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불능 자본주의에 밀려오는 경제위기의 검은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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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euters/Brendan McDermid]

지난 주 미국 증시는 삽시간에 패닉에 빠졌다. 2월 2일 금요일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665 포인트 하락했다. 주말을 지내고 난 후에도 주식 매도 분위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5일에는 다우존스지수가 1,175포인트(4.6%)나 하락했다. 화요일, 수요일 증시가 안정을 되찾자 증시 전문가들은 월요일의 하락이 일시적 “조정”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고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목요일(8일)에 미국 증시는 다시 하락했다. 다우존스지수는 1032.89포인트(4.15%) 하락했다. 또 다른 주가 지표인 S&P 500 지수 역시 1월 26일 2872.82 포인트로 최고점에 있었으나 그 후 2월 8일까지 292 포인트(10.2%)가 하락했다.

미국의 대표적 주가 지표인 다우존스지수는, 2008년 세계대공황이 발생하기 직전인, 2007년 10월 14,093 포인트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를 집어삼긴 공황의 여파로 지수는 2009년 3월 6,600포인트 대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그 후부터 미국 증시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1년 8월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엔푸어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결과 한차례 폭락한 것 외에는, 9년 동안 이른바 ‘황소’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강세장이 흔들린 적이 없었다. 1년 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할 무렵 신임 행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관망하는 분위기가 증권가에 형성되면서 주가는 잠시 16,600포인트 대에서 머물렀다. 이윽고 트럼프도 자기들 편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상승세가 더욱 강화되어 올해 1월 말 26,600포인트라는 천문학적 수치에 도달했다. 1년 사이 주가가 1만 포인트(약 60%)나 상승한 것이다.

[표: 2008년 이후 다우존스지수 그래프 / 출처: 연준 경제데이터(https://fred.stlouisfed.org/)]

내세울 치적은 별로 없고 국내외에서 무수한 비난을 한 몸에 사고 있는 트럼프에게 주가 상승은 가장 고마운 존재였다. 1월 30일 의회에서 연설한 연두교서에서 트럼프는 “주식시장이 기록에 기록을 경신하여 8조 달러 상당의 가치를 벌어들였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렇게 떠벌린 지 한주도 안 돼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식시장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그렇다면 2월 초 주가 하락은 어떤 이유에서 일어났을까? 이 이유를 살펴보면 세계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현재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이 글은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현재 자본주의가 처한 상황을 살펴볼 것이다. 여전히 미국 경제는 세계 자본주의의 버팀목이자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공포: 주가 하락의 원인

첫 번째 주가 하락은 2월 2일 미 노동부의 통계발표가 계기가 되었다. 당일 미 노동부는 실업률이 4.1%로 낮은 반면 건설, 식품서비스, 보건 부문에서 고용이 증가하여 총 20만 명의 고용 증가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전 달들에 비해 1-2만명 정도 증가한 수치였다. 아울러 임금도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러한 경기 호조 소식이 주식 폭락으로 이어지는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경기가 좋다고 하는데, 주식시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임금 인상이 이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주가가 하락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주가 하락이 발생한 직접적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경기 호조가 연준으로 하여금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게 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식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2월 8일의 주가 하락도 비슷한 이유에서 발생했다. 영국의 중앙은행 영란은행은 2월 8일 통회정책위원회 회의에서 현행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발표했다. 금리를 실제 인상하는 것도 아닌 앞으로 빨리 인상할 수도 있다는 발표가 도화선이 되어 미국 증시가 4.15%나 하락했던 것이다. 영국은 지난 해 11월 0.25%였던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0.25%나 0.5%나 사실상 금리라고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이다. 앞으로 인상한다고 해봤자 마찬가지로 0.25% 포인트 정도에 머무를게 뻔하다. 그런데도 미국 주가가 들썩이고 세계 주가가 휘청했다. 한국 코스피 역시 1월말 2,600 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이 여파로 2월 9일 2,363 포인트까지 9% 가량 하락했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주가가 주요국의 기준 금리 인상 여부를 가지고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경제지표가 개선되었다는 소식은 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금융시장 전체가 연준 등 중앙은행과 정부 기관의 정책에 의존해서 존립하고 있음을, 그리고 겉보기의 금융 호황에도 불구하고 그 내실은 사실상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번 주가 하락이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을 위시한 세계 자본주의가 기준 금리 인상에 목숨을 걸게 된 이유는 2008년 세계 대공황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부실한 실물 경제와 새로운 금융 거품

