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에게 데스노트가 된 조국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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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중들로 하여금 문재인 정권을 비롯한 자유주의세력이 기득권층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볼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조국 사태’는 자유주의세력의 본질만 드러낸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가려져 있던 한국사회의 많은 것들을 백일하에 드러내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정의당의 실체이다.

정의당은 사이비 진보

『사회주의자』가 그동안 주장해왔듯이 정의당은 애초 진보가 전혀 아니며 자유주의세력에 불과했다. 특히 문재인 집권 이후로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 ‘준(準)여당’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문재인 정권을 지원, 보조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한 예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민주당이 제안한 연립정부 구상에 대해 정의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또한 정의당은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문재인 정권의 정책을 줄곧 지지하였고, ‘기득권과 싸워야 한다’며 민주당을 반(反)기득권세력으로 치켜 세워주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도 정의당은 몇몇 정치인들의 쇼맨쉽 및 일견 진보적으로 비춰지는 발언 등을 통해 스스로를 계속 진보세력으로 포장해 왔다. 게다가 정의당을 구성하는 세력 중에는 인적으로 과거 진보정당에 뿌리를 둔 이들이 적지 않아 ‘진보 코스프레’가 효과를 발휘해 왔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정의당은 진작에 자유주의화된 사이비 진보세력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는 마치 ‘진보’세력인 것처럼 잘못 인식되어 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 ‘조국 사태’는 그런 포장술마저도 무력화시키며 정의당의 진짜 모습을 폭로한 계기가 되었다.

조국 사태로 드러난 정의당의 실체

지난 7월에 있었던 정의당 당대표 선거를 기억해보자.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심상정은 자신들이 민주당과 경쟁하는 집권세력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에 선출된 심상정은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가 지났지만, 촛불을 들어 삶을 바꾸자했던 시민들의 삶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기득권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민주당의 모습에 국민 한숨과 실망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단호하게 말씀 드립니다. 이제 정의당은 정의당의 길을 갈 것입니다. 한국 정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자유한국당을 역사의 뒤안길로 퇴출시키고 집권 포만감에 빠져 뒷걸음질 치는 민주당과 개혁경쟁을 넘어 집권경쟁의 길로 나아가겠습니다.

그러나 당대표에 선출된 바로 다음 날 노회찬 묘소 참배에 이어 현충원, 노무현 묘소 참배를 하며 진보와는 거리가 먼 행보로 공식일정을 시작한 심상정은 그 이후 민주당과 ‘개혁경쟁’도 ‘집권경쟁’도 아닌 ‘공조’의 길로 나아갔다.

조국이 막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고 각종 논란이 불거지던 무렵 심상정은 조국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듯 보였다. 그는 8월 19일 조국에 대해 “우리 당에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조 후보자를 포함해) 세 분 정도 된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따라 (적격성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였다. 이어 8월 22일에는 “이삼십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사오십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육칠십대는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그동안 조국 후보자는 위법이냐 아니냐의 법적 잣대를 기준으로 의혹 사안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조국 후보자의 딸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허탈함은 법적 잣대 이전의 문제”라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사람들은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정의당이 부적격하다고 문제시한 공직 후보자들이 낙마해 온 것에서 비롯된 말)가 조국에 대해서도 발동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하였다.

그러나 만약 그랬다면 오히려 자유주의세력으로 준여당 소리를 듣던 정의당의 본성에 어긋나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정의당은 이내 조국 후보자에 대한 적격성 판단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주판알을 튕기는 태도를 보였다. 9월 4일 심상정은 “조국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리느냐 올리지 않느냐 보다, 정의당원과 지지자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개혁의 길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의당 내에서 조국 임명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대세는 조국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9월 6일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나자 정의당은 ‘대통령 임명권 존중’으로 당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조국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에 기소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공지한지 16분만에 “착오가 있었다, 오전 9시까지는 별도의 입장 발표가 없다”고 말을 바꾸는 촌극까지 연출하였다. 그리고 인사청문회 다음날인 9월 7일, 정의당은 사실상 조국 임명에 동의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정의당은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입니다. 문재인대통령께서 꿋꿋이 개혁의 길로 나가신다면, 정의당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개혁의 선두에서 험준고령을 함께 넘을 것입니다.

