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발 한파: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변화를!” 외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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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뉴스]

혹한과 지구온난화

올 겨울 세계는 지독한 이상기후와 싸우고 있다. 미국 동부는 12월부터 1월 초까지 100년만의 한파로 몸살을 알았다. 뉴햄프셔주에서는 1월 6일 기온이 영하 38도, 체감기온은 영하 69.4도까지 떨어졌다. 뉴욕은 영하 13도까지 떨어졌고, 그 큰 나이아가라 호수의 물이 모두 얼어버릴 정도였다. 이 한파는 동부 해안지역 전역에 들이닥친 괴물 폭풍, 일명 ‘폭탄 사이클론’와 결합해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따뜻하기로 유명한 플로리다에도 1989년 이후 처음으로 눈이 내렸고 이로 인한 인명 피해 역시 적지 않았다.

미국에서 들려오는 한파 소식이 사그라들자 이제 1월 하순부터 한반도에서 한파가 시작했다. 1월 23일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로 내려간 이후 26일에는 영하 18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강원도 철원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5도까지 내려갔다. 여기저기 수도가 얼어서 화장실을 쓰지 못하고, 보일러가 얼어서 드라이기로 보일러를 녹이는 진풍경이 속출했다.

이런 추위를 겪다보면, 지구가 지금 뜨거워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세력들은 겨울의 이상 한파를 그 근거로 든다. 이렇게 날씨가 추운데 지구 온난화가 웬 말이냐는 것이다. 오랫 동안 기후변화를 부정해온 트럼프는 이번에도 말을 보탰다. 그는 지난 12월 29일 자기 트위터에 “아마 우리는, 다른 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가 그걸 막겠다고 수조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었던 그 좋고 오래 된 지구 온난화를 살짝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비아냥대는 글을 남겼다.

그런데 트럼프 식의 이런 유치한 반응은 기후변화에 대해 1도 모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오랜 추세를 통해 나타나는 기후의 변화와 그날그날의 날씨 변화를 전혀 구분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트럼프의 반응을 비웃기라도 하는지 북반부에 한파를 선사했던 지구는 남반부에는 폭염을 안겨주고 있다. 지금 호주는 영상 35도를 넘나드는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기후변화 부정론보다는 현재의 한파가 지구 온난화의 결과라는 과학적 설명을 별 무리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설명에 따르면 북극지역이 따뜻해진 결과 북극의 기압이 약해져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어들었다. 그 결과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나 낮은 위도로까지 내려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심지어 뜨거운 사막 사하라 사막에서도 눈이 내리는 진풍경이 발생했다.

인류세 논쟁으로 본 기후변화의 원인

사실 나이가 48억년에 달하는 지구의 오랜 역사에서 기후변화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던 시절도, 훨씬 차가웠던 시절도 존재했다. 최근 과학 연구에 따르면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였던 일이 최소 두 번은 존재했다고 한다. 그 후 빙하기는 확대와 쇠퇴를 반복해왔는데, 지질학적으로 가장 최근 시기인 홀로세는 약 1만 2천년 전 빙기가 끝나고 기후가 따뜻해진 시기였다. 이 시기는 인간이 농업을 시작하고 문명을 수립한 시대였다. 기후변화는 바로 1만 2천년 동안 유지되어 온 이 홀로세의 기후 조건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가리킨다. 즉 현재의 기후변화는 인간이 생존하고 문명을 발전시키기에 유리했던 자연 조건이 급격하게 변화하여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어떻게 발생하게 된 것인가? 1988년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을 평가하고 국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활동”에 의해 발생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2007년 제출된 4차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류의 활동에 의하여 발생한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화 이전시대부터 증가하여 왔으며 1974년부터 2004년 사이에는 70%나 증가하였다.

1750년 이래 인간 활동의 순효과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였다는 것은 극히 확실하다.

2014년에 나온 제5차보고서는 이를 더욱 분명히 밝혔다. 그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인간의 활동이 1951년부터 2010년까지 관찰된 기온 상승의 절반 이상을 야기하였을 …… 가능성이 극히 높다.

IPCC는 과학자들뿐 아니라 각국 정부 관리들까지 포함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그것이 발표하는 보고서는 과학적 연구 결과에 대해 매우 보수적 입장을 내놓기 마련이다. 그런 IPCC가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의 활동이라고 했다면, 그것은 쉽게 반박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이 심대하다보니 과학계에서는 이제 지금의 지질학적 시대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공식 제기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의 지질학적 시대명은 ‘홀로세’인데 이제 지금 시대를 ‘인류세’로 바꾸자는 것이다.

