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역사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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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 대공황 이후의 자본주의 세계경제를 살펴보면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저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연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것은 이미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드러난 것이었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이 점이 더욱더 분명하게 되었다. 이미 미국은 2019년에, 2015년 이후에 시작된 출구전략을 포기하고 다시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하였다. 미 연준은 출구전략으로 2015년 12월, 7년간 지속된 0~0.25% 수준의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기준금리의 인상은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어서 2018년 12월의 기준금리 수준은 고작 2.25~2.50%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이처럼 미미한 수준으로밖에 오르지 않은 기준금리도 오래가지 않아 2019년 7월에 2.00~2.25%로 다시 인하되기 시작하여 10월에 이르러서는 1.50~1.75%까지 인하되었다. 미 연준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보험성 인하’”라고 주장하였지만 출구전략은 포기된 것이었고 그동안 오른 기준금리가 미미했던 점을 고려하면 낮은 기준금리 수준으로의 회귀였다. 여기에 더하여, 이미 낮은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0~0.25% 수준으로 인하되었다. 미 연준은 WHO의 펜데믹 선언 이후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제위기가 심각해지자 3월 3일 기준금리를 0.5% 전격 인하하고 3월 15일에는 1%를 추가 인하하여 기준금리를 다시 제로금리로 만들었다.

2020년에 미 연준과 미정부가 취한 조치는 역대급의 규모였다. 미 연준은 4월 9일 2조3천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 및 지방정부 지원방안을 발표하였고, 동시에 무제한의 양적완화 조치를 실행했다. 또한 미 연준은 평균물가목표제라는 것을 도입하여 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임을 분명하게 표현하였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규모의 비상조치였는데 이 조치는 당장은 자본주의 세계경제로 하여금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매우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내었다. 세계대공황 국면으로의 돌입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주가의 고공행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의 다우존스산업 평균지수, S&P 500지수는 연일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실물경제는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는 극단적인 괴리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유례없는 규모로 실시된 조치의 약효가 떨어지면 계속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때마침 올해 들어 10년물 미국 국채수익률이 상승하고 이에 연동되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월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파월 미 연준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였지만 이틀 후 국채수익률 상승과 주가 하락 현상은 재개되고 있다. 국채수익률 상승 때문에 더 주목을 받은 3월 FOMC 정례회의를 전후하여 미국의 경제전망과 미연준의 정책 전망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의 인상 시작 시기와 양적완화의 축소 시작 시기 예측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논란에서 당연한 것처럼 전제가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제로금리와 막대한 규모의 양적완화 조치는 비상조치로서 경제가 회복되면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가 앞으로 이러한 상태로 돌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정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정상으로의 이른바 출구전략이 여전히 가능한 길이어서 언젠가는 자본주의가 2008년 이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저금리를 벗어나고 양적완화가 축소된 자본주의가 이미 과거의 역사에서 존재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향을 갖는 것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후자는, 정상으로의 출구전략이 여전히 가능한 길이어서 언젠가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것이 가능한지는 현실에서 검증해야 할 내용이다. 왜냐하면 출구전략은 벌써 한 번 미국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고, 과연 현재의 자본주의가 저금리와 양적완화를 벗어나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의 자본주의에서 출구전략은 과연 가능한가?

이미 미국은 2019년에 출구전략을 포기했다. 그 이유는 당시 출구전략을 계속 진행할 경우, 경제위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재는 어떠한가? 만약 미 연준이 느린 속도로나마 소폭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를 취하고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한다면 엄청난 규모로 형성된 거품은 터지기 시작할 것이고 천문학적 규모로 축적된 부채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며 채무불이행이 속출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파월은 2023년까지의 제로금리 유지를 강조하였고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이며 테이퍼링은 “지속적인 2.0% 이상 인플레이션과 완전 고용 같은 실질적인 추가 진전이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 “연준이 테이퍼링 신호를 주기 전까지는 그걸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것이다. 따라서 조만간 출구전략이 시도될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문제는 이것이 언젠가는 가능할 것인가인데 이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저금리와 양적완화가 일상화되어 자본주의 경제가 이를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아편에 중독된 사람이 쉽게 아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과 같다.

앞의 도표에서 보듯이 미 연준의 총자산 규모는 2008년 세계대공황을 겪으면서 1조 달러 수준에서 4조 달러 수준으로 늘어났고, 2020년 세계대공황을 계기로 짧은 기간에 7조 달러 수준으로 급증하였다. 2008년과 비교하여 미 연준의 총자산 규모는 7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것이 제로금리와 함께 자산 가격 거품을 만들어낸 근본 요인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이것에 의존하여 버티고 있는 중이고 이것이 사라지게 되면 미국 경제는 붕괴될 수밖에 없게 된다. 미 연준은 2008년 대공황 이후 저금리와 양적완화는 일시적인 비상조치라는 주장을 계속 반복해왔지만 실제로는 비상조치가 일상적인 것이 되었고 이 조치들이 점점 더 규모가 커지면서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 미국 경제는 이미 저금리와 양적완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기를 놓쳐 버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경제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앞에 놓인 두 가지 길 모두는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이미 자본주의에게 생명유지장치처럼 되어버린 저금리와 양적완화는 자본주의경제를 장기침체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글,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 경제」를 참조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장기침체 상태 속에서도 2019년에 전세계적으로 경기후퇴가 발생하면서 세계대공황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때마침 발생한 코로나 19가 세계대공황을 촉발하였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자 자본가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일제히 2008년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조치를 짧은 기간에 취하였다. 이것이 만들어낸 것이 공황상태의 실물경제와 엄청난 규모의 자산 가격 거품이 공존하는 기이한 현상이다. 그러나 미 연준과 중앙은행들의 인위적인 조작으로 유지되는 자산 가격 거품은 무한정 계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 조치의 약효가 떨어지자 붕괴되기 시작하고 있으며, 앞으로 세계대공황은 더욱더 격화될 것이다. 아마 앞으로 위기가 심화되면 자본가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이미 실패한 정책수단을 또 다시 맹목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그 규모가 점점 더 확대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앞에는 현재 두 가지 길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선택지로 남아있다. 하나는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다른 생산양식으로 대체될 때까지 저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생명유지장치로 연명하며 초장기침체와, 초장기침체 속에서의 대공황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하나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실적 가능성은 낮지만, 저금리와 양적완화를 포기하고 출구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출구전략이 정말로 구사된다면 자본주의 경제는 말 그대로 발작을 일으키며 붕괴되기 시작할 것이다. 저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생명유지장치가 떼어지는 순간 자본주의 경제는 회생하는 것이 아니라 붕괴하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어느 경우이든 자본주의 앞에 놓인 역사적 운명은 몰락이다. 자본주의 앞에 놓인 두 가지 길 모두는 자본주의가 사멸해가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에서 자본주의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양상을 간략하게 검토하였다. 이때 자본주의가 현재 처한 역사적 단계라는 관점을 갖고 이를 검토하였다. 현재의 양상은 단순한 경기순환적 관점에서만 바라보아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이미 오래전에 상승하는 단계를 마치고 역사적으로 사멸해가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관점, 사멸해가는 단계에서 모순이 누적되면서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 서야만 보다 실천적인 자세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짧은 글이 이러한 관점을 갖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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