다만 조국후보자와 대통령께서는 최종 결정이전에 후보자 부인이 기소까지 된 지금의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 어떤 선택이 진정 사법개혁을 위한 길인가 깊이 깊이 숙고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정의당 대변인실, 「[보도자료] 심상정 대표, 조국 후보자 관련 정의당 입장」 중에서)

철저한 검증은커녕 ‘데스노트’에 조국의 이름이 적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재인에 대한 ‘존중’과 기대, 그리고 법무부장관이 된 조국에 대한 덕담만이 있었다. 이에 화답하듯 조국은 9월 17일에 심상정을 예방하고, 18일에는 정의당 원내대표 윤소하를 예방함으로써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조’ 분위기를 북돋았다.

정의당 자신에게 ‘데스노트’가 된 ‘조국 사태’

이번 ‘조국 사태’는, 겉으로는 진보세력인 양 자신을 포장하였으나 실상은 민주당과 공조하며 자유주의세력의 2중대 역할을 하던 정의당이 결정적 순간을 맞이하여 그 포장마저 버리고 조국 수호, 자유주의세력 수호의 길로 노골적으로 나서게 만들었다. 조국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음으로써 정의당은 민주당과 다를 바 없는 세력이자 서로 한통속이라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정의당의 ‘데스노트’가 힘을 발휘했던 이유는 바로 ‘민주당 2중대’에 불과한 자신들의 위치 덕택이었다. 정의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리는 공직자 후보들에 대해 여론은 ‘문재인과 민주당의 편인 정의당’조차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고, 그것이 해당 후보들을 낙마시키는 힘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에게 ‘데스노트’는 자신들을 가치를 높여주는 무기가 되어주었는데, 이제 조국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음으로써 그 데스노트는 자신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오게 되었다. 정의당이 조국 임명에 찬성한 뒤 정의당에 대한 지지율은 점점 떨어져, 결국 지지율 3위 정당의 자리를 바른미래당에 내주는 지경까지 갔다.

이미 조국이 온갖 특혜를 누리던 기득권 지배세력임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이로써 자유주의자들의 계급적 실체 역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의당이 자유주의 정권과의 공조에 목을 매고 조국 임명 찬성이라는 무리수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정의당 자체가 이미 대부분 자유주의자들로 구성되어, 완전한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국 임명을 둘러싸고 정의당 내에서 부정적 의견도 있었으나, 그 의견은 소수였고 배척당했다. 조국 임명에 대해 비판한 모멘텀(정의당 청년당원모임), 허들(정의당 예비당원협의체) 등은 조국 임명에 찬성하는 다른 당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였다. 허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실망스럽다’ ‘정의당원이면서 당대표 결정과 반대되는 성명을 내느냐’는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반면 정의당 내에서는 조국 임명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층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이 ‘적절했다’는 긍정 여론이 59%에 달하였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 조사대상 중 조국 임명이 적절했다는 응답이 38.6%를 기록하였고, 19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층에서는 적절했다는 응답이 29.8%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면, 정의당 구성원들이 얼마나 대중들의, 그 중에서도 특히 박탈감이 큰 청년층의 정서와 무관하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민주노동당 등에서 이른바 ‘진보정당’ 운동을 해온 인사들 역시 대거 조국 지지를 표명하며, ‘조국 사태’는 자신들이 자유주의로의 변신을 완료했음을 인증하는 계기가 됐다. 자유주의세력의 ‘진보사기극’과 더불어 사이비 진보의 ‘진보사기극’도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의당의 조국 임명 찬성은 당의 위기로 비화하고 있다. 당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정의당에 대한 지지율까지 하락하자, 심상정은 9월 21일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 “우리 사회의 특권과 차별에 좌절하고 상처받은 청년들과 또 당의 일관성 결여를 지적하는 국민께는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검찰·사법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조국 임명에 찬성했다고 하면서 그가 ‘개혁과 반개혁 대결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정의당은 최종적으로 개혁 전선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조국 임명에 대한 대중들의 반대가 거셌던 이유는 바로 그가 온갖 특혜를 받아온 기득권층이라는 사실에 있고, 따라서 조국이 결코 ‘개혁세력’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사태의 본질을 회피 및 은폐하려는 궁색한 태도에 불과하다.

‘조국 사태’는 정의당을 ‘진보’로 간주하며 일말의 환상을 불어넣던 그 동안의 정치 구도를 크게 허무는 역할을 했다. 정의당은 사이비 진보이자, 문재인 정권과 한 몸이 되어버린 또 다른 자유주의 세력에 불과하다. 이런 정의당의 실체가 ‘조국 사태’를 통해 대중적으로 분명히 인식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노동자 민중에게 환상을 불어넣으며 자유주의세력에 대한 대안세력의 등장을 방해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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