부동산 거품과 금융투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결과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미국발 세계대공황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미국 등 각국 정부는 공황 확산을 막기 위해 자본에 막대한 규모의 구제자금을 지원했고, 긴축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양적 완화 정책으로 엄청난 규모의 돈을 시중에 풀었고 초저금리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했다. 이로써 자본주의가 완전한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았고, 2009년경부터 실업률, 주가 등 일부 지표 등에서 점차 대공황의 여파에서 벗어나 경기팽창기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겉보기 불과했을 뿐이었다. 대공황으로 입은 내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그 단적인 예이다. 주가가 상승을 시작한 2009년 2분기부터 2017년 4분기까지 경제성장률은 2%대를 갓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1949년 이후를 통틀어 경기팽창기로는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심각했던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의 경기팽창기에도 미국은 4% 이상의 경제성장을 보였다.

[표: 경기팽창기 연평균 GDP 성장률 / 출처: https://lbo-news.com/2018/02/08/about-that-stock-panic/]

실업률도 마찬가지이다. 수치로 보면 2009년 10월 10%에 달했던 실업률이 이제 4.1%로 급격히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업률은 다른 어두운 진실을 가리고 있다. 바로 노동참여율이 2008년 1월 66.2%에서 2018년 1월 62.7%로 3.5% 하락했다는 점이다. 즉 구직 등의 어려움으로 경제활동 자체를 포기한 사람의 수가 10년 동안 계속 증가했다. 이들은 실업률 통계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업자의 수가 여전히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올해 1월, 임금이 전년 동월 대비 2.9% 인상했다는 통계 역시 좀 더 톺아볼 여지가 있다. 미국 좌파 경제분석가 더그 헨우드에 따르면, 이 통계는 비금융 민간부문 노동자 ‘전체’의 임금을 통계낸 것이기 때문에 관리직 등 상위 직종의 노동자 임금까지 포함된 통계이다. 비금융 민간부문 노동자의 82% 정도 되는 비관리직 노동자만을 따로 떼어내어 통계를 낼 경우 임금인상률에서 커다란 증가추세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관리직 노동자의 경우 2014년 이후 꾸준한 임금 증가추세를 보이고 1월 임금 증가분의 대부분이 이들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월의 실제 임금 인상액은 9센트에 불과한 보잘 것 없는 액수였다.

[표: 미국 노동참여율 |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
[표: 미국 실업률 |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
 

한편, 초저금리, 양적 완화 등 대공황 이후 자본주의를 파멸에서 구원하기 위해 취해진 정책들은 지난 10년간 자본가들에게 값싸고 손쉽게 돈을 끌어다 쓸 수 있게 해주었고, 지금 금융호황을 낳은 근본 원인이 되었다.

일단 금리를 보면, 2008년 대공황 직전 미국의 기준금리는 5%대에 있었다. 대공황의 전개가 심각해지자 연준은 기준금리를 1년 사이 0%∼0.25%대로 인하시켰다. 초저금리는 2015년까지 계속 이어졌다.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없었던 연준은 2015년 12월말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2017년 12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추가 인상하여 현재 금리는 1.25%~1.50%에 머물고 있다. 대공황 직전 5%대 금리에 비하면 2년간 이루어진 1.25% 포인트 인상은 그렇게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금리는 매우 낮은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 일본, 유럽 각국은 저금리로도 공황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겪자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한마디로 말해 막대한 돈을 자본가들에게 뿌려주는 정책이었다. 미국이 실시한 세 차례의 양적 완화 정책을 예로 들면, 이를 통해 총 3조6천억 달러(약 3,900조 원)의 돈이 시중에 공급됐다.

이러한 정책은 자본가들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앞서 살폈듯이 임금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본가들만 저금리, 양적 완화 정책 등을 통해 막대한 금융이득을 누렸다. 특히 초저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이자 부담이 극히 낮아졌기 때문에 기업은 손쉽게 부채를 늘려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 자금은 실물경제에 투자되기 보다는 주주 배당, 자사주 매입, 주식 취득 등에 사용되었다. 예컨대 2012년 이후 비금융 기업의 순투자액은 2조 달러였던 반면 다양한 형태로 주주들에게 돌아간 몫은 6조 달러나 되었다고 한다. 이런 돈잔치는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주가의 형태로 드러났다.

