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부동산 국민공유제’는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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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개석상에서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박원순은 2019년 11월 19일에 있었던 서울시의회 제290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보유세 도입을 주장하였다. 그 뒤 박원순은 12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 미래세대와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민공유제를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처음으로 언급하였다. 같은 자리에서 박원순은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입으로 ‘부동산공유기금’ 등을 만들어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사들여 공공의 부동산 소유를 증대시켜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과 개인의 생산시설과 사업 용도에 저렴하게 공급하고 동시에 이 기금으로 대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국민의 주거권을 실현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면서 이른바 ‘부동산공유기금’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그 다음날인 12월 18일에는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한국 종합부동산세율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정도인 0.16%에 불과하다면서 지금의 3배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2020년 초 박원순은 서울시장 신년사에서 ‘부동산 국민공유제’와 ‘부동산공유기금’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이를 통해 공공의 부동산 소유를 늘려 토지나 건물이 필요한 기업과 개인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발언을 하였다. 

박원순이 이런 주장을 하게 된 데에는 주거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그 배경으로 깔려 있다. 현재 한국의 주거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세에서 34세 사이의 청년층 3가구 중 1가구는 사는 곳이 법정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월 소득의 20% 이상을 주거비로 부담하는 주거빈곤 상태이다. 반면 부동산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은 급증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승희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2017년 귀속 양도소득과 금융소득’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부동산 양도차익으로 인한 소득은 84조8천억 원에 이르렀다. 이것은 전년에 비해 14.6%나 증가한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이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 주거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이런 현실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박원순은 이런 민중의 불만을 자신에 대한 정치적 지지 획득에 이용하고자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발표하게 되었다.

공염불과 위선으로 가득한 ‘부동산 국민공유제’

박원순이 내건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보면 여러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실제 구체적인 내용이 없이 선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2월, 박원순은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이에 대해,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입을 늘려 ‘부동산공유기금’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사들여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보다 더 구체화된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부동산 관련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어떻게 환수할 것인지, 환수의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지, 그리고 국가가 건물을 사들여 임대주택화할 경우에는 누가 소유한 어떤 건물을 얼마나 사들일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은 채 공허한 수준의 논의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보유세를 비롯한 세입을 늘려 ‘부동산공유기금’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 역시 그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종부세, 보유세와 같은 부동산 세제에 관한 권한은 중앙정부에게 있고, 서울시와 같은 지방정부에게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인상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액, 개발부담금, 기부채납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발표가 있긴 했지만, 그 대상과 방법이 적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부동산 국민공유제’가 나온 것 자체가 박원순의 정치적 위선이라는 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 그는 작년 초까지도 온갖 개발정책을 발표하며 서울 곳곳의 집값 상승에 일조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8년에 발표한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들 수 있다. 여의도는 2015년에 이미 ‘2030 서울플랜’에 의해 최고 50층의 초고층 주상복합 개발이 가능한 도심으로 지정된 바 있다. 박원순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여의도를 국제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며 “통으로 재개발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용산에 대해서도,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명소’라고 추켜세우고는 이런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야 한다며 개발사업 포부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서울역~용산역 구간 철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컨벤션센터, 쇼핑센터 등을 입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에 대한 논란이 거세어지자 박원순은 그것의 추진을 보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개발정책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2019년 1월에 발표한 ‘서울시정 4개년 계획’에는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의 일부가 다시 포함되었다. 이런 식으로 박원순은 기실 건설자본과 부동산 소유주들의 이익을 위해 개발정책을 추진하면서 ‘집값 안정’이나 주거문제 해결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러다가 자신의 행보에 대해 어떠한 반성조차 없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주거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주장하는 것은 지독한 위선이자 평소의 경박함이 다시 드러난 것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주거문제는 자본주의의 문제다

‘부동산 국민공유제’에는 이런 표면적 문제점에 더해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박원순의 ‘부동산 국민공유제’로는 지금의 심각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주거문제의 원인은 바로 자본주의인데 박원순은 바로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일절 회피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하에서는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사적 소유가 보장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상품으로서 매매가 가능하다. 그리고 토지소유자는, 자신이 사적으로 소유한 토지의 사용을 다른 누군가에게 허락하는 대가로 일정한 기간에 계약상으로 확정된 화폐액인 지대(地代)를 받는다. 이를 통해 토지소유자는 말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돈을 번다. 그리고 자본주의 하에서 이 지대는 필연적으로 점점 상승하고 그에 따라 토지 가격도 상승한다. 맑스는 이미 19세기에 『자본론』을 통해 이러한 구조를 밝힌 바 있다. 

