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더 큰 재앙이 되기전에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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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보는 기후변화의 심각성

길고 지독했던 폭염이 끝나기 무섭게 동아시아 곳곳에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얼마 전 홍콩에는 제22호 태풍 ‘망쿳’이 강타하여 전대미문의 재해가 발생했다. 망쿳은 지난 9월 7일 괌 동쪽 2,260km 부근 해상에서 발생하였는데, 홍콩을 휩쓴 것은 이미 필리핀에서 최소 100여명이 넘는 사망 피해를 입힌 후였다. 필리핀을 거쳐간 후에도 강력한 기세를 유지하던 망쿳은 홍콩 도심과 마카오 등 주변 도시를 강하게 할퀴었다.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각급 학교는 휴교령을 내렸으며, 심지어 마카오에서는 카지노 운영까지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홍콩에서는 태풍 피해로 인한 보험 청구액이 10억 달러로 추산될 만큼 망쿳은 전례없는 피해를 양산하였다.

이번 망쿳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동아시아 지역은 점점 강력한 태풍에 시달리고 있다. 망쿳만큼 큰 피해는 아니지만, 망쿳 이전에 연달아 발생했던 태풍들도 규모가 상당했으며 그 피해도 컸다. 한반도 남부지방과 제주도를 휩쓴 제19호 태풍 솔릭, 일본 열도를 초토화 시켰던 제20호 태풍 시마론과 제21호 태풍 제비 등 점점 더 강력해지는 태풍이 여러 차례 동아시아에 휘몰아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10월이나 11월에 더 강력한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태풍의 규모와 진로는 수온과 기압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비열(어떤 물질 1g의 온도를 1℃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이 높은 바다의 수온은 초가을에 가장 높은 반면 가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태풍이 고위도로 진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의 기후변화 양상이라면 앞으로 발생할 태풍은 훨씬 더 강력해질 것이다. 기후 과학자들은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가 더 강력하고 빈번한 태풍을 만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진은 최근 미국 남동부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인간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로 기존보다 50%나 많은 강수량을 동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했던 마이클 웨너(Michael F. Wehner) 연구원은 이번 연구와 관련된 『가디언』의 기사에서 “개별 사건의 원인을 기후변화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믿음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확실히 우리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를 조금 따뜻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지구의 기후시스템을 급격하게 변동시키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과학자들은 이제 당장 무언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입을 모아 주장한다. 처음에는 미지근하다가 조금씩 뜨거워져서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기후변화는 인간의 시간 스케일보다 훨씬 더 크고 광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변화를 눈치 채는 것이 쉽지 않다. 지난 겨울에 발생했던 매서운 한파올해 여름에 발생했던 사상 최악의 폭염은 우리들로 하여금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지만, 지구의 규모가 거대한 만큼 기후변화의 규모와 심각성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크고 심각하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초래한 변화들

기후변화가 초래한 여러 가지 변화들 중에서 우리가 그나마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변화는 바로 기온의 변화이다. 지난 8월 16일 국립기상과학원에서는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자료를 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20세기 초에 비해 최근 30년간 한반도 일대의 평균기온은 1.4℃ 상승하였고 강수량은 124mm 증가하였다. 파리기후협정에서 21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고 가능하면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합의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한반도의 기온 상승 폭은 매우 위험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평균기온이 1℃ 만 올라도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1.5~2℃ 수준이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일대 생태계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은 여러 관측을 통해 이미 밝혀졌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반도 주변 해역의 ‘아열대화’다. 종종 뉴스에서 제주도 일대에서 잡히던 물고기가 동해안에서 풍어를 이룬다는 소식을 접하곤 한다. ‘니모’를 찾기 위해 굳이 태평양 열대해역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될 만큼, 제주도에는 이미 열대성 어종들이 풍부해졌다. 수온 상승으로 어류의 서식지가 북상한 결과다. 실제로 최근 50년 동안 한반도 주변 해역 표층 수온은 약 1.23℃ 상승했다.

문제는 수온이 높아지면서 바다가 사막처럼 변한다는 것이다. 김이나 미역 등 해조류는 높은 수온에서는 싹이 녹아버려 성장하지 못하는데, 이는 육지에서 숲이 말라 죽는 것과 비슷하다. 이른바 ‘갯녹음’이라고 불리는 바다 사막화 현상은 한반도 주변 해역을 빠르게 덮치고 있다. 작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동해는 조사면적의 51%에서 갯녹음이 발견되었으며, 서해는 9%, 남해는 31% 제주도는 35%로 조사되었다. 갯녹음이 가속화되면 바다 생태계가 파괴될 뿐만 아니라 수산자원이 급격히 감소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육지에서도 심각하다. 최근 몇 년 새 한반도 일대 고산 지대에서는 침엽수가 이상 생장을 보이거나 고사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일대를 뒤덮은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군락이 80%이상 떼죽음을 당했는데, 역시 원인은 기후변화로 꼽힌다. 나이테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나무의 생육 환경이 달라진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와 같은 산림 생태계의 파괴는 생태계 내부를 구성하는 동식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토양을 지탱하던 나무들이 죽으면서 산사태의 위험도 커진다. 또한 삼림의 파괴는, 기후변화로 인한 계절주기 변동과 함께 동물들의 서식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심각한 생태계 교란과 종 다양성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생태계 전반의 파괴는 먹이사슬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인간의 삶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지구 자체를 황폐화시키게 된다.

