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부는 왜 노동법을 바꾸려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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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27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며, ‘휴일근무수당으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이전처럼 과로노동을 할 필요도 없어지고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 애초에 68시간이 ‘국가가 공인한 편법’이었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르면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동법 53조에서는 1주간의 총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1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주당 법정 노동시간은 원래부터 최대 52시간이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행정해석을 통해 평일에 하는 연장노동만을 ‘연장근로’로 해석하고 휴일에 추가로 하는 노동은 연장노동이 아닌 ‘휴일근로’로 해석함으로써, 사용자측이 법정 최대노동시간인 52시간에 더하여 16시간의 노동(최대 이틀의 ‘휴일근로’)을 더 시킬 수 있게끔 허용해 왔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1주일 내내 쉬는 날도 없이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던 것이다. 정말로 이런 상황을 해결할 의도라면 기존의 잘못된 행정해석만 폐기해도 될 일이다. 그러나 환노위는 굳이 근로기준법의 ‘개정’이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 의도는 무엇일까?

주말까지 ‘근로일’로 규정하겠다고? 임금 덜 주려는 꼼수다

거기에는 바로 자본의 이해를 지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환노위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한 주 7일을 모두 ‘근로일’로 정의하는 법문을 새로 명시하고 휴일근무수당의 지급기준은 현행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노동하는 것을 ‘연장근로’로 해석하지 않고 ‘근로일에 근무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해석할 수 있게끔 된다. 즉, 개정되는 법안대로라면 노동자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노동할 경우 연장수당의 적용은 아예 받지 못한 채 휴일수당의 적용만 받게끔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휴일노동의 연장수당과 휴일수당 중복적용을 피하려는 꼼수에 대해 아예 법적으로 근거를 만들어서 정당화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이렇게 근로기준법 조항 자체가 개정되면 휴일노동에 대해 연장수당과 휴일수당을 중복 적용하라고 판결한 기존의 판례들이 완전히 무력화된다. 한 예로 성남시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낸 소송에서 법원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50%의 가산수당을 규정한 취지와 1주가 7일임을 고려해 중복가산이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및 공휴일이 전부 ‘근로일’로 정의되면, 이러한 사례가 더 이상 나올 수 없게 된다. 즉, 환노위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기만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실제로는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를 보장해주기 위해 임금을 삭감하는 꼼수 법안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임금인상 없는 최저임금인상? 산입범위 확대는 ‘임금삭감’

한편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재계와 최저임금위원회 내 전문가 TF팀은 정기상여금 및 식대비와 교통비 등의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기본급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만 늘려 임금을 인상시키는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 이런 기형적 임금체계에서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것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임금을 주면서도 최저임금은 준수하는 듯 한 착시효과를 노린 자본가계급의 꼼수이다. 그리고 이런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전문가’라는 이름을 빌어 노골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3월 16일에 국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개악 일방강행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문화제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규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보건의료산업노조 김경미 안산시지부장은 요양보호사 노동자들의 현실을 언급하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시도에 대해 규탄했다. 김경미 지부장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는 최저임금 이하를 받으면서 24시간을 꼬박 일해도 연장수당 없이 포괄임금으로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밖에 받지 못하고 그나마 처우개선비 명목으로 지급되던 시간당 625원도 올해 초에 삭감됐다고 한다.

여성연맹 이찬배 위원장도 “상여금 한 번 받기 위해서는 5년에서 7년 이상을 싸워야만 한다”며 “산입범위 확대는 ‘삭감안’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이인화 본부장은, 산입범위 확대 안하면 연봉 5천만 원인 사람이 최저임금 위반사례가 될 것이라는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하며 “자본의 노림수는 모든 노동자의 임금 하향평준화”라고 발언했다.

이것은 임금을 둘러싼 계급투쟁

자본주의는 노동자계급을 착취하여 얻어낸 이윤을 통해 유지된다.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을 줄이고 또 줄이는 것이 모든 자본가들의 목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 가장 기본적인 계급투쟁은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임금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투쟁이다. 최대노동시간에 대한 잘못된 행정해석, 연장수당과 휴일수당 중복 적용을 없애려는 시도, 기본급 대신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비중을 늘리는 행위가 모두 자본이 임금을 두고 벌이는 계급투쟁의 결과이다.

이런 투쟁에서 국가는 자본가계급을 대변하기 때문에, 항상 자본가들의 편을 들게 된다. 이를테면, 환경노동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를 비롯한 기구들은 마치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중립적 기구이자 대화의 장인 양 행세한다. 그 구성을 보더라도, 이른바 노동자출신 국회의원이나 노동측 위원들이 참여하는 형식을 갖추어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고 있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번 노동법 개악에서 드러나듯, 이것들은 실상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며 그들에게 유리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주는 ‘자본가들의 위원회’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노동자계급은, 다른 것을 떠나 자신의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수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임금을 둘러싼 투쟁의 성격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본가나 국가기관의 기만에 기대지 않는 독자성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두고 일어나고 있는 이 투쟁은 자본주의의 본질적 속성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노동자. 맑스 저작과 자본론 학습을 통해 사회주의를 배웠다. 사람을 '노동자 대 고객'이나 '상사 대 부하'의 관계로 만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며,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만으로도 모두가 유익해지고 발전할 수 있게끔 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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