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가 드러낸 한국 사회의 진짜 대립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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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민중이 조국에 분노하는 이유

8월 9일 문재인 정권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후, 조국 임명을 둘러싼 격한 논쟁이 한달 여 지속되고 있다. 특히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연일 불거져 나오면서 현 정권에 대한 민중의 실망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그 의혹 중에는 친인척이 관여하는 사모펀드에 대한 의혹, 자신이 인수한 웅동학원을 이용하여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민중들이 가장 분노하는 의혹은 다름 아닌 조국의 딸의 진학·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그의 딸은 그동안 진학, 교육과정에서 수많은 특혜를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고등학생 때 2주간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을 한 것에 불과한데도 국내 학술지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일반적으로 제1저자로는 해당 논문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주된 집필을 한 사람이 올라가는데, 조국 측의 해명에 따르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는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딸이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또한 성적이 우수하지도 않고 집도 부유한데도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시절 연이어 장학금을 탄 일도 있었다. 조 후보자는 9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의혹에 대해 ‘어쨌든 법을 위반한 적은 없다’, ‘나는 모르는 일이고, 관여한 적이 없다’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그러나 조국의 딸이 자기 어머니가 교수로 있는 동양대에서 총장 표창장을 받아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활용했는데, 기자간담회 직후 이 표창장이 허위라는 의혹까지 나왔다.

조국을 옹호하려는 자유주의자들은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전쟁’을 펼치며, ‘조국 힘내세요’, ‘법대로 조국임명’ 등의 실시간 검색어를 상위권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호도된 여론에 불과하며, 실제 여론은 이와 대조적이다. 서울대, 경북대, 고려대 등 여러 대학의 총학생회가 조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고 학생들이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등 청년층의 분노가 적극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전반적인 여론조사 결과 역시 그러하다. 8월 27-29일 한국갤럽이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국 후보가 법무부장관으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57%였고, 적절하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9월 2일 기자간담회 이후에 임명 찬성 여론이 다소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반대 여론이 더 높다. 리얼미터가 9월 3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전히 응답자의 51.5%가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임명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46.1%였다.

이렇게 조국에 대해 민중이 분노하는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것이다. 조국이 입으로는 ‘공정’ ‘정의’ ‘개혁’ 같은 고상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진보’연 해왔지만, 알고 보니 실제로는 우리 사회의 지배계급으로서 부유하게 살면서 알뜰살뜰 온갖 특혜를 다 챙겨왔던 것이다. 즉 자신의 말과 자신의 삶이 정반대였다. 특히 한국에서 교육은 여전히 계급 이동의 유력한 통로로 여겨지고 있는데, 바로 이 자녀 교육 문제에서 교육제도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며 계급 대물림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는 데 많은 민중이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한달 여 지속된 조국 사태는 자유주의세력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겉으로는 ‘진보’란 말을 참칭하며 스스로를 미사여구로 포장해왔지만, 실상 그들 역시 매우 낡은 기득권 세력으로 수구세력과 더불어 지배계급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민중들 눈앞에 폭로된 것이다.

조국 방어에 나선 자유주의자들의 가짜 대립구도

자유주의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조국을 방어하는 데 나섰다.

8월 29일 유시민은 “단 하나라도 조 후보자가 심각하게 도덕적 비난을 받거나 법을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있는 일을 한 게 있느냐, 한 개도 없다”라고 하며 조국을 옹호했다. 그러면서 조국 임명 반대 서울대 촛불집회에 대해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의 손길이 어른어른하는 것이라고 본다”, “물 반, 고기 반이다. 순수하게 집회하러 나온 대학생이 많은지 얼마나 모이나 구경하러 온 한국당 관계자들이 많은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라고 하며 노골적으로 조국에 대한 청년들의 비판을 자유한국당, 수구세력의 목소리로 몰아갔다.

박원순 역시 9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제가 곁에서 지켜봐 온 조국은 대한민국을 좀 더 나은 사회로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야당과 일부 언론은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관심조차 없어 보입니다. 어쩌면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 하게 될 ‘사법개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썼다. 적폐청산을 방해하고 싶어서 조국의 임명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심지어 문재인의 아들 문준용까지 조국 딸에 대해 “분명히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을 텐데. 그간 충분히 훌륭한 성과를 이루며 살아왔음에도, 사람들은 그의 노력을 말하지 않고, 그의 부모만 말하고 있다”, “이건 부당한 게 맞습니다”라고 하며 공개적으로 조국을 옹호하고 나섰다.

① 자유주의자들이 강요하는 가짜 대립구도

자유주의자들은, 조국이 무사히 임명되어 수구 적폐를 청산하느냐, 아니면 조국이 임명되는 데 실패하여 수구세력이 다시 재기하느냐의 대립구도를 제시하려고 한다. 이른바 수구 대 자유주의라는 대립구도를 들고 나와 민중들에게 ‘진영논리’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우는 수구 대 자유주의 대립구도는 매우 허구적인 것이다. 박근혜 탄핵 이후 역사적으로 몰락한 수구세력이 다시 발호할 수 없게 만들고 촛불 투쟁에서 제기된 큰 요구 중 하나인 적폐청산을 하기 위해서 수구세력을 철저하게 청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유주의세력은 이제껏 이러한 수구청산, 적폐청산의 과제에 불철저한 태도를 보였다. 예컨대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은 집권 이후 국가보안법 폐지는커녕 국정원 개혁, 경찰과 검찰 개혁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한편 최저임금법 개악,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같은 노동 현안에서 자유한국당과 철저히 공조해왔다. 또한 민주당은 당장 몇 달 전 패스트트랙 논란을 뒤로 하고 국회를 정상화한다는 미명 하에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추진해 이를 이끌어낸 바 있다.

