 28일 1주년 집회 장소에서는 소환제 입법을 추진하는 단체들이 이른 시간부터 광화문에 나와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 필자는 소환제에 대한 민중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적폐청산 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앞서 언급한 ‘○○적폐’ 청산이란 구호 형태에서 알 수 있듯이 민중은 다양한 자기 요구를 적폐청산과 연관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적폐청산은 크게 역사의 퇴보, 민주주의의 후퇴와 연관되어 제기되었다. 적폐청산 투쟁은 사실상 민주주의 회복, 민주주의 확장 투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일부 사회주의, 진보세력들의 경우 적폐를 너무 근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태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다름 아닌 ‘자본주의’가 적폐라는 식의 주장이다. 지금 민중이 말하는 적폐는 모두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태도는 자칫 반자본주의·사회주의적 투쟁으로만 모두 환원될 수 없는 민주주의 투쟁을 간과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사회주의 운동은 이른바 일반 민주주의 투쟁에 대해서도 경시하지 않고 적극 앞장서서 싸워왔고, 사회주의적 투쟁과 민주주의 투쟁을 긴밀히 결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사회주의자들은 기존 지배 질서 자체는 그대로 둔 채 이루어지는 자유주의자들의 불철저한 적폐청산을 철저하게 비판하고 그 이유를 폭로할 뿐 아니라 민중이 원하는 철저한 적폐청산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가령 이런 식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정원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를 상실할 정도에 이르렀는데도, 자유주의 문재인 정권은 이름만 바꾸고 역할을 일부 축소하여 존속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적폐를 청산하는 게 전혀 아니다. 김대중 정권 때 안기부는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10여년 만에 다시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이런 자유주의 정권의 불철저한 적폐청산을 비판, 폭로하고 국정원 해체를 전면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다른 적폐 청산요구도 마찬가지이다. 청산 대상으로조차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는 국가보안법, 테러방지법 등 반민주 악법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싸워야 한다. 적폐 중의 적폐인 수구정치세력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역시 철저히 해체시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을 소환제와 같은 민주주의 요구와 결합시켜야 한다. 철저한 적폐청산을 위해 우리 모두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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