“투자와 단순한 경작조차도 …… 토지를 개량하며 그 생산물을 증가시키고 토지를 단순한 물질로부터 토지자본으로 전환시킨다. 경작되는 토지는 동일한 자연적 속성을 지닌 미경작지보다 가치가 더 있다. …… 그러나 계약에 명시된 차지기간(借地期間: lease)이 경과하자마자, 토지에 합쳐진 개량들은 토지라는 실체의 불가분의 부속물로서 토지소유자의 소유로 된다(이것이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달에 따라 토지소유자가 차지기간을 최소한도로 단축시키려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새로운 차지계약이 체결될 때 토지소유자는 (토지에 합쳐진 자본에 대한) 이자를 진정한 지대에 추가한다―그가 그 개량을 행한 차지농업가에게 다시 토지를 임대하든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든. 이리하여 그의 지대는 증대한다. 또는 그가 그 토지를 팔려고 한다면, 그 토지의 가치……는 이제 상승하였다. 그는 토지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개량된 토지, 토지에 합쳐진 자본(자기는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은 자본)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발전의 진행에 따라―지대 그것의 변동과는 별도로―토지소유자들의 부가 증대하며 그들의 지대가 끊임없이 팽창하고 그들의 소유지의 화폐가치가 증대하는 비밀의 하나이다. 이처럼 그들은 자기들의 참여 없이 달성된 사회발전의 성과를 자기 자신의 개인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맑스, 『자본론』(김수행 번역, 제1개역판) 3권(하) 763-764쪽)

결국 소수의 사람들은 자기가 살지도 않을 건물과 주택을 수십 채 소유하고 그것을 통해 계속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집을 구하지 못한 채 과중한 월세를 내며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전전하거나 아예 길거리로 나앉게 되어버린다.

박원순이 말하는 ‘부동산 국민공유제’, ‘부동산공유기금’은 토지와 건물의 사적 소유,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세금만 조금 더 걷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개발시 초과이익을 환수하여 ‘부동산공유기금’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역시 ‘초과’한 이익에 대한 환수일 뿐 건설자본의 이윤과 토지소유자들의 지대 그 자체에 대해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세금을 더 걷고 이윤의 일부를 떼어가 봤자, 부동산의 사적 소유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건물주의 횡포에 시달려야 하는 세입자와 무주택자들의 처지는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그 외에도 박원순이 추진하는 신혼부부 주거지원, 청년주거 지원 같은 정책들 역시 토지소유주들과 건물주들의 이해는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세입자들에게 보조금, 지원금 정도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준 지원금은 결국 월세 등의 형태로 토지소유자들의 주머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를 공격해야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계속해서 오르기만 하는 집값과 임대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주거난은 경제의 ‘비정상적 작동’이나 법제도의 미비 또는 사회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하에서는 필연적으로 땅값과 집값, 임대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주거문제는 이렇게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에 의해 발생한다. 주거 문제는 단지 토지나 건물에 대해, 그리고 그것의 거래나 상속 및 양도에 대해 세금을 더 많이 매긴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부동산의 사적 소유를 통한 불로소득을 가능케 하는 체제를 그대로 놔둔 채 주택 공급량만 잔뜩 늘린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거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자본주의 그 자체를 문제시하고 사적 소유 그 자체를 건드려야만 한다. 자본주의 그 자체를 건드리지 않는 ‘주거정책’은, 아무리 듣기 좋은 말로 치장한다 하더라도 현실불가능한 정책에 불과하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노동자. 맑스 저작과 자본론 학습을 통해 사회주의를 배웠다. 사람을 '노동자 대 고객'이나 '상사 대 부하'의 관계로 만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며,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만으로도 모두가 유익해지고 발전할 수 있게끔 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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