자유주의 세력이 이러는 이유는, 만약 수구세력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면 자유주의 세력의 ‘개혁적’ 이미지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고, 그들 역시 낡은 지배계급 세력이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세력은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적폐청산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서, 수구세력을 어느 정도 살려 두고 이들과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이들이 이제까지 보여 온 이런 행태를 고려하면 사법개혁이 좌초되고 수구세력이 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이들의 말은 거짓 대립구도를 내세우는 주장일 뿐 아니라 매우 속물적이라 할 수 있다.

② 조국을 통해 자유주의자들의 실체가 드러났는데도, 문재인 정권은 조국을 옹호하고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자기 한계를 드러내고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조국은 자유주의자들의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내 주었다. 특히 조국의 딸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같은 청년이라 해도 전문직, 고위직 부모를 통해 ‘학부형 인턴십’에 참여하여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심지어 장학금도 거저 받는 지배계급 청년들의 삶과, 늘 생활비 걱정, 등록금 걱정, 취업 걱정을 하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다수 청년의 삶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8월 21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국의 딸이 2주 인턴십으로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것에 대해 “특혜가 아닌 보편적 기회다. 누구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노력하면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다수 노동자 민중의 삶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는 지배계급 구성원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의 위기를 가속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에 따르면, 8월 셋째 주에 넉 달 만에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다. 넷째 주에는 부정평가가 51.2%인 가운데 긍정평가가 43.7%까지 내려갔다. 6월~7월 경 한일 무역분쟁은 문재인 정권에게 엄청난 ‘호재’였지만 조국으로 인해 이런 호재는 모두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조국은 7월 중순만 해도 “대한민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제전쟁’이 발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애국’이냐 ‘이적’이냐이다.”라는 글을 자기 SNS에 올리며 민족주의를 조장하며 정권 지지율을 올리는데 앞장 섰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문재인 정권의 가장 약한 고리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유시민, 박원순 같은 자유주의자들은 조국을 옹호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권은 조국 임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조국이 9월 2일 기자간담회를 마치자 청와대는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됐던 의혹들을 어제 조국 후보자가 나름대로 성실하게 답을 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고, 문재인은 9월 3일, 국회에 조국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하며 사실상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와중에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9월 6일 조국 인사청문회를 여는 데 합의했다.

조국이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인사이고 많은 의혹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은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무리하게 시도해왔다. 만약 문재인 정권이 지금 와서 조국을 사퇴시킨다면 그로 인해 입는 정치적 타격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라도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자기 실체를 더욱 드러내고 정권의 위기를 더욱 가속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심지어 현 정권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조차, 문재인이 조국 임명을 강행한다면 “수명은 유지되지만 존재의 의미가 없는 ‘식물정권’이 되지 않을까”라고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

진짜 대립구도는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 민중의 구도

민중이 조국에 분노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포장한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조국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세력이 낡은 기득권 세력이자 뼛속까지 지배계급이라는 사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사실 문재인 정권은 촛불집회에 힘입어 집권하게 되었지만, 촛불집회가 제기한 중요한 과제인, 노동자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은 전혀 하지 못했다. 여전히 평범한 청년들이 학자금 부채와 등록금 때문에 허덕이고, 청년실업에 고통 받거나,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화시키고 자본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정책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그 결과 집권 초기 문재인 정권에 대해 가졌던 노동자 민중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많은 민중들이 정권의 실체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조국 사태는 이런 민중에게 정권의 본모습을 확실히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다. 조국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세력은, 수구세력과 마찬가지로 지배계급으로서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특혜를 받으며 안락하게 살고 있었다. 민중이 조국을 통해 확인한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그렇기에 자유주의 세력이 제아무리 수구 대 자유주의라는 대립구도를 내세우며 조국 방어에 나선다 하더라도, 이 구도는 민중의 눈에는 허구적인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진짜 대립구도가 따로 있다는 것이 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지배계급인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 민중의 구도다. 이렇게 조국 사태로 자유주의자들의 낡은 실체가 폭로되고 한국 사회의 진정한 대립구도가 드러난 지금, 문재인 정권은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정권의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주의, 진보세력에게는 오히려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노동자 민중이 진정한 대립구도 속에서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구세력뿐만 아니라 자유주의를 포함하는 자본가계급 전체와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진보 세력은 노동자 민중에게 한국 사회의 진짜 구도가 무엇인지를 더욱 적극 알려가고, 자유주의세력은 민중의 대안이 아니며 새로운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주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고 진취적으로 주장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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