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세와 문재인정권의 등장

0
1866
[사진: 연합뉴스]

촛불집회와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이로써 9년 만에 다시 자유주의 정권이 등장하게 되었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 4년간 전체사회를 침체와 퇴보로 몰아넣고 전체사회를 암울함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는데, 촛불집회와 박근혜 탄핵이 가져온 조기대선에서 문재인 정권이 등장한 것은 일단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기대와 희망을 갖게 만들고 있다. 후안무치한 박근혜의 불통과 대조적으로 집권 직후 보여준 문재인의 ‘소통 의지’는 새삼스럽게 신선함도 주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과연 촛불집회의 대중적 요구인 ‘적폐청산’이 문재인 정권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과연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자신들의 삶이 앞으로 나아질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와 의구심도 존재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등장에 대한 기대와 희망, 우려와 의구심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1. 문재인 정권의 등장=촛불집회 요구의 최소치의 실현

작년 10월 말에 시작된 촛불집회를 통해 민중들은 박근혜정권이 끝났음을 선언했다. 또한 맹렬한 기세의 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삶이 나아질 새로운 세상이 출현해야 함을 선언했다. 이러한 선언은 촛불집회 초기부터 매우 분명하게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박근혜의 수족인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야당인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 조차도 이를 조기에 읽어내고 명확한 태도를 정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박근혜정권의 지지율이 5%로 바닥을 치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역풍을 두려워하며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지 않고 ‘거국내각’과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하였다. 이미 상황이 누구에게나 분명해진 시기가 되어서야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의 퇴진을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매우 뒤늦은 것이었지만 늦게라도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은 촛불민심을 따라 박근혜의 퇴진을 주장하고 촛불집회의 핵심요구인 ‘적폐청산’을 받아들임으로써, 또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 결정 이후 촛불집회와 거리를 둔 안철수와 국민의당과 달리 계속해서 촛불집회에 참여함으로써, 대선에서 집권당이 될 수 있었다.

촛불 민중의 입장에서는, 탄핵된 박근혜를 옹호하는 자유한국당이나 촛불민중의 요구와 거리를 두며 수구세력의 지지를 노리는 국민의당이 집권하는 것은 촛불집회의 요구와 배치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문재인 정권의 등장은 촛불민중에게 촛불집회의 요구가 역사적으로 왜곡되어 무효화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대선에서 촛불집회의 요구를 무효화하는 역사의 역류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까지이다.

촛불집회에서 대중적으로 확인되었듯이 촛불집회의 요구는 단지 박근혜의 퇴진, 탄핵만이 아니었다. 촛불 민중은 이 이상을 요구하였다. 촛불 민중은 자신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 ‘헬조선’의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는 것도 요구하였다. 또한 철저한 ‘적폐청산’을 요구하였다.

문제는 과연 새로이 등장한 문재인 정권이 이 요구들을 실현할 수 있는가이다.

2. 곧바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문재인 정권

문재인 정권은 촛불집회가 있었기 때문에 등장할 수 있었던 정권이다. 이는 민중도 더불어민주당도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역풍을 두려워하며 박근혜 퇴진을 주저할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위축되어 있었다. 이러한 더불어민주당이 촛불집회가 만들어낸 정세 덕분에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문재인 정권은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민중의 요구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포함하는 과거 정권들처럼 쉽게 무시하거나 억압할 처지에 있지 않다. 민중이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권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자신의 계급적 성격 때문에, 또한 작금의 자본주의 경제의 곤궁한 처지 때문에 민중의 삶의 요구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다. 덧붙여 말하면 아직도 수구정치세력이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으면서 문재인 정권의 낮은 수준의 ‘개혁’에도 저항하며 이를 반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낮은 수준의 민중의 요구조차 쉽게 실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정권이 매우 불안정한 정권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기회주의적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나 세력들이 종종 자유한국당류의 정당을 우파정당으로 규정하고 이와 구별하여 더불어민주당을 중도정당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정확하게 자유주의정당으로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또 하나의 우파정당이다. 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자유주의, 자본가정당이 갖는 특성과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은 과거의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과 똑같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은 민중의 요구를 매우 제한된 범위의 개혁틀에서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자본주의는 전세계적으로 장기침체에 빠져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자유주의자들은 현재의 민중의 고통의 원인을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서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탓으로 돌리고 있고, 이제 그 원인을 제거하면 삶이 나아질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원인의 대부분은 자본주의체제 자체에 있다. 김대중 정권 이후 20년간 지속되고 있는 삶의 고통의 악화는 문재인 정권도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더욱이 트럼프의 미국제일주의와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대외여건은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은 예를 들면, 경제살리기를 이유로 재벌 문제에서 매우 소극적인 개혁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한편 수구정치세력은 급속하게 정치적으로 몰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기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초기부터 문재인 정권의 미미한 ‘개혁’에도 격렬히 저항하며 이를 방해할 것이다. 이미 5월 11일 홍준표는 앞으로 “”어차피 한국당과 민주당은 대립이 더 극심해질 것”이며 “자기들 마음대로 (하도록) 절대 안 놔둔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하는 거 용서하면 안 된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상을 종합할 때, 촛불민중의 요구를 실현할 수 없다는 문재인 정권의 한계는 조기에 드러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것은 문재인 정권이 매우 불안정한 정권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3. 한국사회는 향후 계급간, 정치세력간 투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작년 12월 7일 『사회주의자』에 게재한 기사 「현 정세에 사회주의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에서 필자는 촛불 정세의 해결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민중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태도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참고하기 위해 이를 인용한다.

