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기후행동 정상회담과 기후위기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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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기후위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우려가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달 23일에 ‘UN 기후행동 정상회담(UN Climate Action Summit)이 뉴욕 UN본부에서 개최되었다. 회담 개최일을 앞두고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160여개국에서 400만명 이상의 대중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런던과 베를린같은 유럽의 주요도시에서부터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와 남극에서까지 오늘날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전세계 대중들의 뜨거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에서는 이렇다 할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회담에서 울려 퍼진 그레타 툰베리의 성난 발언처럼 국가 지도자들은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이야기만 할뿐이며,몇몇 기술적인 해법으로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척하는데 치중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너무나도 극명한 온도차를 보인 전세계 기후위기 시위 행렬과 UN 기후행동 정상회담에 대해 훑어보고자 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무책임한 외면과 침묵

세계의 주요 기후관련 과학기구들에 따르면, 현재 지구의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행되는 각국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를 3배 이상 증가시켜야 하며,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려면 감축 목표치를 5배 이상 증가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눈앞의 현실이 무색할 만큼 회담은공허한 말들로만 가득 차있었다. 중국과 인도 같은 주요 탄소배출국들은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결의하기는 커녕 구체적인 탄소 배출 감축안 수치조차 제대로 발표하지 않았고, 현재 추진중인 석탄 발전 확대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만 했다. 기후위기 상황에 꿋꿋이 역행하고 있는 트럼프는 회담장에 고작 15분 머물다가 떠난뒤 트위터로 그레타 툰베리를 조롱하기도 했다.

미적지근한 분위기 속에서 탄소 배출 감축에 열의를 보인 곳은 해수면 상승으로 토지를 잃을 위험에 처한 국가들뿐이었다. 이번 회담에서는 마셜 제도, 바투아투 같은 도서국가들이나 네덜란드, 덴마크, 코스타리카 같은 저지대 국가들을 중심으로 약 70여개국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 배출량만큼 흡수대책을 세워 명목상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방안)을 이룩하겠다고 결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의조차도 현재보다 감축목표치를 최소 3배 이상 높게 잡아야 한다는 과학계의 권고안에 비해서는 너무 소극적인 방안인 데다가, 주요 탄소 배출국들의 참여가 없는 한 큰 성과를 이루기는 매우 힘들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번 회담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국가들의 2017년 탄소 배출량은 전세계 총 배출량의 11%에 불과하다. 미국의 배출량에도 못 미칠 뿐더러, 중국의 배출량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치이다. 실제로 회담장 내에서도 미국과 중국 같이 전세계 총 탄소배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은 그나마 논의되고 있던 탄소중립에 대해서 외면하기에 바빴다. 자신들이 현재 기후 위기에 무거운 책임을 지니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현재 기후위기 문제를 전혀 해결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회담장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국의 야만스러운 행태이다. 실제로 각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정책들을 살펴보면 탄소 배출 감축 흐름에 반대 되거나 생태계에 지장을 주는 정책들이 거리낌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항공산업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레타 툰베리가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동안, 영국 정부는 히드로 공항 3활주로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하며 반대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였다. ‘일대일로계획이 파리기후협정을 위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일대일로계획을 통해 녹색성장을 도모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겠다며 안면몰수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것도 모자라청정전력계획 백지화하고, 지난 8월말에는 기업의 환경 관련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명목으로 메탄 배출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조치를 했다. 이같은 사례들은 이번 UN 기후행동 정상회담이 얼마나 무의미한 회동이며 지배계급의 보여주기식 정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거짓말까지 꾸며댄 문재인

한국은 파리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최초로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감축했고, 2022년까지 6기를 더 감축할 예정입니다. 올해 1월에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였고,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확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은 이번 연설을 통해 본인의 거짓말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달성에 완전히 실패했음에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7기씩이나 건설 중이면서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기조연설 자리에서 새빨간 거짓말을 저질렀다. 한국 정부는 2017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가동한 지 30년이 지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감축하고, 더 이상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현재 실상은 당시 정책과도, 이번 회담에서의 뻔뻔한 자화자찬과도 전혀 다르다.

현재 국내에서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7기이며 그 규모는 문재인이 폐지하기로 한 노후 화력발전소의 두 배를 웃도는 7,260메가와트에 달한다. 심지어 충남 서천에 새로 짓는 신서천 1기를 제외하면, 강원도 강릉과 고성, 삼척에서 짓고 있는 총 6기의 화력발전소는 각각 삼성, SK, 포스코가 운영하는 민간화력발전소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동시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큰 규모로 지으면서 기후 변화에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기조연설에서의 이 같은 파렴치한 거짓말은 국내 환경단체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실제로 정권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은 더 가관이었다. 23일 회담에서 불거진 거짓말 논란으로 26일 산업부는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현재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7기는 과거 정부의 전력수급계획(6, ‘13.2)에 최초 반영되어 과거 정부에서 인·허가가 완료된 발전소로 現정부에서는 신규 석탄발전소 인·허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에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얌체 같이 과거 정권 탓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현 정부에 들어 착공을 하게 된 삼척화력발전소의 경우, 2017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사업이 중단되었다가 포스코가 투자손실을 근거로 추진을 호소하자 허가를 내주었다. ‘기후악당이라는 국제사회의 질타와 국내 여론의 비판을 무시로 일관하며 신규 화력발전소 건립을 중단하지 않는 정부의 행위는 결국 자본의 이익을 보호하고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문재인의 기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수출을 장려해왔다문재인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1조원이 넘는 큰돈을 지원하여 국내외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그럼에도 문재인은 기조연설 단상에 서서 “한국은 국경을 넘어인류의 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자주의적 노력에 함께하고 있”다고 허세를 부리며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을 제정하자는 황당한 발언까지 했다. 거짓말과 허세로 가득한 내용에다가 껍데기밖에 없는 이벤트 제안까지문재인은 이번 연설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한국은 기후악당이라는 악명의 위상을 더욱 드높였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더욱 거세지는 민중의 분노