새로운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거대한 기업부채

대공황을 막고 자본주의를 살리려고 10년간 자본가들이 실시한 정책들은 이제 다시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독이 되어 돌아왔다.

가장 심각한 것은 기업부채의 증가이다. 초저금리, 양적 완화 정책 등으로 값싸고 손쉽게 자금을 끌어 올 수 있게 되자, 미국 기업들은 기업부채를 급격히 늘려갔다. 2009년 3조6천억 달러였던 비금융부문 기업 채권 총액은 2017년 6조 달러 대를 넘어섰다(약 67% 증가). 앞서 말했듯이 기업은 쉽게 자금을 조달하여 실물경제에 투자하기보다 자사주 부양 등의 용도로 사용했다. 게다가 부채의 질도 나빠졌다. 1999년 비금융 민간부문 기업의 채무상환비율(연간 총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총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16%였으나 2017년 6월에는 14.8%였다. 금리가 0%대로 낮아지고 부채조달 비용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부담이 거의 감소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기업부채가 막대하게 증가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초저금리가 지속되다보니 미미한 금리 인상에도 이자부담은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금리가 5%에서 0.25% 포인트 인상될 경우 증가율이 5%에 불과하지만, 1.50%에서 0.25%포인트 인상될 경우에는 증가율이 16%나 되기 때문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는 금리 1% 인상은 275억 달러의 명목적 손실을 가져오지만 현재에는 손실규모가 1,27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표: 미국 기업채권 증가 추이 / 출처: 연준 경제데이터(https://fred.stlouisfed.org/)]

여기에 기업부채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미국에 “좀비기업”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정의에 따르면 좀비기업은 10년 이상 경영한 기업으로 이자 및 세전수익 대비 이자지출 비율이 1 이하인 기업을 이른다. 다시 말해 회사를 운영해 벌어들인 이윤으로는 이자도 감당 못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좀비기업이 2배 증가했고, 현재에는 기업공개된 모든 기업의 10% 가량이 좀비기업으로 파악된다. 특히 에너지, 정보통신, 부동산 업종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좀비기업의 수는 더욱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IMF는 2017년 5월 발간된 연간 「글로벌 금융 안정성」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의 22%가 금리인상 시 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로운 경제위기, 반자본주의 투쟁의 계기로 만들어야

이제 다시 지난 주 미국의 주가 하락으로 되돌아가보자. 많은 주류 분석가들이 주가 하락을 두고 “조정 구간(correction territory)”안에 있다고 평가했다. IMF 총재 라가르드는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기관이 반년 전 어떤 경고를 했는지도 모르는지 “지난주 글로벌 주식시장의 가파른 조정과 변동성 확대는 IMF에게는 그다지 큰 걱정거리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이는 반가운 조정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라가르드의 평은 위험이 다가오면 이를 직시하지 않고 머리만 풀 속에 처박는 꿩의 태도와 다를 바 없다. 곧장 미국 경제, 그리고 이와 연동된 세계 자본주의에 새로운 경제위기가 본격화될지는 쉽사리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 자본주의가 2008년 대공황 이후 체질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대공황 이후 취해진 금리, 통화정책 등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 자본주의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의 금리 인상에도 치명타를 입을 정도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채 새로운 경제위기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대공황 이후 10년간 자본주의는 노동자에게는 긴축 정책과 임금 정체 등으로 삶의 조건을 악화시켜온 반면 자본가에게는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등을 통해 막대한 돈을 호주머니에 챙겨주었다. 자본주의는 2008년 아비규환의 위기 속에 빠졌으나 이 아비규환 속에서도 자본가는 돈을 끌어모았다. 노동자들이 나서서 자본주의를 끝장내지 않는 한, 자본주의는 새로운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이런 짓을 반복할 것이다. 반면 노동자 민중의 자각과 투쟁이 있다면, 새로운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에 조종(鐘)을 울리는 투쟁의 계기가 될 것이다. 고무적인 사실은, 2008년 대공황이 전세계 노동자 민중이 자본주의의 실상을 깨닫고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대공황 이후 전세계 많은 곳에서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증가하고 사회주의 운동이 새롭게 고양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더욱 강화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는 자본주의에 맞서는 유일한 길이다.

농민의 자식이라는 성장배경이 생태학에 대한 관심을 싹 트는 계기가 되었고, 노동운동을 접하면서 마르크스주의에 눈을 떴다. 노동해방실천연대 회원. 번역서로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2012), 『마르크스의 생태학』(2016)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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