지질학적 시대를 나누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표준층서구역이, 즉 뚜렷한 변화가 기록된 퇴적층이 상당한 두께로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퇴적층이 지구 일부에서가 아니라 전체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인류세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변화가 일어났고 그 변화를 일으킨 주요인이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활동과 지질학적 변화를 연관시켜 바라보는 시각이 과학계에서 꾸준히 존재해왔다. 멀게는 미국인 조지 퍼킨스 머시가 ‘인간의 행동이 변형시킨 지구’라는 용어를, 비슷한 시기 안토니오 스토파니가 ‘인류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생물권’ 개념으로 유명한 소련의 지화학자 블라디미르 베르나드스키는 인간의 지적 활동이 지구에 끼친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지성권’이란 개념을 썼다. 가깝게는 이미 1980년대 미국의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가 인류세 개념을 이미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인류세’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게 된 계기는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폴 크루첸이 2000년 한 지질학 학회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였다. 크루첸은 오존으로 인한 성층권 파괴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로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과학자이다. 그는 당시 홀로세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자 이에 이의를 느껴 “아니, 우리는 인류세에 있답니다”라고 즉흥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 후 과학계에서 인류세에 대한 논의는 본격화되어 2014년 한해에만 200편이 넘는 논문이 나왔고, 2013년과 2015년 사이에는 ‘인류세’란 용어가 들어간 학술잡지가 세권이나 창간됐다. 그리고 2016년에는 인류세를 정식 지질학적 시대로 도입하는 것이 정식 제안되었다. 이에 따라 지질학적 시대를 규정하는 국제지질과학연맹 산하 국제층서위원회에서는, 비록 인류세를 정식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인류세 문제를 두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인류세의 출발점을 두고서 특히 논란이 많았다. 우선 농경과 산림벌채의 시작을 출발점으로 삼는 입장이 있다. 농경의 시작과 함께 자연의 식생이 바뀌고 생물멸종률이 증가하고 생지구화학적 순환과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입장은 신대륙의 발견을 든다. 이에 따르면, 이 시기 서구문명의 급속한 팽창과 더불어 다양한 생물군의 이동이 발생했다. 세 번째는 19세기 산업혁명을 드는 입장으로, 크루첸도 여기에 속한다. 그 이유는 이때부터 화석연료 이산화탄소량의 증가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는 1950년대 이후로, 다양한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1945년 최초의 핵실험으로 방사능물질이 지구 전체의 지층에 쌓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입장은 인류세를 너무 길게 잡아 홀로세와의 간격이 별로 남지 않게 된다. 그리고 자연을 이용하는 인간의 활동 그 자체가 인류세의 원인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첫 번째 입장만 빼면 다른 입장들은 길든 짧든 최근의 인간 활동이 인류세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층서위원회에 제출된 공식 의견은 1950년이 인류세의 출발점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과학자들은 그 함의를 명료하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활동 그 자체가 아니라 특수한 역사 시기에 일어난 인간의 활동이 문제라는 점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오랜 역사 속에서 지속되어 온 인간의 활동 자체가 아니라 최근 역사에서 나타난 인간 활동의 특수한 형태가 지구의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고 그로 인해 인류의 생존 조건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를 낳은 인간 활동의 ‘특수한 형태’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변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과학자가 인류세의 시작으로 지목하고 있는 시기는 다름 아닌 ‘자본주의’ 시기이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변화를 주장하는 이유

기후변화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 바로 자본주의라는 점은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된 기본적인 수치를 확인해보는 것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자본주의는 생산의 주된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했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일수록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을 살펴보면, 미국, 서유럽,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을 포함한 23개국 선진국은, 인구수가 전세계 인구의 14%밖에 되지 않지만 1850년 이후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의 60%를 배출했다.

또 다른 예가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 2017년 7월 10일자 기사에 따르면, “단 100개 기업이 전세계 배출량의 71%”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한다. 이 기사는 ‘CDP(탄소공개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비영리단체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거하고 있는데, 이 단체는 투자자들이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기업에 투자를 못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런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의 목적은 매우 자본주의적 성격을 지니지만, 그것의 내용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진실을 드러낸다. 이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15년까지 배출된 탄소의 71%가 전세계 100개 기업에서 나왔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책임이 인류 전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 자본에게 그 대부분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사진: http://www.climatejusticeaotearoa.org]

기후변화의 현실은 이제 우리의 몸으로 실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제는 일상이 된 여름 폭염, 그리고 이제껏 체감한 한파뿐 아니라 봄 가뭄의 반복, 바다 온도의 상승으로 인한 여파 등등 지구가 뜨거워져서 발생한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66% 확률로 1861-1880년 평균 기온 대비 2℃ 상승 이내로 안정화하려면 이산화탄소 농도를 430-530ppm 유지해야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IPCC의 속성때문에 매우 보수적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미 400ppm을 넘어섰기 때문에, 이러한 보수적 전망조차 충족시키는 게 쉽지 않을 상황이다. 그러나 이것마저 충족되지 않는다면 인간은 지금보다 더 적대적인 자연 재난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에서 기후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본주의는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생산체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사회와는 다른 자본주의만의 고유한 본질이다. 역사적으로 다른 사회의 경우 이윤 추구가 아닌 구성원의 필요 충족이 생산의 목표였다. 이윤 추구가 목표다보니 자본주의 생산은 생산 그 자체, 나아가 더 많은 생산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맹목적 생산욕 때문에 자본주의는 더 많은 노동자를 착취해야만 하고 더 많은 자연 자원을 생산에 투여해야만 한다. 이는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자본주의는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 따라서 기후 재앙을 만들고 있는 자본주의를 멈춰 세우고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아닌 다른 새로운 생산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기후변화를 막을 근본적인 대안이다.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의 입에서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변화를!’이란 구호가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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