문재인을 비롯한 국가 정상들이 뉴욕 회담장에서 탁상공론을 펼치는 동안, 세계 곳곳의 거리와 광장은 뜨거워지는 지구만큼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9 20일부터 9 27일까지 진행된 전세계 기후파업에만 185개국에서 총 76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였고, 뉴욕에서의 회담이 끝난 지금까지도 저항의 물결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며칠 전까지 영국에서는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주도하는 기후위기 투쟁이 매우 격렬하게 발생했다. 멸종 저항은 작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만들어진 기후위기 투쟁 집단으로, 정부의 기후 및 생태 비상사태 선포와 202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 기후 및 생태 정의를 위한 시민의회 구성 등 급진적인 요구를 내걸고 있으며 현재는 런던뿐만 아니라 뉴욕, 베를린, 마드리드, 멜버른 등 세계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멸종 저항은 9월에 실시된 전세계 기후파업이 끝나고 107일 부터 10 19일까지가을봉기(Autumn Uprising)”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투쟁에 나섰다. 투쟁 첫날 런던과 뉴욕, 시드니 등지에서 수백 명이 체포되었고, 투쟁이 점차 거세지면서 투쟁의 기세가 한창이던 10 14일에는 급기야 영국 경찰은 멸종 저항의 시위 금지를 선포하기까지 했다. 투쟁을 하루 일찍 마무리한 10 18일까지 영국에서만 약 1,700여명의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었다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자행된 경찰의 강력한 탄압은 많은 사람들을 자극하였다. 10 13, 런던에서는 400명의 과학자들이 영국 과학박물관 앞에서 흰색 실험복을 입고 시민 불복종 선언을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우리는 기후 및 생태위기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방치가 이제는 평화롭고 비폭력적인 항의와 직접행동을 정당화한다고 믿습니다. 비록 그것이 현행법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할지라도요.

……

우리는 그러므로 위기의 규모에 맞게 행동하지 못하는 전세계 정부들에 반하여 평화적으로 궐기하는 사람들을 지지합니다. 우리는 지금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도덕적 의무라고 믿으며, 인류의 유일한 안식처를 보호할 수 있도록 다른과학자들의 참여를 촉구합니다.

선언에 참가한 한 과학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위기의 시급함이 이제 너무 커져서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으로서 급진적 행동을 취해야할 도덕적 의무를 갖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고 발언했으며, IPCC 보고서의 주 저자 중 한 명인 생태 경제학자 줄리아 스타인버거는 선언 발표 현장에서우리는, 단지 논문을 쓰고 그것들을 무명 저널에 게재하면서 어떻게든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기 바라는 것에만 과학자의 역할을 한정할 수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현재 이 불복종 선언은 1,0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연서명을 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멸종저항의 가을봉기가 마무리된 18, 그레타 툰베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멸종저항 시위 사진을 게시하며기후 및 생태 붕괴에 맞서며 인류를 위해 저항하는 것이 규칙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 규칙은 반드시 깨져야 한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이러한 인식은 툰베리에게만 나타나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및 생태 위기 속에서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행동하지 않는 정부와 의회에 불신을 품게 된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법과 규칙, 더 나아가 체제를 바꾸고자 한다. 정부의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된 멸종 저항의 행동은 생태 파괴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관을 조준하는데 이르렀으며, 기후변화 부정론을 선전하는 싱크탱크에 금전적 지원을 일삼아온 구글을 겨냥하고 있고, 기후 및 생태 위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무기 산업을 공격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들의 투쟁이 아직은 명확한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고양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 투쟁이 본능적으로 자본주의를 향하고 있으며 어떻게든 자본주의를 유지하려고 하는 지배계급을 향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명확하다.

한국의 기후위기 투쟁

전세계를 들썩이는 기후파업 물결에 힘입어 한국에서도기후위기 비상행동이라는 명칭으로 9 21일에 집회가 개최되었다. 서울에서만 약 5,000여명의 참가자가 모였으며, 부산과 제주 등 각지에서도 자체적으로 진행되었다. 그 동안 한국에서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대중운동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기에, 이번 대규모 행동은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국에서도 기후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번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부여했다.

비상행동에서 내건 요구 또한 분명했다.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비상상황 선언을 실시할 것,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기후정의에 입각하여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독립적인 범국가 기구를 구성할 것까지. 비상행동에서는 기후위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었다. 물론 문재인은 이같은 민중의 외침에 거짓말 가득한 연설로 화답했지만기후위기에 맞선 대중운동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은 특별히 기록할만 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요구를 분명히 견지하고 더욱 날카로운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요구들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탄소배출 제로는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절대 피할 수 없는 길이고, 이를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절약과 노력 이상의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유차량을 그만 이용하고 전기요금을 올리자는 개인적 인식을 넘어, 정부와 자본이 탄소중심 경제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폭로하는 사회적 의식과 행동을 만들어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소가 기후와 생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사업에 뛰어드는 자본이, 이런 자본을 비호하고 탄소배출을 정당화하기 바쁜 정부가 서로 왜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지, 보다 큰 그림을 그려가며 싸움에 임해야 한다. 전세계의 기후위기 투쟁은 이미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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