인간의 몸이 매우 복잡한 신진대사 체계를 이루고 있듯, 지구 또한 아주 복잡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스템의 일부 요소가 변화하면 그 변화는 다른 요소에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기온 상승이 해수면 및 수온 상승을 야기하면 기상패턴이 변화하고 폭염·한파·폭우·폭설 등 극단적인 기후가 빈번해진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생태계를 교란시키게 되고, 사막화, 해양산성화, 생물종의 대량 멸종 등의 생태위기로 심화된다. 이는 인간의 식량자원 생산에도 매우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뿐만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의 ‘서식’ 자체에 위협을 가한다. 우리가 현재 인지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결과만 보더라도 매우 심각한데, 아마 우리가 아직 인지하지 못한 부분까지 고려해본다면 그 정도는 더 심각할 것이다.

이대로 끓는 물 속 개구리가 될 것인가?

만약 지금과 같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다가올 2100년에는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이 약 3.5℃ 정도 상승하게 된다. 지구 평균 기온이 3℃ 이상 증가하게 되면, 생물종이 50%이상 대량 멸종하고, 5억 명이 넘는 인구가 기근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과학자들이 기온 상승폭을 당장 억제해야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게 기후 재앙이라는 파국이 코앞에 놓여있고 자연이 무한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이 취하는 조치는 신통치 않다. 과다한 온실가스 배출이 오늘날의 기후변화를 야기했다고 하지만, 국가적 차원 또는 국제적 차원에서 유의미한 대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것도 모자라 셰일가스 채굴을 장려하면서 지구온난화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기까지 하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밟고 있다. 세계 석탄 화력 발전 비중이 2016년을 기준으로 28%까지 낮아진 것과 달리 한국 정부는 2017년 총 에너지 생산에서 석탄 화력 발전을 43%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뚜렷하고 구체적인 계획없이 그저 선언만 한 상태다.

한국 정부의 탄소감축정책 역시 문제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이며, 배출 증가율도 개발도상국의 두 배를 웃도는 24%에 육박한다. 그러나 탄소 배출 감축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지난 2105년 한국 정부는 2020년의 BAU(Business As Usual,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배출 총량)를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하였다. 이는 절대적인 배출 총량은 ’감축’은 하지 않고 배출 증가율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EU에서는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그것에 비해 40%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하고 더 나아가 감축 수준을 45%로 확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 한국은 1990년 배출량에 비하면 오히려 배출량을 증가시키겠다고 하는 꼴이다.

배출목표 제출이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일이라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환경부에서는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 로드맵’(이하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 했는데, 가장 중요한 감축목표치 총량에는 손도 전혀 대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내 산업계는 탄소배출권 거래 등으로 이뤄지는 국외 감축분을 감소시키고 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내 감축분을 확대시켰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으며, 보수세력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전을 확대해야한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기후재앙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기후 정책은 정말 치졸하기 짝이 없다. 민중 전체, 아니 인류와 지구 전체의 운명이 달려있는 시급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형편없는 대책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정권이 무능하거나 환경윤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탄소배출 감축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부터 산업계, 즉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산업 생산 규모와 그에 뒤따르는 에너지 생산 규모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자본의 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이제는 자본의 이익을 위해 지구 전체를 희생시켜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우리의 생각이 자본주의 안에서만 머물고 있다면 그 해결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인간활동의 결과라고 한다. 그런데 그 ‘인간활동’이란 인간의 활동 그 자체가 아닌 ‘자본주의 체제에서 벌어지는 자본주의적 생산’이라는 특수한 활동을 의미한다. 뚜렷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진 지금, 이를 위해서는 자본주의적 생산 그 자체를 사회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또한 사회가 생산한 부가 자본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회적으로 이용하여 재생에너지 연구개발 및 설비도입, 자동차 이용 감소를 위한 대중교통의 개선 및 사회화 등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실행하는 데 이용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조치들은 자본주의 그 자체를 문제 삼는 노동자들의 의식과 그에 걸맞은 투쟁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자본주의적 생산이 야기하는 전 지구적 생태 위기를 극복할 사람들은 생산과정에서 착취로 시달리는 노동자 민중뿐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밑바닥에서 고통스럽게 이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노동자 민중이며, 그렇기에 노동자 민중만이 체제를 무너트릴 힘도 가지고 있다. 오늘날의 기후 위기를 자본주의의 문제로 연결시켜 하나의 투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입장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를 착취할 뿐만 아니라 지구까지 무참히 파괴하는 야만적인 체제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외쳐야 한다. 기후변화가 아닌 체제변화를!

독신으로 살며 생활비와 학자금 부채에 허덕이며 생계를 가까스로 유지하는 청년이다. 수도권에서 종종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읽기 모임을 진행하며 사회주의 인간해방을 꿈꾸는 중이다. 『사회주의자』에서는 잡지 편집 및 표지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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