현정세의 해결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가지 태도: 자본가의 태도, 노동자·민중의 태도

……

이들을 제외하고 남는 세력은, 당분간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주도하는 지배계급과 민중인데, 이 둘 사이에는 현재는 많은 공통점이 있는 듯이 보이지만 곧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드러나게 될 것이다.

수구세력의 다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이들 외의 지배계급은 앞으로 각 분파가 서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전개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하나의 동일한 점이 있다. 이들 모두는 겉으로 표현하는 말과는 달리, 똑같이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세력이다. 때문에 우리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이들 각각의 세세한 부분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사이에는 물론 서로 다른 점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현 정세에서 똑같이 추구하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박근혜 정권류의 반동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정권이 아니라 ‘합리적인’ 정권을 세우는 것, 민중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여 사회적 대립을 완화하는 개혁조치를 도입하는 것, 그래서 ‘합리적인’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민중의 투쟁과 요구가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급진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지금은 탄핵찬반으로 서로 다르지만, 이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차를 두고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한 것은 ‘무질서한 퇴진’이 자칫 민중의 투쟁과 요구를 급진화하는 뇌관의 역할을 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현재의 정세가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 개혁을 도입하는 것으로 수습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민중은 박근혜의 즉각퇴진과 구속, 그 ‘부역세력’에 대한 철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민중은 처음부터 ‘질서있는 퇴진’을 배격해왔다. 또한 민중은 박근혜의 퇴진만으로 삶의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박근혜 퇴진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민중은 이번 투쟁을 계기로 삶의 고통이 해결되고, 자신들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는 체제가 출현할 것을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투쟁할 의지도 갖고 있다. 즉, 민중은 박근혜퇴진투쟁이 자신들의 고통스런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귀결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정세가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귀결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민중 사이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태도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중 우리 사회주의자들이 선택해야 할 것은 당연히 노동자, 민중의 태도, 노동자, 민중의 길이다. 우리는 이 길을 따라 이를 최대치까지 밀고 가야 한다.

인용된 글에서 필자는 정세의 조속한 수습을 지향하는 지배계급과 자신의 삶의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정세가 확장되는 것을 지향하는 민중 사이에는 근본적인 태도 차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시각에서 촛불집회 이후의 흐름을 파악하고 향후 흐름을 전망하면 촛불집회에 의해 야기된 정세의 조속한 수습이라는 지배계급의 기대는 앞으로 실패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직후 협치와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적폐청산’과 개혁도 말하고 있다. 아마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이 주도하면 ‘적폐청산’과 개혁도 이루고 자본주의정치세력내의 협치도 이룰 수 있다고 낙관하고 이를 이루기를 희망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문재인 정권은 그럴만한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다. 문재인 정권은 자신의 계급적 성격의 한계와 자본주의체제의 곤궁한 처지 때문에 민중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여 민중을 만족시킬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다른 한편 몰락한 수구정치세력은 자신의 세를 유지하고 재기하기 위하여 사사건건 문재인 정권을 공격할 것이다. 아직도 100여석의 국회의원을 갖고 있는 수구정치세력(자유한국당+바른정당+무소속)은, 이들을 민중의 도움으로 해체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권을 무력화시키려고 끊임없이 기도할 것이다. 협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사회는 앞으로 지금보다도 더욱더 계급간, 정치세력간 투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다. 이렇기 때문에 촛불집회에 의해 야기된 정세의 조속한 수습이라는 지배계급의 기대는 앞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4. ‘철저한 적폐청산’과 사회주의역량강화가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세력이 나아갈 길이다

역사적 격변이 진행되는 정세에서 항상 주의해야 할 것은 정세를 정태적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그들은 입을 모아 협치와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촛불집회의 정신은 협치가 아니라 철저한 적폐청산과 민중의 삶의 고통을 해결하는 체제의 변화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이를 찬성하는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사이에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투쟁은 더욱더 격화될 전망이다. 패배한 수구정치세력이 이 점을 오히려 잘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집회 덕분에 등장하였지만 촛불집회가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이 해결의 주체는 민중이며 이를 온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중의 급진화가 투쟁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철저한 적폐청산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민중들과 문재인 정권사이에는 적폐청산을 둘러싸고 공동전선이 이루어지는 것 못지않게 긴장된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문재인정권의 ‘적폐청산’은 기존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적폐청산에 머물 것이다. 또한 민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적폐청산이 아니라 민중을 대상화하는 적폐청산을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적폐청산은 수구세력의 저항 앞에 무력해질 것이다. 기존질서를 허물고, 민중이 주체로 나서는 적폐청산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철저한 적폐청산투쟁과 함께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주의역량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필자의 글 「향후 한국 사회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 경쟁하는 구도로 가야」에서 비교적 자세히 서술하였는데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서술하는 것보다 참조를 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글을 링크하겠다.

촛불집회의 배경 속에서 문재인 정권이 등장하였다. 그런데 촛불집회로 형성된 정세가 문재인 정권의 등장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탄핵 때에 외쳐진 구호처럼 박근혜 탄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듯이, 문재인 정권의 등장은 촛불 정세 전개의 한 과정에 불과하다. 촛불정세는 계속된다. 촛불정세는 철저한 적폐청산이 이루어지고, 민중의 삶의 고통이 해결되는 새로운 세상이 출현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